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행기

심심한데 둔철산이나 갔다 올까

큰집사람 2013. 8. 11. 10:29

* 날    짜 : 2013년 8월 10일(토)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심거 - 금정폭포 - 769m봉 - 815m봉 - 둔철산 - 815m봉 - 805m봉 - 시루봉 - 심거 

* 산행시간 : 4시간 53분(운행시간 3시간 05분 + 휴식시간 1시간 48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 심심한데 둔철산(823.2m)이나 갔다 올까?

진주에 사는 산꾼들의 입에 더러 오르내리는 말입니다.

산청에 자리 잡은 둔철산은 진주에서 30km 남짓 거리인데다,

진주의 어디에서든 30분이면 다달을 정도로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산행시간도 4 - 5시간이면 충분하기에,

부담 없이 갔다올 수 있는 산입니다.

진주에선 마땅히 갈 곳이 없으면 지리산이나 둔철산으로 가라지만,

말복을 이틀 앞둔 불볕더위에 지리산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아,

아무래도 좀은 만만한 둔철산을 골라잡습니다.  

올해와 같은 무더위는 머리털 나고만 처음이 아니라, 

그 머리칼이 반쯤은 빠지도록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내후년이면 환갑인데 말입니다.    

 

진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산은 월아산(483.2m)이지만,

울 동네에선 둔철산이 월아산보다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것도 한몫을 톡톡히 합니다.

그래, 나도 둔철산이나 갔다 오자!

12년지기 싼타모 승용차와 함께 

국도 3호선을 따라 둔철산으로 내달립니다.

요즘 들어 사람도 차도 둘 다 느지막한 나이에

대구 땅을 오가느라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가만히 있지 못하는 몹쓸병이 또 다시 도진 셈입니다.

하기야 집에 붙어 있으면 뭐 하겠나?

이 나이에 늦둥이 볼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는 서글픈 현실인데 말입니다.

 

 

 

 

 

* 산행일정

10:20          심거마을 표지석

10:28 - 10:33  심거마을주차장

10:45          삼거리 갈림길

10:50 - 11:00  깊은골 횡단 

11:35 - 11:55  금정폭포

12:10 - 12:20  지능선 전망대

12:30          769m봉

12:40 - 12:45  815m봉 

12:48 - 13:10  둔철산(823.2m, △ 산청 24)

13:13          815m봉

13:16 - 13:20  부봉(805m)

13:36 - 13:50  시루봉(700m)

14:00          684m봉

14:08 - 14:11  둔철 4지점 안부

14:15 - 14:30  깊은 산골 옹달샘

14:45          삼거리 갈림길

15:05          심거마을주차장

15:13          심거마을 표지석  

 

 

  

 

 

 

 

 

 

 


 

산청군 신안면 외송리 심거마을 표지석 부근에다 차를 세우고선 둔철산 산행에 나서는데,

한여름 낮의 열기가 벌써부터 어찌나 후끈거리는지 차라리 뜨겁다고 하는 게 맞을 것도 같고(10:20)  

 

 

 


 


 

 

 


 

 


뙤약볕은 모두에게 고통스런 것만은 아닐 것이로다,

잘도 영글어가는 대추란 놈은 가을이 머지않았음을 알게 하고

 

햇살이 고마운건 대추 뿐만이 아니리라,

빨갛게 익어가는 석류가 금세라도 벌어질 것만 같고

 

옥궁모텔 바로 위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밤나무단지로 이어지는 오른쪽은 내려올 때의 몫으로 돌리고선,

넓힌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심거마을주차장으로 올라가고

 

길가의 급수시설을 지나고(10:22)

 


급수시설에서 돌아보자 경호강 너머로 웅석봉이 희뿌옇게 들어오는데,

지리태극을 꿈꾸는 산꾼들에겐 천왕봉과 더불어 늘 가슴에 담고 사는 산이기도 하고

 

멋들어진 소나무 위로 구름을 인 웅석봉과 십자봉이 눈인사를 하는데,

이름조차 없는 900m봉은 성심원의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어 언젠가부터 십자봉이라 부르고(10:24)  

 

그다지 넓지 않은 심거마을주차장엔 차량들로 빼곡한데,

이런 더위에 나처럼 미친(?)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단 말인가?

알고 보면 산행객이 아닌 피서객의 차가 거의 다가 아닐는지?(10:28 - 10:33) 

 

심거마을주차장에선 깊은골과 둔철산 일대가 보이지만,

정작 둔철산 정상은 산줄기에 가려 보이진 않고  

 

 

 


 

 


 

 


 


 

 


 

돌지 않는 풍차가 아닌 물레방아

 


막걸리란 글자가 입맛을 다시게도 하지만,

나 혼자거니와 아직은 그게 아니라 그냥 지나치고   

 

 


 

심거마을주차장 화장실 옆엔 수많은 산꾼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겼는데,

꽤나 자주 가는 곳인데 싶어 나까지 그러고 싶진 않고  

 

심거마을을 벗어나자마자 밤나무단지가 나오는데,

밤나무단지는 출입금지구역이요 등산로는 왼쪽으로 나 있고(10:37)

 

밤나무단지 이정표에서 돌아본 웅석봉 일대,

아까보다 구름에 더 뎦여 겨우 그 윤곽만을 그리고

 

밤나무단지를 돌아 올라 첫 번째 지계곡을 건너는데,

아무리 지계곡이라지만 이게 한여름의 계곡이란 말인가?(10:42)

 

 


 

지계곡을 건너 조금 오르자 삼거리 갈림길인데,

오른쪽은 무덤이 자리 잡은 안부와 시루봉으로 이어지니 왼쪽으로,

이따가 물이 모자라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안부에서 이리로 내려서게 되고(10:45)

 

 


 

등산로가 건너는 깊은골의 물도 그게 그건데,

도대체 비가 얼마나 안 왔기에 이 모양일까?(10:50 - 11:00) 

 

 

 


등산로는 계곡을 건너 계곡을 오른쪽으로 끼고 이어지지만,

여름 산행의 맛은 뭐니 뭐니 해도 계곡치기이기에,

등산로가 아닌 그냥 계곡을 치오르기로 하고

 

 

 


 

 


 

 


 

 


 


 

별 볼품도 없는 깊은골 계곡치기이지만,

가끔씩은 그럴싸하게 눈요기를 시켜주기도 하고(11:16)

 

 


 

둔철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금정폭포,

이건 뭐 폭포라기보다는 변강쇠랑 옹녀의 오줌줄기랑 별스레 다를 것도 없고,

나로서도 그다지 못할 것도 없단 생각이 들 정도이니,

참말로 때아닌 여름 가뭄이 얼마나 심한 지를 알 수 있지 않을는지?(11:35 - 11:55)    

 

 

 


 


 

 


 

금정폭포에서 805m봉으로 올라 둔철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있지만,

769m봉을 거쳐가기로 하고선 깊은골을 좀 더 따르기로 하고

 

 


 

 

 


요상하게 생긴 나무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깊은골과는 차츰 멀어지면서 급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12:01)  

 


 


한바탕 땀을 쏟으면서 올라선 전망대,

멋지게 조망이 열리니 눈이 즐겁지 아니하랴?(12:10 - 12:20)

 

젼먕대에서 내려다본 금정폭포

 


희미하게 들어오는 달뜨기능선과 웅석봉

 


가야 할 시루봉과 684m봉

 


한재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석대산 수리봉과 791m봉

 


또다시 한바탕 땀을 쏟으며 숨이 턱턱 막히는 가운데,

769m봉에서 경호강으로 흘러내린 산줄기에 합류하고(12:27)  

 

크고 작은 바위가 맞대고 있는 769m봉 삼거리,

마침내 둔철산 정상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어오지만,

내리쬐는 햇볕이 어찌나 뜨거운지 온몸에서 김이 나는 느낌인데,

제 좋아서 했기에 망정이지 누가 시켜서 했더라면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까?(12:30)   

 

769m봉에서 바라본 둔철산 정상과 815m봉

 


815m봉 삼거리,

이제 둔철산 정상이 0.15km가 남았다는데,

높이 솟아있던 안테나는 언제 없앴는지?(12:40 - 12:45) 

 

 

 


815m봉과 가까이서 마주보는 둔철산 정상

 


 

 


815m봉에서 원지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경호강가를 병풍처럼 둘러친 월명산과 백마산이 들어오고

 

우거진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웅석봉이 살짝 내밀고  

 


둔철산 정상으로 올라서자,

산들바람이 불긴 하지만 바람마저 더위를 먹었는지 뜨겁기만 하고,

냉동시킨 찰떡도 본래의 쫀득쫀득한 모습으로 돌아가버려,

   찰떡 한 입에 물 한 모금이 아니면 넘어가질 않으니,

요기를 하는데 1.5리터에 가까운 물이 거의 동이 나버리는데,

둔철산 일대를 둘러보고 원점산행을 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되어,

684m봉 아래 안부에서 내려가기로 마음을 고쳐먹을 수밖에는(12:48 - 13:10, 823.2m)      

 

 

 


 

 


진주교직원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엔 812m로 되어 있지만,

그건 지형도에 둔철산으로 나와 있는 811.7m봉의 높이이며,

실제로 둔철산 정상인 이곳의 높이는 823.2m가 맞지 않을는지?     

 

 둔철산 삼각점(산청 24)

 


둔철산에서 바라본 둔철산 헬기장과 811.7m봉

 


둔철산 헬기장 뒤엔 율곡사의 전설을 간직한 새신바위가 보이고

 


뚜렷이 들어오는 정수산과는 달리 희미하게 윤곽만 그리는 황매산

 


산청읍 뒤로 왕산과 필봉산이 들어오긴 하지만,

그다지 선명하지 못해 좀은 아쉽기도  

 

769m봉 뒤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달뜨기능선과 웅석봉

 


 

 


다시 돌아온 815m봉,

금정폭포와 심거마을주차장 쪽으로(13:13)  

 

단성중학교산악회에서 세운 정상석이 또 하나 있지만,

둔철산 정상도 아니요 811.7m도 아닌 이름 없는 봉우리일 뿐인데,

부봉이라고도 부르는 여기다 왜 정상석을 또 세워 헷갈리게 하는지?(13:16 - 13:20, 805m) 

 

경호강 너머 달뜨기능선과 웅석봉 및 남강 지리태극이 지나는 791m봉

 


 

 


부봉에서 금정폭포로 내려서는 길이 있지만,

금정폭포는 아까 들렀기에 주차장 4.4km를 가리키는 시루봉 쪽으로

 

비스듬한 바위지대를 내려서고(13:28)

 


얹힌바위와 웅석봉을 한꺼번에 잡아보고(13:31)

 


커다란 바위가 차곡차곡 포개져 있어 시루봉이라 하는 걸까,

큰 바위에다 작은 돌을 정성스레 쌓은 곳도 있는데,

빨치산들이 토벌대에 맞서 망루와 참호로 활용했다던가?(13:36 - 13:50, 700m)    

 

시루봉에선 같은 둔철산 줄기인 대성산이 아주 가깝고


 

양천강 너머엔 집현산이 희미하게 들어오고

 


광제산은 보이는 둥 마는 둥이지만,

월명산과 백마산은 그런대로 알아볼 순 있고

 

돌아보자 815m봉이 잘 가란 인사이고

 


가야 할 684m봉과 투구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그 뒤엔 석대산 수리봉과 달뜨기능선이 윤곽을 그리고

 

 

 


돌아본 시루봉

 


 


 

무덤옆 정상 2km전이라는 둔철 4지점 안부 사거리,

바로는 투구봉(578m)을 지나 심거마을 원점산행 또는 홍화원휴게소로 이어지지만,

  바닥이 난 물로는 무리라는 생각에서 여기서 그만 내려가기로 하는데,

가까운 곳에 샘이 있는 걸 알기에 이제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14:08 - 14:11)

 

 


 

 



 


 

 

 


무덤을 지나자마자 깊은 산골 옹달샘이란 표지판이 반기고,

10m 정도 들어가자 파이프에서 졸졸졸 물이 흘러내리는데,

이거야 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실컷 마시고 물통도 채우고선 얼굴을 씻고 머리에도 끼얹는데,

온몸을 얼마나 달궜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게 아닌가?(14:15 - 14:30)   

 

 

 


오르면서 만난 삼거리를 내려가면서 다시 만나는데,

심거마을이 그다지 멀지 아니하니 거의 끝나 가는 느낌인가?(14:45)  

 

밤나무단지를 빠져나가고(14:53)

 


아까 그 자리에서 날 반기는 웅석봉

 


심거마을주차장(15:05)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가,

심거마을 표지석 부근에서 한여름의 둔철산 산행을 마무리하는데,

미치지 않고선 미치지 못한다( 不狂不及)라고 했던가?

비록 길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뙤약볕과의 한판 승부에서 밀리지 않았단 뿌듯함으로 차에 오른다.

그리곤 떠난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진주로(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