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0년 4월 2일(금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사천시 곤명면 옥녀봉
* 산행거리 : 5.6km
* 산행시간 : 1시간 55분(운행시간 1시간 28분 + 휴식시간 27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사천 옥녀봉!
하동 방면에서 2번 국도를 타고 진주 쪽으로 가다, 사천시 곤명면 완사에서 보면 진양호와 맞닿은
벼랑 위의 산입니다.
전국에 옥녀봉이란 이름을 가진 산이 도대체 몇 개가 되는지, 방방곡곡 가는 데마다 옥녀봉이
있으니 말입니다.
해발 160m!
산이랄 것도 없는 그야말로 야산에 불과합니다.
쌔고쌘 옥녀봉 중에서도 가장 서열이 낮은 축에 들거라 생각됩니다.
초청은 진작에 온 걸 제법 지나치면서도 늘 외면만 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오늘은 기어이
발자국을 남기리라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나서봅니다.
낙남정맥이 지나는 솔티고개(내평교차로)가 산행의 시종점입니다.
연평마을 입구를 가리키는 표지석이 있는 곳입니다.
덕천주유소와 곤명주유소 등 2개의 주유소가 있고, 진양호 캐리비안온천도 가까이 있습니다.
옥녀봉 2.3km 이정표와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 주차장과 맞닿은 곳에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솔가리가 밟히는 부드러운 흙길입니다.
조금만 오르면 옥녀봉 2.15km 이정표가 있는 제1봉에 다다르는데, 오른쪽 능선으로 완전히
꺾어가야 합니다.
잠시 후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건넙니다.
연평마을 진입로에서 왼쪽에 살짝 보이는 신흥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오른쪽으로 60m 남짓 간 절개지 밑에 신흥목장 표지석이 있는데 출발지와는 250m, 큰 플라타너스
밑에 애향(愛鄕)이라는 글귀가 있는 연평마을의 낙남정맥 갈림길과는 200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 오르다 뒤돌아보니 진양호 캐리비안온천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하 800m 암반에서 용출되는 11가지 성분이 어우러진 신비의 온천수라고 하는데,
아직 몸을 담가본 적이 없기에 그 효능은 알지를 못합니다.
길바닥에 깔린 반쯤 패인 낮은 바위를 지나 제2봉에 올라섭니다.
작은 참호 흔적이 있는 정상 주변엔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있습니다.
아니 오는 듯하면서도 끝내 오고야 만 봄!
아무리 버텨도 자연의 섭리는 어쩌질 못하는 것 같습니다.
수풀 사이로 진수대교가 살짝 보입니다.
진양호를 가로지르는 큰 다리입니다.
회미골고개 사거리에 닿습니다.
왼쪽으로 약 30m 떨어진 대밭 위쪽의 보일락말락하는 바위를 장사바위라고 한답니다.
약 3m 정도 되는 높이에 넓지 않은 폭의 그저 그렇고 그런 바위지만, 알고 보면 전설을 품고 있는
예사로운 바위가 아닙니다.
연향마을 주민들을 괴롭힌 거구의 추물인 옥녀봉의 여신령, 이를 물리친 당산신에 얽힌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자가 바위를 이고 있는 험상궂은 형용이 그대로 남아 있다네요.
대밭 뒤의 길을 쭉 따라 내려가면 경전선 철로를 만나고, 철로 옆의 포장도로를 타면
굴다리를 지나 2번 국도의 완사교 근처로 갑니다.
회미골고개로 되돌아와 이번엔 약수터로 갑니다.
60m 남짓 가니 대밭 뒤 세 개의 바위 밑에서 물이 흘러나옵니다.
양도 많고 맛도 좋고 시원합니다.
연평마을이 바로 아래 보입니다.
또다시 회미골고개로 돌아와 산행을 이어갑니다.
솔가리가 밟히는 부드러운 흙길이긴 하나 좀은 가풀막이다가 제3봉에 이릅니다.
아주 작은 바위 몇 개가 소나무 밑에 숨을 죽인 채 납작 엎드려 있을 뿐 별 특징 없는
봉우리지만, 나무 사이로 연평마을이 보이고 진수대교가 좀 더 뚜렷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조금 내려서다 다시 오르면 제4봉에 도착하는데, 솔가리를 뒤집어쓴 작은 바위 하나가 있을 뿐
조망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진양호가 언뜻언뜻 보이긴 하지만,
조금 아래 앉아 쉴 수 있는 나무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제4봉에서 거의 평평한 능선 숲길을 따르다, 살짝 내려가는 듯 다시 오르면 제5봉입니다.
소나무가 울창하여 보이는 건 소나무 뿐이지만, 금성교와 진수대교가 얼핏얼핏 보이긴 합니다.
여기도 조금 아래 나무의자가 놓여 있습니다.
옥녀봉 0.3km 이정표를 스쳐가면, 곧이어 산줄기를 두 동강낸 포장도로를 지나가게 됩니다.
옥녀봉 0.2km 지점입니다.
절개지 쪽은 진양호 물가로 가며, 계속 가면 연평마을을 지나서 출발지로 되돌아갈 수 있고,
반대 방향은 경전선 철로 옆에서 회미골고개에서 오는 길과 만납니다.
임도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도 솔가리가 밟히는 부드러운 길이지만, 나름대로 제법 가풀막입니다.
그래도 이름깨나 있는 야산인데, 쉽사리 정상을 내줄 순 없지!
잠깐 버티지만 별 수는 없습니다.
팔각정 전망대가 멋진 옥녀봉(160m)을 밟고 올라섭니다.
갑자기 앞이 탁 트입니다.
진양호 푸른 물결이 넘실거리고, 수십 길 벼랑이 발길을 잡습니다.
남서쪽 조망은 막힘이 없습니다.
진양호 태극종주의 시종점인 덕천강의 끝자락 금성교가 진양호에 발을 담근 채 족욕을 즐기고
있고, 금성마을과 완사 일대가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고개를 들면 지리산 천왕봉(1915.4m)과 중봉(1875m), 하동 옥산(614.2m), 광양 백운산(1215m),
하동 금오산(849.1m)이 돌아가며 망막에 잡히고, 뒤로 돌아서면 진수대교와 산청 집현산(577m),
진주 월아산(482.4m), 의령 자굴산(897.1m) 등이 나무 틈새로 살짝살짝 얼굴을 내밉니다.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옮기면,
“예전 옥녀라는 아가씨가 용모도 아름답고 품행도 단정한데다 베 짜는 솜씨까지 훌륭했다.
옥녀는 베를 짜서 덕천강에 씻어(완사(浣紗): 빨래를 함) 내다팔아 살았다.
민도령이 옥녀에게 반하여 청혼하였으나, 옥녀는 과거에 급제하면 허락하겠다고 한다.
민도령은 열심히 공부하여 과거길에 오르고, 옥녀 또한 민도령의 과거급제를 예견하고 옷감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고을 사또 행차 중 옥녀를 탐하고 민도령을 위한 옷감을 모두 잘라버렸다.
이에 낙담한 옥녀는 덕천강에 몸을 던졌으며, 사또 또한 급사하였고, 민도령도 과거급제 후
금의환향 중 이 사실을 알고 강물에 투신하여 죽었다.
이후 이 벼랑 끝을 지나는 혼인행차는 어김없이 화를 당했고, 이를 위로하기 위해 옥녀봉과
완사라는 지명이 생겼다.”
앞은 절벽이라 가지 못하지만, 오른쪽 능선으로 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 걸까?
호기심에 따라 내려갑니다.
포장도로 끝부분과 만나면서 끝이 납니다.
연평마을과 완사교 부근으로 연결되는 포장도로입니다.
진양호 맑은 물이 발밑에서 유혹합니다.
불과 10m 안팎에서 알랑거리기에 기어이 내려가고야 맙니다.
손을 담그니 아직도 차갑습니다.
얼굴에 끼얹어 봅니다.
땀 흘린 뒤라 시원합니다.
얼굴만 아니라 마음까지 씻으며 잠시 머물다 되올라갑니다.
시원함과 아쉬움을 뒤로하고서,
옥녀봉에서 다시 한 번 진양호를 휘둘러보고선 아까 왔던 길을 따라 출발지로 돌아갑니다.
길지 않은 산행, 등산화 대신 운동화를 신고 한 산행이라기보다는 산책에 가까운 산행 같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여느 산행 못지않은 그런 느낌이 와 닿습니다.
길든 짧든 산행의 즐거움이란 매한가진가 봅니다.
산과 함께한 결코 짧지만은 않은 세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지만 그에 대한 어떠한
후회나 아쉬움도 없습니다.
내가 좋아서 내 스스로 걸어간 길이기에.
* 산행일정
16:30 솔티고개(내평교차로)
16:34 제1봉
16:36 신흥목장 진입로
16:41 제2봉
16:42 회미골고개
16:43 - 16:53 장사바위
16:54 회미골고개
16:55 - 17:00 약수터
17:01 회미골고개
17:05 제3봉
17:09 제4봉
17:15 제5봉
17:18 옥녀봉 0.3km 이정표
17:20 포장도로 고갯마루
17:24 - 17:30 옥녀봉
17:37 - 17:43 진양호
17:51 옥녀봉
17:55 포장도로 고갯마루
17:57 옥녀봉 0.3km 이정표
18:00 제5봉
18:06 제4봉
18:10 제3봉
18:13 회미골고개
18:15 제2봉
18:20 신흥목장 진입로
18:22 제1봉
18:25 솔티고개(내평교차로)
* 구간거리(5.6km)
솔티고개 - 0.15km - 제1봉 - 0.15km - 신흥목장 진입로 - 0.5km - 회미골고개 - 0.03km -
장사바위 - 0.03km - 회미골고개 - 0.06km - 약수터 - 0.06km - 회미골고개 - 1.3km - 포장도로
- 0.2km - 옥녀봉 - 0.4km - 진양호 - 0.4km - 옥녀봉 - 0.2km - 포장도로 - 1.3km - 회미골고개 -
0.5km - 신흥목장 진입로 - 0.15km - 제1봉 - 0.15km - 솔티고개
솔티고개
제1봉 이정표
신흥목장 진입로고개 이정표
진양호 캐리비안온천
제2봉 직전 바위
제2봉 진달래
회미골고개 이정표
장사바위
장사바위 부근 바위
장사바위 부근 바위
약수터
제3봉
옥녀봉 0.3km 이정표
포장도로
포장도로 고갯마루
옥녀봉에서 본 완사
옥녀봉에서 본 금성마을
옥녀봉에서 본 금성교
옥녀봉에서 본 하동 금오산
옥녀봉에서 본 옥산
옥녀봉에서 본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옥녀봉에서 본 곤명면 금성리 장신마을
옥녀봉에서 본 완사교
옥녀봉 전망대
옥녀봉 정상
진양호와 맞닿은 포장도로 끝부분
진양호
진수대교
솔티고개 덕천주유소
내평교차로
솔티고개 곤명주유소
고월마을버스정류소
신흥목장 표지석
연평마을
연평마을 낙남정맥 갈림길
금성교에서 본 옥녀봉
금성교에서 본 일몰 직전 풍경
활짝 핀 목련
'영남권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년 고찰 청곡사를 품은 진주 월아산 (0) | 2010.04.10 |
---|---|
토종 소나무와 진달래가 어우러진 광제산 (0) | 2010.04.04 |
황사와 함께한 고성 선유산 (0) | 2010.03.21 |
남해 창선도 종주산행 (0) | 2010.03.10 |
봄이 오는 듯한 둔철산 (0) | 2010.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