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한 지리산 성중종주

큰집사람 2019. 10. 20. 06:27


* 날      짜 : 2019년 10월 19일(토요일)

* 날      씨 : 흐리다 차차 맑음   

행   : 성삼재 - 삼도봉 - 칠선봉 - 촛대봉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칼바위 - 중산리 

* 산행거리 : 33.5km

* 산행시간 : 16시간 15분(운행시간 13시간 03분 + 휴식시간 3시간 12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4명(파랑새, 유비, 백두, 선함)






* 산행일정

02:10          성삼재(1090m)

02:45 - 12:51  노고단대피소(1350m) 

03:00 - 03:03  노고단고개(1440m)

03:50          피아골삼거리(1336m)

03:59 - 04:07  임걸령(1320m)

04:37 - 04:44  노루목(1480m)

05:03 - 05:06  삼도봉(1499m)

05:21          화개재(1316m)

05:52 - 05:55  토끼봉(1534m)

07:08 - 07:44  연하천대피소(1440m)  

07:57          삼각고지(1484m)  

08:22 - 08:25  형제봉(1452.8m)

08:28 - 08:33  부자바위(1433m)       

09:03 - 09:13  벽소령대피소(1340m)

09:33          구벽소령대피소(1380m)

09:49 - 09:52  지리 01 - 33지점

10:06 - 10:09  선비샘(1461m)

10:33 - 10:41  휴식

10:50 - 10:55  칠선봉 망바위(1558m)

11:05 - 11:08  칠선봉 기암(1525m) 

11:30          영신대 갈림길    

11:55          영신봉(1651.9m)

12:06 - 12:36  세석대피소(1545m)

12:55 - 13:01  촛대봉(1703.4m)

13:40 - 13:47  화장봉(1694m)

13:58          연하봉(1721m)

14:12 - 14:24  장터목대피소(1653m)

14:41          제석봉(1808m)

14:48          호구당터

14:59 - 15:02  통천문(1814m)

15:17 - 15:55  천왕봉(1915.4m)

16:05 - 16:10  천왕샘

16:20          선바위

16:24          개선문(1700m)

16:38          사자바위

16:58          법계사

17:00          로타리대피소(1335m)

17:10          문창대샘

17:23          망바위(1177m)

17:50 - 17:55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850m)

17:58          칼바위(830m)

18:22          법계교(중산리야영장, 637m)

18:25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이원규(1962 - , 문경)








성삼재,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한반도의 등줄기란 백두대간 산줄기가 천왕봉으로 이어지고,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와 광의면 방광리를 잇는 지방도 861호선이 지나는 곳으로,

성삼재에서 천왕봉으로 올라 중산리로 내려서는 이른바 성중종주,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는 지사모 이벤트 산행의 주인공으로 골라잡았건만,

선뜻 물진 않고 깔짝깔짝 입질만 하는가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주먹을 만드는 손가락도 안 되는 단출한 일행이 장도에 오를 줄이야?

반야봉 일출산행을 핑계(?)로 우정 출연하는 분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고암 회장과 큰골 카페지기 또 늦게나마 철든 여인네 바람소리,

그래 봤자 반야봉 아닌 노루목 삼거리에서 헤어지게 되겠지만,  

성삼재에 이르자 차츰차츰 흩뿌리던 가랑비가 그치고,

짙은 구름을 놀이터 삼아 숨바꼭질하는 반달이 반가운데,

언제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지리산 날씨,

이쯤 되면 마음을 놓아도 되는 걸까? 

천왕봉이 28.1km라니까,

중산리는 33.5km인가?(02:10)








노고단대피소,

노고단고개로 올라가는 문은 이미 열려 있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으며 목을 축이고 가기로 하는데,

갈수록 하늘이 서서히 개는 듯한 느낌이라 이 아니 좋지 않을 수가,

가랑비라도 맞으면서 장거리 산행을 하는 고통이 어떻다는 건,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이들이 어찌 알 수 있을까?(02:45 - 02:51)








노고단고개,

여태까지 몸을 푸는 워밍업warming-up) 단계였다면,

본격적인 지리산 주능선 종주는 지금부터라고나,

반야봉과 삼도봉은 똑같이 5.5km요,

가야 할 천왕봉은 25.5km를 가리키는데,

어떻게 해서든 가야만 하는,

아니 어차피 갈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03:00 - 03:03)








피아골삼거리,

천왕봉 22.7km · 노고단고개 2.8km를 가리키고(03:50)


임걸령,

양 많고 물맛 좋기로 소문난 샘이 있으며,

맛깔스러운 바람소리표 떡을 나눠 먹으며 이별을 준비하는데,

욕심 같아선 반야봉을 경유하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것도 좋긴 하지만,

까딱하면 대세를 그르치는 무모한 짓(?)이 될 수도,

반야봉이 어디로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니거늘,

언제든 밟고 싶을 때 가면 되지,

모른 척하고 그냥 지나치는 게 상책이라고나?(03:59 - 04:07)








노루목삼거리,

반야봉이 1.0km요 삼도봉도 1.0km요,

반야봉에서 삼도봉은 1.3km 정도 되니까,

반야봉을 경유하면 1.3km가 늘어나는데,

일출산행팀에게 마음만 딸려 보내고선 삼도봉으로,

결과적으론 잘한 짓(?)이요 탁월한 선택이더란, 

성삼재에서 노루목까지 함께한 우정 산행,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지만,

고마운 그 마음이야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점점 구름이 걷히면서 달과 별이 드러나는 걸로 봐선,

반야봉에서 아주 훌륭한 해맞이를 할 수 있을 듯,

아까부터 여기저기 깔리는 구름바다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환상적인 해돋이가 되지 아니할까?(04:37 - 04:44)





삼도봉(三道峰),

전남(구례) · 전북(남원) · 경남(하동)이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정상부가 낫의 날을 닮았다 하여 그전엔 낫날봉 또는 날라리봉이라 하다, 

1998년 10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삼각뿔 형태의 정상 표지판을 세우면서 삼도봉으로 부르며,

한창 무르익어 가는 가을을 만끽하려는 종주꾼들이 꽤 많은 듯, 

이제 천왕봉은 딱 천왕봉 20.0km를 가리키는데,

살랑살랑 가다 보면 만날 수가 있겠지?(05:03 - 05:06)


1998년 10월 三道를 낳은 봉우리에서

전북 · 경남 · 전남 도민이 서로 마주보며 天 · · 人 하나됨을 기리다.








홍일점(紅一點) 파랑새,

<이문세>가 노래하여 더더욱 알려지게 되었다는,

기쁨과 행복을 상징하는 희망의 새라던가?

누군 파랑새 아닌 종달새가 자꾸만 입가에 맴돈다 하고,

미래의 행복만을 꿈꾸면서 현재의 일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관심을 가지지 아니하는 <파랑새 증후군>이란 것도 있더라만,

어쨌거나 오늘은 행운을 가져다 주는 그 파랑새가 아닐까?


♩ ♪ ♬ 귓가에 지저귀던 파랑새

마음에 파닥이던 파랑새

푸시싯 날갯짓이 예뻐서

늘 곁에 두고 싶던 파랑새♩ ♪ ♬





551계단으로 내려선 화개재,

지리산 능선에 있었던 장터 중 하나로, 

경남에서 연동골을 따라 올라오는 소금과 해산물,

전북에서 뱀사골로 올라오는 삼베와 산나물 등을 물물교환하던 장소였다는데,

이번 참에 유비랑 선함이 합작하여 회개하게재(?)로 바꿔 버렸다나?(05:21)


토끼봉,

헬기장에서 잠깐이나마 목을 축이고 가는데,

이제 어슴푸레하게나마 날이 새는 느낌이 드는 걸,

서녘은 거의 구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데 비해,

해가 뜰 동녘은 짙은 구름이 드리워진 그대로라 반야봉 일출팀이 걱정,

지금 상황으로 봐선 우리야 제대로 된 일출을 본다는 건 글렀지만,

 연하천으로 가는 그 어디에선가 나무 사이로 겨우 볼 수 있으려나?(05:52 - 05:55)


중봉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

이제나저제나 천왕봉으로 갈 수 있을까?





반야봉과 반야중봉,

반야중봉 아래 자리 잡은 황금색의 묘향암이 드러나는데,

반야봉에서 쪼그리고 앉아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을 일출팀,

 과연 소원을 성취할 수 있을까?





또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는 천왕봉,

저기 또한 수많은 산꾼들이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일출,

나무 사이로 볼 수밖에 없어 아쉽고 안타깝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 보고 또 즐기면서 만족하면 되는 게 아니던가?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고나?






연하천대피소,

연하(煙霞)란 <안개와 노을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멋진 선경(仙境)이란 뜻이며,

연하천(煙霞泉)이란 지리산 종주로를 개척한 구례 연하반산악회에서 작명하였다는데.

이 일대는 1440m나 되는 고지대인데도 불구하고 숲속을 누비는 물줄기가

마치 안개와 노을이 어우러진 선경(仙境) 속에서 흐르는 것과 같다 하여 붙인 거라고,

비에 젖은 탁자와 의자를 닦고 앉아 아침을 먹고 또 좀 쉬었다 가기로,

이제 천왕봉은 15.0km를 가리키는데,

삼도봉에서 5.0km를 온 셈인가?(07:08 - 07:44)























4인방,

무조건 중산리까지!!!  


쌩쌩하네



아직은 웃는 듯한 얼굴이지만?



내 연식이 어때서?



삼각고지,

지리 01 - 24지점(1492m)이기도 하며, 

영원봉과 삼정산으로 뻗어 내린 중북부능선이 나뉘는 곳이고(07:57) 


삼각고지와는 이웃사촌인 명선봉,

산사나이가 주인이라던가?


구름바다,

백운산 산줄기가 펼쳐지고














외부자바위,

부자바위골 날머리라던가?(08:11)








형제봉,

멋진 전망대이며,

지리 01 - 26지점(1462m)이기도 한데,

전망대로 올라 잠깐 눈요기를 하고 가기로,

그냥 갈 수 없잖아!(08:22 - 08:25)


눈 아래 보이는 부자바위



중봉과 천왕봉



천왕봉으로 굽이치는 지리 주릉












꼭대기만 드러나는 반야봉









부자바위,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에 관한 전설,

함양군 마천면 하정마을에 인걸이란 나무꾼이 홀어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장면을 엿보게 되자,

인걸은 선녀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선녀의 옷을 몰래 숨겨 놓았다는 걸,

결국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 아미(阿美)는 인걸(仁乞)과 결혼하게 되었고,

인걸과 아미는 삼남매(1남 2녀)를 낳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만,

이에 안심한 인걸이 그 일을 털어놓으며 아미에게 선녀의 옷을 입혔더니,

아미가 지아비와 아이들을 버리고 훌쩍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나?

그렇게 떠난 아미를 인걸과 삼남매가 날마다 지리산으로 올라가서,

하늘을 보며 돌아오지 않는 아내와 어미를 기다리다 지쳐 그만 죽고 말았으니,

후세 사람들은 인걸과 삼남매가 바위로 굳어졌다 하여 부자바위라 부른다는데,

하정마을 쪽에서 보면 인걸과 삼남매가 걸어가는 형상이라나?(08:28 - 08:33)











부자바위,

연하천대피소 2.1km · 벽소령대피소 1.5km를 가리키고








누가 삼국지의 주인공이 아니랄까 봐,

기다란 다리로 성큼성큼 어찌나 잘도 가는지


반야봉과 부자바위



부자바위









벽소령대피소,

벽소명월(碧宵明月)은 지리산 10경 가운데 제5경으로,
벽소령은 빼어난 경관과 지리산 등줄기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입지조건에서

밀림과 고사목 위에 떠오르는 달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고 하며,

세석대피소 6.3km · 천왕봉 11.4km를 가리키는데,

33.5km에 이른다는 성중종주,

이제 16.7km를 왔고 16.8km가 남았으니,

벽소령대피소가 중간쯤 되는 곳인가?

이원규 시인이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읊은 벽소령,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09:03 - 09:13)


노고단대피소 14.1km · 연하천대피소 3.6km · 세석대피소 6.3km를 가리키는데,

노고단대피소 14.1km는 노고단고개의 잘못이고












































구벽소령대피소,

지리 01 - 31지점이기도 하며,

세석대피소 5.2km · 벽소령대피소 1.1km를 가리키고(09:33)














지리 01 - 33지점,

쭉 이어지는 가풀막을 힘들여 올랐으니 숨을 고르고 가기로,

세석대피소 4.6km · 벽소령대피소 1.7km를 가리키고(09:49 - 09:52)


선비샘,

그전엔 제법 세차게 콸콸 쏟아졌던 걸로 알고 있건만,

몇 년 전부터인가 왠지 모르게 물줄기가 영 시원찮아지는가 싶더니,

이젠 거의 마른 거랑 다름없게 되어 버렸는데, 

아무래도 물길이 다른 데로 바뀐 듯,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선비샘 영감님도 별수 없이 기력이 쇠잔해진 걸까?

지리산처럼 물이 흔한 곳도 없을 텐데,

무슨 보신제라도 차려놓고 제(祭)라도 지내야 할 듯,

나오는 둥 마는 둥하는 물을 기다리며 받을 여유는 없기에,

줄을 서려다 그냥 지나치고 참고 아끼면서 세석대피소까지 가기로,

점심을 먹을 세석대피소는 3.9km를 가리키고(10:06 - 10:09)








선비샘의 유래를 아시나요?

옛날 덕평골에 화전민 이씨라는 노인이 살았다.

노인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서,

죽어서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 자식들에게

자신의 묘를 상덕평의 샘터 위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효성스러운 자식들은 그의 주검을 샘터 위에 묻었고,

그로부터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서 무덤으로 절을 하는 형상이 되어,

죽어서 남들로부터 존경 아닌 존경을 받게 된 것이다.





이를 어쩌나?

선비샘을 지나자마자 북방의 오랑캐가 서서히 반란을 일으키는데,

꼬셔도 보고 또 후려쳐 봐도 소용없고 부질없는 짓(?)인 걸,

기어이 선전포고를 하며 쳐내려오고야 마는 오랑캐,

마냥 당하고만 있을 순 없어 맞장을 뜰 수밖에,

날마다 치르는 전쟁인데 승부는 뻔하지 않은가?

채 5분도 안 돼 뒤치다꺼리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상대도 안 되는 게 까불고 있어!(10:33 - 10:41) 





칠선봉 망바위,

지리 01 - 37지점(1564m)이기도 하며,

요즘 들어선 칠선봉을 대표하는 봉우리이기도 한데,

지리산 제1봉 천왕봉을 찾아보라지만,

천왕봉은 굳이 찾아볼 것도 없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걸,

지리 주릉에서도 가장 뛰어난 전망대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이 또한 그냥 갈 수 없잖아!(10:50 - 10:55)





























칠선봉 기암,

칠선봉이란 이름표를 달고 있으며, 

지리 01 - 38지점(1552m)이기도 한데,

칠선봉은 부근에 흩어져 있는 7개의 암봉을 지칭하는 것으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칠선 남릉이 흘러내리는 1565m봉이라는데,

모양새가 좋아서 칠선봉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이 되지 않았을까?(11:05 - 11:08)


칠선봉의 맏형격인 1565m봉












영신대 갈림길(11:30)



영신봉 오름길에 도사리고 있는 175계단,

딱히 할 짓(?)도 없어 심심하고 해서 일부러 세었다고나,  

화개재 부근의 551계단에 비하면 1/3도 안 되지만,

누구라도 골탕을 먹지 않을 순 없을 걸?


좌고대(坐高臺),

175계단을 다 올라가자마자 오른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있다는데,

나 홀로 가는 것도 아니고 또 갈 길이 바빠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언젠간 눈맞춤을 할 있지 있을까?(자료사진)





짝퉁 좌고대(?),

175계단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짧은 철계단 위에 있으며,

그 바로 위 짱구바위랑은 이웃사촌이기도 한데,

한때는 좌고대로 알려지기도 했다지만,

지금은 진품 아닌 짝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나?(자료사진)


짱구바위,

지리 01 - 40지점(1608m)이기도 하며,

가분수바위라 부르기도 한다던가?(11:41)











제석봉과 연하봉 사이로 장터목대피소가 보이고



























영신봉,

백두대간에서 낙남정맥이 나뉘는 봉우리로,

바로 위가 영신봉 정상이라지만,

가지 말라는데 착한 산꾼이 왜 가?(11:55)














촛대봉과 시루봉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천왕봉,

곧 가마,

조금만 더 기다려라!














점심을 먹을 세석대피소로 내려가고






지리산 대피소마다 화장실 개선공사가 한창이고









세석대피소 샘터,

선비샘과는 달리 잘도 나오는 샘물을 맘껏 들이키고,

샘터 앞에 넷이서 주저앉아 김밥과 빵으로 점심을 먹고 가기로,

10시간 만에 등산화를 벗어 버리자 살 것 같기도,

누가 시켜서 하는 짓거리(?)도 아니건만,

비가 안 오는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긴 한데, 

오늘따라 왜 이다지도 더운 건지?(12:06 - 12:36)


장터목대피소 3.4km라는데,

천왕봉은 5.1km요 중산리는 10.5km인가?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언제나 끝낼 수 있으려나?





세석갈림길









세석대피소 뒤로 보이는 영신봉,

그리고 한신바위와 운장바위


중북부능선과 서북능선












촛대봉,  

촛대봉에 얽힌 전설이라는데,

옛날 대성골에 호야와 연진이라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이

자유롭고 평화스럽게 한 가정을 꾸미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아무 부러울 것이 없는 이들에게 오직 자식이 없다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는데,

어느 날 곰이 찾아와 연진여인에게 세석고원에 음양수샘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면서

이 물을 마시며 산신령께 기도하면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일러 주었다.

연진여인은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홀로 이 샘터에 와서 물을 실컷 마셨는데,

호랑이의 밀고로 노한 산신령이 음양수샘의 신비를 인간에게 알려준 곰을 토굴 속에 가두고,

연진여인에게는 세석 돌밭에서 평생 철쭉을 가꿔야 하는 가혹한 형벌을 내리게 되었다.

그 후 연진여인은 촛대봉 정상에서 촛불을 켜 놓고

천왕봉 산신령을 향하여 속죄를 빌다가 돌로 굳어져 버렸고,

아내를 찾아 헤매던 호야는 칠선봉에서 세석으로 달려가다 산신령의 저지로 만날 수 없게 되자,

가파른 절벽 위의 바위에서 목메어 연진여인을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세석고원의 철쭉은 연진여인의 애처러운 모습처럼 애련한 꽃을 피운다고 하며,

촛대봉의 바위는 바로 연진여인이 굳어진 모습이라 한다.


백두랑 파랑새가 뭔 짓(?)을 하는지 안 오기에,

유비랑 함께 촛대봉 정상부로 올라가 보기로 하는데,

그 짓(?)을 할 때면 늘 바라보면서도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정상부,

오늘 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또다시 기회가 있을 수 있으려나?

이제 장터목대피소는 2.7km요,

천왕봉은 4.4km를 가리키고(12:55 - 13:01)


가야 할 그곳



















































백두,

아직은 쌩쌩하니 걱정하지 말라지만,

25km가 한계라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는지?


화장봉,

꽁초바위라 부르기도 한다는데,

연하봉과 일출봉이 손 내밀면 잡힐 듯이 가까운가 하면,

그 뒤엔 천왕봉이 꼭대기만 살짝 드러내는 걸,

가야만 하고 또 갈 수밖에 없는 곳이지만,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고나?(13:40 - 13:47)








곡점능선인가?



반쯤만 보여주는 반야봉



끄트머리엔 만복대를 비롯한 서북능선이고



함양군 마천면 일대



오도재,

그 뒤 저 멀린 서봉과 남덕유산인 듯?

















곡점능선과 도장골



촛대봉과 화장봉



화장봉과 반야봉  


















연하봉,

지리산 10경 중 제8경이란 연하선경(煙霞仙境),

 세석대피소에서 연하봉에 이르는 2.6km의 산줄기를 일컫는 걸로,

연하천대피소와 마찬가지로 구례 연하반산악회에서 이름을 붙였다는데,

노고단과 천왕봉을 잇는 지리산 주능선(25.5km)에서 가장 아름다운 백미(白眉)라고나?

이원규 시인이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읊은 연하봉,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13:58)


























산꾼들로 북적이는 장터목대피소,

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탁자엔 빈자리가 없을 정도인데,

화창한 가을 날씨를 맞아 천왕봉으로 단풍놀이를 꽤 많이 온 듯,

이제 마지막 고비가 될 천왕봉은 1.7km,

고지가 바로 저긴데,

기를 쓰고서라도 올라가야지,

여기서 그만 둘 수야 없지 아니한가?(14:12 - 14:24)





법천계곡과 중산리 쪽이고



문창대와 세존봉이 끄트머리나마 드러내고 












가자,

제석봉 그리고 천왕봉으로!


장터목을 뒤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먼저 가라면서 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비켜 주는 백두,

아까부터 무릎이 말썽을 부릴까 봐 걱정이더니,

말은 안 해도 겨우 정비한 무릎에 기어이 또다시 탈이 난 듯,

안타깝지만 한 발짝도 대신 걸어 줄 순 없는 법,

아쉬움에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면서도 먼저 갈 수밖에는,

좀 더 익은 유비랑 선함이 앞장을 서고,

좀 덜 익은 파랑새랑 백두가 따라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아닌 장유유서(長幼有序)인 셈인가?

  쭉 같이 움직이다 자연스레 두 패로 나뉘지만,

천왕봉에선 다시 하나가 되어 중산리로 내려가게 될 걸,

 이렇거나 저렇거나 우린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가 아닌가?








제석봉 고사목(帝釋峰 枯死木)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고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대에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그 불이 제석봉을 태워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습니다.

탐욕에 눈 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어리석은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지나온 산줄기















제석봉,

천왕봉과 중봉에 이은 지리산에서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로,

그 유명하던 고사목도 이젠 거의 사그라지고 없는데,

산 나무도 어렵다는 지리산의 모진 비바람과 거친 눈보라,

죽은 나무가 오랫동안 버티기에는 너무 버거웠는지도,

이 또한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나 할까?(14:41)








고지가 바로 저긴가?









망부석(望夫石),

여인네가 쪽진머리를 하고 단정히 앉아 있는 모습과 비스무리하다는데,

언젠가 돌아올 낭군(郎君)을 기다리다 지칠 대로 지친 나머지,

그만 죽어서 바위로 굳어졌다는 슬픈 전설이 서려 있는 걸까?








호구당터,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던 곳이라던가?

장터목대피소 1.0km · 천왕봉 0.7km가리키고(14:48)


도깨비바위,

망부석이나 클레오파트라바위라 하는가 하면,

통천문 수호신바위 또는 배트맨바위라 부르기도 한다는 걸?


통천문(通天門),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던가?

파랑새랑 백두는 어디쯤 오고 있는지,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우리랑 제법 많이 처지지 않았을까?

너무 벌어지지 않고 따라오면 참 좋으련만,

이제 0.5km를 가리키는 천왕봉,

그 어디라도 만만찮은 깔딱고개가 아니던가?(14:59 - 15:02)




















노란 잠바의 여인네,

저게 누군가?

쓰리고 아닌가?

천왕봉에서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서방님이 걱정이 되었는지 마중을 나왔는 걸,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앞장서지 말고 유비를 앞세우는 건데,

그래 봐야 몇 발짝 떨어지지도 않았으니,

도긴개긴이요 오십보백보이긴 하지만


애당초 약속으론 중산리주차장에서 기다리기로 했다지만,

그단새 서방님이 보고 싶어 천왕봉으로 올라왔다는데,

바로 뒤에 따라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될 걸,

지리산에서 감동적인 부부상봉이 이루어지는 셈인가?

















하트바위라던가?












천주(天柱),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일월대(日月臺),

일출과 일몰 및 월출과 월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라던가?

일두 정여창(一蠹 鄭汝昌,1450 - 1504)의 후손이자

충청도 관찰사를 지낸 함양 출신의 정태현(鄭泰鉉, 1858 - 1919)이 새겼다고,

그가 남긴 죽헌집(竹軒集)에 전한다 하고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난 6월 16일에 이어 4달 3일 만이요,

올해 들어선 나완 일곱 번째 만남인 셈인데,

천왕봉을 이렇게 오랜만에 온 것도 근래엔 없는 일인 듯,

천왕일출(天王日出)은 지리산 10경(景) 중 제1경으로,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던가?

언제 와도 좋은 천왕봉,

마음 같아선 좀 더 자주 찾고 싶지만,

중산리를 축으로 원점을 그리면 거의 다 돌길이기에,

그 돌길이 싫어 나도 모르게 주저하는 게 아닐까?

눈요기를 하면서 조금 기다리자 유비는 올라오건만,

파랑새랑 백두는 어디쯤 오는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걸,

어느새 오후 3시가 넘었으니 너무 늦으면 안 되는데,

그나저나 말썽을 부린다는 무르팍은 괜찮아진 걸까?

이원규 시인이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읊은 천왕봉,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15:17 - 15:55)














웅석봉



순두류 쪽이고



황매산



함양읍
























이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파랑새랑 백두,

나보단 20분이나 늦었는데,

그놈의 무르팍이 발목을 잡더라나?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온 게 어딘가?


파랑새, 유비, 선함, 백두(찍사 : 쓰리고)






























천왕봉을 뒤로하고 5.4km를 가리키는 중산리로,

여느 때 같으면 2시간 남짓이면 내려갈 수 있겠지만,

무릎에 탈이 난 이가 있어 도저히 무리란 생각인데,

굳이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형편에 따라야 할 듯,

모두 헤드랜턴이 있으니까 어두워져도 상관없는 걸.


천왕샘,

졸졸 나오는 물로 목을 축이고 가는데,

오늘따라 가을 날씨치곤 어찌나 더운지,

물을 얼마나 마셨는지 알 수 없을 정도라고나,  

이제 중산리 5.1km를 가리키고(16:05 - 16:10)








또다시 눈을 맞추는 반야봉



선바위,

법계사 1.4km · 중산리 4.8km · 천왕봉 0.6km를 가리키고(16:20) 








개선문,

중산리 4.6km를 가리키고(16:24)






사자바위라던가?(16:38)



화장실과 마찬가지로 등산로 정비공사가 한창이고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이제 문창대가 바로 코앞에 보이고


세존봉과 문창대






법계사,

천왕봉 2.0km · 중산리 3.4km가리키고(16:58)


로타리대피소샘



로타리대피소,

무릎이 말썽을 피우는 백두랑 먼저 내려가는데,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일부러 엄살을 부리면서 그러는 것도 아니건만,

이제 중산리탐방안내소 3.3km를 가리키고(17:00)








문창대샘,

선비샘만큼은 물이 나오는 듯?(17:10)


문창대 우량국



중산리 망바위,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에도 망바위가 있으며,

법계사 1.0km · 천왕봉 3.0km · 중산리 2.4km를 가리키고(17:23)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아직은 어두워지진 않았지만 어둑어둑해지는 걸로 봐선,

아무래도 얼마 안 가 헤드랜턴을 켜야 할 듯,

뒤처진 일행들을 기다렸다 다 같이 중산리로 내려가는데,

중산리 1.3km · 장터목대피소 4.0km · 천왕봉 4.1km · 법계사 2.1km를 가리키고(17:50 - 17:55)


칼바위,

홈바위와 얽힌 전설을 소개하면,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난 뒤,

지리산에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놈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하 장수에게 칼을 주면서 그놈의 목을 베어 오란 명령을 내렸는데,

그 장수가 그놈을 찾아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다가,

소나무 아래 큰 바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에게 다가가 칼로 내려치자,

큰 바위는 갈라져 홈바위가 되고 부러진 칼날이 3km를 날아가 칼바위가 되어,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니,

칼바위는 법천폭포와 더불어 중산리 일대에선 최고의 명물이 아닐까?(17:58)








법계교(중산리야영장),

이제야 비로소 지리산의 품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으며,

걸음을 멈추게 될 중산리탐방안내소(소형주차장)는 200m 남짓이요,

 헤드랜턴을 켜고 입산(入山)했다 또 헤드랜턴을 켜고 출산(出山)하는 셈인가?(18:22)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성삼재에서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서는 이른바 성중종주,

16시간 15분 만에야 33.5km에 이르는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는데,

나름대로 부지런히 걷고 별스레 농땡이를 치지도 않았건만,

 왜 이렇게 생각보다도 훨씬 많은 시간이 걸린 걸까?

남진하는 백두대간 졸업산행이던 지난해 5월 13일의 성중종주,

그땐 12시간 28분(운행시간 10시간 16분 + 휴식시간 2시간 12분)이 걸렸으니,

이제 겨우 1년 5개월 지난 세월이 그렇게나 무서운 걸까?

이런저런 사정이야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어쨌거나 넷이서 하나가 되어 모두 성공한 성중종주,

한껏 무르익은 가을을 만끽하면서 지리산을 맘껏 누볐다고나,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슴속 깊숙이 자리 잡을 듯,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서로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오른다.

그리곤 떠난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진주로 가기에 앞서,

조촐한 뒤풀이가 있을 산청군 원지 신안추어탕집으로(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