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써리봉
반가운 벗은 못 봐서 안달이 나고,
반갑잖은 벗은 만날까 싶어 손사래가 절로 쳐지고,
갑자기 찾아오는 벗도 좋고,
오가다 마주치는 벗도 좋긴 마찬가진데,
다 같은 벗이지만 정이 가는 벗이 있는가 하면,
그저 그렇고 그런 벗도 없잖아 있는 게 사람 사는 세상
친한 벗은 많을수록 좋은 장사 밑천이요,
친한 척하는 벗은 좀 적은들 뭐가 어때서?
구십 구점 구?
속이 꽉 찬 멋진 벗이야말로
백점을 더 준들 뭣이 아까울까?
야들야들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주름살로 환칠을 한 듯,
세월이 묻어나는 그 얼굴에
오히려 더 맘이 끌리는 걸 어떡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