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헤집으며 덕유산엔 눈이 내리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던
어느 추운 날 해거름 즈음,
좁다란 골목길을 엇갈리다
우산이 부딪치는 바람에 맺어진 인연,
이런 걸 운명의 만남이라 하는 걸까?
운명이라면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닐까?
아무려면 어때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거늘,
억겁(億劫)의 세월만큼이나 영원히
함께할 줄 알았건만,
무더운 그 어느 날 더위를 먹고선
제 정신이 아니었을까?
알 수 없는 야릇한 미소를 흘리면서
훌쩍 떠나버렸으니,
이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요
맺지 못할 인연이란 말인가?
그녀는 가고 추억만 남은 셈인데,
사람이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오늘도 하릴없이
추억이란 그 쓰디쓴 사탕을 곱씹는다.
나도 한때는 그런 시절이 있었노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