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행기

옥녀의 애틋한 전설을 품은 통영 사량도

큰집사람 2010. 4. 19. 22:57

 

* 날    짜: 2010년 4월 18일(일요일)

* 날    씨: 흐림

* 산 행 지: 통영 사량도

* 산행거리: 7.4km

* 산행시간: 5시간 25분(운행시간 3시간 45분 + 휴식시간 1시간 40분)

* 산행속도: 보통걸음

* 산행인원: 4명(오형환,조기현,조광래,이옥진)

 

 

 

통영 사량도(蛇梁島)!

섬의 형상이 뱀을 닮았다고 하여 사량도라 한다고 하며, 상도와 하도 두 개의

큰 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상도에 지리산(397.8m)과 불모산(400.0m)이 있다면, 하도의 대표적인 산은 칠현산(349m)입니다.

두 쌍의 중늙은이들이 고성 용암포를 떠나 사량도로 향합니다.

날 제외하면 모두가 초행입니다.

특히 마눌님이 언제 적부터 가자고 한 묵은 숙제이기도 한데, 이제사 소원을 들어주게 됩니다.

지금은 뜸하지만 한 5년간 이산 저산 참 많이도 같이 다녔는데, 어쩐지 사량도만은

기회가 없더니 드디어 가게된 것입니다.

나와 동갑인 직장동료도 옆지기를 대동하고 함께합니다.

 

용암포를 출발한 지 20분 만에 사량도에 내려놓습니다.

통영시 사량도 내지라는 곳입니다.

반대편의 돈지와 더불어 사량도 산행을 시작하는 지점으로 각광받는 곳입니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사량초등학교 내지분교와는 반대쪽입니다.

150m쯤 가면 마을을 벗어나는 곳에 공용 화장실이 있는데, 그 뒤의 등성으로 올라붙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됩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좀 더간 금복개에서 등성을 타는 게 일반적인 코스인데,

몇 번 가봤고 너무 붐비는지라 한 등성이 덜간 곳을 선택한 것입니다.

365m봉과 이어지는 곳인데, 중간부분의 암릉지대가 엄청 좋아 그리로 오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길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약간은 묵은 길이 등성을 따라 이어지더니, 오른쪽으로 살며시 휘어집니다.

금복개 골짝으로 들어서는데, 진행에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파릇파릇 돋아나온 초피나무 잎향이 코를 자극합니다.

초피나무는 경상도에선 대부분 제피나무라고 합니다.

반찬 한다며 잎을 따느라 좀 지체합니다.

골짝에서 위로 오르는 길은 보이질 않고, 건너편 능선으로 제법 묵은 길이 연결됩니다.

애초의 계획과는 어긋나지만, 묵은 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갑니다.

 

10분 뒤 금복개에서 오르는 길과 등성에서 만나 위로 오릅니다.

반질반질하고 넓어 산길치곤 고속도로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산행객으로 비좁을 정도입니다.

석축을 쌓은 무덤이 있는 솔숲 쉼터를 지납니다.

이렇게 붐비는 곳에 누워 있으면 심심하지는 않겠지만, 어쩌면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울지도

모릅니다.

이따 알아보면 알게 되겠지만......

사실상 첫 봉우리인 276m봉 아래서부터 바위지대가 시작되는데, 옥녀봉을 내려가 산행을 거의

끝낼 때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어느 산 못지않은 암릉산행을 하는 셈입니다.

 

바위를 타고 276m봉으로 올라섭니다.

멀리 불모산과 가까운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섬과 바다와 주변의 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참 보기 좋습니다.

진주 명석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복분자주도 한잔 얻어 마십니다.

요강을 뒤엎는다는 복분자주, 막걸리까지 섞었더니 기운이 펄펄 납니다.

돈지에서 오르는 길과 만납니다.

바닷가 오목한 곳에 자리 잡은 돈지의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1999년 처음 사량도 산행을 할 때, 돈지에서 오른 기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이정표를 보니 내지와 돈지의 거리는 40m 밖에 차이가 없으니, 거의 같다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50m 남짓 가니 위험구간 이정표가 있는데, 굳이 위험구간으로 올라갑니다.

365m봉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후 산행 중 몇 번 더 만나는 우회하는 길은 못 본 척하고, 위험구간 산행을 계속하게 됩니다.

실제로 가보면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은 것 같고요.

날등을 타고 365m봉에 오릅니다.

솔과 바위가 적당히 어울린 모습이 정겨워 보입니다.

내지와 돈지가 한눈에 하나씩 들어옵니다.

 

계속 이어지는 바위를 타고 지리산(智異山)에 다다릅니다.

측량 삼각점이 있는 지리산, 작은 정상석이 박혀 있습니다.

불모산(佛母山)에 이은 사량도 제2봉이지만, 불모산을 밀어내고 사량도 산의 대명사로 불리는

행복한 산입니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고 하여 지리망산(智異望山)이라고 하던 걸,

줄여서 부르다 보니 지리산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육지의 지리산보다 높거나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맛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희뿌연 연무가 막아 지리산은커녕, 가까운 곳도 조망이 흐려 아쉬울 따름입니다.

 

잠시 흔적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5분 정도 가니 안부에 촛대바위가 있습니다.

별로 크지는 않지만, 잘 벌어진 소나무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눈길을 끌고 머물게 합니다.

평바위 갈림길이 있는 370m봉에 닿습니다.

오른쪽 지능선을 타면 평바위가 있는 것 같은데, 어디쯤인지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근처의 바위에 앉아 점심을 해결합니다.

두릅과 취나물 등 봄내음 그득한 반찬이 입맛을 돋우고, 곁들이는 반주는 운치를 더합니다.

게다가 한려수도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니, 더해 무엇하리오!

 

내지 - 옥동 갈림길이 있는 넓은 안부(290m)는 인산인해입니다.

민생고를 해결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자그마한 섬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도 왔는지?

불모산 못미처 우회길이 나오지만, 이번에도 그냥 직진하는 길로 나아갑니다.

양쪽이 다 벼랑인 칼날 같은 암릉을 타고 불모산으로 갑니다.

불모산은 사량도에서 가장 높은 산입니다.

정상석 기준으로 지리산보다 2.2m가 더 높습니다.

달바위라 표기된 작은 정상석이 있으며, 지나온 지리산 일대와 가야 할 암봉들이 모두 보이는 등

조망도 상당히 좋습니다.

불모산에서 대항 갈림길이 있는 간이매점까지는, 암릉산행의 진수를 맛보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우뚝 솟은 암봉은 위엄이 있어 보이고, 바위를 타고 내려가는 재미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습니다.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아, 웬만하면 다 갈수 있어 더더욱 좋습니다.

 

대항 - 옥동 갈림길이 있는 안부 사거리(250m)도 사람이 넘칩니다.

간이매점은 오늘도 제법 붐빕니다.

좋은 목을 지키며 한몫 단단히 하는 것 같습니다.

가마봉(303.0m)으로 오르는 밧줄구간에 도달합니다.

보기와는 달리 위험하지도 않고, 올라가기도 비교적 수월합니다.

옆지기가 먼저 오르면서 밧줄을 잡고 폼을 잡습니다.

오랜만에 가는데도 날다람쥐 마냥, 바위 사이로 혹은 바위를 타고 잘도 다닙니다.

그토록 원하던 사량도에 왔으니, 더욱 신이 났나봅니다.

진작 같이 올 걸 그랬네요!

 

돌탑 옆에 가마봉 정상석이 박혀 있으며, 여기에서의 조망 또한 어느 곳에도 못지않습니다.

가마봉은 부봉(釜峰)이라고도 하는데, 가마솥을 엎어놓은 것 같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또 흔적을 남깁니다.

어쩌다 보니 얼굴에 팥을 갈긴 했지만, 이런 것도 아련한 추억이 될 수 있을 것이기에,

남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자꾸 사진을 찍게 합니다.

같이 간 일행부부도 산행 내내 미소가 떠나질 않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산이란 참 좋은 곳인가 봅니다.

연지봉을 바라보며 가마봉을 내려갑니다.

안전한 철계단이 놓여 있어 상당히 쉬워졌음에도, 쩔쩔매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

지체가 되기도 합니다.

 

연지봉 우회구간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또 위험구간으로 들어갑니다.

이번 산행의 가장 하이라이트입니다.

바위틈 사이로 겨우 내려가니, 연지봉 밑에선 정체가 됩니다.

90도 가까운 바위에다 밧줄을 매달아 놓았는데, 1명씩 올라가다 보니 영 줄어들지를 않습니다.

한참을 기다립니다.

옆지기가 먼저 올라갑니다.

밧줄을 잡고 성큼성큼 잘도 올라갑니다.

여군 출신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나보다도 오히려 나은 것 같습니다.

 

좀 이따 나도 올라갑니다.

몇 번 올랐는데도 오를 때마다 긴장이 되는 건 마찬가집니다.

작은 돌탑 하나가 있는 연지봉(295m)으로 올라섭니다.

옆지기는 어느새 갔는지 보이질 않습니다.

연지봉은 향봉 또는 탄금바위라고도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옥녀봉이라고 오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빙 둘러가 다 벼랑입니다.

돌탑과 같이 물증을 남깁니다.

내려가는데도 지체가 됩니다.

직각인 줄사다리라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상습 정체구간인지라, 오르내리는데 철계단을 보충해서 설치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른 기분이야 덜 하겠지만 말입니다.

 

기다리던 일행과 합류하여 같이 갑니다.

잠시 후 옥녀봉(玉女峰)이 눈에 들어옵니다.

큰 돌탑이 정상을 지키고 있으며, 정상석도 없이 초라한 행색입니다.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이기도 합니다.

옥녀봉(261m)에 얽힌 전설을 소개하자면,

“사량도 외딴집에 아버지와 둘이 살던 옥녀는, 총각이 없어 나이가 들도록

시집을 갈 수 없었다. 그런 옥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가슴도 아팠지만,

어느 날 성욕으로 눈이 뒤집혀 옥녀를 범하려고 달려들었다.

옥녀는 산으로 몸을 피하며 설마 그러랴싶어, 짐승소리를 내며 네 발로 기어 오면 몸

허락하겠노라는 말을 남겼는데, 이미 이성을 잃고 짐승으로 변한 아버지는 네 발로 기어서

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이에 절망한 옥녀는 바위 아래로 몸을 날려 죽고 말았다.

그 뒤부터 옥녀가 몸을 날린 봉우리를 옥녀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옥녀봉에서 좀 내려가면 철계단이 있는 아주 큰 바위지대를 통과하게 되는데,

위에서 보는 옥녀봉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철계단에서 50m쯤 가면 대항마을 갈림길이 있는데, 진행방향은 금평리 진촌이기에

안 본 척하고 지나갑니다.

잠시 후 바위지대는 사라지고, 받침목을 한 흙길이 이어집니다.

산행이 끝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느티나무 아래의 간이매점을 지나, 사량면사무소에 다다르며 마무리합니다.

 

두 쌍의 부부가 함께한 사량도 종주산행!

남 앞에 내놓기 민망한 얼굴을 하고서도, 약속을 지키고자 강행한 산행 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오늘도 좋은 산행이었음은 틀림없습니다.

묵은 숙제까지 해결하고 나니, 속이 다 후련합니다.

가슴 가득 봄기운과 사랑을 담고서, 용암포로 가는 배를 타고 사량도와는 아쉬운 작별을 합니다.

한껏 바다를 가른 배는, 35분 후 용암포에 우릴 내려놓습니다.

섬에서 뭍으로 다시 돌아온 셈입니다.

흘깃 한번 사량도를 쳐다보고선 떠나갑니다.

아침에 나왔던 무척이나 괜찮은 명품도시 진주로......

 

   

 

* 산행일정

09:52          사량도 돈지리 내지

10:10 - 10:25  금복개 골짝

10:35          등성이 등산로 합류

10:40          솔무덤 쉼터

10:50 - 11:02  276m봉

11:15          내지 - 돈지 갈림길봉

11:20          365m봉

11:40 - 11:45  지리산

11:50          촛대바위

12:02 - 12:34  370m봉

12:47          내지 - 옥동 갈림길 안부

13:10 - 13:15  불모산(달바위)

13:30          대항 - 옥동 갈림길 안부(간이매점)

13:45          가마봉 밧줄구간

13:48 - 13:53  가마봉

14:10 - 14:25  연지봉 밑(정체)

14:26 - 14:36  연지봉(정체)

14:47 - 14:52  옥녀봉

14:57          대항 - 진촌 갈림길

15:17          사량도 금평리 진촌 사량면사무소

 

 

* 구간거리(7.4km)

내지 - 0.6km - 금복개 - 1.1km - 내지돈지 갈림길봉 - 0.64km - 지리산 -

0.68km - 370m봉 - 1.6km - 대항옥동 갈림길 안부 - 0.76km - 가마봉 - 0.86km

- 옥녀봉 - 1.1km - 진촌

※ 우회구간이 많아선지 곳곳의 이정표가 연결되지 않고 서로 달라 혼란함

 

 

 

 

내지로 가는 배 위에서 본 사량도 일대 

 

 내지로 가는 배 위에서 본 사천 와룡산

 

 

   배를 따라오며 소용돌이치는 바닷물 

 

내지 선착장  

 

내지에서 본 지리산 

 

전망대에서 본 내지 

 

전망대에서 본 들머리(우린 오른쪽,  대부분은 왼쪽)

 

불모산과 지리산 

 

지리산과 365m봉 

 

돈지 - 내지 갈림길봉 이정표 

 

돈지 

 

365m봉 밑 이정표 

 

365m봉 밑 암릉위험구간 

 

365m봉에서 본 276m봉 

 

365m봉에서 본 내지 

 

한물간 진달래 

 

돈지 

 

지리산 밑 위험구간 이정표 

 

지리산 바로 밑에서 본 365m봉 

 

지리산 밑 암릉위험구간 

 

지리산에서 일행 커플(1) 

 

지리산에서 일행 커플(2) 

 

지리산에서 옆지기와 함께(1) 

 

 지리산에서 옆지기와 함께(2) 

 

지리산 삼각점 

 

지리산에서 2 + 2 

 

촛대바위(1) 

 

촛대바위(2) 

 

 불모산

 

평바위 갈림길봉 이정표(370m봉) 

 

복숭아나무(1) 

 

복숭아나무(2) 

 

옥동과 사량도 하도 

 

불모산과 가마봉 

  

불모산 

  

옥동 

 

왼쪽부터 옥녀봉, 연지봉, 가마봉 

 

불모산 밑 암릉구간 

 

고동산, 옥녀봉, 연지봉, 가마봉 

 

대항 - 옥동 갈림길 안부 매점 이정표(1)

 

 대항 - 옥동 갈림길 안부 매점 이정표(2)

 

 대항 - 옥동 갈림길 안부 매점 이정표(3)

 

대항 

 

가마봉 밧줄구간 

 

 가마봉 밧줄구간(뒤에서 두 번째가 옆지기) 

 

가마봉에서 본 불모산 

 

가마봉에서 본 지리산 

 

가마봉에서 옆지기들끼리 

 

가마봉에서 2 + 2 

 

가마봉에서 본 연지봉 

 

대항 

 

가마봉 철계단 

 

연지봉 우회구간 이정표 

 

연지봉 

 

연지봉에서 나 

 

연지봉 밑 이정표(1) 

 

 연지봉 밑 이정표(2) 

 

연지봉 줄사다리 

 

고동산과 옥녀봉 

 

가마봉과 불모산 

 

옥녀봉 돌탑 

 

옥녀봉에서 일행 + 옆지기

 

옥녀봉에서 나 + 옆지기 

 

옥녀봉 

 

진촌 

 

고동산(216.7m) 

 

유채

 

사량면사무소(1) 

 

사량면사무소(2)

 

진촌 최영 장군 사당 

 

 최영 장군 사당 안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