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반천계곡에서 주산 올라 청학동 묵계계곡에서 뒤풀이

큰집사람 2011. 4. 3. 23:16

* 날    짜: 2011년 4월 3일(일)

* 날    씨: 가랑비(오락가락)

* 산 행 지: 불계마을 - 주산 - 744m봉 - 766m봉 - 불계마을

* 산행거리: 약 8km

* 산행시간: 3시간 44분(운행시간 2시간 56분 + 휴식시간 48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1명(순옥엉가, 막내, 지안, 수막새, 적석, 산으로, 아저씨, 평생여행, 곰발바닥,

                 초롱퐈덜, 선함)

 

 

 

주산(主山, 831.3m)!

산청 덕산에서 중산리로 가다보면 반천계곡에 발을 담그며 뾰족하게 솟아올라,

지리산의 큰아들이란 소릴 들으며 산청 시천면과 하동 옥종면을 가르는 산입니다.

진주솔산악회의 주산 일요산행에 나선 11명이, 가랑비가 오는 가운데 예정대로 진주공설운동장을

떠납니다.

국도 3호선과 20호선을 차례로 이어 타며, 덕산과 외공을 지나 반천1교에서 반천계곡으로

들어섭니다.

곧이어 불계마을 표지석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데, 많은 비는 아니지만 아직도 그대로 내립니다.

그런다고 안 갈 우리가 아니지!

산행채비를 하고선 불계마을로 들어갑니다.

누군가 주산을 돌고 오는 건 잠깐이면 된다니까, 배낭도 없이 나서는 이도 더러 있습니다.

간식도 차 안에 둔 채, 거의 챙기질 않습니다.

확실한 길도 모르는데 그러면 안 된다 해도, 이미 바람이 잔뜩 들어 듣는 둥 마는 둥 그대로 갑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모두 짊어지고 나섭니다.

나서자마자 불계마을회관과 느티나무 쉼터가 있고, 우린 동네 가운데로 흐르는 개울가로 붙어

오릅니다.

얼마 안 가 밤나무단지가 나오는데, 등성이를 가늠하며 비스듬히 치올라 밤 산을 벗어나자마자

빼곡한 조릿대가 우릴 기다립니다.

누구 하나 손질하지 않은 제멋대로의 조릿대지만, 못 헤칠 정도는 아니니 그런대로 길은 열립니다.

그렇게 3분 남짓 올랐을까, 어느새 조릿대는 말끔히 사라지고 등성이를 타고 희미한 길이 열립니다.

숲이 짙어 거치적거리는 작은 잡목이 없으니, 가파르긴 해도 그런대로 오를 만합니다.

 

이마에 땀이 날 즈음 평평한 작은 공터가 나오니, 잠깐 목을 축이며 숨을 고릅니다.

공터에서 희미한 허리길이 보이지만, 안 본 척 하고 그대로 그냥 치오릅니다.

솔산악회 산행은 처음이라는 초롱파덜과 발을 맞춥니다.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지 1년 좀 넘었다는데, 젊은데다 아직은 군인정신이 남았는지

잘도 치고 오릅니다.

오랜만에 발 맞잡이를 만난 셈입니다.

아까보다 더욱 가팔라지며 골탕을 먹이는데, 12분 정도 지나자 또 다시 희미한 허리길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못 본 척 그냥 지나칩니다.

그러길 5분 정도 됐을까, 밋밋한 봉우리에 닿으며 뚜렷한 길을 만납니다.

반천1교와 산청삼성연수소로 이어지는 길인 듯 하며, 두 길은 하나가 되어 주산으로 이어집니다.

뒤처진 일행을 기다렸다 같이 가지만, 자연스레 또 둘이 앞서 갑니다.

꽤 평평한 길을 2분쯤 갔을까, 굽이를 도는 임도를 만나고 그걸 건너 오릅니다.

5분 남짓 되자 철탑 밑을 지나는데, 아까 건넌 임도 또한 바로 아래 같이 갑니다.

가랑잎이 밟히는 푹신하고 부드러운 길인데다, 별스레 가파르지도 않으니 참 좋습니다.

촉촉한 나뭇잎이 어느 순간 하얗게 보입니다.

자세히 볼 것도 없이 눈입니다.

이럴 수가!

4월에 눈을 다 보다니!

낮은 덴 비가 왔어도, 좀 높다고 눈이 온 것입니다.

여기가 이럴진대, 천왕봉 부근은 제법 많은 눈이 온 것 같습니다.

가랑비가 오는 데다 구름과 안개까지 덮이니, 가까운 곳만 겨우 보일 뿐 먼 곳은 어림도 없습니다.

 

이윽고 둘이서 먼저 주산으로 올라섭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7분이요, 임도를 건너고선 15분만입니다.

정상에 닿기 바로 앞서 반질반질한 길이 있으니, 갈치재와 오율마을을 거쳐 하동 옥종 궁항교

이어지는 길입니다.

주산 멧부리는 헬기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삼각점(곤양 303)과 2007년 1월 1일 진주송원산악회

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습니다.

이번 정상석은 나완 초면인데, 그전에 몇 번 갔을 땐 다른 게 있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러고 보니 주산도 꽤 오랜만에 찾은 것 같습니다.

정상석 부근의 작은 바위 여럿이 모여 거북바위를 이루니, 천왕봉에서 나온 거북이 남해로

기어가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주변 조망이 좋은 곳이나, 오늘은 그렇지 못해 못내 아쉽습니다.

동으론 하동 궁항마을과 오대주산(642.6m)으로 이어지며, 우린 영신봉에서 뻗어 나온 낙남정맥이

지나는 서쪽으로 내려섭니다.

푹신푹신한 가랑잎을 밟으며 잘만 가더니, 슬슬 장난기를 발동하며 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가랑잎을 집어선 덮어씌우는 장난질이니, 하는 이나 당하는 이 할 것 없이 다 같이 웃고 즐길

뿐입니다.

겨울엔 눈 속에 파묻으며 장난을 치더니, 계절에 맞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한참을 내려서던 길이 살짝 치올라 펑퍼짐한 봉우리 하날 넘으니,

명색이 지리산 자락이라고 조릿대 군락이 곳곳에 나옵니다.

주산을 떠난 지 20분이 채 되지 않아, 산죽 속의 섬으로 느껴지는 744m봉에 닿습니다.

푹 꺼진 정상부는 낙엽이 가득하고 작은 바위 몇몇이 박혀있을 뿐, 별스런 특징도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평범한 봉우리입니다.

남쪽 등성이론 궁항버스정류소로 이어지는 희미한 길이 있으며, 예전에 두어 번 올랐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능선을 이어갑니다.

조릿대는 더욱 많아져 기승을 부리는데다, 비를 맞은 물기를 내뿜어 옷을 흠뻑 적시며 애를

먹입니다.

왼쪽 아래론 길게 철조망이 이어지는데, 산약초재배지라며 출입을 금지하는 표지판이 멀리 보입니다.

산삼을 심었는지는 모르지만, 설치비용 또한 만만찮았을 걸로 보입니다.

산죽 밭을 헤집으며 살짝살짝 오르내리더니, 한동안 끝없이 오르기만 합니다.

이번엔 산으로와 둘이서 부지런히 15분 정도 치올라 닿은 766m봉에서, 그만 바로 가는 어리석은 짓을

하고 맙니다.

766m봉에선 왼쪽으로 완전히 꺾어 내려서면 얼마 안 가 낙남정맥이 갈리는 730m봉이며, 거기서 10분

조금 더 가면 삼각점(곤양 403)이 있는 790.4m봉으로 이어집니다.

좀 오래되긴 했어도 몇 번 다녔던 곳인데, 그걸 믿고 무턱대고 나섰으니 당연한 결과라고나 할까요?

안개와 구름으로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산행지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고 간 게

가장 큰 이유일겁니다.

둘이서 먼저 올라 바로 가자 줄줄이 뒤를 따르는데, 산죽으로 파묻힌 766m봉의 고스락도 744m봉과

마찬가지로 푹 꺼져 있습니다.

한국전쟁과 빨치산 출몰 당시의 참호 흔적인 것 같지만, 그건 나 혼자만의 생각일 뿐입니다.

잠깐 또 다른 봉우리 하날 스쳤다 능선을 따라 슬슬 내려가자, 철탑이 보이며 길은 끊어지는데

그 아랜 임도가 지납니다.

반짝 앞이 열리며 어딘가 낯익은 골짝과 동네가 보이니, 반천계곡 일대란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록 예정대로는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제대로 방향을 잡은 셈입니다.

모두가 배가 고파 허덕이던 터라, 잘못 빠진 단축코스가 오히려 더 반가운 표정들입니다.

하지만 임도로 내려서는 길은, 위험하기 짝이 없어 조심스럽습니다.

비스듬히 깎은 바위에다 마땅히 잡을 데도 없으니, 어쩌다 실수라도 하면 글자 그대로 중상

아니면 사망입니다.

11명의 일행이 차례차례 내려서는데 5분이나 걸렸으며, 그나마 아무 사고도 없었음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계단이나 사다리가 꼭 필요한 곳입니다.

 

어느 쪽이든 임도로 가면 되지만, 불계마을이 가까운 오른쪽으로 갑니다.

왼쪽은 고운호 밑의 반천계곡과 반천마을을 거쳐, 불계마을로 빙빙 둘러가게 됩니다.

임도를 따라 15분쯤 갔을까, 굽이치는 곳에서 철탑이 있는 아래로 길이 열리니 그걸 따릅니다.

4분 뒤 작은 개울을 건너자마자 임도 같은 길이 나오는데, 위론 벗어난 임도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린 아래로 내려갑니다.

2분 남짓 가 오대산 청수기도도량이란 굿당을 지나, 콘크리트 진입로를 따라 내려갑니다.

산자락에 자리 잡은 서지관광농원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아름다운 건물과 풍차와 수영장이 자연과 한데 어우러지니, 한 번 준 눈길을 거두느라 애를

먹습니다.

늘어선 대나무의 호위를 받으며, 반천계곡과 함께하는 도로로 합류합니다.

서지관광농원과 막다른 길임을 알리는 팻말이 있으며, 계곡 건너 파란색 지붕 아랜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평상이 늘어지게 하품을 합니다.

이어서 4분 정도 더 걸어 불계마을 갈림길에 닿으며, 길지 않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가랑비가 오고 안개와 구름이 끼는 등 궂은 날씨로 별스레 본 것도 없지만,

4월에 눈을 본 것만으로도 본전은 건졌다는 생각입니다.

아니 그 이상일 수도 있습니다.

반천계곡을 빠져나가 거림골에서 삼신봉터널을 지나, 청암면 하동호 바로 위 묵계계곡의 피리를

재료삼아 튀김과 조림으로 배를 채웁니다.

참으로 오랜만의 옛날 체험이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습니다.

꼭 산행한 시간만큼 웃고 즐기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내 삶의 보금자리가 있는 진주로!

 

 

 

* 산행일정

08:20          불계마을 갈림길

08:35          밤나무단지에서 등성이로

08:45 - 08:50  평평한 공터

09:07 - 09:15  불계마을 - 반천1교(산청삼성연수소) 갈림지점봉

09:22          송전탑

09:37 - 09:54  주산(831.3m)

10:12          744m봉

10:47 - 11:00  766m봉

11:20 - 11:25  철탑 위 절개지 임도

11:40          임도 아래 철탑으로

11:46          오대산 청수기도도량

12:00          반천계곡 도로 합류

12:04          불계마을 갈림길

  

 

 

 

 

 

 

 

 

 

 

 

 

 

 

 

 

 

 

 

불계마을

 

 

 

 

 

히어리

 

 

 

생강나무

 

 

 

 

 

 

 

 

 

 

 

 

 

 

 

 

 

주산 정상부

 

주산 삼각점

 

 

 

 

 

 

 

 

 

 

 

 

 

 

 

 

 

 

 

 

 

 

 

 

 

 

 

 

 

 

 

 

 

 

 

 

 

 

 

 

 

 

 

 

 

 

 

 

 

 

 

 

 

 

 

 

 

 

 

 

 

 

 

 

 

 

 

 

 

 

 

 

 

 

 

 

 

얼레지

 

 

 

 

 

 

 

 

 

 

 

오대산 청수기도도량

 

오대산 청수기도도량

 

 

 

서지관광농원

 

서지관광농원

 

 

 

 

 

 

 

반천마을

 

 

 

 

 

 

 

 

 

 

 

 

 

 

 

 

 

 

 

 

 

 

 

 

 

 

 

 

 

 

 

 

 

묵계계곡

 

묵계계곡

 

묵계계곡

 

 

 

 

 

묵계계곡

 

묵계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