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0년 5월 1일(토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황매산
* 산행거리 : 8.8km
* 산행시간 : 3시간 45분(운행시간 3시간 5분 + 휴식시간 40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8명(샐리, 플래닛, 소국, 오른쪽으로, 덕팔, 네모난호빵, 황도현, 조광래)
황매산(黃梅山)!
경남 합천군과 산청군이 서로 자기네 산이라고 우기는 산으로, 산줄기를 경계로 하여
독자적으로 개발을 하는 등으로 사랑과 함께 몸살을 앓고 있는 행복하면서도 가여운 산입니다.
진주 솔산악회의 새벽산행에 함께합니다.
아직은 어둠이 그대로인 04:00경 약속장소인 진주 이현동 웰가 정문 앞에 서 있는데,
언뜻 봐도 고급 승용차가 미끄러지듯 다가옵니다.
동그라미 네 개를 엮어 놓은 독일산입니다.
내 평생 이런 차를 타는 건 처음입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타자말자 황매산은 잘 모르니 나더러 산행대장을 하랍니다.
이 나이에 회장도 아닌 산행대장이라니, 그것도 고정이 아닌 일일대장을?
하지만 일일산행대장은 있어도 일일회장은 없다길래 그러마고 합니다.
난생처음 아우디를 탔는데, 바로 내리는 건 억울할 것도 같아서요.
몇 년 전 4차선으로 단장한 국도 3호선을 타고 산청 방향으로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용산치(오미고개)를 지날 즈음 고라니 1마리가 노닙니다.
풀밭으로 착각한 건지 차가 달리는데도 유유자적 비킬 생각이 없습니다.
가까스로 차선을 변경하여 피차 위기를 모면합니다.
왜 그러는 건지?
용산치는 진양기맥이 지나는 고개입니다.
산청군 신등면 단계와 합천군 가회면 덕촌을 지나서 황매산 자락으로 올라갑니다.
어디로 갈까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산행경력이 별로 많지 않은 일행이 있다길래 무리한 산행은 피하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덕만주차장에서 모산재를 지나 황매평전과 황매산 정상을 거쳐, 중봉과 하봉을 경유하여
덕만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이 가장 좋은 코스이긴 하나, 그건 보통 하루 일정으로
잡는데다가 늦어도 정오까진 마쳐야 하는 산행특성상 외면하기로 합니다.
차로 황매평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이리저리 휘어지더니 황매평원의 널따란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때맞추어 날이 샙니다.
차가운 바람이 몰아칩니다.
때는 바야흐로 5월도 초순인데, 한봄의 날씨가 이래도 되는 건지?
철쭉 군락지를 힐끔 보니 아뿔싸! 아직도 멀었습니다.
어쩌다 붉은 빛이 있긴 해도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깔입니다.
이상기후로 철쭉이 필 엄두를 못 내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해 같으면 한창 피었어야 할 철쭉인데 말입니다.
철쭉제를 한다고 국밥 등을 파는 천막을 많이 지어 놓았으나, 아마도 다음주에나 시작할 것으로
보입니다.
꽃을 보러 오는 거지 나무를 보러 오는 건 아니니까요!
주차장 근처엔 연못과 실개천을 잘 가꿔 놓아 보기는 좋습니다.
철쭉 군락지 쪽으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역시나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화사한 꽃망울을 터뜨리고 방긋 웃어야 할 철쭉이 몽우리도 제대로 맺히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언제 필 것인지, 봄이 온 걸 알기나 하는 건지?
능선으로 올라서자 대리석으로 넓게 꾸민 제단이 있습니다.
전엔 없었는데, 그러고 보니 황매산도 몇 년 만에 오는 것 같습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봉우리로 올라섭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긴 한데, 예전의 영광은 팔각정에게 양보하고 그 옆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황매산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도
훤히 들어옵니다.
베틀봉(946.3m)으로 올라서자 동녘에서 해돋이가 시작됩니다.
날씨가 맑아 더더욱 장관을 연출합니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지만, 산에서 보는 감동은 훨씬 진한 느낌입니다.
서쪽 하늘엔 미처 지지도 못한 채 해와 임무를 교대하는 둥근 달이 그대로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줍니다.
베틀봉 아래 자리를 튼 베틀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말없이 날 맞습니다.
그래 오래간만이네, 잘 지냈느냐?
황매평전으로 내려섭니다.
산청과 합천이 경쟁이라도 하듯 개발인지 뭔지를 하여 완전히 바꿔 놓아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성곽과 성문이 있는가 하면 숯가마 같은 것도 지어 놓았고, 등산로엔 끊임없이
나무계단이 깔려 한참 동안 흙을 밟을 수 조차 없습니다.
산청 쪽의 철쭉은 더욱더 겨울입니다.
도저히 필 엄두도 내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데, 빨라도 일주일 내지는
열흘은 있어야 때가 올 것 같습니다.
<단적비연수>라는 영화를 촬영했던 영화주제공원이 보이고, 그 옆의
주차장은 무슨 공사를 하는지 파헤쳐져 있습니다.
나무계단을 밟으며 황매산으로 치오릅니다.
먼지가 풀풀 날리던 그때와는 달리 비교적 수월합니다.
돈과 노력을 투자했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말입니다.
정상 직전의 암봉(1059.3m)으로 올라섭니다.
황매평전에서 보면 상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봉우리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덜 넘어간 달과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는 서서히 열기를 뿜어내는 중이지만, 찬바람이 식혀서 그런지 따뜻한 줄을 모릅니다.
황매산 정상인 황매봉으로 올라섭니다.
황매산의 거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정상석만은 그대로여서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볼품없는 초라한 모습에 더 정이 갑니다.
정상석을 붙들고서 흔적을 남깁니다.
언제 또 오게 될지?
갈 곳도 오라는 데도 많은데,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기약 없는 이별을 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2분 정도 가자 진양기맥 삼거리 봉우리에 닿는데, 진행방향은 상봉이 있는 오른쪽입니다.
오늘 산행의 기획자가 오른쪽으로인데, 모든 큰 갈림길에선 오른쪽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우연의 일치라고나 할까요?
합천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돌탑이 있는 너덜겅길을 지나면 삼봉에 이르게 됩니다.
비슷한 높이의 바위 봉우리가 잇따라 3개가 나오는데 오르내리는데 별다른 무리는 없습니다.
마지막 제3 암봉엔 철계단이 놓여 있는데, 그전엔 꽤나 신경을 쓰면서 지나다녔던 기억입니다.
합천호와 황매평전을 좌우로 끼고 나아갑니다.
상봉 바로 앞 펑퍼짐한 삼각점(산청23 → 창원23)이 있는 곳을 지납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삼봉(1103.5m)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황매봉과 쌍벽을 이루는 상봉에 닿습니다.
여기도 멋진 팔각정이 있어 주변을 조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이정표를 보니 삼봉 1100m라고 되어 있어 날 놀라게 합니다.
삼각점 봉우리보다 훨씬 높은데, 낮다고 하니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황매산을 다니면서 늘 갖는 의문 중의 하나가 바로 삼봉이라는 개념입니다.
조금 전에 지난 암봉 3개를 묶어 삼봉이라고도 하고, 이따 지나게 될 희미한 갈림길이 있는
두루뭉술한 억새봉을 삼봉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난데없이 상봉에다 삼봉이라고 해 놓으니 더욱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더 기가 차는 건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상봉은 이름도 없이 그냥 1110m라고 되어 있고,
황매산의 높이도 일반적으로 알려진 1108m가 아닌 1113m라고 해 놓았습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삼각점 봉우리를 삼봉이라고 하니, 도대체 황매산에 삼봉이 몇 개가 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예전의 표기가 잘못되어 고친 것인지, 설사 고쳤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엔 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산은 그대로인데 인간의 잣대로 높이를 재고 이름을 붙이다 보니 혼란이 왔나 봅니다.
산을 다니다 보면 이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한시라도 빨리 통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간식을 먹으며 쉬면서 일정을 조율합니다.
생각보다 모두들 잘도 가는데 이대로 황매평전으로 내려서기엔 너무 억울할 것 같아,
좀 더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읍니다.
기울기가 제법 있는 내리막을 타고 갑니다.
아직도 서릿발이 있는지라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하봉(993m) 삼거리에 다다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이름은 없고 993m라고만 되어 있습니다.
합천호가 잘도 조망되며, 왼쪽 능선을 타면 보림사를 지나 대병면 소재지로 떨어집니다.
진행방향은 살짝 오른쪽으로입니다.
좀 가면 돌무더기 속에 제법 큰 돌탑이 하나 있는 곳에 닿게 되는데, 아주 예전에 할미산성이
있던 자리였다고 합니다.
가까운 곳에 치마덤이 있다고 하지만 어딘지는 알 수 없습니다.
909m봉에서 제법 긴 암릉지대로 내려서자, 황매산 4.0km·간이주차장 2.6km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조금 뒤엔 또 하나의 삼봉(813m)을 지나갑니다.
아무 표시도 없는 밋밋한 봉우리라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여기가 어딘지도 잘 모를 겁니다.
왼쪽으로 희미한 갈림길이 있는데, 합천군 대병면 쪽으로 가게 됩니다.
5분 남짓 나아간 갈림길에선 직진하는 희미한 능선 길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완전히 꺾어 내려가야 합니다.
조금만 가면 연꽃설을 지나게 되는데, 습지 모양이 연꽃을 닮았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그전엔 습지로 등산로가 있었으나,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우회하도록 해 놓았습니다.
그렇게 넓지는 않지만 살짝 구경은 할 만합니다.
박덤 사거리에서도 오른쪽으로입니다.
왼쪽의 넓은 길은 두실마을로 가며, 중간에 오른쪽으로 틀면 법연사를 지나 덕만주차장으로
가게 됩니다.
한참 동안이나 없던 바위들이 또 나타납니다.
군데군데 크고 작은 것들이 뿌리를 박고 있습니다.
위험한데는 밧줄이 있어 그런대로 갈 만합니다.
황매평전으로 이어지는 도로에 내려섭니다.
덕만주차장 0.5km·황매평원주차장 0.9km지점입니다.
도로를 따라 황매평원주차장으로 가서 산행을 끝마칩니다.
덕팔 김덕주님이 소고기국밥과 막걸리를 쏘면서 대미를 장식합니다.
추운 날씨 속에 감행한 황매산 일출산행!
모두들 산행 실력이 보통이 아니어서 생각보다 일찍 마칠 수 있었으며, 일정이 바쁜 두 명을
빼고는 모산재 산행을 위해 영암사로 이동합니다.
너무 일찍 끝나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일산행대장이지만 맡은 바 본분에 충실하고자, 예정에도 없는 또 하나의 산행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어차피 산이 좋아서 온 사람들이니 집 대신 산으로 가는 건 당연한 게 아니냐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새 마음은 벌써 모산재 정상석을 보듬고 있습니다.
황매산이여, 안녕히!
* 산행일정
05:10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황매평원주차장
05:18 철쭉제단 능선 삼거리
05:30 초소전망대(팔각정)
05:32 - 05:37 베틀봉
06:07 1059.3m봉
06:15 - 06:20 황매산 황매봉
06:30 ~ 06:37 삼봉(암봉 셋) 통과
06:45 삼각점(산청 23 → 창원 23)
06:47 - 07:17 상봉
07:31 하봉
07:35 할미산성터(돌탑)
07:52 909m봉
08:02 909m봉 아래 암릉지대 이정표(황매산 4.0km·주차장 2.6km)
08:11 삼봉
08:20 연꽃설
08:25 박덤 사거리
08:38 도로 옆 독립가옥
08:55 황매평원주차장
* 구간거리(8.8km)
황매평원주차장 - 2.5km - 황매산 - 1.2km - 상봉 - 1.0km - 하봉 -
- 2.0km - 박덤 - 1.2km - 독립가옥 - 0.9km - 황매평원주차장
※ 이정표가 서로 달라 혼란함
황매산 일대
초소전망대
베틀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베틀봉에서의 해돋이
베틀봉과 베틀바위
900m봉,
예전 숯가마터을 재현한 듯
새터분지고개
지리산 천왕봉
성곽과 성문
황매산 정상 이정표
진양기맥 삼거리 봉우리
황매산 정상부
너덜지대 돌탑
삼봉 안내판
삼봉 제3봉 철계단
지나온 삼봉과 황매봉
1103.5m봉 삼각점(산청 23)
삼각점(산청 23 → 창원 23)
상봉 팔각정
상봉 이정표
상봉 이정표
합천호
하봉 이정표
할미산성 안내판
할미산성터 이정표
할미산성터 돌탑
황매산 정상과 중봉
연꽃설 안내판
연꽃설
박덤 사거리 이정표
상봉과 909m봉 암릉지대
황매산 일대
독립가옥 이정표
샐리
독립가옥
황매평원주차장 옆 철쭉 군락지
황매평원주차장 부근의 실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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