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태극(관련) 산행기

비와의 악연을 떨쳐내지 못한 덕산 지리태극(2)

큰집사람 2015. 10. 12. 13:26

* 날    짜 : 2015년 10월 9일(금) - 10월 11일(일)

* 날    씨 : 변화무쌍

* 산 행 지 : 구인월마을회관 - 성삼재 - 천왕봉 - 밤머리재 - 웅석봉 - 덕산교 

* 산행거리 : 90.5km

* 산행시간 : 41시간 50분(운행시간 34시간 58분 + 휴식시간 6시간 52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2명(정천, 선함)  

 

 

 


 

 

 

정비(증축)공사가 한창인 연하천대피소,

10월 말까진 공사가 끝날 것이라는데,

정천표 어묵탕으로 꺼진 배를 다시 채우고선 벽소령으로(06:44 - 07:19)

 

지북 1 - 22지점(07:23, 1480m)

 

 

음정 갈림길,

지리 01 - 23지점(1469m)이기도 하고(07:30)

 

 

 

 

 

 

 

삼각고지,

몇 년 전부터 미사일이 사라진 지리 01 - 24지점(1492m)으로, 

그 대신 펑퍼짐한 아줌마를 미사일 삼아 찰칵(07:35) 

 

 

 

 

삼각고지에서 돌아본 명선봉,

남달사의 에너자이저가 전국 방송을 탄 곳이라지?

 

 01 - 25지점(07:45, 1430m)

 

 

작은 부자바위라고도 한다던가?(07:57)

 

 

지리 01 - 26지점인 형제봉,

형제봉 부자바위가 내려다보이는 곳이고(07:59)

 

소나무가 쓰러진 부자바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던가?

부자바위에 얽힌 <선녀와 나무꾼>에 관한 전설,

함양군 마천면 하정마을에 인걸이란 나무꾼이 홀어머니랑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장면을 엿보게 되자,

인걸은 선녀가 돌아가지 못하도록 한 선녀의 옷을 몰래 숨겨 놓았다는 걸,

결국 하늘로 올라가지 못한 선녀 아미(阿美)는 인걸(仁乞)과 결혼하게 되었고,

인걸과 아미는 삼남매(1남 2녀)를 낳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지만,

이에 안심한 인걸이 그 일을 털어놓으며 아미에게 선녀의 옷을 입혔더니,

아미가 지아비와 아이들을 버리고 훌쩍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나?

그렇게 떠난 아미를 인걸과 삼남매가 날마다 지리산으로 올라가서,

하늘을 보며 돌아오지 않는 아내와 어미를 기다리다 지쳐 그만 죽고 말았으니,

후세 사람들은 인걸과 삼남매가 바위로 굳어졌다 하여 부자바위라 부른다는데,

하정마을 쪽에서 보면 인걸과 삼남매가 걸어가는 형상이라나?(08:03 - 08:13)

 

 

 

 

부자바위 이정표 뒤에서 뭔가를 꺼내는 정천,

알고 보니 충달사와 지사모 회원인 마당바위가 지난주에 숨겨둔 것으로,

막걸리 한 통을 현장에서 즉결 처분하면서 목을 축이는데,

참말로 고맙고 또 잘 마셨네요.

 

 

 

 


 

 

지리 01 - 27지점(1353m)에서 남강과 덕산 지리태극을 하는 거달사팀을 만나,

서로에게 성공하란 덕담과 함께 잠깐이나마 산꾼의 정도 나누고(08:24 - 08:29)

 

 

 

 

앵경, 검정고무신, 해오름, 산뽕, 제우스아들, 정천,

방산(거제로를 기다리면서)

 

헐레벌떡 달려온 거제로도 함께,

산뽕과 방산 및 거제로는 남강 지리태극이요,

그 나머지는 덕산 지리태극이고

 

방산과 찍사를 바꿔서

 

 

지리 01 - 28지점(08:38, 1358m)

 

 

곱게 물든 단풍,

어느새 지리산은 낮엔 가을이요,

밤엔 겨울이랑 다를 바 없고(08:40)

 

 

 

 

연하천에서 든든하게 배도 채웠으니,

벽소령대피소는 그냥 지나치자니까,

아니나다를까 화장실에 들렀다 가야 한다는데,

벌써 몇 번째인가?

혼자서 뭘 그렇게 잘 먹었는지?

난 지리태극을 할 땐 화장실을 가지 않는데.

고체와 액체 혼합물을 내놓기보단,

기체 상태로 해결하는 게 훨씬 수월하기에,

올 봄 진양호 지리태극에선 정령치에서 실수(?)하긴 했지만,

벽소령대피소는 지리 01 - 29지점(1326m)이기도 하고(08:48 - 08:58)

 

 

 

 

 

 

 

 

 

 

벽소령에서 돌아보자,

부자바위가 잘 가란 인사이고 

 

 

 

 

벽소령대피소를 뒤로 하고

 

 

지리 01 - 30지점(09:06, 1344m)

 

 

작전도로가 지나는 신벽소령 공터,

지리 01 - 31지점(1380m)이기도 하고(09:16)

 

 

 

 

오공능선 및 덕평골 들머리 안부(09:21)

 

 

왕시루봉과 벽소령 부근의 지리 주릉이 펼쳐지고

 

 

지리 01 - 32지점,

잠깐 목을 축이면서 숨을 고르고(09:25 - 09:30, 1425m)

 

지리 01 - 33지점(09:36, 1478m)

 

 

선비샘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한 번 별이 번쩍,

그것도 서북능선에서 부딪친 바로 그 자리에,

벌건 대낮에 별은 그 무슨?

나름대론 조심한다고 했건만,

또다시 정통으로 이마와 나무가 박치기를,

 이거야 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나 할까?

이마에 생채기가 났는지 화끈거리는 걸로 봐선,

그 나무 또한 시름시름 앓다 죽지 않을는지?  

이래봬도 내가 얼마나 센데,

선비샘은 지리 01 - 34지점(1461m)이기도 하고(09:49 - 09:53)

 

 

 

 

 선비샘의 유래를 아시나요?

옛날 덕평골에 화전민 이씨라는 노인이 살았다.

노인은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아서,

죽어서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고 싶어

자식들에게 자신의 묘를 상덕평의 샘터 위에 묻어 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효성스러운 자식들은 그의 주검을 샘터 위에 묻었고,

그로부터 지리산을 찾는 사람들이 샘터의 물을 마시고자 하면,

자연스럽게 허리를 구부려서 무덤으로 절을 하는 형상이 되어,

죽어서 남들로부터 존경 아닌 존경을 받게된 것이다.

  

콸콸 쏟아지는 선비샘,

마시고 장터목까지의 물도 채우고

 

 

 

 

지리 01 - 35지점(10:01, 1458m)

 

 

지리 01 - 36지점(10:10, 1483m)

 

 

칠선봉 망바위,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지리 주릉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오늘따라 왜 이다지도 날씨가 좋고 따뜻하지?

 밤엔 비가 온다고 했는데,

망바위는 지리 01 - 37지점(1564m)이기도 하고(10:23)

 

 

 

 

칠선봉이란 이름표를 꿰차고 있는 칠선봉 기암,

90.5km에 이르는 덕산 지리태극에선 중간쯤 되는 곳으로,

지리 01 - 38지점(1552m)이기도 하고(10:35)

 

칠선 남릉이 나뉘는 1565m봉

 

 

 

 

 

 같은 바위,

다른 느낌

 

 

 

 

칠선봉과 영신봉 사이에서 남강 지리태극을 하는 충달사팀을 엇갈리며 만나,

나마스떼 충달사 산행대장과 더불어 흔적을 남기고

 

 

 

 

지리 01 - 39지점(10:46, 1545m)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끝난 지리 01 - 40지점(1545m)의 요상스러운 바위,

산꾼들 사이에선 짱구바위 또는 가분수바위로 통한다나?

물론 믿거나 말거나(11:04)

 

 

 

 

영신봉,

정상 아래로 살짝 지나가는 셈이고(11:15)

 

영신봉 정상은 가지 말라 하고

 

 

영신봉 오름길이 어땠으면?

 

 

 

 

 

지리 01 - 41지점(11:17, 1635m)

 

 

촛대봉 아랜 시루봉이 살짝 드러나고

 

 

세석대피소 헬기장,

좀은 꺼진 배를 간식으로 다시 채우고(11:22 - 11:33)

 

하봉, 중봉,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펼쳐지고

 

 

아무런 볼일도 없는 세석대피소는 그냥 지나치자,

서운한 듯 눈을 흘기지만 어쩔 수 없는 걸,

한 발짝이라도 아껴야 하거늘

 

세석평전과 촛대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지리 01 - 42지점인 세석 갈림길 사거리,

촛대봉까지 쭉 가풀막이 이어지고(11:37, 1570m)

 

들르지 않은 세석대피소,

영신봉과 더불어 눈도장이나 자주 찍어주는 수밖에 

 

 

 

 

 

 

 

지리 01 - 43지점(11:50, 1703m)

 

 

촛대처럼 우뚝 솟은 촛대봉,

갈 길이 바빠 꼭대기는 오르지 않은 채 지나치고(11:52)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이 한눈에 보이고

 

 

천왕봉이 바로 코앞인양 보이지만,

가보면 알게 될 걸,  

그게 아님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도 한눈에 보이고

 

 

지리 01 - 44지점(12:01, 1629m)

 

 

지리 01 - 45지점,

바로 위가 또 하나의 삼신봉이고(12:14, 1689m)

 

 

 

 

지리 01 - 46지점(12:27, 1670m)

 

 

꽁초바위라고도 부르는 화장봉에서,

 연하봉과 일출봉 뒤에선 천왕봉이 어서 오라 하고,

그 위엔 구름이 몇 조각 보이긴 하지만,

 비구름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12:32)

 

영신봉에서 반야봉과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

아까완 달리 구름이 꽤 많아지긴 했지만,

아직은 비가 내릴 기미라곤?

 

서북능선도 엇비슷한 상황이고

 

 

돌아보자 촛대봉이 잘 가란 인사이고

 

 

연하봉으로 올라가면서

 

 

연하봉의 기암들이 우릴 반기고  

 

 

일출봉 위엔 구름 몇 조각이 보일 뿐

 

 

맑은 하늘만 드러나는 연하봉,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는 오보가 아닐는지?,

연하봉은 지리 01 - 47지점(1710m)이기도 하고(12:44)  

 

 

 

 

 

 

 

 

 

 

 

 

 

 

 

 

 

 

 

돌아본 연하봉

 

 

일출봉이라는 연하봉능선 분기봉에서,

제석봉과 천왕봉 뒤엔 중봉이 고갤 살짝 내밀고(12:50)

 

 

 

 

일출봉이 아닌 일출봉을 조금 비켜가는 셈이고

 

 

지리 01 - 48지점(12:56, 1668m)

 

 

쾌청한 날씨 그대로인 장터목대피소,

라면과 햇반을 끓여 먹고선 천왕봉으로,

약간의 행동식도 사서 보충하고서(13:00 - 13:52)

 

 

 

 

장터목에서 돌아본 일출봉,

가을이 곱게 내려앉은 그 위엔 먹구름 아닌 흰구름이 두둥실  

 

지리 01 - 49지점(13:59)

 

 

장터목을 뒤로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석봉 오름길,

어느새 구름이 가린 하늘은 아예 그 모습을 감추었는데,

바람이 휘몰아치는 걸로 봐선 어째 낌새가 좀,

  일기예보 대로 비가 오긴 오려나?

시시때때로 변하는 지리산이긴 하지만  

 

돌아본 지리 주릉,

하늘이 숨어버리고 안 보이긴 마찬가지이고

 

잔뜩 찌푸린 시누이 얼굴의 하늘,

금세라도 비가 쏟아질 것만?

 

 

 

 

 

 

 

 

 

 

 

 

 

제석봉을 뒤로 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뿌리는 빗줄기,

천왕봉을 봐선 그다지 많이 올 것 같진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비옷을 꺼내 입을 수밖에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지리산 날씨거늘(14:08)

 

지리 01 - 50지점,

비옷을 꺼내 입고(14:11 - 14:21, 1756m)

 

 

 

 

호구당터 안부에서 돌아본 제석봉,

예전 호랑이에게 물려가 죽은 사람들의 넋을 달래던 곳이라나?(14:26)

 

간간이 흩날리는 비를 맞으면서 통천문으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던가?

통천문은 지리 01 - 51지점(1814m)이기도 하고(14:37)

 

 

 

 

 

 

 

 

 

 

칠선계곡 갈림길인 지리 01 - 52지점,

언제나 저 길이 제대로 열릴지?(14:49, 1915m)

 

천만다행히도 빗줄기가 그친 가운데 천왕봉으로 올라가자,

구름과 안개가 덮어버려 보이는 것도 없어 아쉬울 따름이지만,

거센 비바람이 수많은 산꾼들을 쫓아버리는 바람에,

별스레 거치적거리는 사람들이 없어 좋기도 한데,

번갈아 인증샷을 남기고선 중봉으로,

이제 38.2km가 남았나?(14:53 - 15:00)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日月臺(일월대),

일출과 일몰 및 월출과 월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라던가?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천왕봉에선 중산리와 로타리대피소가 아닌

 

 

중봉과 대원사 쪽으로 내려서고

 

 

지리 07 - 21지점(15:08, 1849m)

 

 

중봉샘과 중봉골 갈림길,

뒷날을 기약하며 그냥 지나치고(15:15)

 

지리산의 제2인자인 중봉,

오로지 높이로만 그렇다는 거지,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고 있긴 할까?

잘 모르긴 해도 그건 아닐 걸?(15:23 - 15:32)

 

 

 

 

 

 

 

중봉에서 바라본 천왕봉,

보이긴커녕 겨우 어림짐작만 할 뿐이라 아쉽고

 

지리 07 - 20지점,

써리봉과 대원사가 아닌 동부능선으로(15:34)

 

금지된 장난이 아닌 짓(?)을 하러 금지구역으로,

가지 말라지만 가야만 하고,

넘지 말라지만 넘어야만 하는 걸?

기어이 덕산까지 가자면

 

하봉 헬기장으로 내려서기에 앞서 하봉 일대가 드러나기도 하고

 

 

중봉에서 얼마 안 가 또다시 비가 뿌리는가 싶더니,

아까완 달리 제법 드세게 쏟아지는 가운데,

하봉 헬기장 부근의 모자바위를 지나는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의 모습과 비스무리하다나?(15:55)

 

소년대라 부르는 하봉에 다가가자 네댓 명의 산꾼들이 이르길,

단속반이 지나간 지 15분 - 20분 정도 됐다면서,

좀 쉬어가거나 굳이 가려거든 좀 천천히 가라나?

빨리 가면 혹시 만날 지도 모른다면서,

퇴근하면서 가는 거니 벌써 갔을 거라며,

고맙단 인사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지만,  

자빠진 김에 쉬어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쉬어나 볼까?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국공인데(16:11 - 16:22)

 

초암능선 정상인 영랑대,

더러는 하봉이라고도 하는 모양이지만,

250m 남짓 떨어진 소년대가 하봉이 아닐는지?

둘 모두 하봉이라 부르는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니지 않을까?(16:32)

 

두류봉(1618m)이란 정상석이 있던 곳에서 돌아본 영랑대,

이제 12분쯤 더 가면 국골 사거리에 닿을 수 있지 않을는지?(16:47)

 

다시금 비가 그친 가운데 국골 사거리로 내려서자,

구름이 없는 건 아니지만 파랗게 드러나는 하늘,

이쯤되면 이제 더 이상 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지?

밤에 비가 올 거라는 일기예보가 있긴 하지만,

그 비가 조금 앞당겨 온 게 아닐는지?

착각은 자유라지만,

국골 사거리에선 오른쪽으로 팍 꺾어 내려서고 (16:59)

 

 

 

 

 

 

 

 

 

 

쑥밭재(청이당고개),

예전엔 주변에 약쑥이 많아 애전령(艾田嶺)이라 불렀다는데,

애전령(艾田嶺)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쑥밭재가 되므로,

쑥밭재가 <하룻밤을 쉬어가는 숙박(宿泊)재>에서 비롯된 유래는 아니라나? 

1276.2m봉 아래 허공달골 갈림길을 위쑥밭재,

여긴 아래쑥밭재 또는 옛쑥밭재라 부르기도 하지만,

쑥밭재나 청이당고개라 하는 게 맞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 듯,

청이당은 동부능선을 오가거나 지리태극 종주를 하는 산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젖줄이요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라고나?

짧아진 하루해가 거의 기울긴 했어도 아직은 어둡진 않기에,

서둘러 라면을 끓여 먹고 배를 채우자마자 야간산행으로 들어가고(17:27 - 18:25)    

 

 

 

 

 

 

 

위쑥밭재,

허공달골과 광점동 갈림길이고(18:48)

 

산청 독바위와는 바로 이웃인 형제바위라고도 부르는 부부바위,

비박꾼들의 텐트 안에선 도란거리는 얘깃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하고(19:02)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새봉 너럭바위,

있어라고 붙잡아도 그럴 수가 없을 지경인데,

아무 말도 없으니 눈길만 흘기고 지나갈 수밖에는,

  서둘러 정천이 담배 한 개비만 피우고선(19:27 - 19:32)

 

때론 바위지대에 매달린 밧줄을 타기도,

비를 머금은 산죽을 헤집기도 하면서 내려선 새재 사거리,

오봉마을과 새재마을로의 탈출로가 있으며,

볼품없는 보리수나무가 마스코트 노릇을 하는 곳이고(20:29)

 

새재와 외고개 사이의 957.1m봉 삼각점(산청 438),

지난 4월 11일 동부능선을 답사하면서 어렵사리 찾아낸 것인데,

미역줄나무 덩굴 속에 꼭꼭 숨어있는 걸 세상 밖으로(20:34)

 

 

 

 

외고개 사거리에 이르자 또다시 비가 쏟아지는데,

아까완 차원이 다른 거의 폭우 수준의 빗줄기에다,

요란한 천둥소리와 함께 거세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점점 몸이 젖어가면서 으슬으슬 춥기조차 하지만,

더 이상 어쩔 방도가 없지 않겠는가?

어쨌거나 밤머리재까진 가는 수밖에는,

 오봉마을과 외곡마을로의 탈출로가 있으며,

그럴싸한 돌배나무가 마스코트 노릇을 하는 곳이고(20:58)

 

누구라도 거의 다 쉬어가는 왕등재습지,

천둥소리와 함께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줄기와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으로,

아예 쉴 엄두조차도 내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칠 수밖에는(21:27)

 

비가 그친 건 아니지만 바람이 좀 잔잔한 왕등재에서,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으면서 꺼진 배를 다시 채우기도,

비에 젖어 처량한 몰골도 다시 한 번 정비하고(자료사진, 22:35 - 22:45)

 

드센 비바람을 무릅쓰고선 동왕등재에 이르는데,

오랫동안 깃발이 꽂혀 있어 깃대봉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동부능선에서 더 높은 봉우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동부능선을 대표하는 봉우리임은 틀림없지 않을는지?

비에 젖어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나아가자니,

좀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더디기도 한데,

애시당초 목표로 했던 40시간 돌파는,

비바람과 함께 물건너가지 않았을까?

   이젠 몇 시간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끝까지 가느냐가 문제일 듯?,

날짜가 또다시 바뀌려 하는 순간이고(23:40 - 23:50)

 

오르락내리락하길 그 몇 번이던가,

가도가도 끝이 없는 참으로 지겹다는 느낌으로 올라선 도토리봉,

밤머리재까지 곤두박질하듯 쏟아지는 미끄러운 길이 기다리고(10.11.01:20)    

 

잡목에 걸려 비옷 바지가 찢어지는가 하면,

더러는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내려선 밤머리재,

이럴 땐 따끈따끈한 먹거리가 제일이건만,

비에 젖은 몸을 추스리느라 먹는 건 뒷전이요,

    겨우 빵 두어 개로 속을 달래고선 웅석봉으로,

끝나고 나면 실컷 채워주리라 구슬리면서(01:57 - 02:42) 

 

 

 

 

저 몰골하곤?

그래도 가야지.

앞장서서 가야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덕산까지만

 

누구?

산신령인지 산귀신인지,

사진도 제대로 나오지 않네.

그래도 가야지.

뒤따라서 가야지.

덜도 말고 더도 말고 덕산까지만

 

선녀탕과 지곡사 갈림길인 왕재,

이제 웅석봉은 2.0km를 가리키는데,

잠깐 목을 축이면서 숨을 고르고(04:25 - 04:40)

 

어슴푸레 날이 새는 가운데 올라선 웅석봉,

헬기장에서 정상이 왜 그리도 멀기만 한지, 

겨우 300m밖에 안 된다는데,

힘이 빠진데다 속에 든 것도 없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05:52 - 05:58)

 

웅석봉 인증샷은 꼭 남겨야 한다면서,

사진을 찍어달라더니 자고 있나?

 

이제야 정신이 든 듯,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과 이를 가리려는 먹구름,

아직도 넘어가지 않은 스무아흐레 그믐달과 함께  

 

좀은 풀린 듯한 눈도,

 마음과는 달리 휘청거리던 다리도,

 웅석봉 정상으로 올라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아닌가?

 참말로 신통하게도,

지리산 산신령이 도왔을까?

 

 

 

 

이제 덕산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자,

다리에 힘이 붙으면서 좀은 수월하게 내딛는 발걸음,

하기야 고지가 바로 저긴데 그만둘 수야?

 

 

 

 

삼장면 홍계리 갈림길인 큰등날봉,

요즘은 반질반질한 달뜨기능선을 따라 덕산으로(06:55)

 

991m봉 - 951m봉 안부,

진양호 지리태극은 다물평생교육원 쪽이요,

가고자 하는 덕산 지리태극은 삼장면 홍계 쪽인데,

점점 걸음이 빨라지는 정천을 먼저 보내고선,

난 내 걸음 그대로 뒤를 따르기로 하고(07:22)

 

 

 

 

홍계 갈림길에 있는 이건 뭘까?

안테나?

 

수양산과 이방산으로 나뉘는 마근담봉,

어디로 가든 덕산교에서 다시 만나지만,

덕산 지리태극은 이방산이 아닌 수양산으로(07:47)

 

 

 

 

비포장임도를 가로질러 올라선 용무림산,

J3클럽과 태달사 회원이기도 한 셀파부부의 표지기가 반기는데,

 또 지리태극을 하는 셀파부부를 토끼봉을 지나서 만나기도,

한동안 기울기가 꽤 있는 급한 내리막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거달사팀들이 비 때문에 성삼재에서 접었다는 안타까운 문자가,

  겨우 서북능선 23km가 남았을 뿐인데(08:29 - 08:32)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용무림재 오거리,

벌목봉 아래 감나무밭으로의 지름길인 남명 등산로가 아닌,

산줄기를 따라 바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벌목봉으로,

덕산과 운리는 각각 7.9km와 6km를 가리키고(08:54)

 

묵은 헬기장이 자리 잡은 벌목봉,

20여 년 전만해도 길도 제대로 없었지만,

 기울기가 장난이 아닌 반질반질한 길이 지그재그를 그리면서,

감나무와 고사리밭이 널따랗게 펼쳐지는 안부로 내려가고(09:24) 

 

 

 

 

벌목봉과 수양산 사이의 안부에서 돌아본 벌목봉,

감나무와 고사리밭을 지나면서 홍시로 요기를 하기도,

벌목봉 오르내리는 길이 왜 그리 가파른지, 

쳐다보니 별것도 아닌데(09:44)

 

감나무와 고사리밭 안부에서 올라선 수양산,

헤아릴 수 없는 봉우리를 넘고 또 넘어,

이제 시무산 하나만 남은 셈인가?(09:58)

 

 

 

 

 

 

 

 

 

 

덕산 지리태극의 처음이자 마지막 봉우리 노릇을 하는 시무산,

오늘은 그 처음이 아닌 마지막 봉우리인 셈으로,

덕산교까지 내려가기만 하면 끝이 나는 게 아닌가?

벌써부터 대낮에 별 하나가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이건 또 나무와 박치기를 해서가 아닌,

진짜배기보다 더욱 값진 별이 아닐는지?(10:31)

 

 

 

 

 

 

 

잘 있거라 시무산아,

덕산교로 나는 간다.

 

국도 20호선으로 내려서기에 앞서 바라본 천왕봉과 중봉,

다른 때완 달리 어쩐지 낯이 좀 선듯한 느낌이지만,

바로 어제 저길 지나오지 않았던가?

비록 악천후 속이긴 했지만

 


 


 

 

 

 먼저 도착한 정천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드디어 덕산교와 사리마을회관에 이르면서 걸음을 멈추는데,

이제 더 가지 않아도 된다.

아니 더 갈 곳이 없다.

마침내 덕산 지리태극이 완성된 것이다.

인월에서 덕산까지 90.5km에 이르는 머나먼 길,

모진 칼바람과 드센 비바람과 맞서면서,

졸음과 고픈 배를 달래면서 이룩한,

또 하나의 값진 성과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정천과 선함,

하나가 아닌 둘이었기에 가능했는지 모른다.

남강에 이어 덕산 지리태극 동지가 된 것이다.

이제 진양호만 남은 셈인가?(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