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산에서 광려산과 상투봉 사이로 보이는 봉화산과 그 뒤 여항산
우두커니 앉은
햇살 고운 창가에서,
졸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자,
리어카에 실려 보신탕집으로 가는
똥개 한 마리가
애처로워 마음이 짠한데,
만지고 쓰다듬고
귀염둥이 시절도 없진 않았겠지만,
어차피 타고난 운명이요 개 팔자이자,
가야 할 길인 걸 난들 어쩌겠는가?
남의 일인 양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머지 놈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모두가 똑같은 신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