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행시방

추억

큰집사람 2014. 1. 17. 10:55

 

어둠을 헤집으며 덕유산엔 눈이 내리고

 

 

 

 

 

적추적 비가 내리던

어느 추운 날 해거름 즈음,

좁다란 골목길을 엇갈리다

우산이 부딪치는 바람에 맺어진 인연,

이런 걸 운명의 만남이라 하는 걸까?

운명이라면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아무려면 어때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겁(億劫)의 세월만큼이나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건만,

무더운 그 어느 날 더위를 먹고선

제 정신이 아니었을까?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를 흘리면서

훌쩍 떠나버렸으니,

이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요

맺지 못할 인연이란 말인가?

그녀는 가고 추억만 남은 셈인데,

사람이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오늘도 하릴없이

추억이란 그 쓰디쓴 사탕을 곱씹는다.

나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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