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청학동에서 삼신봉과 촛대봉 거쳐 천왕봉 올라 중산리로(요약)

큰집사람 2013. 12. 27. 14:16

* 날    짜 : 2013년 12월 25일(수)

* 날    씨 : 구름 많고 흐림  

* 산 행 지 : 청학동 - 삼신봉 - 촛대봉 - 장터목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칼바위 - 중산리 

* 산행거리 : 22.0km

* 산행시간 : 8시간 29분(운행시간 7시간 18분 + 휴식시간 1시간 11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 산행일정

08:46          하동 청암면 묵계리 청학교(780m, 삼신봉 2.5km·세석대피소 10.0km)

09:19          참샘(1095m, 청학동 1.7km·삼신봉 0.8km)

09:29          갓걸이재(1190m, 청학동 2.0km·삼신봉 0.5km·세석대피소 8.0km) 

09:39 - 09:49  삼신봉(1288.7m, 청학동 2.5km·세석대피소 7.5km·쌍계사 8.9km)

10:39 - 10:42  수곡재(1195m, 지리 04 - 10지점, 청학동 5.2km·세석대피소 4.8km)

10:49 - 10:54  1237m봉(청학동 5.6km·세석대피소 4.4km·쌍계사 12.1km)

11:31 - 11:37  남부능선 최고 전망대(1321m봉)

11:40          석문(1310m) 

11:55 - 11:58  지리 02 - 13지점(1377m, 삼신봉 5.3km·세석대피소 2.2km·의신 6.9km)

12:07 - 12:10  나지막한 세석평전 전망대

12:24 - 12:33  음양수(1450m, 청학동 9.8km·세석대피소 1.2km·쌍계사 15.3km·의신 7.9km)

12:49          지리 02 - 17지점(1518m, 청학동 9.5km·세석 0.5km·의신 8.6km·거림 5.5km)  

12:59 - 13:10  세석대피소(세석갈림길 : 1557m, 거림 6.0km·장터목대피소 3.4km·천왕봉 5.1km)   

13:25 - 13:28  촛대봉(1703m, 세석대피소 0.7km·장터목대피소 2.7km·천왕봉 4.4km)  

13:58          화장봉(1694m)

14:10          연하봉(1721m, 세석대피소 2.6km·장터목대피소 0.8km·천왕봉 2.3km) 

14:15 - 14:18  연하봉능선 분기봉(세석대피소 3.0km·장터목대피소 0.4km·천왕봉 2.1km) 

14:25 - 14:28  장터목대피소(1653m, 중산리 5.3km·천왕봉 1.7km·세석 3.4km·백무동 5.8km) 

14:45          제석봉(1808m, 장터목대피소 0.6km·천왕봉 1.1km)

15:00          통천문(1814m, 장터목대피소 1.2km·천왕봉 0.5km)

15:13 - 15:25  지리산 천왕봉(1915.4m, 대원사 11.7km·로타리 2.1km·중산리 5.4km·장터목 1.7km)  

15:31          천왕샘(천왕봉 0.3km·법계사 1.7km·중산리 5.1km)

15:36          선바위(천왕봉 0.6km·법계사 1.4km·중산리 4.8km)

15:39          개선문(천왕봉 0.8km·법계사 1.2km·중산리 4.6km)

15:58          법계사(천왕봉 2.0km·중산리 3.4km)

16:00          로타리대피소(1335m, 천왕봉 2.1km·중산리 3.3km·칼바위 2.0km·순두류 2.7km )

16:18          망바위(1177m, 법계사 1.0km·천왕봉 3.0km·중산리 2.4km)

16:34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중산리 1.3km·장터목 4.0km·천왕봉 4.1km·법계사 2.1km)

16:37          칼바위(800m)

16:55          법계교(637m, 법계사 3.2km·천왕봉 5.2km·장터목대피소 5.1km·대형주차장 1.7km)

16:58          중산리탐방안내소(대형주차장 1.5km·법계교 0.2km·법계사 3.4km·천왕봉 5.4km) 

17:15          중산리 대형주차장(470m, 중산리탐방안내소 1.5km·법계교 1.7km·천왕봉 6.9km) 

 

 

 

 

 

* 청학동에서 중산리까지!!!

해마다 연말이면 생각나는 길이다.

지리산의 어딘들 어느 때나 좋지 않으랴마는,

수북하게 쌓인 눈을 밟으며 산죽 길을 걷는 낭만은

단연 남부능선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

오가는 이들이 많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데다,

지리산 천왕봉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산신령 내지는 신선이 된 걸 느낄 수도 있다.

좀 심했나?

그전엔 한겨울에도 청학동에서 대원사로 갔었지만,

요즘 들어 기력이 예전만 못해 중산리로 내려가기로 한다.

대원사까진 28.8km지만, 중산리는 22.0km로 6.8km가 짧다.

2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20일 9시간 50분에 걸쳐

청학동에서 대원사주차장까지 가긴 했지만,

때가 때인지라 지금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야간산행을 한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태극종주도 아닌데 그럴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는데 말이다.

 

새벽녘에 눈을 뜨자 몸이 무거운 느낌이다.

무박2일 동안이나 퍼마시길 네 번이나 연달아 했으니,

사람이 아닌 무쇠라도 견디기가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난밤에도 크리스마스 이브주랍시고

마나님과 둘이서 솔찮게 들이켰으니,

어쩌면 그에 따른 당연한 후유증일 것이다.

밥상에 앉았지만 밥맛이 없다.

아니 입맛이 없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먹은 걸 안 갈 수도 없어,

꾸역꾸역 몇 숟갈 억지로 떠넘긴다.

당장 속에서 거부반응이 오지만,

입이 아닌 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도 없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하는 수 없이,

그냥 속으로 삼키기로 하는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눈물을 머금고선 현실로 인정한 것이다.

 

1시간 30분에 걸쳐 도착한 청학동에서도 몸은 풀리질 않았으니,

삼신봉 오르막길이 그렇게 힘든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천근이나 되는 양 다리를 움직이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산행하는 내내 어렵고 힘들었지만,

어쩌면 여태까지의 관록으로 버텼는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지만,

더러는 관록을 먹고 살 때도 있는가 보다.

청학동에서 삼신봉과 촛대봉 지나 천왕봉을 올라,

칼바위와 법계교 거쳐 중산리로 내려서는 산행은

또 그렇게 시작된다.

어쩌면 2013년 송년산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아니란 마음으로 말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청학동탐방지원센터   

 

청학교를 건너면 도인촌이요,

삼신봉은 오른쪽의 산길로 가야 하는데,

이곳저곳 돌아가며 그 모습을 담고선 삼신봉으로(08:46)

 

 

 

 

 

三神山(삼신산),

만고강산 유람할제 삼신산이 어디메뇨

우리 겨레의 가슴 깊이 새겨 있는 삼신산

불행과 역경이 있을 때마다 찾아가 촛불 켜고

향 피우며 기복하던 산 이곳에서 계곡가로

나 있는 산길을 따라 약 2.5km 정도 오르면

해발 1,284m의 삼신산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는 신령님께 기복하던 제단이 있고

북으로는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맥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남으로는

무수한 산봉우리와 남해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참샘 이정표(09:19)

 

참샘은 아직은 겨울은 아니고

 

갓걸이재 이정표(09:29)

 

갓걸이재에서 외삼신봉 쪽은 출입금지라며 바리케이드로 막았는데,

그렇다면 낙남정맥 종주는 어찌하란 말인가?

 

신라의 고운 최치원 선생이 갓을 걸었다는 갓걸이재

 

마침내 삼신봉이 들어오고

 

 

 

 

 

구름이 잔뜩 끼긴 했어도 포근한 날씨인지라,

한바탕 땀을 쏟아내며 원삼신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삼신봉으로 올라서는데,

청학동을 에워싼 삼신봉 셋 가운데 그 높이로는 중간이지만,

지겟자리를 잘 잡은 덕분에 가장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며,

정상석에는 1284m로 되어 있지만,

1288.7m 또는 1289m가 맞지 않을는지?(09:39 - 09:49)

 

촛대봉과 천왕봉은 구름을 핑계삼아 모른 체 하고

 

황매산과 웅석봉은 아는 체를 하고

 

가까운 외삼신봉은 오라며 날 꼬시지만,

갓걸이재의 무시무시한 바리케이드가 맘에 걸려

 

시루봉 너머 좌우론 하동 금오산과 광양 백운산이 들어오고

 

삼신봉 셋 가운데 가장 높은 내삼신봉도 손짓이지만,

갈 길이 바쁜 오늘은 아니기에

 

반야봉도 뭐가 부끄러운지 구름 속으로 숨었고

 

 

 

 

 

갈 길이 바빠 서둘러 삼신봉을 뒤로 하고

 

산이 좋아 산을 찾아, 산이 좋아 산에 올라, 산이 좋아 산에 누워, 삼라만상 벗을 삼네.

고 수산연구관 노웅님 영전에(1991.10.13, 국립수산진흥원산악회)  

 

돌아본 삼신봉

 

지리산 남부능선의 지긋지긋한 산죽을 말끔히 정비하여 거치적거리지 않아 좋은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좋은 일도 한다는 걸 처음 알았고  

 

 한벗샘과 자빠진골 갈림길이 있는 수곡재,

하지만 그쪽은 출입금지라며 가지 말라는데,

안 그래도 오늘은 가라고 해도 안 갈 것이고(10:39 - 10:42) 

 

 

 

 

 

 옛 작은 헬기장이 자리 잡은 1237m봉으로 올라서서,

목을 축이면서 간식으로 기력을 채우기도 하고(10:49 - 10:54) 

 

 

 

남부능선에선 최고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1321m봉에서,

목을 축이면서 고팠던 눈요기를 실컷 하기도(11:31 - 11:37)  

 

영신봉과 촛대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촛대봉과 시루봉도 한눈에 들어오고

 

거림골을 가운데다 두고 구곡산과 주산이 키재기를 하고

 

구곡산 너머론 진주 월아산 국사봉과 장군대봉이 보이는 듯 마는 듯하고  

 

지나온 남부능선을 뒤돌아보기도 하고

 

아직도 가 보지 못한 왕시루봉이 눈을 흘기지만,

언제 갈진 나로서도 알 수가 없는 일이고 

 

반야봉은 뭐가 부끄럽다고 아랫도리만 드러내는데,

 정작 가려야 할 건 윌까 아랠까 둘 다 일까 아니면?  

 

 마침내 남부능선 최고의 볼거리인 석문이 모습을 드러내고(11:40)

 

 

 

 대성골과 의신마을로의 갈림길에 이르자,

여태까지 시늉만 내던 눈이 무릎 가까이나 올라오지만,

아이젠과 스패츠로 중무장했으니 아무런 문제가 되진 못하고(11:55 - 11:58)  

 

 

 

 길가의 나지막한 전망대에서 다시 한 번 멋진 조망이 열리는데,

영신봉과 촛대봉을 비롯한 세석평전 일대가 잘도 보이기에,

나지막한 세석평전 전망대란 이름을 갖다 붙이고(12:07 - 12:10)

 

백두대간에서 낙남정맥이 갈리는 영신봉이 창불대 너머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주릉은 그만하면 됏고

 

촛대봉과 시루봉도 날 좀 보라는데,

아는 안면에 못 본 체 할 수도 없고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의 세석대피소도 어서 오라지만,

오늘따라 몸이 무거운 느낌이니 스스로 알아서 갈 것이고  

 

 

 

삶의 흔적인 절구통은 꽁꽁 얼어붙었는데,

아무리 무딘 나지만 때는 바야흐로 겨울임을 알 수가 있고   

 

남부능선의 젖줄 노릇을 하는 음양수에 이르자,

얼었다 녹았는진 모르지만 아직은 얼진 않았는데,

음수와 양수를 골고루 마시면서 한동안 머물자,

지가 무슨 변강쇠나 된양 아랫도리에 뜨거운 기운을 느끼지만,

사람 사는 세상으로 내려가기도 전에 본디의 모습으로 돌아갈 건 뻔하고(12:24 - 12:33)          

 

 

 

양수는 철철 물이 나오지만

 

음수는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른 것도 아닌데,

자고로 음양의 조화가 맞아야 세상이 편안하거늘,

저러다 양수가 바람을 피우지나 않을까? ㅎㅎ

 

 

 

음양수에선 지나온 남부능선이 한눈에 보이고

 

왕시루봉도 또 다시 날 꼬시지만,

억지로가 아닌 인연이 닿아야 하는 법이고

 

거림골로의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다다르자,

남부능선과는 달리 다져진 눈길이라 좀은 수월하게 나아가고(12:49)

 

 

 

겨울 한철은 세석대피소의 식수 노릇을 하는 아랫샘에 이르고

 

윗샘은 이미 겨울방학에 들어갔고

 

세석대피소로 올라가자 보이는 이라곤 몇 되지도 않는데,

평일이 아닌 휴일 낮시간에 이렇게도 없단 말인가?

오늘이 성탄절인지 크리스마슨지 하는 날이니,

산꾼들이 모처럼 가족과 함께하는 것일까?(12:59 - 13:10)  

 

 

 

 

 

촛대봉이 얼핏 고개만 드러내며 어서 오라지만,

안 그래도 때가 되면 갈 건데 왜 이러실까? 

 

 

 

 

 

 

 

 

 

 

 

 

 

세석갈림길에서 백무동으로 이어지는 길

 

세석갈림길에서 영신봉으로 이어지는 길

 

 

 

돌아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세석평전습지

 

거제 사는 상고대가 여기에 웬 일로?

 

 

 

 

 

 

 

 

 

 

 

 촛대봉으로 올라서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변덕스런 날씨가 시시때때로 조화를 부리니,

촛대봉 말곤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어 아쉬울 따름이고(13:25 - 13:28)

 

 

 

 화장봉에선 연하봉만 그런대로 들어올 뿐,

천왕봉과 일출봉은 구름을 잔뜩 뒤집어쓴 채 날 맞고(13:58)

 

연하봉 이정표(14:10)

 

 

 

 

 

연하봉에선 일출봉능선 분기봉 뒤로 제석봉과 천왕봉이 보이는데,

보였다 말았다를 되풀이하는 변덕스런 날씨인지라,

언제 또 바뀔지도 몰라 그 모습을 담아두고    

 

연하봉에서 바라본 일출봉,

저긴 출입금지지역이라 안 가는 게 속이 편하고

 

뒤엔 천왕봉이요 바로 앞은 연하봉능선 분기봉인데,

저기서 일출봉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오늘은 그게 아니고

 

돌아본 연하봉

 

 연하봉능선 분기봉으로 올라서자 천왕봉이 어서 오라며 성화를 부리지만,

세상사 모든 건 때가 있는 법이니 날더러 어쩌란 말인가?(14:15 - 14:18)  

 

 연하봉능선 분기봉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천왕봉,

천왕봉을 가긴 했지만 본 건 이게 마지막이고

 

출입금지 뒤쪽으로 보이는 일출봉,

오늘만큼은 오라고 해도 안 가고,

누가 가라고 해도 안 갈 것이고  

 

제한시간 안에 가긴 했지만 장터목대피소는 그냥 지나치는데,

무박 2일 동안 퍼마신 술이 잇달아 네 번이나 되기에,

아직도 몸은 무겁기만 하고(14:25 - 14:28)   

 

구름에 휩싸인 반야봉,

뭐가 저리도 부끄러운지?

 

서북능선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터줏대감인 만복대는 끝내 모른 체하고

 

창암산 뒤로 금대산과 삼봉산이 날 맞으니 덜 서운하고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잘 있거라 장터목아

 

그래도 못 잊어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여긴 설악산 대청봉과 같은 1708m이고(14:35)

 

제석봉 오름길에 돌아본 일출봉과 연하봉,

어느 누군들 겨울이 아니라고 하겠나요?

 

 

 

 

 

금세 또 이렇게 바뀔 줄이야?

 

 

 

 

 

 

 

제석봉 전망대,

하지만 오늘은 개점휴업 상태일 수밖에 없으니,

저 말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는데 무슨 말을 더 하랴?(14:45)

 

내가 처음 지리산을 찾았을 때 남긴 발자국이 지금도 뚜렷한데,

아마도 20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안부 이정표(14:50)

 

안부 이정표에서 돌아본 제석봉,

유령의 모습을 하고선 제대로 드러내지도 않고  

 

 

 

빠끔하게 뚫린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던가?

난 천왕봉으로 가면 되는데(15:00) 

 

 

 

 

 

 

 

칠선계곡 갈림길,

저곳은 언제나 풀리려나?

어진 백성이 손꼽아 그날을 기다리지만,

언제 풀리기나 할 것인지?

가지 말라면 안 가는 이 착한 놈아,

세상을 늘 그렇게 사는 건 아니잖아?(15:10)

 

 마침내 다다른 천왕봉,

아니나 다를까 몇 명 밖에 안 보이는데,

꽤 늦은 시간이기도 하지만 이런 날에 누가?

오늘이 성탄절인가 크리스마슨가 하는 날이거늘(15:13 - 15:25) 

 

 

 

 

 

 

 

 올들어 딱 열 번째 천왕봉 정상석과의 만남인데,

열 번 가겠다던 지리산 산신령과의 약속을 확실히 지킨 셈이고

 

 

 

최고로 높다고 자랑하는 천왕봉이건만,

보이는 것이라곤 동봉 밖에 없으니 이를 어이할꼬?

 

학년이 바뀌기 전에,

아직은 쓸만하고 공부도 못하는 편인데,

6학년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될까?

 나이야 어찌됐든 난 영원한 5학년으로 남을 것인데,

여기에 코 또는 시비를 건다면,

어느 누구라도 그냥 두지 않을 것이고    

 

갈 길이 바빠 서둘러 천왕봉을 내려서고

 

천왕봉을 내려서는 깔딱고개,

하지만 뭐가 뭔지 잘 보이지도 않고  

 

아무리 바쁘지만 천왕샘에서 목은 축이고(15:31)

 

 

 

선바위,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그럴 듯하고(15:36)

 

개선문,

개선장군은 아닐지라도 개선산꾼 정도는?(15:39)

 

 

 

 

 

비스듬한 바위 전망대를 지나고(15:52)

 

 비스듬한 바위 전망대에선 문창대가 바로 앞이고

 

로타리대피소의 샘이 꽁꽁 얼었지만,

 개울물이 졸졸 흐르니 걱정할 것까지는 없고

 

로타리대피소에도 두어 명이 보일 뿐이고(16:00)

 

 

 

뒤에 새로이 고쳤고(천왕봉 2.1km · 중산리 3.3km · 칼바위 2.0km · 순두류 2.7km · 중산리 5.9km)

 

바쁘더라도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주변을 둘러보고(16:03)

 

써래봉능선이 살짝 드러나고

 

법계사는 보이지만 천왕봉은 어림도 없고  

 

문창대 바로 아래 문창대 우량국을 지나고(16:09)

 

망바위,

망을 보는 게 아니라 뽀뽀하는 것 같지 않나요?(16:18)

 

 지리 05 - 03지점(960m) 팻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지,

  보지도 못한 채 출렁다리 삼거리로 내려서고(16:34)

 

장터목대피소와 로타리대피소로의 갈림길인 출렁다리 삼거리,

기나긴 여정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고

 

칼바위,

언제나 그 자리에 꼿꼿하게 버티고 있으니,

난 저 칼바위를 닮고 싶은데,

좀은 무리일까 욕심일까 아니면 노망일까?(16:37)

 

지리산 산신령 우천 허만수,

칼바위 뿐만 아니라 우천 선생도 닮고 싶은데,

이것 또한 무리일까 욕심일까 아니면 노망일까?

 

법계교(16:55)

 

중산리 소형주차장과 맞닿은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를 지나는데,

버스를 탈 대형주차장까진 아직도 1.5km가 남았지만,

천왕봉에서부턴 서둘렀기에 17시 50분에 떠나는 버스를 타기엔 넉넉한 시간이고(16:58)   

 

 

 

 

 

중산리 대형주차장에는 이미 버스가 와 있지만,

출발시간이 30분이나 남았기에 중산리계곡으로 내려가,

땀에 찌든 얼굴과 흙이 묻은 신발을 씻어내고선,

다시 주차장으로 올라가자 이를 어쩌나?

인증사진을 안 찍은 것이다.

천왕봉이 보이지 않기에,

사진기를 꺼내지도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나마 생각난 김에 몇 장 찍고선,

버스에 오른다.

그리곤 떠난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진주로(1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