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7년 3월 22일(수요일)
* 날 씨 : 구름 많음
* 산 행 지 : 중산리 - 칼바위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대피소 - 법천폭포 - 칼바위 - 중산리
* 산행거리 : 12.5km
* 산행시간 : 8시간 50분(운행시간 5시간 30분 + 휴식시간 3시간 20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2명(사노라면, 선함)
* 산행일정
09:40 중산리탐방안내소(대형주차장 1.5km·법계교 0.2km·법계사 3.4km·천왕봉 5.4km)
09:43 법계교(637m, 법계사 3.2km·천왕봉 5.2km·장터목대피소 5.1km·대형주차장 1.7km)
09:57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중산리 0.7km·장터목대피소 4.6km·법계사 2.7km)
10:07 칼바위(830m)
10:10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중산리 1.3km·장터목 4.0km·천왕봉 4.1km·법계사 2.1km)
10:41 - 10:47 망바위(1177m, 법계사 1.0km·천왕봉 3.0km·중산리 2.4km)
11:01 문창대 우량국
11:04 문창대샘
11:16 - 11:26 로타리대피소(1335m, 천왕봉 2.1km·중산리 3.3km·칼바위 2.0km·순두류 2.7km)
11:28 법계사(천왕봉 2.0km·중산리 3.4km)
11:31 - 11:41 고운최선생장구지소
11:50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12:03 사자바위(지리 05 - 08지점, 1531m)
12:18 - 12:21 개선문(천왕봉 0.8km·법계사 1.2km·중산리 4.6km)
12:28 선바위(천왕봉 0.6km·법계사 1.4km·중산리 4.8km)
12:38 천왕샘고개
12:40 - 12:46 천왕샘(천왕봉 0.3km·법계사 1.7km·중산리 5.1km)
12:57 - 13:36 지리산 천왕봉(1915.4m, 대원사 11.7km·법계사 2.0km·중산리 5.4km·장터목 1.7km)
13:51 통천문(지리 01 - 51지점, 1814m, 장터목대피소 1.2km·천왕봉 0.5km)
14:03 호구당터 안부(장터목대피소 1.0km·천왕봉 0.7km)
14:14 - 14:22 제석봉(1808m, 장터목대피소 0.6km·천왕봉 1.1km)
14:35 - 16:02 장터목대피소(1653m, 세석대피소 3.4km·제석봉 0.6km·천왕봉 1.7km)
16:12 지리 04 - 08지점(1552m)
16:25 명성교(중산리 4.5km·장터목대피소 0.8km)
16:31 병기막터교
16:45 - 17:01 유암폭포(중산리 3.7km·장터목대피소 1.6km)
17:06 홈바위교
17:12 홈바위(지리 04 - 04지점, 1114m, 중산리 3.1km·장터목대피소 2.2km)
17:23 지리 04 - 03지점(1025m, 중산리 2.6km·장터목대피소 2.7km)
17:30 칼바위골 최고의 물웅덩이
17:37 - 17:52 법천폭포
17:56 숨은골 출렁다리
18:05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중산리 1.3km·장터목 4.0km·천왕봉 4.1km·법계사 2.1km)
18:08 칼바위(830m)
18:16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중산리 0.7km·장터목대피소 4.6km·법계사 2.7km)
18:27 법계교(637m, 법계사 3.2km·천왕봉 5.2km·장터목대피소 5.1km·대형주차장 1.7km)
18:30 중산리탐방안내소(대형주차장 1.5km·법계교 0.2km·법계사 3.4km·천왕봉 5.4km)
*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는다.
아니 잊을 수가 없다.
2010년 1월 31일(일요일),
태극을닮은사람들 시산제가 지리산 천왕봉에서 있던 날이다.
전국의 각 지부에서 온 장거리 산꾼들로 천왕봉이 시끌벅적했는데,
거기엔 나와 사노라면도 한몫을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내가 태달사에 발을 들여놓은 건 2009년 6월 29일이지만,
그해 9월 회장의 허락도 없이 덕산 지리태극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활동정지회원으로 묶어버리는 바람에 그해 10월 중순 스스로 나갔다가,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자 12월 31일 다시 태달사에 들어갔으니,
쉰여섯이지만 태달사에 있어선 신출내기나 다름없던 때가 아니던가?
진주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로 올라가자,
그리운산 회장과 사노라면을 비롯한 여러 회원들이 반기는데,
그리운산 회장은 지난해 8월 어천에서 하계수련회가 끝날 무렵 잠깐 뵌 적이 있지만,
거제에서 온 사노라면과 얼굴을 대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을까?
갑장이기에 허물없이 금세 친해지긴 했지만,
시산제를 마치고 장터목대피소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자,
사노라면을 위시한 거달사 회원들이 진주까지 태워주겠다는데,
고맙다는 말과 함께 못 이기는 척하고 슬쩍 타는 수밖에는,
음복이긴 하지만 낮술을 마셔 왁자지껄한 차 안,
누구랄 것도 없이 웃고 떠들며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는가 싶더니,
이대로 그냥 갈 수 없다며 차를 세우는 게 아닌가?
한잔 더 하고 가자면서,
지금도 생각난다.
산청군 단성면 덕천강가의 구만횟집,
피리튀김을 안주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이 오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무르익고 점점 더 취할 수밖에는,
얼큰하게 오른 술기운에 툭 던지길,
'갑장, 백 살 때 우리 천왕봉에 가자.'
사노라면이 받길,
'백 살 천왕봉, 그거 좋지.'
이에 거달사 회원들도 꼭 그러라며 박수를 치며 부추긴다.
'난 명석막걸리를 갖고 갈게.'
'그럼 난 안주를 가져 가지.'
선함과 사노라면,
두 갑장의 백 살 천왕봉 약속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아니 이루고야 만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태극을닮은사람들 거제지부에 소속된 거제 사노라면과 진주 선함이 천왕봉으로,
갑장인 둘은 백 살 때 천왕봉을 오르기로 약속한 사이라는데,
백 살이라고 해봤자 불과(?) 37년밖에 안 남았으니,
미리 해보는 리허설(rehearsal)이라고나 할까?(09:40)
법계교(중산리야영장),
이제부터 본격적인 천왕봉 산행이 시작된다고나 할까,
할 일 없는 백수가 세상을 등지고 하루해를 보내려 지리산으로 드는데,
별스레 바쁠 것도 없으니 서둘 게 뭐가 있겠는가?
갑장과 더불어 살랑살랑 다녀오면 되지 않을는지?(09:43, 637m)
산을 위해 태어난 산사람 우천 허만수 선생께 입산신고를,
1916년 진주에서 태어나 30세 초반부터 세석고원에서 움막을 짓고 은거하며,
30여 년 동안 지리산과 산객들의 벗이 되어 살다 환갑이던 1976년 6월 어느 날,
진주에서 가까이 지내던 산악인들에게 '이제 지리산으로 영원히 들어간다.
한 달 내 오지 않으면 내 배낭 속의 소지품들을 모두 불살라 달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 따라 표연히 지리산으로 떠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는데,
아무래도 지리산 산신령이 되지 않았을까?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
세존봉과 문창대를 거쳐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정규 등산로와 합류하고(09:57)
홈바위와 얽힌 전설이 있다는 칼바위,
아껴뒀다 이따가 홈바위에서 갑장에게 들려주기로,
너무 일찍 아는 것도 재미가 덜하지 않을는지?
한창 호기심이 많을 나이가 아니던가?(10:07, 830m)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홈바위와 장터목대피소가 아닌 망바위와 로타리대피소로,
장터목대피소와 홈바위는 내려올 때의 몫으로 돌릴 수밖에는,
유암폭포와 법천폭포가 역광이 되어 잘 나오지도 않지만,
하도 백 살 천왕봉 길동무가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이러려고 둘이서 지리산으로 들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더라나?(10:10, 850m)
백 살 천왕봉 길동무,
느지막한 나이에 잠수함을 몇 년씩이나 탄 바다의 사나이,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보니 내공이란 게 장난이 아니더란,
그 나이에도 큰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어쩌면 좀은 부럽기도,
백 살 천왕봉,
결코 꿈이 아닌 기어이 현실로,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닐는지?
망바위,
백무동 하동바위 코스에도 망바위가 있으니,
중산리 망바위라고나 할까?
훨씬 못하긴 하지만(10:41 - 10:47, 1177m)
사노라면 별일이 다 있다지만,
사노라면과 단 둘이서 발을 맞출 줄이야?
그것도 지리산 천왕봉이라는 델,
37년 뒤에도 이랬으면 참 좋으련만 글쎄,
난 자신 있다만
문창대 우량국(11:01)
문창대 우량국에서 바라본 문창대(文昌臺),
신라 최치원(崔致遠) 선생의 호를 딴 고운대(孤雲臺)
또는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법계사를 왕래하면서 문창대에 올라,
향적대(香積臺)의 바위를 과녁으로 활을 쏘았다고 하여 시궁대(矢弓臺)라고도 부른다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문창대샘,
아직은 완전히 겨울잠에서 깬 건 아니지만,
반달가슴곰과 함께 깨지 않을는지?(11:04)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바라본 천왕봉,
어서 오라며 안달이지만 백수가 뭣이 바쁘다고?
써리봉능선이 가까이서 유혹하지만,
요즘은 갈 수가 없는 걸 어쩌랴?
꼭대기만 드러내는 시루봉, 촛대봉, 삼신봉, 일출봉
청학동을 에워싼 삼신봉 일대도 날 좀 보라 하고
휴일 아닌 평일이라 그런지 고즈넉한 로타리대피소,
할 일 없는 백수가 그 무슨 요일이란 관념이 있겠냐마는,
언제든지 보따리 싸고 나서면 되는 게 아니던가?
백 살 천왕봉 때 내가 갖고 갈 명석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가기로,
그때까지 명석막걸리가 남아 있으려나?
주인장이 나랑 비슷해보이더라만(11:16 - 11:26, 1335m)
아직도 겨울잠에 빠진 로타리대피소샘,
이 또한 반달가슴곰이랑 함께 깨려는 걸까?
법계사 일주문,
이제 천왕봉은 2.0km를 가리키고(11:28)
고운최선생장구지소(孤雲崔先生杖屨之所),
바위에 새겨진 글씨로 인해 한때는 문창대로 잘못 알려졌던 곳으로,
고운 최치원 선생이 머무른 자취가 남아 있는 데란 뜻이라나?
비록 천왕봉은 조금밖에 보이지 않지만,
최고의 문창대 전망대임은 틀림없지 않을는지?(11:31 - 11:41)
문창대가 바로 코앞이고
삼신봉 일대가 보이고
천왕봉이 살짝 드러나기도
문창대를 담고 있는 사노라면,
그 나이에 호기심은 무슨?
천왕봉을 담고 있는 선함,
아직도 호기심이란 게 있긴 한지?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문창대가 잘도 보이는 곳이고(11:50)
마당바위 심장안전쉼터,
법계교 - 천왕봉 구간엔 지난해에 설치한 네 개의 심장안전쉼터가 있고(11:58)
지리 05 - 08지점인 사자바위,
어쩌면 닮은 듯 또 아닌 듯도 하지만,
갈기를 세운 숫자의 모습과 비스무리하지 않을는지?(12:03, 1531m)
세 번째 만나는 심장안전쉼터,
통천길 앞 안내문엔 다목적위치표지판 05 - 08지점이라지만,
실제론 05 - 08지점(사자바위)과 개선문의 중간쯤이라고나 할까?(12:10)
개선문(凱旋門),
본래는 '하늘을 여는 문'이란 뜻으로 개천문(開天門)이라 불렀다고 하며,
또 개천문으로 바꾼다더니 없었던 일로 한 걸까?
이제 천왕봉은 0.8km를 가리키고(12:18 - 12:21)
개선문을 지나자마자 천왕봉 일대가 들어오기도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그전부터 난 선바위라 부르며,
천왕샘으로 이어지는 옛길이 나뉘는 곳으로,
이제 천왕봉은 0.6km를 가리키고(12:28)
중산리 쪽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는 눈,
그저께 사람 사는 세상에 촉촉이 봄비가 내렸을 때,
지리산 일대는 비가 아닌 눈이 내린 듯하고
노고단과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
해맑은 날씨는 아니지만 오늘따라 제법 뚜렷하게 보이는 걸
마지막으로 심장안전쉼터가 설치되어 있는 천왕샘고개,
바로 위에선 천왕봉이 어서 오라며 성화를 부리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야 우린들 왜 없겠는가?
하지만 아직도 20분 정도는 더,
천왕샘에서 목을 축이고 깔딱고개를 올라서자면(12:38)
남강을 이루는 덕천강의 발원지라는 천왕샘,
봄인 듯 아닌 듯 이제서야 기지개를 켜려는 윗샘과는 달리,
이미 겨울잠에서 깬 아랫샘의 바위틈에선 졸졸 물이 나오는데,
생명수로 목을 축이면서 한동안 머물 수밖에는,
이제 천왕봉은 0.3km를 가리키지만,
곧추선 깔딱고개가 도사리고 있는 걸,
그런다고 안 갈 것도 아니지만(12:40 - 12:46)
많이 낡아버린 남강 발원지(천왕샘) 안내문,
이곳 천왕샘은 서부 경남 주민의 식수원인 남강댐의 발원지입니다.
이곳에서 솟구친 물은 덕천강을 따라 흘러,
남덕유산 참샘을 발원으로 하는 경호강과 남강댐에서 합류하여,
남강을 이루어 낙동강으로 흐르게 됩니다.
생명의 원천인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이 맑고 깨끗한 물이 길이길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다함께 지켜갑시다.
2005.10
천왕샘은 남명 조식 선생의 13대손이자 덕산두류산악회 창립 부회장인 조재영(曺在英) 씨가,
물이 고일 수 있도록 석공을 동원하여 사흘 동안 작업한 끝에 1977년 8월 2일 탄생시켰으며,
겨울철에는 얼어붙고 또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게 흠이지만,
천왕봉을 오르내리는 산꾼들에겐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조재영 씨는 1978년 10월 26일 완공한 로타리산장의 초대 산장지기였다고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난 3월 7일에 이어 꼭 보름 만이요,
올해 들어선 나완 다섯 번째 만남이 아니던가?
그저께 꽤 많은 눈이 왔는지 군데군데 덜 녹은 눈이 보이지만,
오늘따라 어찌나 포근한지 천왕봉이 아닌 마치 안방같은 느낌인데,
아직은 봄이길 거부하는 천왕봉이 왜 이러는지,
백 살 천왕봉 길동무와의 아름다운 동행을 축복이라도 하는 걸까?
명석막걸리를 주고받으며 정상주를 들이키는 맛이란,
우리가 이러려고 천왕봉으로 오르지 않았던가?
오늘만 아닌 37년 뒤에도(12:57 - 13:36, 1915.4m)
중봉 쪽으론 가지 말라 하고
칠선계곡이 눈 아래 펼쳐지고
천왕 동릉이 흘러내리고
황매산과 웅석봉이 한눈에 쏙 들어오고
천왕봉을 발아래 밟고 기세등등한 사노라면,
저대로 쭉 백 살까지 갔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나 홀로 오르긴 싫은데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지리산의 종주능선에서는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반야봉과 만복대가 한눈에 쏙이고
사노라면과 선함,
백 살 때도 꼭 이렇게 둘이서,
설마하니 희망사항은 아니겠쥬?
日月臺(일월대),
일출과 일몰 및 월출과 월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던가?
몰라보게 훌쩍 큰 사노라면,
저러다 참말로 백 살 천왕봉이란 대형사고를 치는 건 아닐는지?
백두대간 종주로 다리에 물이 오른 건지,
아니면 고목에 꽃이 피듯이 봄을 맞아 회춘이라도 한 걸까?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천왕봉 하트바위,
여기서 정성스레 빌면 사랑이 이루어지는 걸까?
누군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줘서 그 뜻을 이룬다고 하던데,
金澤柱(김택주)란 이름이 새겨져 있더라만
또 하나의 통천문(?)
칠선계곡 갈림길,
저런다고 안 가는 것도 아니건만,
언제나 저 문이 활짝 열릴지?
제석봉 뒤엔 반야봉이 살짝 드러나고
조심 또 조심,
뭐니 뭐니 해도 안전이 제일 아니던가?
통천문(通天門),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던가?(13:51, 1814m)
잘도 따라오는(?) 사노,
상고대 대장이 같이 간단 소식을 듣고 날더러 고생깨나 하겠다나?
사노 주력이 장난 아니라면서,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니더란,
어금버금이요 엇비슷하다고 하는 게 서로가 속이 편하겠지?
아니 내가 조금 손해인가?
작은통신골 갈림길이기도 한 호구당터 안부,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던 곳이라던가?
때늦은 점심을 먹을 장터목대피소는 1.0km를 가리키고(14:03)
삼신봉 일대가 보이기도
돌아보기도 하면서
제석봉(제석봉 전망대),
백수들이 서둘 것도 없는데 그냥 갈 수 없잖아,
어차피 하루해를 보내고자 지리산으로 들지 않았던가?(14:14 - 14:22, 1808m)
천왕봉이 또다시 오라면서 잘 가란 인사를,
우리 사이에 굳이 그럴 것도 없건만
저 멀리 들어오는 노고단과 반야봉,
만복대가 그 모습을 살짝 드러내기도
내려갈 칼바위골과 중산리 일대
연하봉 뒤에서 촛대봉이 이어받고
그 잘난(?) 얼굴에다 미소까지 띄우는 사노,
벗이 보고싶고 지리산이 그리워 밤잠을 설쳤다나 어쨌다나?
봄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마냥 좋아서
제석봉 고사목(帝釋峰 枯死木),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고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대에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그 불이 제석봉을 태워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습니다.
탐욕에 눈 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어리석은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한산하기 이를 데 없는 장터목대피소,
움직이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산꾼이 많지 않은 평일인데다 이미 점심때도 지나서가 아닐는지?
그다지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취사장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가기로,
이러려고 여태까지 짊어지고 다니며 호강을 시키지 않았던가?
내려가야 할 중산리는 5.3km를 가리키고(14:35 - 16:02, 1653m)
눈 속에 묻혀버린 장터목대피소 표지석
1971년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지리산산장이란 이름으로 문을 연 장터목대피소,
1986년 재건축을 하면서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터목산장으로,
다시 1997년에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장터목대피소로 바뀌었다고 하며,
2013년엔 취사장을 따로 지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장터목,
장터목이란 명칭은 '산청군 시천면 사람들과 함양군 마천면 사람들이
물물교환과 물건을 사고 팔던 곳'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장터목대피소는 1971년 4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의
'지리산 산장'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986년 80명, 1997년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현재 자연자원의 보호와 탐방객의 편의 및 안전을 제공하기 위하여 운영되고 있습니다.
떡국점을 넣어 끓인 라면에다 밥으로 배를 채우고선,
삼겹살을 안주로 하여 사이좋게 좋은데이를 들이키는데,
어쩌면 이런 맛으로 지리산으로 들지 않았을까?
누가 사노를 술고자라고 했던가?
이제 슬슬 중산리로 내려 가볼까?
졸졸 물이 나오는 장터목대피소샘,
산희샘이라고도 한다던가?
지난 3월 7일엔 이랬는데
지리 04 - 08지점,
장터목대피소 0.2km·칼바위 3.8km를 가리키는데,
향적사지(향적대, 금강대)를 오가는 이들의 이정표 노릇을 한다던가?(16:12, 1552m)
장터목대피소 0.5km·중산리 4.8km를 가리키고(16:20)
칼바위골 최상류부를 가로지르는 명성교,
언제부터인가 그 이름조차도 사라지고 없으며,
이제 중산리는 4.5km를 가리키고(16:25)
병기막터교 바로 위,
겨울과 봄이 엇갈리는 듯
병기막터교,
호기심 많은 사노가 왜 병기막터교라고 하느냐고 묻기에,
예전에 무기를 만들던 곳이 부근에 있었지 않았을까라는 대답을,
물론 믿거나 말거나 선택은 자유지만,
兵器幕(병기막)터라 한다면 어느 정도 맞을 것도 같지 않을는지?(16:31)
칼바위골과 통신골 합수지점에서 바라본 천왕봉 일대
나무가 바위를 조르는 건지,
아니면 바위가 나무를 누르는 건지,
마치 숙명이나 되는 것처럼 하나가 된 나무와 바위,
둘 다 본의가 아닌 잘못된 만남이라고나 할까?
어느새 완전히 겨울잠에서 깨어난 유암폭포,
힘없이 떨어지는 보잘것없는 물줄기가 아쉽기도 하지만,
어쩌면 저게 본디의 모습인지도,
나의 오줌줄기랑 별스레 나을 것도 없이 엇비슷한,
이제 중산리는 3.7km를 가리키고(16:45 - 17:01)
홈바위교,
말할 것도 없이 멀지 않은 곳에 홈바위가 있어서 붙은 이름이요,
너덜지대에 쌓은 수많은 돌탑들이 어우러져 볼거리를 더하고(17:06)
홈바위교 아래 너덜지대에서 바라본 제석봉
지리 04 - 04지점인 홈바위,
칼바위와는 얽힌 전설이 있다는데,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난 뒤,
지리산에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놈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하 장수에게 칼을 주면서 그놈의 목을 베어 오란 명령을 내렸는데,
그 장수가 그놈을 찾아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다가,
소나무 아래 큰 바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에게 다가가 칼로 내려치자,
큰 바위는 갈라져 홈바위가 되고 부러진 칼날이 3km를 날아가 칼바위가 되어,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니,
칼바위는 중산리 일대에선 제일가는 명물이 아닐는지?(17:12, 1114m)
지리 04 - 03지점 이정표,
중산리 2.6km·장터목대피소 2.7km를 가리키는데,
거의 중간쯤 되는 셈인가?(17:23, 1025m)
칼바위골 최고의 물웅덩이,
모른 척하고 그냥 갈 수 없잖아,
장터목대피소샘에서 받은 물이 그대로 있지만,
기어이 배낭을 짊어진 채로 엎드려서 물맛을 보고 가기로,
꿀맛까진 아닐지라도 좋긴 참 좋더란(17:30)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나 법천폭포로 내려가기로,
법천폭포야말로 칼바위골에선 제일가는 볼거리가 아니던가?(17:36)
1분 남짓 만에 내려선 법천폭포 위,
밧줄을 잡고 아래로 내려가고(17:37 - 17:52)
법천폭포 또한 겨울잠에서 깨어나긴 했지만,
유암폭포와 마찬가지로 물줄기가 가늘어 좀은 아쉽기도,
하기야 지금이 어느 땐데 저 정도도 훌륭하지 아니한가?
수없이(?) 지리산엘 다녔어도 법천폭포는 처음이라는 사노,
사람이 고지식하게 너무 그렇게 사는 것도 아니건만,
사노라면 때론 생활의 지혜란 것도 필요하지 않을는지?
멋진 길동무를 만나는 바람에 눈이 호강하지 않았을까?
숨은골 출렁다리에서 다시 정규 등산로에 합류하여,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를 거쳐 칼바위와 법계교로(17:56)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이제 중산리는 1.3km가 아니던가?(18:05, 850m)
올라갈 때와 다름없이 꼿꼿하게 서 있는 칼바위,
이성계와 얽힌 전설을 보면 625살쯤 되는 셈인가?(18:08, 830m)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18:16)
언제라도 그러하듯이 법계교에서 우천 허만수 선생께 하산신고를 ,
오늘도 무탈하게 잘 다녀오지 않았는가?
환갑 진갑 다 지난 노인네(?) 둘이서(18:27, 637m))
법계교에서 바라본 황금능선,
국수봉 부근이고
거의 9시간 만에야 다시 돌아온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서둘러 내려와야 아무런 볼일이나 할 일도 없는 백수들이고 보면,
어차피 지리산의 품안에서 하루해를 보내려고 들지 않았던가?
닷새 놀고 이틀 쉬는 황금백수이긴 하지만,
메인 게임(main game)을 불과(?) 37년 앞두고 가진 리허설(rehearsal),
이만 하면 아직은 둘 다 이상이 없다고 해도 좋지 않을는지?
사노라면 별일이 다 생긴다지만,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백 살 천왕봉이란 약속만은,
백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천왕봉 숙제 있어 못 간다고 전해라.(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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