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태극(관련) 산행기

악조건 속에서도 어렵사리 이은 남강 지리태극

큰집사람 2013. 6. 3. 21:29

 

 

 

* 날    짜 : 2013년 5월 31일 - 6월 2일(금 - 일)

* 날    씨 : 대체로 구름 많고 흐림

* 산 행 지 : 왕봉산 - 웅석봉 - 밤머리재 - 천왕봉 - 성삼재 - 구인월마을회관

* 산행거리 : 95.5km

* 산행시간 : 44시간 50분(운행시간 32시간 53분 + 휴식시간 11시간 57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6명(반달곰, 산사나이, 광풍, 에너자이저, 정천, 선함)

 

  

 

 

 

 

* 남강 지리태극 종주란?

 

우리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서도

가장 근간이 되는 산줄기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

라는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의 원리에 입각하여,

서북쪽으로 가장 길게 뻗은 산줄기는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 람천으로 스러지고,

동남쪽으로는 웅석봉을 포함하는 여부에 따라 산줄기가 갈리는데,

웅석봉을 포함하면 산청군 단성면 소남리 왕봉산 아래 남강(경호강)에 잠기고,

웅석봉을 포함하지 않으면 사천시 곤명면 금성리 진양호에서 사그라진다.

하지만 400m쯤 벗어난 웅석봉을 굳이 외면할 까닭이 없기에,

남강은 물론 덕산과 진양호까지 모든 지리태극은 웅석봉을 거쳐가는 것이며,   

람천의 구인월교에서 천왕봉을 거쳐 웅석봉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끝나는 곳이 남강(경호강)이기에 남강 지리태극능선이라 하고,

95.5km에 이르는 이 산줄기를 쭉 이어가는 걸

남강 지리태극 종주라고 부른다.

 

 

 

 

 

* 지리태극 종주!

그 짜릿한 맛을 딱 한 번(2009.9.25 - 9.27) 보긴 했지만,

나도 남들처럼 축복 속에서 다시 한 번 그 맛을 보고 싶었다.

태달사 회원이 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던 신출내기 시절, 당시 집행부의 뜻과는 달리 내가

산행대장이 되어 셋이서 덕산 지리태극을 감행했었다.

공식적인 행사가 아니다보니 지원이 있을 리 없었다.

지원은 커녕 주동자인 나에게 돌아온 건 활동정지회원이란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감투였다.

온갖 꼬투리를 다 잡아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다.

맞지도 않은 감투를 쓰고 버티는 것도 고역인지라, 결국은 태달사를 떠나는 자진 탈퇴의 길을

밟고 말았다.

어쩌면 마음은 그대로 두고 몸만 빠져나왔다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자마자 다시 가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는데, 그해 가을 태달사의

공식적인 지리태극은 끝내 무산되고 말았다.

그때 억지로라도 무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태극종주와의 인연은 영영 닿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고서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태극종주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선뜻

나서질 못한 채 남의 산행기로 대리만족하곤 했다.

올해가 아니면 더욱 어려울 것 같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선 5월 그 어느 날을 기다렸다.

그러다 5월 초 있은 왕봉산에서 밤머리재까지 남달사 답사산행, 내가 산행대장으로 초청되어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이어서 기다리던 공지가 떴다.

꿈만 같은 태극종주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게다가 남강 지리태극의 들머리가 아무래도 아니다 싶어 찜찜하였는데, 날을 잡아 왕봉산 주변을

샅샅이 훑어 진짜배기 들머리를 찾아내는 성과도 올렸다.

이제 검푸른 남강의 물에 손을 담그고, 머나먼 길을 떠나기만 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어쩌나?

D - day 하루 전날 오후,

피치 못할 사정으로 태극종주가 취소되었다는 공지가 뜨고 만 것이다.

아쉬운 마음에 사무국장께 전화를 해보지만,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그 허탈함이란?

이미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함께 가는 게 어렵다면 나 홀로라도 간다!

혼자가 아니라면 더욱 좋지만, 어떻게든 이번엔 꼭 하고 싶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몇 번 두드리자 마침내 열리는 문이 있었다.

남달사의 빗장이 열리면서 함께할 동지가 생긴 것이다.

D - day는 5월의 마지막 날이요, 일행은 나까지 모두 여섯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와 소남리를 가르는 새들교 부근에서 여섯의 태극전사들이 파이팅을

외치고선 도평제방을 지나 남강과 맞닿은 태극바위로 간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검푸른 물에다 손을 담그며, 반드시 끝까지 가리라 마음을 다잡고선

왕봉산으로 오른다.

무려 95.5km에 이르는 머나먼 길이다.

왕봉산에서 지리산 산신령께 무탈종주를 기원하는 잔을 올리고선 본격적인 남강

지리태극 종주에 들어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과는 달리 마음은 밝고 기분이 좋아 약간의 흥분감마저 든다.

이 나이에 대낮에 웬 흥분감?! ㅎㅎ

국도 20호선이 지나는 살고개를 건너고 망해봉 오름길도 거칠 것이 없다.

글자 그대로 산뜻한 출발이다.

이대로만 간다면 남강 지리태극은 이미 손에 넣은 거나 다름없단 건방진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지리산 산신령이 노했을까?

315.2m봉을 내려가 석대마을을 벗어나는 석대배수지에 이르자 갑자기 속이 좋지 않단 느낌이

든다.

점심은 석대산에서 먹기로 하고 바로 위 석대기도터에서 쉬면서 가져간 곶감을 나눠 먹으며

계곡물로 얼굴을 씻고선 송곳바위(석대바위)로 오른다.

꽤나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그만 풀썩 주저앉고 만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면서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를 버티지 못한 것이다.

이럴 수가!?

별스레 든 것도 없어 무겁지도 않은데?

석대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으니, 일행을 먼저 보내고선 쉬엄쉬엄 오른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석대산에서도 맛깔난 반찬이건만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그래도 먹어야만 하기에 물에 말아 억지로 넘기고선 길을 나선다.

 

간혹 가다 트림이 나긴 해도 어쩌면 몸 상태가 좀은 나아진 것도 같다.

하지만 지방도 1001호선이 지나는 한재로 내려서서 포장임도를 건너 791m봉으로 오르자

또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눈이 풀려 초점이 잡히질 않고, 다리가 휘청거려 걸음을 제대로 뗄 수가 없다.

몇 걸음 가다 주저앉고 또 몇 걸음 가다 주저앉고를 되풀이하면서 힘겹게 오른다.

할 수 없이 먼저 가라며 길을 비켜준다.

나선 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산행대장이란 감투가 날아가는 순간이다.

가느냐 마느냐 하는데, 그까짓 감투가 문제인가?

힘겹게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웅석봉 하부헬기장으로 내려가자,

먼저 간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음속으로 갈등이 생긴다.

몸으로 봐선 어천마을로 내려가는 게 맞지만,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싶어 그러고 싶진 않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다시?

이왕 나선 거 끝까지 가는 거다.

민폐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트림은 자주 나오지만, 어쩐 일인지 토하진 않는다.

쉬는 동안 몸이 좀 추슬러진 건지 웅석봉 오름길이 그다지 힘들진 않다.

조금 처지긴 했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게 웅석봉으로 올랐다.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이 어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안 그래도 내 꼭 그리로 간다.

암만,

가고 말고!

 

웅석봉 헬기장 아래 샘에서 실컷 마시고 머리에도 끼얹는다.

정신이 좀 드는 것 같고 다리에도 힘이 실리는 느낌이다.

웅석봉 헬기장 이정표는 샘 50m를 가리키지만, 거의 100m에 가까운 거리이다.

밭등 삼거리를 지나고, 선녀탕 갈림길인 왕재도 지난다.

다리에 힘이 돌아왔으니 웬만한 오르내림이야 거칠 것도 없다.

밤머리재로 내려가자 남달사 회원 두 분이 기다린다.

저녁거리를 가져온 고마운 분들이다.

하지만 맥주는 술술 넘어가는데, 밥은 모래알을 씹 듯 입안에서 맴돌며 넘어가질 않는다.

깨작깨작 억지로 넘기건만, 무슨 맛으로 먹는지도 모를 정도이다.

왜 이러는 걸까?

 

밤머리재에서 그나마 기력을 보충해서인지, 도토리봉은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올랐다.

도토리봉에서 얼마 내려가지 않았는데,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며 또 주저앉고 만다.

이거야 정말?

여태껏 산행을 참 많이도 했지만, 다리에 쥐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잘 따라오다 보이질 않자 앞에서 날 부른다.

절뚝거리며 일어나 뒤를 따른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할 뿐, 갈수록 본격적으로 쥐가 나면서 골탕을 먹인다.

오른쪽 종아리에도 쥐가 나더니, 왼쪽 허벅지와 오른쪽 허벅지에도 쥐가 나는 등

돌아가며 애를 먹인다.

어떤 때는 두 군데서 같이 쥐가 나기도 한다.

위에선 트림이요 아래선 쥐가 나니, 도대체 난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이를 악물고 걸음을 옮기자, 쥐란 놈도 겁이나 도망을 가는 모양이다.

그처럼 잦던 쥐가 차츰 잦아드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미치지 않고선 그럴 순 없었을 것이다.

 

동왕등재에서 왕등재습지가 그렇게 먼 줄 몰랐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몸이 힘드니 더욱 그런가 보다.

왕등재습지에서 푹 좀 앉아 쉰다.

난 산행을 하면서 밥 먹을 때 말곤, 좀체 앉아서 쉬지 않는 체질이다.

그냥 선 채로 쉴 때가 더 많은 편이다.

남자는 서야 대접을 받느니 어쩌니 하면서.

그렇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앉는 게 문제가 아니라 드러눕고 쉽지만 억지로 참는다.

외고개를 지나 새재까진 비교적 수월한 길이 이어진다.

아직도 트림은 계속 나지만, 그나마 쥐는 잦아들어 다행이다.

새재에서 새봉 너럭바위까진 끊임없는 오르막이지만, 다리가 말썽을 안 부리니 별스레

문제가 되진 않는다.

 

형제바위라고도 부르는 부부바위와 독바위를 지나 청이당고개로 내려선다.

산꾼들의 오아시스 노릇을 하는 청이당고개, 비가 온 지 얼마 안 돼 물이 철철 흐른다.

청이당에서 야식을 먹는다.

라면을 끓인 데다 밥을 넣었으니, 그야말로 뒤죽박죽이 된 셈이다.

개죽 또는 꿀꿀이죽이라 일컫는 것이다.

남들은 잘도 먹는데, 난 아직도 입맛이 돌아오질 않아 깨작거린다.

점심은 벽소령에서나 먹을 수 있다는데, 안 먹을 수도 없지만 좀체 넘어가질 않는다.

국골 사거리로 올라서기에 앞서 날이 샌다.

동녘 하늘엔 구름이 벌겋게 물들어 있다.

해맞이를 할 수 없음이 아쉽긴 하지만, 온다던 비가 안 오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다리에 힘은 돌아왔지만, 아직도 트림이 나오면서 애를 먹인다.

 

한때 두류봉이란 정상석이 있던 봉우리,

그  바로 밑에서 손가락을 넣어 억지로 토해버리고 만다.

아마도 청이당에서 먹은 게 모두 밖으로 나왔을 것이다.

이후 서서히 배가 고프다는 걸 느끼게 되니, 어느 정도 몸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도 같다.

이제 앞장은 아니더라도 처지진 않으리란 자신감도 생긴다.

오히려 내가 살살 살아나는 것과 때를 맞추어, 무릎이 안 좋다던 정천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인다.

나 또한 오른쪽 무릎 때문에 고생이지만, 아직까진 별다른 말썽을 안 부리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중봉 오름길도 그다지 힘들 것도 없이 오른다.

 

중봉에선 천왕봉이 바로 코앞이다.

저 멀리 서북능선 끝자락의 덕두봉도 보인다.

마음을 다잡는다.

내 기어이 거기까지 가고 말리라.

기다려라 덕두봉아!

중봉을 뒤로하고 천왕봉으로 떠나는데, 무릎이 좋지 않은 정천이 제 걱정은 하지 말고 먼저

가란다.

자긴 스스로 알아서 간다면서.

몇 달 동안 병원 신세를 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그 집념과 끈기,

어쩌면 나보다 더한 고통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끝까지 가야지!

 

천왕봉으로 오른다.

올핸 두 번째인 것 같다.

가까이 두고서도 요즘 들어 어쩐지 발길이 뜸한 편이다.

등산로가 거의 다 돌길인지라, 일부러 안 간다는 게 맞을 것도 같다.

천왕봉만을 목표로 하고 간 건,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오늘처럼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장터목대피소에서 파는 황도 통조림으로 아침을 때운다.

달고 맛도 있어 잘도 넘어간다.

허전해진 배도 좀은 든든해진 느낌이다.

막 떠나려 할 즈음, 무릎이 아프다던 정천이 내려온다.

황도 통조림을 건네고선, 우린 먼저 길을 나선다.

이게 정천과는 마지막 이별인 셈이다.

 

촛대봉을 넘어 세석대피소는 그냥 지나친다.

아무런 볼일도 없는데, 기운을 빼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영신봉을 내려가 선비샘에서 목을 축인다.

선비샘의 물도 제법 많이 나온다.

더러는 발도 씻고 하지만, 난 얼굴만 씻고선 벽소령으로 떠난다.

선비샘에서 깜빡 잊고서 수건을 두고 와, 그걸 갖고 오느라 되돌아서는 멍청한 짓도 하면서

말이다.

덕평봉을 휘돌아 벽소령으로 내려가는데, 낯익은 태달사 회원들이 아는 체를 하며 응원을 한다.

날 맞으러 나온 건 아니지만,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이랄까?

어쨌거나 기분은 좋고 힘이 나는 건 사실이니, 이거야 정말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까?

 

벽소령대피소로 내려가자, 남달사에서 나온 지원부대가 반색을 한다.

맥주를 한 모금 하고선 햇반에 젓가락을 갖다 대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고 입안에서

뱅뱅 돈다.

돼지고기 주물럭도 마찬가지이다.

많이 먹고선 힘을 내라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또 물에다 말아 조금씩이나마 억지로 떠넘긴다.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웃고는 있지만, 웃어도 웃는 게 아닌 것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건가?

식수로 발을 헹구고 양말을 갈아 신는데, 발에 물을 붓자 발바닥에서 김이 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주인을 잘 만난 건지, 잘못 만난 건지?

이 또한 운명이요 팔자인데 난들 어쩌겠나?

 

부자바위를 지나 삼각고지로 오르자, 까딱하면 연하천에서 시간제한에 걸릴 것도 같다.

연하천에선 오후 3시로 알고 있는데, 거의 그 시간이 다 되어 가는 것이다.

그야말로 기를 쓰고 오른다.

아직도 트림은 간간이 나오지만, 다리에 힘이 실리니 처지진 않는다.

하지만 10분 남짓 시간을 넘기고서야 연하천에 다다르는데,

다행히 아직 문이 잠기진 않았다.

그런데 통제시간이 오후 3시 아닌 2시로 되어 있는 게 아닌가?.

서둘러 목만 축이고선 후다닥 달아나다.

이제부턴 거칠 것이 없으니, 더러는 쉬기도 하면서 여유를 부린다.

 

토끼봉을 지나 화개재로 내려선다.

삼도봉 오름길의 551계단이 기다리고 있지만, 조금 쉬고 오르자 별스레 힘든 줄을 모른다.

지리산 산신령의 노여움이 남았다면 여기서 발목을 잡았겠지만, 순순히 올려 보내는 걸 보니

이제 완전히 풀린 것 같다.

삼도봉을 지나 임걸령으로 내려선다.

언제라도 그러하듯이 샘에선 물이 펑펑 쏟아진다.

둘은 발을 씻고 간다 하고, 둘은 성삼재에서 씻는다고 하면서 그냥 간다.

어쩔까 망설이다 나도 그 뒤를 따른다.

마음 같아선 발을 푹 담그고 싶지만, 한편으론 지원부대가 기다리고 있을 성삼재로 빨리 가고

싶었다.

슬슬 배가 고파지는 것이다.

벽소령에서 안 넘어가더라도 좀 더 먹을 걸,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는 걸?

 

돼지평전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곧 노고단고개가 나올 것 같으면서도, 가고 또 가도 그놈의 돌탑은 보이질 않는다.

먼저 간 둘은 보였다 말았다 하며 숨바꼭질을 한다.

끝이 없는 길은 없는 법, 마침내 노고단고개로 올라선다.

바로 위에서 노고할미가 손짓을 하지만, 오늘은 그럴 형편이 아니라며 완곡히 거절한다.

이미 문도 닫혔거니와, 노고할미가 아니라 아가씨라도 어쩔 수가 없다.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성삼재로 내려간다.

오늘따라 이 길 또한 멀기만 하다.

이제나 저제나 하며 눈을 부라리지만, 어디로 이사를 갔는지 좀체 성삼재는 나타나질 않는다.

 

땅거미가 지고서야 다다른 성삼재,

남달사의 지원부대가 어김없이 기다리고 있다.

모두가 아는 반가운 얼굴들이지만, 지금의 나로선 누군들 반갑지 아니하랴?

아니 반갑다기보다는 구세주라고 함이 옳을 것이다.

맥주 한 캔을 단숨에 들이킨다.

이건 언제고 어디서나 왜 이다지도 술술 잘도 넘어 가는지?

하지만 밥맛 아니 입맛은 없다.

아직도 트림을 하는데다 입맛도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참말로 끝까지 왜 이러는 걸까?

지원은 여기가 끝이라고 하니 어쨌든 먹어야 하는데,

입안에서 뱅뱅 맴돌기만 할 뿐 좀체 넘어가질 않는다.

 

성삼재를 뒤로하고 작은고리봉으로 오른다.

마지막 구간인 서북능선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처음부터 내달리다시피 빠른 속도로 가풀막을 치오른다.

난 맨 나중에 서서 그들을 따르는데, 힘이 들긴 해도 처지진 않는다.

한바탕 땀을 쏟아내고서야 올라선 작은고리봉,

어둠 속에서도 날 반가이 맞으며 친한 척을 한다.

아마도 열 번 가까이는 만났을 것이다.

묘봉치에서 숨을 고르지만, 만복대 오름길이 그냥 둘 리 없다.

쌕쌕거리며 만복대로 올라간다.

서북능선에서 가장 높은 만복대!

커다란 돌탑 하나가 날 반기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라 좀은 아쉽다.

하긴 제 아무리 높다 한들, 어둠 앞에선 무슨 소용이 있으랴?

정령치로 내려가는 길도 결코 만만하거나 호락호락하지 않고 제값을 다 받는다.

거친 돌길이 이어지는가 하면, 2km라는 길이 왜 이리도 멀기만 한지?

정령치에서 빵으로 야식을 대신하면서, 그새 떨어진 기력을 채워 넣는다.

팥이 들어 달달해서 그런지 밥과는 달리 비교적 수월하게 넘어간다.

 

고리봉에서 세걸산에 이르는 지루한 구간,

서북능선에서 가장 험난한 고난의 길일 것이다.

마치 낙타등이나 되는 것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투박한 바위지대,

오죽하면 서북능선의 공룡능선이란 말이 다 나왔을까?

한바탕 땀을 흠씬 쏟고서야 올라선 세걸산,

이제부터 그다지 힘든 곳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크고 작은 오르내림이야 왜 없겠냐마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 이어지는 것이다.

좌우 엄지 발바닥에선 불이 나는 듯 화끈거린다.

물집은 잡히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짓눌려 단단하게 알이 박혔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말이다.

세동치로 내려섰다 고만고만한 봉우리 몇몇을 넘어 또 부운치로 내려서고,

헬기장이 자리 잡은 1122.8m봉으로 올라서자 바래봉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머나먼 남강 지리태극 종주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이다.

이미 시드럭시드럭한 철쭉 군락지와 바래봉 삼거리를 지나,

바래봉샘에서 목을 축이고 땀에 찌든 얼굴도 씻는다.

정신이 번쩍 들면서 한결 낫다는 기분이 든다.

바래봉 오름길도 그다지 힘든 줄을 모른다.

 

마침내 바래봉 정상으로 올라선다.

굳이 철쭉이 아니어도 좋다.

새하얀 눈이 없어도 좋다.

아직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 어둠조차도 바래봉이라서 좋다.

오래 머물고 싶지만, 모두 떠나고 나 홀로 남았다.

나 또한 서둘러 바래봉을 뒤로하고, 마지막 남은 덕두봉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토록 까마득하던 태극 문양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무디어진 발길을 재촉하면서 이윽고 덕두봉으로 올라선다.

남강뿐만 아니라 모든 지리태극의 마지막 봉우리이다.

뭐라고 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일렁인다.

이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엄연한 현실이지만 믿기질 않으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하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다.

 

덕두봉을 뒤로하고, 구인월능선을 따라 구인월마을로 내려간다.

하산길이라지만 오르내림이 만만찮고 지루한 길인데다, 등산로를 정비한답시고 통나무를

까는 바람에 어렵사리 나아간다.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미끄럽기도 해 더욱 조심스럽다.

한참을 내려선 고무재,

왼쪽으로 꺾으면서 본격적인 구인월마을로 하산이 시작된다.

이제야 끝이라는 기분이 제대로 든다.

흥부골자연휴양림 갈림길에서 구인월마을로 내려서고, 얼마 안 가 드디어 구인월마을회관에

닿으면서 발걸음을 멈춘다.

95.5km에 이르는 남강 지리태극 종주가 완성된 것이다.

이 기쁨과 감동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으랴?

좀 처진 정천도 고리봉 부근이라니 오후쯤이면 될 것 같다.

그의 기세와 각오로 봐선 절대로 포기할 사람이 아니니까.

 

처음 지리태극을 한 지 어느새 3년 8개월이란 세월이 흘렀다.

쉰다섯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별 하나를 달고선,

육십이 다 된 노인네가 별 하나를 더 달아 두 개가 된 것이다.

이제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한 셈이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별은 커녕 그 부근에도 못 가 보고 은퇴하는 산꾼들이 대부분인데,

<하늘의 별 따기>란 그 별을 두 개씩이나 달았으니 말이다.

여기서 별이란 전과자(前科者) 아닌 장군(star)을 이르는 것임을 밝혀 둔다.

어린이나 일부 철없는 어른들이 헷갈릴까 봐.

 

또다시 태극종주에 나설지 어떨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일이다.

나서고 싶어도 계급정년에 걸려 못 나설지도 모른다.

아니 다시는 나서고 싶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별 둘로 만족하고서 말이다.

여자가 애 낳을 때의 고생과 고통을 생각하면, 

<내가 다시는 서방님과 그 짓(?)을 하나 봐라.> 한다지만,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모든 건 잊혀지게 마련이거늘,

제 스스로 서방님의 품을 파고들게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나 또한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고,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도대체 산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날 미치게 하는 걸까?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인지도 모른다.

 

  

 

 

* 산행일정

5.31.09:00         남강 태극바위

09:12 - 09:22      왕봉산(153m)

09:46               망해봉(257.8m, △ 산청 28)

09:56               새터고개(150m)

10:15 - 10:22      세양수목원 간이 건물

10:27               갈티고개(210m)

10:49               315.2m봉(산청 460)

11:11 - 11:15     석대마을공동농기계보관창고

11:30              석대배수지

11:36 - 11:45     석대기도터

12:08              송곳바위(석대바위)

12:18 - 12:51     석대산(539m)

12:55              534.5m봉(산청 316)

13:24              474m봉(암봉)

13:31             석천원 갈림길

13:50 - 14:02    석대산 수리봉(568.4m, 산청 428)

14:06                    상투봉(상투바위)

14:37 - 14:51         한재(410m)

15:37 - 15:40         작은 돌탑 셋 봉우리

15:52                    791m봉

16:04                    766m봉

16:20 - 16:32         웅석봉 하부헬기장

17:12 - 17:20        웅석봉(1099.3m, 산청 25)

17:25 - 17:36     웅석봉 헬기장

18:01              왕재(850m)

18:33              헬기장

18:40              대장마을 갈림길

18:55 - 20:05     밤머리재(570m)

20:34 - 20:40     도토리봉(908m)

21:50 - 22:00     동왕등재(깃대봉, 935.8m, 산청 311)

22:35 - 22:42      왕등재(태극바위)

23:35 - 6.1.00:05  왕등재습지(973m)

00:25 - 00:30      외고개(830m)

00:57 - 01:14      새재(930m)

01:37 - 01:45      묵은 헬기장

02:18 - 02:28      새봉 너럭바위

02:30               새봉(1315.4m)

02:49               부부바위(형제바위, 1300m)

03:03               위쑥밭재(1270m)

03:18 - 04:46      쑥밭재(청이당고개, 1230m)

05:11               국골 사거리(1490m)

05:35 - 05:43      두류봉(1618m)

06:04 - 06:07      영랑대(1746m)

06:17 - 06:22      하봉(소년대, 1755m)

06:33               하봉 헬기장

06:58 - 07:13      중봉(1874.6m)

07:35 - 07:40      천왕봉(1915.4m)

07:50               통천문(1814m)

08:05               제석봉(1808m)

08:15 - 08:47      장터목대피소(1653m)

09:00               연하봉(1721m)

09:10               화장봉(꽁초바위, 1694m)

09:45 - 10:02      촛대봉(1703.4m)

10:13               세석대피소 갈림길(1557m)

10:24               영신봉(1651.9m)

10:37 - 10:47      182개 나무계단 쉼터

11:09               칠선봉 기암(1525m)

11:20 - 11:23      칠선봉 망바위(1558m)

11:48 - 11:59      선비샘(1461m)

12:24               신벽소령(1380m)

12:41 - 13:45      벽소령대피소(1340m)

14:16               부자바위(1433m)

14:22               형제봉(1452.8m)

14:50               삼각고지(1484m)

14:53               음정 갈림길

15:03 - 15:08      연하천대피소(1440m)

15:16 - 15:26      명선봉 갈림길

16:16 - 16:26      토끼봉(1534m)

16:48 - 17:08      화개재(1316m)

17:30 - 17:33      삼도봉(1499m)

17:47               노루목(1480m)

18:08 - 18:13      임걸령(1320m)

18:21               피아골 삼거리(1336m)

18:31               돼지령(1370m)

19:09 - 19:12      노고단고개(1440m)

19:18               노고단대피소(1350m)

19:47 - 20:47      성삼재(1090m)

21:12 - 21:15      작은고리봉(1248m)

21:48 - 21:57      묘봉치(1089m)

22:45 - 22:53      만복대(1438.4m)

23:38 - 23:50      정령치(1172m)

6.2.00:10          고리봉(1304.8m, △ 운봉 25)

01:48 - 01:55      세걸산(1216m)

02:08               세동치(1107m)

02:55 - 03:00      부운치(1061m)

03:08               부운봉(1122.8m봉, 운봉 307)

03:55               바래봉 삼거리

04:00 - 04:05      바래봉샘(1100m)

04:15               바래봉(1165m)

04:47 - 04:52      덕두봉(1149.9m, △ 운봉 22)

05:31               고무재(730m)

05:50               구인월마을회관(430m)

 

  

 

 

 

 

 

 

 

 

 

 

 

 

 

 

 

 

 

 

산청 단성면 남사리와 소남리를 잇는 새들교 부근에서 머나먼 남강 지리태극종주에 나서고(08:45)

 

 

여섯의 태극전사(광풍, 정천, 에너자이저, 산사나이, 반달곰, 선함)

 

 

지방도 1047호선에서 100m 남짓이면 도평제방으로 올라서고

 

 

도평제방에 올라서서 바라본 바로 앞 왕봉산

 

 

 

 

10분이 채 되지 않아 지난 5월 11일 내가 개척한,

남강과 맞닿은 남강 지리태극의 들머리인 태극바위에 이르고(08:52)  

 

들머리를 개척할 때 달아둔 표지기가 주인을 반기고

 

 

태극바위에서 바라본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묵곡교

 

 

성철 스님 생가와 겁외사 부근을 지나는 고속국도 제35호선 

 

 

엄혜산과 검무봉

 

 

진양호 상류

 

 

 

 

남강(경호강)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기고선 왕봉산으로,

 마침내 95.5km에 이르는 머나먼 남강 지리태극종주는 시작되고(5.31.09:00)

 

첫 봉우리인 왕봉산으로 올라서고(09:12 - 09:22)

 

 

 

 

 

 

 

 

원지와 둔철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집현산과 광제산

 

 

왕봉산 정상에서 지리산 산신령께 한잔 올리고선,

왕봉산을 내려서면서 본격적인 남강 지리태극종주에 들어가고

 

지방도 1047호선이 지나는 소남고개에서 살고개로 내려가고(09:27)

 

 

 

 

국도 20호선이 지나는 살고개에서 돌아본 왕봉산(09:30)

 

 

살고개 망해봉 등산 안내도

 

 

 망해봉에 앞서 KBS단성TV방송중계소로 올라서고(09:43)

 

 

KBS단성TV방송중계소 뒤에 자리 잡은 삼각점(경남 333)

 

 

 

 

묵은 무덤이 정상에 자리한 망해봉(09:46)

 

 

 

 

망해봉 삼각점(산청 28)

 

 

 

 

중앙선 없는 1차선 포장도로가 지나는 새터고개로 내려서고(09:56)

 

 

세양수목원의 탐스럽게 익어가는 보리수 열매

 

 

세양수목원 간이 건물 앞 수도에서 목을 축이면서 물도 채우고(10:15 - 10:22)

 

 

세양수목원 정문으로 가지 않고 산줄기를 따라가고

 

 

임도가 휘어지는 곳에서 산줄기로 붙고

 

 

남의 수목원에다 누가 왜 이런 짓을?

 

 

세양수목원을 빠져나가 갈티고개를 가로지르고(10:27)

 

 

고사리밭 농장지대를 오르면서 돌아보자,

왕봉산과 망해봉 및 지나온 산줄기가 모두 들어오고(10:39)  

 

삼각점(산청 460)이 자리 잡은 315.2m봉(10:49)

 

 

315.2m봉 바로 아랜 안동 권씨(상승) 무덤이 자리 잡고 있고

 

 

315.2m봉에서 기다랗게 푹 둘러꺼진 곳으로 내려서서 올라,(10:56)

1분 남짓 뒤 바로 이어지는 산줄기에서 왼쪽으로 팍 꺾어 내려서고 

 

새로이 농장을 조성한 곳에서 비포장임도가 지나는 고갯마루를 건너 오르는데,

소를 키우는 축사에서 나오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11:03) 

 

 

 

석대마을공동농기계보관창고,

로 내려가2차선 도로를 건너 오르는데 잘 익은 오디를 따먹느라 잠깐 머무르고(11:11 - 11:15)

 

 

 

드넓은 매실농장 뒤로 356.4m봉과 함박산이 보이고

 

 

뒤에 송곳바위가 얼핏 들어오는 마지막 집 앞 갈림길,

바로 이어지는 포장임도가 아닌 오른쪽의 비포장임도로 가고(11:25)

 

금은화라고도 부른다는 인동초가 예쁜 모습을 뽐내고  

 

 

석대마을을 벗어나는 석대배수지에 이르자 배가 살살 아픈 듯한 느낌인데,

아직은 좀 가면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석대기도터로 오르고(11:30)  

 

석대배수지 이정표에서 정상은 석대산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도대체 종점은 어디란 말인가?

지나온 살고개가 아닐는지?

 

점심은 석대산에서 먹기로 하고,

석대기도터에서 내가 갖고 간 곶감을 나눠먹는데,

이리저리 돌아보자 아프던 배가 좀은 나은 것도 같고(11:36 - 11:45)  

 

 

 

 

 

 

 

 

 

송곳바위(석대바위),

어느 순간 갑자기 다리가 풀려버리는 바람에,

몇 번이나 주저앉으면서 무척 힘들게 올라서고(12:08)  

 

힘겹게 올라선 석대산,

이곳저곳 둘러보고선 점심을 먹는데,

반달곰이 싸온 도시락과 맛깔난 반찬에도 도저히 밥이 넘어가질 않아,

  할 수 없이 물에다 말이서 억지로 깨작깨작 넘기는 수밖에는,

이러다 밤머리재까지나 갈 수 있을까?(12:18 - 12:51) 

 

 

 

백운산과 화장산

 

 

당겨본 송곳바위

 

 

집현산과 광제산 앞으로 보이는 원지마을

 

 

진양기맥이 지나는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 집현산을 한꺼번에 담고

 

 

석대산 정상석과 제단은 

입석초등학교에서

각각 2007년 4월 15일과 2007년 12월 8일 세웠다고 하며,

지형도상 석대산은 삼각점이 있는 534.5m봉이고 여긴 이름조차 없는 539m봉인데,

정상석의 위치는 제대로 잡았지만 높이가 잘못 표기되어 아쉬울 따름이며,

운리마을과 개당마을(진자마을)에서 보면 투구를 닮았다 하여 투구봉이라 부르기도,

입석 3km· 중촌 3km · 문을 2.5km · 진자 2.5km · 한재 4km · 웅석봉 10km란 이정표가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라져 버려 지금은 그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고

 

지형도상 석대산,

삼각점(산청 316)이 자리 잡은 534.5m봉이고(12:55)

 

474m봉에서 바라본 석대산 수리봉(13:24)

 

 

석대산 수리봉이라 덧붙인 정상석,

본디 공터에 있던 걸 옮긴 걸로 남가람봉(700m)이라 되어 있었는데,

1993년 10월 24일 진주남가람라이온스클럽산악회에서 정상석을 세울 때,

자신들의 산악회 이름을 넣어 남가람봉이라 하지 않았을까?

그 뒤 잘못된 걸 알고 석대산 수리봉이란 제 이름을 찾아준 걸로,

신안면 외송마을에서 보면 총알처럼 생겼다 하여 탄금산이라 했다 하며,

이정표는 없지만 석대산 2.5km · 입석 5.5km · 청계산장 1.3km ·

한재 1.5km · 웅석봉 7.5km이고(13:50 - 14:02)

 

 

 

석대산 수리봉 삼각점(산청 428)

 

 

여긴 경남 339라 하고

 

 

정수산과 둔철산 사이로 꼭대기만 살짝 보이는 황매산

 

 

석대산 수리봉과 마주보며 쌍벽을 이루는 상투봉,

상투바위라 부르기도 하고(14:06) 

 

중앙선 없는 지방도 1001호선이 지나는 한재에서 목을 축이고,(14:37 - 14:51) 

간벌한 나무가 어지러히 널린 곳을 지나 포장임도로 올라서서,

20m 남짓 가다 간벌한 나무가 나뒹구는 산길로 붙어 791m봉으로 오르는데,

어느 순간 또다시 맥이 탁 풀리면서 눈은 초점이 잡히질 않고,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는 바람에 엄청스레 애를 먹게 되는 게 아닌가?(14:56)  

 

몇 걸음 가다 쉬고를 되풀이하면서 올라선 작은 돌탑 셋이 있는 봉우리,

기운을 차리고자 애를 쓰지만 몸은 돌아오지 않고 그대로이며,(15:37 - 15:40)

어천마을 갈림길이 있는 791m봉도 어렵사리 올라서고(15:52)

 

웅석봉 하부헬기장,

크지 않은 오르막일지라도 무척 힘들게 느껴지지만 ,

그나마 좀 쉬고 나자 조금은 몸이 돌아오는 것도 같은데,

웅석봉 정상까진 또 한바탕 가풀막을 치올라야 하는 걸,

참말로 초반전부터 왜 이러는 걸까?(16:20 - 16:32) 

 

 

 

 

 

 

 

웅석봉,

조금 처지긴 했지만 생각보단 수월하게 오른 것으로,

트림은 계속 나오지만 어느 정도 다리에도 힘이 붙은 느낌이라,

일단은 지원조가 기다리는 밤머리재까진 문제없을 듯?(17:12 - 17:20)  

 

 

 

 

 

웅석봉 삼각점(산청 25)

 

 

 

 

천왕봉과 중봉이 어서 오라지만,

날이 새고 내일 아침이 되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진양기맥이 지나는 황매산이 우뚝 솟았고

 

 

둔철산,

그 뒤엔 진양기맥이 지나는 산성산, 한우산, 자굴산이 병풍처럼 늘어섰고 

 

산성산에서 광제산으로 이어지는 진양기맥 산줄기,

또 월아산이 자리 잡은 진주 시내와 경호강이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웅석봉 헬기장에서 둘이서 물통을 모아 샘으로 내려가는데,

나도 물통을 맡기고선 기다리다 이건 아니다 싶어 샘으로 내려가 ,

실컷 마시고 머리에도 끼얹으며 정신을 차리고자 애를 쓰는데,

이정표는 50m라지만 거의 100m나 되는 거리이고(17:25 - 17:36)

 

 

 

웅석봉샘

 

 

밭등 삼거리,

달뜨기능선이 나뉘는 곳이기도 하고

 

왕재,

선녀탕 갈림길이고(18:01) 

 

 

 

헬기장,

웅석봉 6지점이고(18:33) 

 

대장마을 갈림길(18:40)

 

 

나무받침계단이 깔린 쏟아지는 듯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밤머리재,

남달사 지원조가 기다리는 곳이기도 한데,

밤머리재는 산청군 금서면과 삼장면을 잇는 국도 59선이 지나며,

지리산 태극종주를 하는 산꾼들의 보급소 노릇을 하고(18:55 - 20:05) 

 

 

 

 

 

 

 

 

 

1079m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입안에서 뱅뱅 돌며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조금 넘기고선,

동부능선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흔적을 남기고   

 

밥 먹은 뒤라 좀은 씩씩거리긴 했지만,

그다지 어렵게 않게 도토리봉으로 올라서자,

몸이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는가 싶었는데,

그게 아님을 깨닫는데는 오랜 시간이 아닌,

곧 더 큰 고통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20:34 - 20:40) 

 

도토리봉을 내려서자마자 이럴 수가?

왼쪽 종아리에 쥐가 나면서 그만 주저앉고 마는데,

잘 따라오던 내가 보이지 않자 어쩐 일인가 싶어 부르기에,

조금 주무르고선 억지로 걸음을 옮기지만,

그 뒤에도 좌우 종아리는 말할 것도 없고,

좌우 허벅지까지 돌아가며 쥐가 나면서 애를 먹이는데,

어떨 땐 두 군데서 동시에 쥐가 나기도 하니,

이거야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새재까지 가서야 나도 모르게 사라지긴 했지만

 

어렵사리 올라선 동왕등재(깃대봉),

깨진 삼각점(산청 311)이 자리 잡고 있으며,

다리를 주무르면서 기력을 회복하고자 안간힘을 쓰기도 하는데,

이러다 영영 돌아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일이요 낭패가 아닐 수가?(21:50 - 22:00)  

 

동왕등재 삼각점(산청 311)

 

 

왕등재 사거리,

태극바위 부근에서 숨을 고르는데,

힘이 부쳐서인지 오늘따라 왕등재습지는 멀게만 느껴지고(22:35 - 22:42) 

 

한동안 오르락내리락하다 내려선 왕등재습지,

물을 채우고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하면서 한참을 머무르는데,

쉬는 사이 날짜가 바뀌면서 5월 31일에서 6월 1일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5.31.23:35 - 6.1.00:05) 

 

 

 

비교적 수월하게 외고개를 지나고,(00:25 - 00:30)

외고개에서도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산줄기를 따라 새재로 내려서는데,

이곳저곳 돌아가며 애를 먹이던 쥐란 놈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버려 다행이며,

새봉 너럭바위까진 쭉 가풀막이기에 간식을 먹으면서 힘을 돋우고 가고(00:57 - 01:14)  

 

아직도 트림은 계속 나오지만,

다리에 힘이 실리니 그나마 다행인 가운데,

그전엔 헬기장이던 자그마한 공터에서 숨을 고르고(01:37 - 01:45)

 

새봉 너럭바위,

더러는 바위를 타기도 때론 바위를 돌기도 가면서,

한바탕 된비알을 치며 땀을 쏟고서야 너럭바위로 올라서는데,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결에 땀을 말리면서 숨을 고르고(02:18 - 02:28)  

 

 

 

 

 

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형제바위라고도 부르는 부부바위,

이어서 이웃사촌인 산청 독바위를 지나고(02:49)  

 

지리태극 산꾼들에겐 오아시스 노릇을 하는 청이당,

라면과 밥을 섞어 끓인 개죽 또는 꿀꿀이죽으로 야식을 먹는데,

아직도 속이 편치 않은지 제대로 넘어가지 않아 죽을 맛이니,

남달사에서 묻어 둔 맥주와 콜라를 꺼내 텅 빈 속을 채우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03:18 - 04:46)

 

국골 사거리,

배를 좀 채우고 오르자 국골 사거리 조금 못 미처 날이 새는데,

동녘 하늘이 좀 벌겋긴 해도 구름이 잔뜩 덮어 해맞이는 이미 틀렸지만,

 온다던 비가 안 오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으며,

국골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팍 꺾어 오르고(05:18)

 

 

 

두류봉,

차츰 회복되는 다리와는 달리 좀체 그치지 않는 트림으로 애를 먹다가,

목구멍에다 손가락을 밀어넣어 억지로 토하고서 올라서는데,

2009년 9월 26일 덕산 지리태극 종주를 할 때는, 

함양군에서 세운 두류봉(1618m)이란 정상석이 있어 놀라게 하더니,

언제 누가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새 없애버려 아쉽기도 하고(05:35 - 05:43)    

 

두류봉에서 바라본 반야봉과 만복대

 

 

반야봉과 만복대를 확 당겨보고

 

 

초암능선 정상부인 영랑대

 

 

언젠간 가야 할 지리산 서북능선

 

 

바로 아래 국골과 창암산 그 너머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무덤에 이르러 앞장선 나만 영랑대로 오르고,

나머지 일행들은 영랑대를 왼쪽으로 돌아가지만,

영랑대를 지나자마자 다시 만나게 되는 걸.(05:58)

 

영랑대,

초암능선 정상인 영랑대에선 반야봉과 만복대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아직도 까마득히 멀기만 해 언제 저길 갈까 하는 생각이 다 들고(06:04 - 06:07)

 

반야봉과 서북능선

 

 

 

 

영랑대 아래 초암능선 갈림길 삼거리로 내려서서 하봉으로 오르고

 

 

하봉,

살짝 비켜 있지만 일부러 올라,

산사나이 남달사 지부장과 함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중봉과 천왕봉과 제석봉 아래 사태지역이 안타깝기만 하고(06:17 - 06:22)  

 

반야봉과 만복대

 

 

한눈에 들어오는 서북능선

 

 

 

 

 

 

하봉 헬기장,

하봉샘 및 치밭목대피소 갈림길이고(06:33) 

 

하봉 헬기장 부근의 기묘한 바위,

아이를 안은 여인의 모습과 비슷하여 모자바위라고도 부른다던가?  

 

(06:50)

 

 

 

 

마침내 중봉으로 올라서면서 동부능선을 빠져나가는데,

이제부턴 정규 탐방로를 따라 지리 주릉으로 가면 되는 게 아니던가?(06:58 - 07:13) 

 

 

 

 

 

 

 

 

 

 

 

중봉에서 천왕봉은 손을 내밀면 닿을 듯이 가까운데,

무릎이 안 좋은 정천은 제 스스로 알아서 간다며 우릴 먼저 가라는데,

몇 달 동안 입원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끝까지 가겠다는 굳은 의지로 봐선,

시간과 고생이 문제이지 끝까지 가는 건 틀림없지 않을는지?  

 

자굴산을 중심으로 한 진양기맥 산줄기와 그 앞 웅석봉  

 

 

저 멀리 아스라히 들어오는 와룡산

 

 

구름에 거의 잠긴 와룡산과 금오산

 

 

내가 끝까지 갈 수 있었던 건 에너자이저의 공이 가장 큰데,

다시 한 번 고맙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참꼬막은 밤머리재에서 천왕봉까지 우정산행을 하고선 중산리로 내려가,

택시를 타고 밤머리재에 세워둔 차를 회수한다니 참으로 대단한 성의가 아닐 수 없고

(반달곰, 정천, 에너자이저, 참꼬막, 산사나이, 선함)    

 

지리산 천왕봉,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기에,

개인사진은 포기하고 단체사진만 찍고선 천왕봉을 뒤로하고(07:35 - 07:40)     

  

 

 

통천문(07:50)

 

 

 

 

제석봉(08:05)

 

 

 

 

장터목대피소,

매점에서 황도 통조림을 사서 아침을 대신하고자 하지만,

직원이 매점을 비우는 바람에 한참 동안 기다리고서야 겨우 사 먹는데,

입안에서 뱅뱅 돌던 밥과는 달리 달달해서 그런지 잘도 넘어가며,

한 통을 다 비우고나자 좀은 든든한 느낌까지 들기도 하는데,

점심은 벽소령에서 남달사 지원부대가 준비한다니까,

거기까지 가는데는 별 이상이 없지 않을까? (08:15 - 08:47)

 

 

 

바로 위에선 일출봉이 내려다보고

 

 

장터목대피소에서 바라본 반야봉

 

 

아직도 까마득한 서북능선

 

 

주산 왼쪽 뒤로 보이는 와룡산

 

 

주산 오른쪽 뒤로 보이는 금오산

 

 

금대산과 삼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창암산과 삼정산

 

 

장터목대피소에서 황도 통조림으로 아침을 대신하고선 일어나려는데,

그제서야 정천이 내려와 인사를 나누고선 그는 남고 우린 떠나고 

 

연하봉(09:00)

 

 

연하봉에서 바라본 화장봉

 

 

화장봉에서 돌아본 연하봉과 천왕봉(09:10)

 

 

촛대봉에서 숨을 고르면서 이곳저곳 눈요기도 하고(09:45 - 10:02)

 

 

 

 

촛대봉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능선과 서북능선

 

 

 

 

 

 

 세석갈림길,

아무런 볼일도 없는 세석대피소는 그냥 지나치고(10:13) 

 

 

 

세석대피소 헬기장,

백두대간에서 낙남정맥이 분기하는 영신봉이 보이고

 

 

 

영신봉 이정표(10:24)

 

 

영신봉과 칠선봉 사이의 182개 나무계단 쉼터에서 쉬어 가고(10:37 - 10:47)

 

 

 천왕봉과 연하봉 사이로 장터목대피소가 보이고

 

 

 

 

 

 

조망이 활짝 열리는 칠선봉 망바위,

숨을 고르면서 이곳저곳 구경도 하고 가고(11:20 - 11:23)

 

 

 

 

 

 

 

선비샘,

실컷 마시고 채우고선 벽소령으로 가는데,

발을 씻는 일행도 있지만 번거롭단 생각에 난 그냥 가기로 하고(11:48 - 11:59) 

 

 선비샘의 유래를 아시나요?

옛날 덕평골에 화전민 이씨라는 노인이 살았다.

노인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서,

죽어서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

자식들에게 자신의 묘를 상덕평의 샘터 위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효성스러운 자식들은 그의 주검을 샘터 위에 묻었고,

그로부터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서 무덤으로 절을 하는 형상이 되어,

죽어서 남들로부터 존경 아닌 존경을 받게된 것이다.

  

 

 

 

 

바람소리를 비롯한 지원조가 기다리는 벽소령대피소,

햇반에다 돼지고기 주물럭을 곁들인 맛깔난 반찬인데도,

이것 또한 입안에서 맴돌 뿐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 걸,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자는 걸까?

할 수 없이 햇반을 물에다 말아 억지로 떠넘기고,

그나마 술술 잘도 넘어가는 맥주를 마시며 배를 채우니 좀 낫다고나?(12:41 - 13:45)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

 

 

편하게 드러누운 에너자이저가 부럽기도 한데,

나도 눕고 싶지만 일어나기 싫을까 봐 참고선,

양말을 갈아 신으면서 발을 식히고자 물을 들이붓는데,

발바닥에 얼마나 열이 났으면 김이 나는 느낌이 다 드는 게 아닌가?

 

벽소령대피소에서 고팠던 배를 어느 정도 채우고선,

부자바위를 지나 형제봉과 삼각고지로 올라가는데,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에 관한 전설,

함양군 마천면 하정마을에 인걸이란 나무꾼이 홀어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장면을 엿보게 되자,

인걸은 선녀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선녀의 옷을 몰래 숨겨 놓았다는 걸,

결국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 아미(阿美)는 인걸(仁乞)과 결혼하게 되었고,

인걸과 아미는 삼남매(1남 2녀)를 낳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만,

이에 안심한 인걸이 그 일을 털어놓으며 아미에게 선녀의 옷을 입혔더니,

아미가 지아비와 아이들을 버리고 훌쩍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나?

그렇게 떠난 아미를 인걸과 삼남매가 날마다 지리산으로 올라가서,

하늘을 보며 돌아오지 않는 아내와 어미를 기다리다 지쳐 그만 죽고 말았으니,

후세 사람들은 인걸과 삼남매가 바위로 굳어졌다 하여 부자바위라 부른다는데,

하정마을 쪽에서 보면 인걸과 삼남매가 걸어가는 형상이라나?(14:16)

 

부자바위

 

 

삼각고지,

연하천대피소에서 시간제한에 걸리지 않으려고,

부자바위를 지나면서부턴 속도를 붙여 올라서고(14:50)  

 

삼각고지에서 쳐다본 명선봉

 

 

음정 갈림길,

지리 01 - 23지점이기도 하고(14:53) 

 

 

 

연하천대피소,

바쁜 듯이 닿자 우리가 알고 있던 시간보다 3분이 늦었는데,

통제시간이 오후 3시 아닌 2시라 하니 1시간이나 늦은 셈이지만,

아직은 빗장을 걸진 않아 천만다행이라고나,

선 채로 목을 축이고선 서둘러 연하천대피소를 빠져나가고(15:03 - 15:08)    

 

 

 

 

 

 

 

명선봉 갈림길 이정표,

숨을 고르면서 땀을 식히고 가고(15:16 - 15:26) 

 

토끼봉,

그놈의 트림은 지금도 나오고 있으니 도대체 언제까지 그럴 건가?(16:16 - 16:25) 

 

 

 

 

 

 

 

 

 

화개재,

간식을 나눠 먹으며 기력을 보충하는데,

삼도봉 오름길에 도사리고 있는 551계단이 좀은 두렵기도 하지만,

트림은 나오지만 다리엔 힘이 돌아왔는지라 그다지 겁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16:48 - 17:08)

 

화개재에서 돌아본 토끼봉

 

 

551개로 된 죽음의 나무계단이라지만,

별스레 힘든 줄을 모르고 비교적 수월하게 오르고   

 

삼도봉,

경상남도 · 전라남도 · 전라북도가 만나는 곳이라 하여 그렇게 부르지만,

예전엔 낫날봉 또는 날라리봉이라 했다는 걸.(17:30 - 17:33)  

 

 

 

 

 

삼도봉을 뒤로하고 노루목으로,

돼지평전에서 크지 않은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이제 성삼재까진 별스레 힘든 곳은 없다고 할 수 있고   

 

노루목 (17:47)

 

 

임걸령샘에선 물이 철철 흘러나오는데,

둘은 임걸령에서 발을 씻고 둘은 성삼재에서 씻는다면서 그냥 가는데,

 씻을까 말까 망설이다 혹시라도 처질까 싶어 나도 그 둘을 뒤쫓아가고(18:08 - 18:13)  

 

 

 

임걸령

 

 

피아골 삼거리(18:21)

 

 

돼지평전의 돼지령(18:31)

 

 

 

 

노고단고개,

돼지평전을 지나 차츰차츰 지겹다는 생각이 들 즈음 올라서자,

이제 성삼재는 거의 다 왔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도 30분이 넘도록 걸어야만 하는 걸,

2.6km 남짓 되는 거리가 남았으니까.(19:09 - 19:12)  

 

 

 

 

 

노고단고개에서 돌아본 반야봉

 

 

노고할미가 내려다보며 들렀다 가라지만,

이미 문도 닫혔거니와 그럴만한 여유는 없어 완곡히 거절할 수밖에는

 

노고단대피소(19:18)

 

 

노고단대피소 이정표

 

 

코재 아닌 지름길인 나무계단으로 내려가고(19:26)

 

 

성삼재,

지겨운 길을 따라 성삼재로 내려가자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노란비옷 남달사 사무국장을 비롯한 지원부대가 우릴 반기는데,

이제 지원은 마지막이니 이것저것 많이 먹으라고 하지만,

입안에서 뱅뱅 돌며 제대로 넘어가질 않는 걸,

 정말 왜 이러는 걸까?

이래도 되는 걸까?

끝까지 날 이다지도 괴롭힐 수 있을까?

하지만 무조건 먹어야만 갈 수 있기에,

그야말로 억지로라도 꾸역꾸역 넘길 수밖는,

입맛이 있을 리가 없으니, 

먹는다기 보다는 삼킨다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반쯤은 맥주로 배를 채웠을 것 같은데,

지긋지긋한 트림은 산행이 끝나서도 계속 나왔으니,

무슨 말을 더 하랴?(19:47 - 20:47)

 

성삼재 이정표

 

 

서북능선으로 떠나기에 앞서 흔적을 남기고

 

 

작은고리봉,

성삼재에서 기력을 보충하고선 서북능선으로 들어서서,

처음부터 내달리다시피 가풀막을 치면서 작은고리봉으로 올라서고(21:12 - 21:15) 

 

묘봉치,

헬기장에서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기도 하는데,

다리는 거의 돌아온 것 같지만 좀 뜸하긴 해도 트림은 계속 나오는 걸,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나 많이도 나오는지?(21:48 - 21:57) 

 

 

 

묘봉치 이정표

 

 

묘봉치부터 기나긴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선 만복대,

서북능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요 터줏대감이 아닌가?(22:45 - 22:53)

 

 

 

반달곰, 에너자이저, 담비, 산사나이

 

 

만복대 이정표

 

 

정령치에서 단팥빵 하나로 야식을 대신하는데,

달달해서 그런지 밥과는 달리 잘도 넘어가서 다행이라고나?(23:38 - 23:50)

 

 

 

정령치에서 고리봉 오름길에서 또 날짜가 바뀌면서 6월 1일에서 2일로 넘어가고,

한동안 된비알을 치면서 고리봉으로 올라서고(6.2.00:10)

 

고리봉에서 세걸산까진 오르락내리락하는 험한 길이 이어지는데,

밧줄지대도 더러 나와 조심스레 나아갈 수밖에 없고(01:14)

 

세걸산,

수없이 오르내리면서 한바탕 땀을 쏟고서야 올라서는데,

이제부터 서북능선은 본래의 순한 모습으로 돌아온다고나?(01:48 - 01:55)   

 

 

 

형재봉, 산사나이

 

 

세동치,

전북학생교육원 갈림길이고(02:08)  

 

부운치,

부운마을 갈림길이고(02:55 - 03:00) 

 

헬기장이 자리 잡은 1122.8m봉,

부운봉이라 부르기도 하며,

어둠 속에서 바래봉이 들어오는데,

철쭉 군락지를 지나 올라가자면 아직도 1시간은 가야 하지 않을까?(03:08)

 

거의 다 지고 없는 철쭉 군락지를 지나 바래봉 삼거리에 이르고,(03:55)

바래봉샘에서 실컷 마시고 채우고선 바래봉으로 올라가고(04:00 - 04:05)  

 

어둠이 걷히지 않은 바래봉이 우릴 맞지만,

아직은 갈 길이 남았기에 서둘러 덕두봉으로 떠나고(04:15)

 

 

 

 

 

덕두봉,

지리태극의 마지막 봉우리인 덕두봉으로 올라서자 이정표가 둘인데,

새것과 헌것의 거리가 영 맞지 않아 어리둥절하지만,

지금은 그런 데다 신경을 쓸 겨를조차 없으며,

최악의 몸으로 기어이 끝까지 잇는다는 기쁜 마음 뿐인데,

이제 구인월능선을 따라 구인월마을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닌가?(04:47 - 04:52)   

 

 

 

 

 

 

 

산사나이, 반달곰, 선함, 광풍

 

 

덕두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중봉과 천왕봉

 

 

옥계능선 갈림길,

300m쯤 내려가다 구인월능선으로 들어서는데,

바로는 흥부골자연휴양림과 옥계저수지로 이어지고(04:57) 

 

고무재,

구인월능선 곳곳엔 등산로를 정비한답시고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었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어 오히려 더욱 불편을 주는 것 같기만 한데,

구인월마을 1.1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반기는 고무재로 내려서자,

비로소 머나먼 남강 지리태극이 끝나는 느낌이 들 수밖에는,

이런 걸 가리켜 사서 하는 고생이라 하는 게 아닐는지?(05:31)      

 

흥부골자연휴양림 갈림길,

지리태극의 날머리이자 종점인 구인월마을회관으로 내려가고(05:45)  

 

 

 

 에너자이저

 

 

 광풍 

 

 

 산사나이

 

 

반달곰

 

 

 선함 

 

 

구인월마을회관,

95.5km에 이르는 머나먼 남강 지리태극 종주가 비로소 완성된 것이요,

최악의 몸을 억지로 이끌고 이룩한 값진 성과가 아닐 수 없으며,

오래도록 기억될 아니 영원히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는지도,

지금의 난 위대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지 않을까?(05:50)   

 

다섯 태극전사(산사나이, 광풍, 선함, 반달곰, 에너자이저)

 

 

 

 

 

 

진주로 돌아가는 인월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라본 덕두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