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지역권 산행기

장대비를 쫄딱 맞고도 좋았던 대둔산

큰집사람 2010. 7. 14. 21:43

 

* 날    짜: 2010년 7월 11일(일요일)

* 날    씨: 비

* 산 행 지: 대둔산

* 산행거리: 5.3km

* 산행시간: 3시간 50분(운행시간 2시간 33분 + 휴식시간 1시간 17분)

* 산행속도: 보통걸음

* 산행인원: 87명(40명)

 

 




 

대둔산(大芚山, 878.9m)!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충남 금산군 진산면, 논산시 벌곡면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으며,

전남 영암 월출산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암릉미가 뛰어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산입니다.

진주 솔산악회의 정기산행에 87명이 일행이 되어 함께 하는데,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며

골탕을 먹입니다.

애초엔 영남 알프스의 영축산과 신불산을 타고 파래소폭포로 내려갈 예정이었으나,

영남지방은 하루 종일 비가 많이 오는데 비해 호남지방도 비가 오긴 하나,

양도 적으며 오후엔 그친다는 기상정보를 입수한 집행부에서 산행지를 변경한 것입니다.

대둔산은 이미 세 번이나 갔다 왔지만,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른데다 논산 쪽으로 내려가는 건

처음이라 기꺼이 이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진주 남강변의 경남문화예술회관 앞을 출발한 두 대의 버스는, 서진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에

들어서서 비오는 고속도로를 내달립니다.

비가 와서 미끄러우니 안전을 위해 모두 안전띠를 매라는, 운전기사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기저기 찰칵찰칵하는 소리가 납니다.

누구라도 하나 뿐인 목숨, 누군 들 어찌 아깝지 않을는지?

 

육십령터널을 지나 전라북도 땅으로 들어서도, 세찬 빗줄기는 멈추질 않고 갈수록 오히려 더 많이

옵니다.

금산 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일반도로로 들어서서 한동안 달려 완주 대둔산 관광지구에

도착하는데, 적게 온다던 비가 어찌나 쏟아지는지 거의 퍼붓는 수준입니다.

버스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적게 오길 기다려 보지만, 좀체 그칠 기미는 보이질 않습니다.

그래도 산행을 하겠다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더니, 어느새 40명이나 되어 주차장에서 기념촬영을

하고선 대둔산으로 떠납니다.

물론 그 중에 나도 있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상가지구와 대둔산관광호텔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 처음으로 계곡을 건너는 곳에

다다르는데 물이 불어 만만찮아 보입니다.

더러는 물에 빠질까봐 이리저리 다니며 재보지만, 난 그럴 것 없이 수륙양용 장갑차가 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데 이미 대둔산을 세 번이나 왔던 난,

여기 말고도 몇 번 더 계곡을 건너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물에 빠지라고 해도 듣지 않는 사람들이여, 진실을 아는 덴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어도 될 것이로다.

 

조금 더 오르니 계곡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는 폭포가 되고, 길바닥에 흐르는 물도 장난이

아닙니다.

첫 휴게소에 먼저 올라 일행을 기다리며 숨을 고르다, 입었던 비옷을 그만 벗어버립니다.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어차피 젖을 바엔, 차라리 벗어버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비옷을 입고 걸으니 어찌나 더운지!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선두와 후미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한참을 기다리니 그때야 모두가 같이

모입니다.

악조건 속의 산행이라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대열을 정비하고 다시 걸음을 내딛습니다.

곧이어 동심바위 안내판이 있는 델 지나게 되는데, 약 50m 남짓 떨어진 곳 아주 큰 바위 위에

큰 바위가 아슬아슬하게 포개져 있는 걸 말하는 것으로, 신라 문무왕 때 원효대사가 처음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질 않아, 3일을 이 바위 아래서 지냈다는 전설을 간직한 바위랍니다.

이어서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갈림길을 지나 오르는데, 오른쪽 벼랑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

몇 가닥이 흩날립니다.

보아하니 비올 때만 반짝하는 폭포인 것 같은데, 그걸 보는 행운을 잡은 것입니다.

같이 가던 지안님과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기만은 너무 아까워 기어이 폭포줄기를 맞아봅니다.

그렇게 시원하고 좋을 수가 없습니다.

어차피 버린 몸이고, 이런 게 바로 비오는 날의 행복이 아닐는지?

 

금강구름다리를 건너는데,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데다 안개까지 끼어 마치 야간산행을 하는

느낌이랍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나,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삼선계단 갈림길이 있는 약수정(740m)에 올라, 간식으로 원기를 돋우면서 재충전 합니다.

비를 피할 수 있어 점심을 먹고 가자는 말도 나오나, 아직은 때가 이르다는 의견이 더 많아 조금

뒤로 미루고, 갖고 간 막걸리로 깔깔한 목을 씻어 내립니다.

언젠가부터 배낭 속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막걸리!

운반과정의 고충이야 어찌 없으랴마는, 한 잔 하고 나면 그걸 보상받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더욱이 오늘처럼 여럿이 함께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남은 하나는 정상주로 남겨두고 갈 길을 재촉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삼선계단을 아니 오를 순 없어 그리로 다가가는데, 안개가 끼어 끝이 잘 보이지도

않으면서 위용을 과시합니다.

129개 계단이라는 삼선계단!

갈 때마다 오르는데도, 오를 때마다 아찔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산을 다니다보니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없어지진 않는, 고소공포증 내지는 아직은 삶에 대한

애착이라고나 할까요?

 

후들거리며 가까스로 오르고 나니 해발 760m라 표기된 이정표가 있는데, 겨우 20m 오르느라

용깨나 쓴 게 좀은 억울하기도 하지만, 언제 또 올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입니다.

비에 젖은 바윗길이 미끄럽지만, 몇 번을 넘어질 듯 하면서도 용케 버티고 갈림길이 많은 840m고개로 올라섭니다.

정상까진 150m가 남았지만, 여기서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합니다.

식사금지라는 평상이 두 개 있는데, 오늘만은 허락해 주십사하는 마음으로 주방을 차립니다.

아직도 비가 그치지 않아 두 개의 타프를 치고 겨우 비를 피하는데, 떡볶이랑 라면으로 차가워진

배를 데우고 막걸리와 소주, 맥주, 매실주 등으로 장대비 속의 대둔산 산행을 보상받고자

애를 씁니다.

인간세상의 낮술은 용서할 수 없어도 산중에선 그래도 허용되는 낮술, 그러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르는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난 더한 축이고!

좀은 궁상맞긴 했어도 어쨌든 배를 불리고선, 바로 이웃의 대둔산 정상인 마천대로 올라섭니다.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세찬 비바람만 몰아치며, 오랜만에 찾은 길손을 홀대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정상이라고 온갖 행티를 부리는데, 행티를 경상도에선 행토라고도 한답니다.

 

이런 분위기에 굳이 오래 머물 이유도 없어, 서둘러 기념사진만 한 장 남기고 하산에 들어섭니다.

몇 발짝 가지 않아 사정없이 엉덩방아를 찧고 마는데, 미끄럼을 탄 엉덩이가 꽤나 얼얼합니다.

요즘 들어 살이 빠져서인지 더욱 그러합니다.

하산은 논산 벌곡면 수락리 코스인데, 나로선 처음 가는 길입니다.

세 번 모두 완주에서 올랐다 완주로 갔으니까요.

얼마 내려가지 않았는데, 갈무리님과 녹야님이 올라오다 마주칩니다.

산행을 포기했던 사람들인데, 아쉬움 때문인지 반대쪽에서 오르는 것입니다.

정상이 머지않으니 잘 갔다 오라 이르고선, 이내 내 갈 길을 갑니다.

빗줄기는 가늘어졌다 굵어졌다 하며, 그치지는 않고 계속해서 애를 먹입니다.

안개도 잠깐잠깐 비켜 주며 구경도 하라며 선심을 쓰는 척 하면서도, 아주 멀리 가지는 않고

신경이 쓰이게 합니다.

기다란 전망대와 멋진 소나무가 어우러진 곳을 좀 지난 갈림길에선, 약간 망설이다 오른쪽의

석천암 쪽으로 내려갑니다.

일행은 모두 바로 가는 220계단 쪽을 택했지만, 계곡의 물소리가 날 보러 오라며 유혹하는 바람에

그만 일행과 헤어진 것입니다.

석천암 0.4km, 220계단 0.6km, 마천대 1.0km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입니다.

 

기울기가 심한 계단을 타고 조심스레 내려가니, 물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리면서 이윽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쇠다리에 이릅니다.

성난 물살은 계곡을 모두 쓸고 갈 듯이 기세등등하고, 온 계곡이 크고 작은 폭포가 되어

흘러내립니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갈림길이 또 나오는데, 바로 올라가는 뚜렷한 길은 석천암으로 가는 길인 듯

하며, 계곡의 정취를 좀 더 맛보고자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하루 종일 비에 흠뻑 젖고도 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마음, 이게 뭡니까!

고깔바위 안내판이 있는 데의 쇠다리를 건너니, 아까 능선에서 헤어졌던 바로 가는 길과 만나고,

그 조금 아래서 좀 더 긴 쇠다리를 건넙니다.

내려갈수록 계곡의 물살은 위력을 더해 가더니, 선녀폭포에 다다라선 그야말로 장관을 연출합니다.

새하얗게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는 눈을 즐겁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고, 멀리 떨어진데도 물방울을

튀기며 난리법석을 떱니다.

오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비단 나 홀로만은 아닐 겁니다.

정말이지 좋고도 참 좋습니다.

 

대둔산 승전기념탑을 지나고 승전교도 지나면서, 가야 할 길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적으로

느낍니다.

널따란 수락계곡 주차장에 다다르며 발걸음을 멈추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이놈의 비는 아직도 멈추질 않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그칠 것인지?

주차장 부근의 계곡으로 들어가 알탕을 하며, 후줄끈한 몸과 마음을 씻어 냅니다.

온종일 비를 맞아 물이 겁날 법도 하련만 그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니, 비는 미워도 물은 좋은

이율배반적이란 생각이랍니다.

장대비를 쫄딱 맞고 진행한 대둔산 산행!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좋았음은, 말 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거기에 산이 있다면 여기엔 내가 있으며, 좀은 불편하더라도 움직일 수 있는 한 난 또 산으로

갈 겁니다.

예비옷으로 갈아입고, 하산주가 기다리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오랜만에 정기산행에 참석했으니, 얼굴도 익히고 또 알리고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러......

 

 

 

* 산행일정

10:05          완주 운주면 대둔산 주차장

10:37 - 10:52  동심바위 밑 휴게소

11:07          금강구름다리

11:15 - 11:20  약수정

11:33 - 12:18  840m고개

12:20 - 12:22  대둔산 마천대

12:45 - 12:50  솔바위 전망대

13:08          능선 갈림길

13:15          쇠다리

13:30          꼬깔바위

13:40 - 13:45  선녀폭포

13:55          논산 벌곡면 수락계곡 주차장

 

 

  

 

 * 사진은 내가 찍은 것이 아니고, 여기저기서 퍼 왔음을 밝혀드립니다.

 대둔산 주차장에서

 

 계곡을 건너고

 

 길에도 넘쳐나고 

  

동심바위(1)

 

동심바위(2)

 

동심바위(3)

 

케이블카 상부승강장

 

 

 

 

 

 

 

 

 

 

 

 

 

 

 

 

 

 

 

 

 

 금강구름다리(1)

 

 

 금강구름다리(2)

 

 

                                        금강구름다리에서 하나비, 샐리

 

 

 

                                            금강구름다리에서 적석

 

                                                         삼선계단에서

 

 

 

                                                 삼선계단에서 지안

  

 

 

 

 

 

  

 마천대에서  



 

 

 

  

 

꼬깔바위

 

 

 

 

 

 

 

 

 

 

 수락폭포(1)

 

 

 수락폭포(2)

  

 

 

 

 

 

 

 

 

 

 

 

 

 

 

 

 

 

 

 

 

 

 

 

 

 

 

 

 

 선녀폭포(1)

 

 

 선녀폭포(2)

 

 

 선녀폭포(3)

 

 

  대둔산 승전탑 입구

 

 

 대둔산 승전탑 안내석

 

  

 

 

 수락계곡 주차장(1)

 

 수락계곡 주차장(2) 

 

 

 

 

 

 수락 저수지(1)

 

 

 수락 저수지(2)

 

 

 수락 저수지(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