지리산권 산행기

봉산골과 심원능선으로, 이끼랑 산죽이랑 지리산을 노닐며

큰집사람 2010. 7. 5. 12:19

* 날    짜 : 2010년 7월 4일(일)

* 날    씨 : 흐림

* 산 행 지 : 쟁기소 입구 - 봉산골 - 심원능선 - 심원 옛길 - 쟁기소 입구 

* 산행거리 : 약 18km 안팎

* 산행시간 : 8시간 45분(운행시간 6시간 12분 + 휴식시간 2시간 33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진주솔산악회원 8명(새벽풀, 혜은, 수막새, 적석, 적석2, 산으로, 곰발바닥, 선함)

 

 

 

 

 

 

 

봉산골!

지리산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아 햇볕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눈과 얼음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어 더러는 얼음골이라 부르기도 하는 계곡입니다.

다른 곳에 비하여 비교적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어 아직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이끼골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계곡을 덮은 이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비경(秘境)을 연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리산댐이 들어서느냐 마는 둥으로 시끄럽다는 함양 휴천면을 지나지만 조용하기만 하고,

남원 산내면 소재지에서 반선과 달궁을 지나 성삼재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로 올라갑니다.

정령치 갈림길이 있는 달궁(도계) 삼거리 약 1km 아래 도로가 반사경이 있는 쟁기소 입구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입니다.

쟁기소에서 반야봉까지 7.0km는 국립공원 특별보호구에 묶여 2006년부터 2026년 말까지 출입이

금지되었지만, 그때까지 살아 있을 자신도 없는데다 설사 살아 있더라도 일흔이 넘은 할배가

오르기엔 너무 벅찰 것이기에, 오늘 하루만큼은 허락해 주십사 하는 마음으로 울짱을 넘습니다.

금지된 장난이 아닌 금지된 구역으로의 탐구산행입니다. 

양심의 가책이야 느낄 수밖에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마음을 다독거립니다.

살다보면 때론 이런 날도 있는 게 우리네 인생이 아닐는지요?

나무계단을 따라 10m쯤 내려가자 심원옛길을 만나는데, 성삼재로 도로가 나기까지는 달궁에서

심원을 거쳐 노고단을 잇는 길이라고 합니다.

나중에 돌아올 때 이용해야 할 길이기도 한데, 길 상태가 좋아 보여 마음이 놓입니다.

곧이어 달궁계곡을 가로지르는 쇠다리가 나오는데, 길기도 하거니와 보존상태도 생각보다

주 좋습니다.

계곡 위쪽으로 그럴싸한 물웅덩이가 있는 등 풍광도 아주 좋습니다.

아래쪽 어딘가에 쟁기소가 있다는데, 확실한 위치는 알 수가 없으며 숙제로 돌립니다.

 

쇠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틀고 틀자마자 계곡이 나오는데, 봉산골이라는 그 계곡을 따라

올라갑니다.

마른 장마가 계속되어 물이 별로 없을 거란 예상과는 달리, 그래도 여름이라고 물소리가 제법

요란합니다.

이래봬도 명색이 지리산 자락의 계곡이 아닌가!

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물줄기는 폭포를 이루고, 그걸 담는 아래쪽은 물웅덩이가 됩니다. 

한 가닥 비스듬한 물줄기가 하얀 거품을 내뿜으며 신고를 하더니, 얼마 안 가 각각의 웅덩이를

갖춘 이단폭포가 나옵니다.

위의 것은 작고 아래는 제법 크고 깊어, 비록 이름은 없지만 폭포다운 맛을 조금은 풍깁니다.

바위를 타고 때론 물길을 건너며, 조심스레 미끄러운 계곡을 오릅니다.

어느 순간 문득 보니, 수막새가 수륙양용 장갑차가 되어 마구잡이로 치오릅니다.

벌써부터 저러다니, 참 빠르기도 하지!

그걸 본 나도 망설일 것 없이 그걸 따르는데, 오늘은 마음의 준비고 뭐고 없이 결단을 빨리 내린

것입니다.

계곡산행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첨벙산행이란 걸, 지난번 백운계곡 산행에서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엇박자로 된 두 갈래폭포를 만납니다.

왼쪽의 바위 틈새로 떨어지는 건 제법 위력이 있어 보이나, 바위를 타고 퍼져 흐르는 건 금세라도

마를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좁은 바위 홈을 타고 떨어지는 시원스런 물줄기가 있는가 하면, 위로 오를수록 조금씩 이끼는

많아지고 폭포 흉내를 내는 어린 폭포들이 줄줄이 나타나며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잠깐 머물며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합니다.

여러 가닥 물줄기가 낮은 데서 떨어지는 이끼폭포인데, 수량이 많을 땐 좋을 것 같으나 지금은

그저 그렇습니다.

말로만인 장모님이 오지 않아 서운하다는 곰발바닥!

하지만 장모님이 오면 자기가 오지 않으니 이를 어쩌나?

계속되는 엇박자에 저러다 뭐가 잘못되는 건 아닌지?

어줍잖은 남의 일에 내가 걱정이랍니다.

봉산골의 아름다운 모습은 위로 오를수록 더해 가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작은 폭포는 이끼 낀

바위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합니다.

네댓 개의 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리며 한두 명이 비박할 공간을 만드는 곳도 있는데,

별다른 이름이 없다기에 비박굴이란 이름을 내 멋대로 갖다 붙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럴 듯도 하고요.

바로 위엔 바위를 타고 떨어지는 폭포다운 폭포를 만나는데, 여태까지 본 것 중 제일 멋진 폭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제법 높은 곳에서 퍼지는 물줄기는 지금도 상당한 위력을 보이지만, 수량이 좀 더 많으면 정말

대단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10분 남짓 뒤 왼쪽의 바위가 물길을 덮어 안 그래도 어두컴컴한 폭포를 더욱 어둡게 하는 데가

있는데, 봉산골 음산폭포라고 즉석에서 이름을 지어줍니다.

주변이 어두운데다 봉산골에서 가장 넓고 큰 물웅덩이가 있어, 음산한 느낌이 절로 드는 것

같습니다.

 

곰발바닥이 짊어지고 온 복수박을 쪼개 먹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무게가 꽤 나가 운반과정의 고충이야 없으랴마는, 그래서인지 먹는 재미 또한 좋긴 참 좋습니다.

바로 위엔 그럴싸한 이단폭포가 또 있어 눈길을 머물게 합니다.

음산폭포에서 3분쯤 오르자, 제대로 된 폭포가 우릴 맞이합니다.

높고 가늘게 떨어지다 쫙 퍼지는 폭포인데, 이끼 낀 큰 바위 등과 어우러져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벽풀을 그만 물에 들어오라고 몇 번을 권하지만, 도대체가 말을 듣지를 않습니다.

백운계곡에선 나보다 먼저 빠져들더니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다며 한사코 사양합니다.

계곡산행은 아무래도 빠져야 제 맛인데, 여자의 변덕은 무죄라고나 할까요?

너른 이끼바위와 그 위에 비스듬한 폭포가 있는 델 지납니다.

봉산골에서 만나는 이끼바위 중 가장 넓고 크고 평평한 것 같은데, 그럴듯한 폭포까지 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라는 표현이 딱 어울립니다.

이윽고 봉산폭포에 다다릅니다.

해발 약 1100m에 자리 잡은 봉산폭포는 10m 남짓 높이에서 바위를 타고 비스듬히 떨어지는데,

적어도 봉산골에선 이에 맞설만한 폭포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물웅덩이가 작은 게 흠이긴 하나 깊이는 꽤 되는 것 같고, 큰 바위와 푸른 이끼 및 

새하얀 물줄기의 삼박자를 고루 갖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입이 벌어진 김에 폭포 앞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하고 주방을 차립니다.

펼쳐진 진수성찬이 금세 계곡을 가득 메웁니다.

언젠가부터 탐구산행의 메인 메뉴로 자리 잡은 삼겹살을 비롯하여, 그에 따른 상추와 김치 등

푸짐한 오찬으로 배를 불립니다.

계곡주로 곁들이는 막걸리!

마셔보지 못한 사람은 아예 말을 하지 마세요.

시원한 폭포를 배경삼은 한 잔의 맛이란 좋고도 정말 좋습니다.

 

먹고 마시며 배를 채우고선 나머지 산행에 들어갑니다. 

봉산폭포를 그냥 오를 순 없어 왼쪽 사면으로 크게 우회하며 오르자마자, 아주 좋게 균형 잡힌

이단 두 갈래폭포가 반깁니다.

위엔 한 가닥이다 두 가닥으로 갈라져 떨어지는 폭포인데, 폭포도 폭포거니와 함께 어우러진

이끼는 탄성을 자아내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10분 정도 오르자 이번엔 계곡을 타고 끝없이 이어지는 폭포를 만나는데, 이름을 물어도 대답이

없기에 넌 층층이끼폭포라 하라고 일러줍니다.

골을 타고 미끄러지듯 흐르는 물줄기는 주변의 이끼와 바위와 한데 어우러져 처음 간 우릴

겁게 하는데, 층층이 이어지는 폭포가 자그마치 10여 개나 되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아무래도 요 근처가 봉산골에선 경치가 가장 좋은 곳이란 생각입니다.

위로 오를수록 차츰차츰 물줄기는 줄어들어, 봉산골도 상류에 다다른 걸 알 수 있게 합니다.

폭포 같은 형태를 갖추긴 했지만 물이 적어 아쉬운 이끼폭포를 거쳐,

계곡을 타고 떨어지긴 하나 힘이 없어 보이는 마지막 이끼폭포도 지납니다.

물이 줄자 그에 따라 이끼도 줄더니 이어서 둘 다 같이 떨어지더니, 사태가 난 것 같은 너덜지대가

이어받으면서 가팔라집니다.

봉산골도 거의 오른 것 같단 느낌이 와 닿습니다. 

좁고 기다란 바위굴 옆을 오르고, 밧줄이 매인 바위 앞에서 간식으로 원기를 돋웁니다.

산행을 하면서 걷는 재미 못지않게, 먹는 재미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나 봅니다.

5분 정도 더 오르자 마침내 봉산골을 벗어나며, 오른쪽 사면으로 붙어 5분 남짓 나아가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큰 참나무 아랫도리에 커다란 홈이 있어 눈길을 끄는데, 보아하니 제법 늙은 것도 같은데

몸에 상처를 입고도 꿋꿋하게 싱싱함을 유지하는 참 대견한 참나무입니다.

 

왼쪽의 반야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데, 가파른 바위구간 위험한 데는 밧줄이 달려 있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적게 닿아 희미하긴 해도 이어지는 길, 누군가 걸으라고 있는 건지 걸어서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참 고마운 건 틀림없습니다.

쌕쌕거리며 좀 오르자 걸을 만한 완만한 길이 이어지며, 이어서 왼쪽의 심마니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 두 쌍의 부부를 만나게 되는데,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나는 산행객들입니다.

금지구역에서의 뜻하지 않은 만남이라 처음엔 서로 경계의 눈빛도 보이기도 했지만,

산행정보를 주고받으며 심원능선 갈림길에선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합니다. 

요즘 단속이 심해서 자기들은 반야봉(1732m)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심원능선을 타고 심원마을로

간답니다.

우리도 뭐 굳이 반야봉을 오를 이유도 없거니와 시간도 어중간해서, 그냥 내려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하산에 들어갑니다.

비교적 잘 난 길을 따라 2분 남짓 내려서자, 이정표에 반야봉 1.0km, 심원마을 9.0km라고 되어

있습니다.

반야봉이 바로 저긴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이제와선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쉬움을 안고 그대로 내려가는데, 갑자기 막혔던 시야가 탁 트이는 데가 나옵니다.

키 작은 산죽과 풀밭이 있는 초원에 별로 크지 않은 전망바위 몇 개가 자리 잡았는데,

날씨가 좋으면 노고단 쪽 조망이 열릴 것도 같지만 그나마 안개가 덮어버려 어림도 없습니다.

초원을 넘어서자 왼쪽으로 갈림길이 나오지만, 좀 더 뚜렷한 직진이 진행방향입니다.

나무 막대기로 막아둔 왼쪽은 대소골로 빠지는 것 같은데, 나도 처음 가는지라 장담을 할 순

없습니다.

 

직진하여 내려가자 지리산의 명물인 산죽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더 높이를 더하더니

마침내 키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오른쪽으로 도계능선 갈림길이 제법 뚜렷한가 싶더니 얼마 안 가 안부에서 지워진 이정표를

만나는데, 자세히 보니 반야봉 4.0km, 심원마을 6.0km 라고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거리가 맞지 않아 누군가 지운 것으로 보이는데, 반야봉 1.0km 이정표에서 20분 만에 3.0km를

내려왔다는 건 무리란 생각입니다.

시속으로 치면 9.0km인데 말입니다.

여기선 직진하는 길을 버리고 살짝 좌회전이며, 1분 남짓 가자 또 직진하는 갈래길이 보이지만

왼쪽으로 살포시 틀어 갑니다.

조금 더 내려서자 쌍둥이 소나무가 있는데, 쭉쭉 높이 뻗어 제법 나잇살이나 든 것으로 보입니다.

밑둥치부터 두 가닥으로 올라가 앞에서 언뜻 보면 두 나무가 붙은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일부러 내려가 확인해 보니 본디부터 하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쌍둥이라도 그렇게 정겹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또 조금 더 내려서자 막혔던 시야가 다시 한 번 트이는데, 먼저 가신 한 분이 누운 널따란 초원은

온통 풀과 꽃들의 세상입니다.

원추리, 돌양지꽃, 엉겅퀴 등등...

이 무덤은 심원능선을 오르내리는 산행객들에겐 쉼터와 길잡이 노릇을 단단히 한다는데,

나 또한 갈 때 가더라도 눕는 자리나마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내가 누울 곳이라곤 없으니, 이를 어이할꼬?

지리산 어디에선가 아무도 모르게 삶을 마감했다는 우천 허만수(宇天 許萬壽) 선생을 따르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며 뜻대로 될지는 두고 볼 일이 아닐는지요?

 

끝없이 이어지는 산죽과 함께 8분쯤 가자 직진하는 갈림길이 나오지만, 직진이 아닌 살짝

좌회전이 진행방향입니다.

심원능선에선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바로가 아닌, 살짝 좌회전을 해야 제대로 내려설 수

있다는 건 불문율입니다.

또 13분 남짓 내려서자, 자빠진 이정표(반야봉 7.0km, 심원마을 3.0km)가 우릴 맞습니다.

세월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드러누운 이정표!

한때는 자기 세상인양 떵떵거리기도 했겠지만, 돌보는 이 없이 자빠진 채 어쩌면 세월무상을

곱씹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세상 사는 이치가 다 그런 것 아닌가?

서운하더라도 좀 참으시게나! 

2분을 더 내려서자 솔바위 쉼터가 기다리고 있다, 우릴 반기며 처음이니 쉬어가랍니다.

그렇게 바쁠 것도 없어 그러기로 합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바위 몇 개와 산죽과 소나무와 참나무가 어우러져 쉼터를 제공하는데,

여길 도계 삼거리라고도 부르는 모양입니다.

오른쪽으론 제대로 된 길도 없지만 말입니다.

정상주로 아껴둔 막걸리를 여기서 그만 비우기로 합니다.

마땅히 오를만한 정상도 없는데 더 이상 업고 다니며 호강시킬 이유도 없기에,

아낌없이 남김없이 모조리 비워 버립니다.

땀 흘린 뒤끝이라 참 잘도 넘어갑니다.

여기서도 왼쪽의 산죽 사이로 난 길로 내려갑니다.

5분 정도 내려서자 산죽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온통 참나무 세상에다 어쩌다 소나무 몇몇이

양념할 만큼 끼어 있습니다. 

어쩌다 산죽이 나오기도 하지만, 제대로 힘을 쓰진 못해 이젠 관심 밖입니다.

물 마른 작은 지계곡을 건너는 곳에 타원형 구멍나무 하나가 있는데, 둥치와 가지가 기묘하게

꼬이며 구멍을 만들면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아직은 나무가 크지 않지만, 앞으로 심원능선의 명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4분쯤 더 내려가 심원계곡을 건너면서 심원능선을 벗어납니다.

계곡 위쪽엔 바위와 어우러진 운치 있는 웅덩이가 날 좀 보라하고, 아래도 제법 넓은 웅덩이가

알탕을 하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완곡히 거절합니다.

심원계곡은 칠선계곡, 문수계곡과 더불어 지리산의 3대 계곡이라 한답니다.

심원마을 소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남부연습림 심원관리분소와 민박촌을 지나,

심원계곡과 나란히 하며 심원옛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마을의 텃밭이 끝나는 곳에 수많은 벌통이 있기에 그걸 사진기에 담느라 기웃거리는데,

한 놈이 달려들더니 반갑다면서 그만 팔에다 봉침을 쏘아버립니다.

그래 고맙다, 그 좋은 봉침을 공짜배기로 줘서! 

봉침을 맞고도 물러서긴커녕 기어이 그들의 세계를 담고서야 돌아서는데, 이번엔 잘 가라며

또 한 방을 먹입니다.

봉침을 두 방이나 맞았으니,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이자 재수 있는 날입니다.

귀하고 좋은 봉침을 그것도 지리산 자락의 청정 봉침을 맞는다는 건, 아무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은 결코 아닐 겁니다.

맞은 자리가 조금 불그스름할 뿐 별다른 증상은 없는데, 난 벌을 별로 타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인

셈입니다.

비교적 좋은 길을 따라 좀 내려가자 길은 없어지고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계곡을 막고선 위쪽의 

큰 바위 셋이 울창한 숲과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3분 남짓 계곡을 따르자, 다시 왼쪽의 옛길로 이어집니다.

아마도 폭우로 길이 유실된 것 같은데, 굳이 되살릴 것도 없어 그대로 둔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엔 그래도 우마차 정도는 다녔겠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가운데만 약간 빠끔할 뿐입니다.

잡목이 들어차면서 야금야금 길을 갉아먹고 있는데, 얼마 안 가 심원옛길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 같습니다.

다시 옛길로 들어 10분도 가지 않아 멋들어진 이단폭포와 물웅덩이가 나오는데,

잘 모르긴 해도 이게 바로 용소라 부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위엔 좁은 바위 사이로 흰 물줄기가 떨어지며 깊은 웅덩이를 만들고, 아래쪽엔 제법 넓게

퍼져 떨어지면서 또 다른 웅덩이를 만드는 멋진 모습입니다. 

 

물웅덩이는 계속해서 나타나며 아름다운 심원계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데,

언젠가 달궁에서 심원까지 계곡치기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합니다.

용소에서 10분 가량 지나자 또 다시 계곡으로 내려서고, 계곡을 타고 3분쯤 간 도계능선

부근에도 높이도 있고 쫙 퍼지는 그럴싸한 폭포가 나옵니다.

물웅덩이로 수막새가 다이빙을 하며 뛰어드는데, 그 성질에 참아도 많이 참은 것 같습니다.

도계폭포에서 5분 남짓 내려가자 다시 심원옛길로 올라서고, 길가의 자그마한 바위에 쌓은

작은 돌탑을 지납니다.

거의 다 내려갔다는 생각이 들 즈음, 시퍼런 물웅덩이와 하얀 폭포가 어우러진 곳이 나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서늘한 기운이 돌면서 그만 기를 죽입니다.

둘레가 80m나 된다는 쟁반소인데, 검푸른 웅덩이는 얼마나 깊은지 짐작도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전의 쟁반소 안내문에 따르면 삼한시대 마한의 효왕이 자주 행차하여 달구경을 하며 즐겼다는

곳으로, 소(물웅덩이)의 모양이 둥근 달과 같이 쟁반의 모형을 이루고 있다하여 쟁반소라고

한답니다.

위의 두꺼비소가 어딘진 모르지만 0.5km라고 하며, 달궁까진 2.0km이요 쟁기소와는 20분 남짓

떨어진 거리라고 합니다.

다시 옛길로 올라가 조금 더 가, 아까 떠났던 곳에 이르며 걸음을 멈춥니다.

어쨌거나 원점산행이 완성된 것입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 이끼랑 폭포랑 산죽이랑 노닐은 원점산행!

오늘이야 말로 참 좋은 날입니다.

때론 이런 날도 있기에, 어렵고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조금 아래 달궁 야영장 앞 달궁계곡에서 알탕을 하면서, 고생한 몸과 마음을 다곡이고 하루의

피로를 털어냅니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진주로 가기에 앞서,

멋진 어탕국수가 기다리는 산청 땅 생초란 동네로!

 

 

 

 

 

 

 

* 산행일정

09:25          쟁기소 입구

09:30          봉산골 입구

10:00 - 10:15  휴식

10:55          비박굴?

11:05 - 11:15  휴식

11:28          너른 이끼바위

11:50 - 13:00  봉산폭포

13:05          봉산골 좌우골 합수지점

14:05 - 14:13  바위지대 밧줄구간

14:23          봉산골 좌골 오른쪽 지능선(참나무)

14:50          심마니능선 합류

14:55 - 15:15  심원 삼거리(심원능선 - 심마니능선 - 반야 중봉 갈림길)

15:17          이정표(심원마을 9.0km, 반야봉 1.0km)

15:37          지워진 안부 이정표(심원마을 6.0km, 반야봉 4.0km)

15:47          쌍둥이 소나무

15:55 - 16:00  무덤

16:20          이정표(심원마을 3.0km, 반야봉 7.0km)

16:22 - 16:27  도계 삼거리(솔바위 쉼터)

16:40          작은 지계곡(타원형 홈나무)

16:45 - 16:58  심원계곡

17:05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남부학술림 심원관리분소

17:30          용소

17:43 - 17:47  도계폭포

17:59          돌탑

18:03 - 18:06  쟁반소

18:10          쟁기소 입구

 

 

 

 

 

 

 

실상사 해탈교 

 

 접시꽃 당신

 

봉산골 들머리인 쟁기소 입구(09:25)

 

 

 

 심원옛길로 내려서서

 

 심원계곡 쇠다리 위,

저게 쟁기소일까?

 

심원계곡 쇠다리 

 

 봉산골 입구(09:30)

  

  

 

 어두워도 날 좀 보소!

  

 

 

 

 빛과 그림자

 

 

  

 

 

 

 

 

 

 

 선함,

아직은 괜찮아 보이죠?

 

 

 

 

 

 

 

 

 

수막새,

이 무슨 이상한 자세인고 

 

 뭐가 그리 좋은지? 

 

 웃음을 참고 

 

 

 

비박굴?(10:55) 

 

  비박굴 바로 위

 

 

 

쉬었다 가고(11:05 - 11:15)

 

 

 

 

 

 

   

 

  

 

 

  

너른 이끼바위(11:28)

 

  수막새, 혜은, 선함, 새벽풀

 

 

 

 

 

 

 

 

 

 

 

봉산폭포(1:50 - 13:00)

 

 혜은, 새벽풀, 산으로

                                                                                      

                                                                                       

  

 

 

봉산폭포 앞 고사목 

 

 

 

 봉산폭포에서(산으로, 적석, 새벽풀, 혜은, 수막새, 적석2, 곰발바닥, 선함)

 

 봉산폭포를 돌아가며

 

 

 

 

  

 

 

 

 

 

 

  물이 좀 줄었고 

 

 

 

 

 

 

 

 봉산골에서 올라선 오른쪽 지능선의 참나무홈

  

드러낸 철쭉 다리는 아름답기만

 

함박 웃는 함박꽃 

 

 꽃보다 새벽풀

 

 

 

관중

 

 구상나무에 매단 표지

  

심원 삼거리의 돌삐 

 

심원 삼거리 조금 아래 이정표(15:17)  

 

 

 

 

지워진 안부 이정표(15:37, 심원마을 6.0km, 반야봉 4.0km) 

 

 지워진 이정표와 고목

 

 

 

 

 쌍둥이 소나무(15:47)

  

돌양지꽃

 

원추리

 

 넓은 초원을 차지한 주인공은 누구?(15:55 - 16:00)

 

드러누운 이정표(16:20, 심원마을 3.0km, 반야봉 7.0km) 

 

 

 

 

도계 삼거리의 솔바위 쉼터(16:22 - 16:27) 

 

도계 삼거리에서 왼쪽의 산죽 속으로

 

 작은 지계곡을 건너고(16:40)

 

심원계곡으로 내려서고(16:45 - 16:58)

 

 

 

 

 심원마을 가는 길의 대소골

 

심원마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남부연습림 심원관리분소 

 

심원마을 

 

 

 

   

 

 잔잔한 물웅덩이

 

 심원 옛길에서 만수천으로 내려서고

  

 용소(17:30)

 

 

 

도계폭포(17:43 - 17:47)

 

심원 옛길의 돌탑(17:59) 

 

 쟁반소(18:03 -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