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봄 같은 겨울날 지리산 거림골과 백무동 이어가기

큰집사람 2011. 2. 13. 20:38

* 날    짜: 2011년 2월 13일(일요일)

* 날    씨: 흐린 뒤 맑음

* 산 행 지: 거림골 - 세석대피소 - 촛대봉 - 장터목대피소 - 백무동

* 산행거리: 15.5km

* 산행시간: 6시간 36분(운행시간 4시간 44분 + 휴식시간 1시간 52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69명(진주솔산악회원들과 함께)

 

 




 

진주솔산악회의 2월 정기산행이 있는 날, 여덟 명의 직장동료가 같은 버스로 산악회원과 함께

진주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을 출발합니다.

큰집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가긴 처음이니, 겁을 좀 내는 것도 같지만 우리라고 뭐 별스런 사람은

아니랍니다.

솔산악회는 그 뿌리는 비록 진주에 두고 있지만, 회원만도 3,800명이나 되는 전국적인 조직의

거대한 산악회랍니다.

1시간 남짓 만에 도착한 산청군 시천면 내대리 거림마을, 삼삼오오 패거리를 이루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차장에서 멀어집니다.

거림탐방지원센터(650m)를 지나며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는데, 잔뜩 토라진 시누이 얼굴 같은

하늘이지만 그래도 포근해서 좋습니다.

들어서자마자 거림골 지킴이 멋진 소나무가 반기고,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하니 슬슬 몸이 풀리며

이마가 따뜻해옵니다.

계곡과 건너 응달엔 눈이 좀 있지만, 가는 길과 양달엔 눈이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명색이 지리산 자락인데, 왜 이러지?

천팔교(千八橋)를 지납니다.

해발 고도가 1008m여서 천팔교라 한다는데, 이름 한번 편하게 붙였다는 생각이랍니다.

이정표는 없으나, 거림탐방지원센터와 세석대피소 중간쯤입니다.

천팔교 바로 위의 무명폭포는 아직도 한겨울입니다.

거림골 최고의 폭포이기도 한데, 언제 그랬냐는 듯 꽁꽁 얼어붙은 채 겨울잠에 빠져 있습니다.

 

이어서 북해도교(1050m, 北海島橋)를 건넙니다.

여기서부터 일본의 북해도(홋가이도)와 같이 춥고 기상환경의 변화가 많아 붙은 이름이라는데,

대한민국의 국립공원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란 생각이 갈 때마다 듭니다.

여태껏 계곡과 나란히 하던 길이, 슬슬 멀어지는가 싶더니 사면을 타며 휘어집니다.

북해도교에서부터 함께한 둥글이님이 어느 순간 떨어져나가고, 솔의 산행대장 산양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오릅니다.

오랜만에 산행을 한다는데, 그래도 잘만 갑니다.

깐돌과 받침목이 나오며 점점 가팔라지더니, 잎 떨어진 나무사이론 언뜻언뜻 들어오는

시루봉(1579m)이 올핸 꼭 들르라며 성화를 부립니다.

그래 알았다.

지리산 산신령에게서 문자가 오면 가지!

이정표(세석대피소 2.1km·거림 3.9km)가 있는 샘터에 닿습니다.

오가는 길손의 목마름을 해갈하던 샘도, 언제 깰지 모를 깊은 꿈속을 헤맵니다.

어느새 구름이 걷히고 볕이 납니다.

지계곡에 걸친 이름 없는 나무다리 두 개를 연거푸 지납니다.

청학연못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있으니, 첫 번째 다리 작고 둥그스럼한 바위와 노각나무 사이의

희미한 길로 15분이면 청학연못에 닿을 수 있습니다.

눈과 얼음으로 미끄러우니 아이젠(Eisen)을 차야 할 상황이지만, 아직은 그런대로 버틸 만하다며

세석대피소까진 그냥 가기로 합니다.

 

얼마 안 가 세석교(細石橋)를 지나니, 북해도교에서 거림 옛길을 따르면 이곳에서 만납니다.

눈은 더욱 많아지고 얼음도 더러 나오며, 한사코 아직은 봄이길 거부하며 앙탈을 부립니다.

1400m고지에 올라서니, 남부능선과 세석대피소 갈림길이 있는 곳입니다.

작년 12월 26일 청학동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이어지는 송년산행을 하면서,

칼바람을 맞으며 생고생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납니다.

그때를 생각하니 좋기도 하지만 몸서리도 납니다.

세석대피소 샘에선 졸졸 물이 나옵니다.

한 잔 받아 속으로 넘기니,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습니다.

산양님과 같이 세석대피소(1545m)로 올라갑니다.

먼저 오른 이가 몇 명 있을 뿐, 큰집사람들은 아무도 보이질 않습니다.

좀 이따 일행과 더불어, 때 이른 점심을 해결합니다.

국화주와 매실주에다가 소주를 반주(飯酒) 삼고, 김치찌개에다 홍어까지 곁들이니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오찬(午餐)입니다.

설에 먹고 남은 홍어는, 단연 인기 짱입니다.

만만한 게 홍어 ?이라고, 너도나도 젓가락질이니 금세 동이 납니다.

큰형님이 전라도 며느리를 둘이나 들이는 덕분에, 차반으로 오는 홍어는 언제나 내 차지랍니다.

1시간에 걸쳐 민생고를 해결하고선, 세석대피소를 뒤로 하고 촛대봉으로 오릅니다.

드넓은 세석평전엔 온통 눈 세상입니다.

돌아본 반야봉(1732m)과 주능선도 하얗긴 마찬가집니다.

남부능선이라고 희지 말란 법이 있는가, 희끗희끗한 속살을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촛대봉 정상(1703.4m)의 바위지대로 올라섭니다.

허연 천왕봉(1915.4m)이 눈에 쏙 들어오며 감탄을 자아내니, 바위구멍으로 보는 천왕봉이야말로 정말 진짜로 장관(壯觀)입니다.

토실토실한 반야봉의 엉덩이 두 짝이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며, 영신봉(1651.9m)과 그 아래

세석대피소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도 참 보기 좋습니다.

저 멀리 덕유산(1610.6m)과 만복대(1438.4m)를 비롯한 서북능선, 삼신봉(1289m)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은 물론 주능선까지 들어오는 등 촛대봉은 지리산 일대 최고의 전망대로 모자람이 없습니다.

눈 덮인 산야에다 날씨까지 거드니, 좀처럼 맞기 어려운 가시거리입니다.

동서남북 사방팔방 돌아가며 조망을 즐깁니다.

청학동 위의 삼신봉과는 또 다른 삼신봉(1700m)과, 연하남봉(1694m)을 지나 연하봉(1721m)으로

다가섭니다.

연하선경(煙霞仙境)이라는 말에 걸맞게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며, 세석에서 장터목까지는 지리산

주능선에서도 백미(白眉)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구간입니다.

갈수록 눈은 더욱 많아지니, 연하봉의 이정표도 많이 묻혔습니다.

일출봉 갈림길에 닿습니다.

천왕봉은 더욱 가까이 다가서며, 일출봉은 손 내밀면 잡힐 듯합니다.

제석봉(1808m)도 나만 안 본다며 울상입니다.

 

한날한시 발령받은 직장동료와 자연스레 동행이 됩니다.

함께한 세월이 30년인데도 고모부네 아니 처삼촌이라며 서로 우기며 아직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으니, 어쩌면 영원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로 남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철들자 망령 난다는데 이제 와 고모부라 안 해도 좋으니,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기나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장터목대피소(1653m)로 내려서니, 울긋불긋한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안 그래도 붐비는 곳인데, 날씨까지 따뜻하니 더욱 그러합니다.

천왕봉을 가? 말아?

큰집사람들 몇 명은 이미 백무동으로 떠났으며, 남은 이도 하나 말곤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시간상으론 충분하나 무리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도 그냥 백무동으로 내려갑니다.

별스레 천왕봉이 고픈 것도 아닌데, 뭘!

좀 가다보니 연하봉과 영신봉이 잘 가라는 손짓이고, 반야봉도 뒤질세라 올해도 또 오라며

알랑거립니다.

장터목에서 10여 분 만에, 전망바위 빈터에 다다릅니다.

높지 않은 제법 큰 바위가 있고 그 위로 오를 수도 있으니, 좋은 쉼터와 전망대 노릇을 하는

곳입니다.

반야봉은 물론이고, 연하봉·바래봉(1165m)·덕두봉(1149.9m)이 들어오는 등 아주 멋지고 훌륭한

전망대입니다.

전망바위 빈터에서 10분쯤 내려섰을까, 이정표(장터목대피소 1.5km·백무동 4.3km)가 있는

망바위를 우회합니다.

천왕봉이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중봉(1875m)과 하봉(1755m)은 얼핏얼핏 어렵사리 들어오니 아쉬움을 달랩니다.

 

20분 남짓 바로 가는 능선을 따르다, 작은 빈터인 소지봉(1312m)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골짝으로 서서히 빠져듭니다.

소지봉에선 천왕봉을 비롯한 중봉과 하봉도 들어오지만, 숲에 가려 그렇게 뚜렷하진 않습니다.

꽤나 기울기가 있는 길이 참샘(1125m)까지 이어지니, 400m 남짓 거리에 고도차가 200m 가까이

나는 셈입니다.

한 바가지 들이키며 깔깔한 목을 씻어 내립니다.

속을 파고드는 짜릿함, 맛보지 않은 이는 느낄 수도 없는 그 무엇입니다.

얼지도 마르지도 않았으니, 참 착한 샘입니다.

다시 제법 쏟아지는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어쩌다 나무 위 높은 곳 겨우살이가 있는가 싶더니, 출렁다리를 건너며 하동바위(900m)로

다가섭니다.

지리산엔 하고많은 바위가 있는데다, 별스런 특징도 없는 이 바위가 왜 하동바위가 되었을까?

믿거나 말거나 소개해 보자면,

“옛날도 아주 먼 옛날 장터목에 장이 서던 날, 함양원님과 하동원님이 장을 둘러보러 행차했다가

공교롭게도 이곳에서 만나 내기장기를 두어 하동원님이 이기게 되자, 함양원님은 하동원님을

골려줄 심산으로 함양 땅에 있는 크고 웅장한 이 바위를 가져가라 했답니다.

그러자 하동원님은 비록 가져갈 수 없는 바위지만, 이름만이라도 하동 것이라는 뜻으로

이 바위에다 하동바위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어쨌거나 백무동은 이제 1.8km가 남았으니, 30여 분 남짓이면 산행을 끝낼 것도 같습니다.

아이젠을 벗어 다시 배낭에 모십니다.

고생한 당신, 호강 좀 하라고!

 

10분쯤 뒤 바위 위에 잔돌을 얹은 돌탑 두 개를 지나자, 곧이어 한 쌍의 연리지(連理枝)가

반깁니다.

다른 종류의 두 나무가 밑둥치에서부터 뒤엉겨 찰떡궁합을 자랑하니,

이건 연리목(連理木)이라 함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연리지에서 5분쯤 내려서자 이정표(장터목대피소 5.1km·백무동 0.7km)와 함께 낮게 깔린 평평한

바위가 나오는데, 그 모습 그대로 마당바위라 부르는 곳입니다.

훌쩍 멀어진 장터목과는 달리 백무동은 이제 0.7km를 가리킵니다.

거의 끝나가는 셈입니다.

붉게 물든 고사리 재배지를 지나고, 하동바위골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다리도 건넙니다.

세석평전과 장터목으로 나뉘는 백무동탐방안내소와 백무교를 거쳐, 백무동주차장에 닿고서야

비로소 발걸음을 멈춥니다.

우릴 기다리는 하산주를 마시며, 우린 또 늦은 일행을 기다립니다.

그렇게 우린 하나가 됩니다.

한참을 웃고 즐기다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제2의 하산주가 또 기다리는 정든 땅 진주로!

 

 



 

 

* 산행일정

08:17          거림탐방지원센터(세석대피소 6.0km)

08:37          지계곡 이정표(세석대피소 4.7km·거림 1.3km)

08:57          합수지점 부근 이정표(세석대피소 3.6km·거림 2.4km)

09:07          천팔교

09:09 - 09:11  무명폭포

09:15 - 09:18  북해도교(세석대피소 2.8km·거림 3.2km)

09:35          샘터(세석대피소 2.1km·거림 3.9km)

09:47          지계곡 제1나무다리

09:57          세석교(세석대피소 1.3km·거림 4.7km)

10:10          1400m고지 갈림길(세석대피소 0.5km·거림 5.5km)

10:17 - 11:20  세석대피소(촛대봉 0.7km·거림 6.0km)

11:35 - 11:50  촛대봉(세석대피소 0.7km·장터목대피 2.7km)

12:10          삼신봉

12:24          연하남봉

12:36 - 12:41  연하봉(세석대피소 2.6km·장터목대피소 0.8km)

12:45 - 12:53  일출봉 갈림길

13:00 - 13:05  장터목대피소(세석대피소 3.4km·백무동 5.8km)

13:16 - 13:18  전망바위 빈터

13:28          망바위(장터목대피소 1.5km·백무동 4.3km)

13:48          소지봉(장터목대피소 2.8km·백무동 3.0km)

13:58 - 14:02  참샘(장터목대피소 3.2km·백무동 2.6km)

14:15 - 14:20  하동바위((장터목대피소 4.0km·백무동 1.8km)

14:32          연리지

14:37          마당바위(장터목대피소 5.1km·백무동 0.7km)

14:45          무지개다리

14:47          백무동탐방지원센터(장터목대피소 5.8km·세석대피소 6.5km)

14:53          백무동주차장(백무동탐방지원센터 0.3km)

 

 

  

 



 

샐리

 


얼어붙은 거림골 최고의 폭포

 


북해도교

 


 


 

북해도교 이정표

 


샘터

 


샘터 이정표


 



 

세석교 이정표

 


새석교


 

 

 


1400m고지 이정표

 


 

 


 

 


새석샘

 


세석대피소


 

 

 


 

 


 

 


세석대피소에서 바라본 촛대봉

 


 

 


산양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반야봉, 영신봉, 세석대피소

 


 


 

반야봉

 


산적 장평식, 희재 박갑진

 


 

 


홍솔

 


 

 


천왕봉

 


 

 


 

 


 

 


덕유산

 


 


 

 


 

 

 

 

 

 


 

 


 

 


 


 

 


 

 


 

 

 


 

 


 

 


 

 


촛대봉

 


화장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

 


 

 


 

 


연하봉, 천왕봉

 


 

 


연하봉, 천왕봉, 일출봉

 


반야봉

 


촛대봉

 


촛대봉, 영신봉


 

 

 


연하봉


 

일출봉

 


삼신봉, 촛대봉, 화장봉

 


 


 

 


 

연하봉

 


연하봉

 


연하봉

 


강동섭, 조광래, 이완희

 


연하봉

 


일출봉

 


 


 

 


 

 


 

 


 

연하봉

 


제석봉, 천왕봉

 


일출봉

 


 

 


 

 


 

 


장터목대피소

 


 


 

반야봉, 만복대

 


반야봉

 


 

 


 

 


연하봉

 


전망바위 쉼터

 


 


 

망바위 이정표

 


 


 

소지봉에서 바라본 하봉, 중봉, 천왕봉

 


 

 


 


 

 

 


 


 

하동바위

 


 

 


 


 

김태현

 


 

 


 

 


 


 

 


 


 


 


 

 

 


마당바위

 


 

 


마당바위 이정표

 


하동바위골 무지개다리

 


 

 


백무동탐방지원센터 이정표

 


백무동탐방지원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