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행기

경호강을 굽어보며 산청 적벽산 - 백마산 - 월명산 - 둔철산 이어가기

큰집사람 2011. 3. 20. 11:21

* 날    짜: 2011년 3월 19일(토)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원지 - 적벽산 - 백마산 - 월명산 - 와석총 - 둔철산 - 홍화원

* 산행거리: 약 20km 안팎

* 산행시간: 8시간 25분(운행시간 6시간 9분 + 휴식시간 2시간 16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4명(강동섭, 장평식, 문영성, 조광래)

 

 

 

 

 

 

진주와 산청을 잇는 국도 3호선과 경호강(鏡湖江)과 함께 산청 신안면 원지 부근에 늘어선

나지막한 산줄기가 있으니, 바로 적벽산(赤壁山, 166m)이요 백마산(白馬山, 286m)과 월명산

(月明山, 334m)이라 부르는 산입니다.

비록 야트막한 야산에 지나지 않지만, 차를 타고 지나다보면 예사롭지 않은 산세에 반하기

마련입니다.

언제부터 벼르다가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직장동료 4명이 발을 맞추니, 원지에서 적벽산 - 백마산 - 월명산을 차례로 타고, 대성산(593m)과

둔철산(823.2m)을 거쳐 외송마을 홍화원에서 산행을 끝내기로 합니다.

대성산과 둔철산은 제법 다녀 잘 알지만, 나머진 처음 가는 길이라 제대로 갈지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경호강에 걸친 단성교 앞 원지 삼거리에 닿으니, 경호강과 백마산이 한눈에 들어와 우릴 반깁니다.

경호강은 남덕유산 자락 참샘이 그 첫물이요, 지리산 천왕샘에서 시작된 덕천강(德川江)과는

진주 진양호에서 만나 남강(南江)으로 이어집니다.

단성교 삼거리에서 10m 남짓 가면, 등산로란 팻말이 있어 들머리임을 알 수 있습니다.

돌계단을 오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100m 정도 오르니 철계단 두 개가 잇따라 나오고, 돌아보자 원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단성교를

비롯한 단성면 일대가 들어옵니다.

울퉁불퉁한 돌길이 더러 나오지만 날카롭진 않아, 그걸 타는 재미도 꽤나 쏠쏠합니다.

8분쯤 됐을까, 적벽정(赤壁亭)이란 팔각정자가 자리 잡은 160m봉으로 올라섭니다.

부근엔 많은 체육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등 원지 부근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걸로 보입니다.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이 아름다우며, 백마산과 월명산이 어서 오란 손짓을 합니다.

신안면과 단성면 일대 주민들은 백마산과 적벽산을 에도는 물줄기만 경호강 에서 따로 떼어내,

적벽강이라 부르기도 할 만큼 뛰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석대산(534.5m)과 웅석봉(1099.3m)도 잘 보이는 곳이나, 희뿌옇게 덮여 버려 그저 윤곽만 그릴

뿐입니다.

 

평탄하고 널따란 길을 6분쯤 갔을까, 이윽고 적벽산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아담한 정상석과 산신제단(山神祭壇)이 있으며, 삼각점(경남 329)과 간이체육시설도 한자리를 

차지합니다.

낯익은 준·희 표지기도 보이니, 객지에서 오랜 친구를 만난 양 마냥 반갑습니다.

부드러운 흙봉우리이긴 하나, 여기저기 나무가 막아 제대로 된 조망이 열리지 않음은 아쉽습니다.

2분 남짓 내려서자 전망바위가 이를 대신하는데, 백마산과 그 뒤에 숨은 월명산이 모습을

드러내며 경호강의 물줄기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좀 젊은 둘은 어디로 달아났는지 보이지도 않고, 애제자랑 둘이서 한동안 함께합니다.

꽤 기울기가 있는 내리막으로 4차선으로 확장한 국도 3호선 옆으로 붙고,

200m 정도 왼쪽으로 가 굴다리를 지나 콘크리트 진입로를 따라 백마사(白馬寺)로 오릅니다.

얼마 안 가 아담한 백마사에 닿으며, 대웅전 맞은편 백마산 정상 900m를 가리키는 이정표에서

백마사를 휘돌며 꺾어집니다.

산죽이 곧 이어지며, 자연석을 이용한 돌계단이 망춘대 갈림길까지 제법 가파르게 이어집니다.

망춘대 300m란 이정표가 있지만, 30m쯤만 가면 망춘대(望春臺)이니 그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망춘대는 오를 땐 낮아 보이지만 꽤 높은 낭떠러지이며, 조망이 활짝 열리는 좋은 전망대입니다.

눈 아랜 유유히 흐르는 경호강은 물론이고, 그 위에 걸친 단성교와 성철(性徹, 1912-1993) 스님

생가 부근의 고속국도 35호선 다리가 너른 들과 진양호와 함께 펼쳐집니다.

경호강의 흐름을 돌리며 막아선 적벽산이 우뚝하며, 바위 틈새의 터질 듯 말 듯인 진달래가 참

곱기도 합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흙길을 따르는데, 오르내림이 거의 없으니 별스레 힘든 줄도 모릅니다.

 

백마산성(白馬山城)의 흔적이 남은 곳을 지납니다.

돌은 허물어져 잡목과 낙엽에 묻힌 채 세월무상(歲月無常)을 곱씹고, 펑퍼짐한 제법 널따란

공간엔 이름 모를 나무들이 잔뜩 우거져 있습니다.

얼기설기 엮은 정감어린 통나무 계단을 오르니, 더더욱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며 키 큰 소나무도

함께합니다.

산성에서 2분 남짓 갔을까, 정상 400m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여러 갈래로 뻗은 멋들어진 소나무와, 넓고 평평한 마당바위가 어우러져 좋은 쉼터가 되는 곳입니다.

나무가 살짝 가리긴 했어도, 조망 또한 그만하면 됐단 생각입니다.

마당바위부턴 바위마다 거의 다 10cm쯤 되는 둥근 구멍이 뚫려 있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군사용으로 쓰였던 것임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紅衣將軍 郭再祐, 1552-1617)가 타던 말발굽 자국이라고도 하지만,

그 보단 깃대를 꽂거나 말을 매는 말뚝용 구멍이라는데 더 무게가 실립니다.

백마산성은 삼국시대부터 백제와 신라의 격전지였으며, 임진왜란 때는 진주를 넘어 북진하는

왜적을 맞아 홍의장군 곽재우가 한 달 이상을 버티면서 물리친 곳이라고 합니다.

왜적은 깎아지른 벼랑인 산성을 도저히 함락할 수 없게 되자 물과 식량이 떨어지길 기다렸는데,

곽재우 장군이 말을 쭉 세우게 하고 쌀을 말 등에 붓도록 했으니, 이를 본 왜적이 물로 말을

목욕시키는 걸로 착각하여 함락을 포기하고 물러갔다고 하며, 그런 일이 있은 후 동산성이

백마산성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백마산 정상 바로 아랜 웅덩이 두 개가 좌우로 있는데, 예전 백마산성에 물을 공급하던

연못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았다는데, 사람도 그렇거니와 연못 또한 세월 앞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겨우 흔적만 남았을 뿐입니다.

 

백마산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정상은 낮고 널따란 바위 차지이며, 크지 않은 정상석과 면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단도 있습니다.

울창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며 쉼터를 제공하나,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조망이 없음은 아쉽습니다.

여전히 젊은 그들은 보이지 않고, 또 애제자와 둘이서 길동무가 됩니다.

사진도 찍지 않고 벌에 쏘인 듯이 달아나니, 그들을 따라잡을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백마산에서 질매재로 내려서는 덴 5분 정도면 되지만, 꽤 비탈진 길이라 제법 신경이 쓰입니다.

밧줄이 걸린 통나무계단이 있는가 하면, 가야 할 월명산이 들어오는 전망대도 나옵니다.

질매재는 명동마을과 산성마을은 물론 백마산과 월명산을 잇는 고개이며, 예전 중촌리 일대

주민들이 산청 장을 오갈 때 넘나들던 곳이라고 합니다.

내가 백마산과 산성마을을 기억하는 건 한때 신문과 방송 등 언론매체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

때문인데, 같은 동네에 사는 일흔이 넘은 할아버지 다섯 분이 난생 처음으로 지리산 천왕봉을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서였습니다.

그 당시 자료를 찾아보니 중촌리 산성마을에 사는 이병덕(91), 권순열(85), 이병록(82),

박노윤(82), 이주상(71) 씨가 화제의 주인공인데, 이들의 평균나이는 82세가 더 된답니다.

어느 날 가장 나이가 많은 이병덕 씨가 “죽기 전에 한 번 천왕봉에 올라 보자.”고 하자

이에 뜻을 같이 하고, 2009년 9월 11일 중절모에 운동화를 신고 핫바지와 점퍼를 입는 등

각양각색의 차림으로, 중산리 경남자연학습원에서 9시간 만에 마침내 천왕봉을 올랐다고 하는

기사로, 이들은 별스런 운동은커녕 마을 뒷산인 백마산과 월명산을 일주일에 서너 차례 오르내린 게

전부였다고 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답니다.

아직도 모두 정정하게 살아 있을까요?

 

질매재부턴 꽤 가파른 오르막인데, 얼마 되지 않아 둘로 갈라져 대칭을 이루는 비스듬한 바위에

오르자 조망이 열립니다.

백마산과 중촌리 일대가 눈에 쏙 들어와 담깁니다.

대칭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오르자, 더욱 멋지고 큰 여러 개의 바위로 된 전망대가 나옵니다.

바위 안쪽엔 고운 빗살무늬가 쭉쭉 그어져 있는데, 빗살무늬 전망대란 이름을 갖다 붙입니다.

자그마한 쇠사다리가 놓여 있으며, 백마산은 물론 더 멀리 집현산(577m)과 광제산(420m)도

뿌옇게나마 들어옵니다.

맑고 포근한 날씨지만, 가시거리는 별로 좋은 편이 못됩니다.

너럭바위가 깔린 월명산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삼일산악회에서 세운 월명산 320m란 정상석이 있지만, 지형도엔 이름도 없는 그냥 334m봉입니다.

지형도에 나와 있는 월명산은, 산불감시초소가 자리 잡은 320m봉입니다.

어느 게 맞는 진 모르지만, 320m봉보다 높고 산세도 좋은 이곳을 월명산이라 하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입니다.

완만한 능선을 따르다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를 살짝 도니, 누룩덤 비슷한 멋진 바위가 막아섭니다.

바위로 올라서자 조망이 탁 트이는데, 산불초소도 보이지만 바로 아래 상사바위는 날아갈 듯

날렵합니다.

상사바위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니, 상사바위 전망대란 이름을 붙입니다.

2분 남짓 내려갔을까,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상사바위에 다다릅니다.

아찔아찔한 낭떠러지인 상사바위!

누군가 이루지 못한 사랑에 가슴앓이하다 스스로 몸을 던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애틋함이 깃든 전설까진 알 수 없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앞서간 둘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철탑과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320m봉에 있답니다.

같이 가지, 내빼긴 왜 내빼!

 

우리가 갈 때까지 꼼짝 말라 이르고선, 상사바위를 내려서선 좁다란 바위 사이를 지나갑니다.

거의 다 옆으로 돌아갈 것 같은데, 나같이 날씬한 사람이 아니면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3분 정도 내려서며 남평 문 씨 무덤을 지나고, 다시 3분 뒤 나오는 안부 갈림길에선 바로 가는

오르막을 그대로 따릅니다.

오른쪽으론 월명사를 거쳐 콘크리트 임도를 따라 30분이면 하촌마을에 닿으며, 적벽산에서

백마산과 월명산을 타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길이랍니다.

서서히 오르다 철탑을 지나자마자 320m봉으로 올라서니, 앞서 달아나던 둘이 우릴 반깁니다.

지형도상 월명산이라 표기된 곳이며 주변 조망도 좋지만, 산세로 보나 높이로 보나 아무래도

지나온 334m봉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점심때가 어중간하지만, 먼저 먹고 남은 산행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김치찌개와 매실주에다 소주를 곁들이니, 산에 온 보람이요 즐거움이자 이런 재미로 산을 다니는지도 모릅니다.

딱 1시간에 걸쳐 먹고 마시고선 또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쩌면 지나온 것보다 갈 길이 더욱 먼 것

같습니다.

여태까지 뚜렷하던 길이 꽤 묵었으니, 이곳을 오가는 이들은 많지 않은 걸 알 수 있습니다.

320m봉에서 8분쯤 갔을까, 능선으로 가는 길과 왼쪽으로 살짝 꺾인 갈림길이 나옵니다.

둘 다 희미하니, 길 상태도 엇비슷합니다.

어디로 갈까?

대구 산이조치요 표지기가 달린 왼쪽이 맞는가 싶어 그리로 갑니다.

처음엔 갈만 하더니, 갈수록 잡목이 거치적거리고 길도 희미합니다.

그때야 잘못 들어선 것 같지만, 가는 데까진 그냥 가기로 합니다.

9분 남짓 갔을까 수월마을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는데, 크고 멋진 소나무 하나가 우릴 맞습니다.

 

임도를 따른 지 7분 정도 됐을까, 밤나무단지 위 능선으로 올라서며 왼쪽으로 꺾습니다.

갈림길에서 바로 가는 길과 만난 것입니다.

돌아서니 320m봉과 월명산이 살짝 들어옵니다.

능선으로 난 희미한 길을 따른 지 12분 만에 안부 사거리로 내려서는데, 오른쪽 아래론 마을이

보이고 길도 좌우론 뚜렷하나, 바로 가는 능선으론 희미한 흔적이 있을 뿐입니다.

어디로 갈까?

또 망설이다 능선을 타고 바로 나아갑니다.

3분 뒤엔 오른쪽 아래 저수지가 들어오며, 이어서 왼쪽에서 뚜렷한 길이 달라붙습니다.

아까 안부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 같은데, 그렇다면 어디라도 상관없는 셈입니다.

두 길이 만나 1분쯤 되자 안부로 내려서는데, 왼쪽으론 꽤 널따랗고 평평한 억새밭이 보입니다.

갈수록 희미한 길을 비스듬히 왼쪽으로 붙어 다시 능선으로 오르자 작은 굴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9분 남짓 가니 바위 두 개가 박혀 있는 잡목봉으로 올라섭니다.

숲에 가려 조망은 거의 없으며, 1분 뒤 같은 종류의 멋진 나무 몇 그루가 자리 잡은 안부

사거리로 내려섭니다.

제법 넓고 평평한 공간이 있어 딱 맞는 쉼터지만, 갈 길이 바쁜 우린 그냥 지나칩니다.

왼쪽으로 난 길이 좀 더 뚜렷하지만, 무덤을 지나 바로 가는 희미한 길을 따릅니다.

10분 정도 오르자 잡목으로 둘러싸인 지적경계점 봉우리이며, 1분 뒤 왼쪽에서 보다 뚜렷한 길이

슬며시 합류합니다.

아마도 안부 쉼터에서 왼쪽으로 난 길인 것 같습니다.

그런대로 갈 만한 길을 비스듬히 15분쯤 가자, 갑자기 아주 뚜렷한 길을 만납니다.

어디로 이어지는 진 모르지만 아래위로 난 좋은 길인데, 오른쪽 오르막은 못 본 척 하고 왼쪽으로

내려섭니다.

 

1분 남짓 되었을까, 임도 삼거리에 닿으며 동쪽으로 난 완만한 임도를 따릅니다.

서쪽의 두 가닥은 수월마을로 가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갈 길은 먼데, 벌써 오후 2시가 넘었습니다.

산행거리가 짧은 것도 아닌데, 아무래도 너무 늦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순 없습니다.

부지런히 가는 수밖에!

7분 정도 갔을까, 별장 같아 보이는 좋은 집을 지납니다.

그 흔한 개도 짖지 않고 인기척이 없는 걸로 봐, 평상시(平常時)엔 사람이 살고 있진 않은가 봅니다.

별장에서 5분쯤 가자 고갯마루에 다다르는데, 바로 아래 조금 떨어진 곳에 파란 지붕과 느티나무

몇 그루가 보입니다.

아무래도 그쪽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산줄기는 좌우로 이어지는데, 우리가 온 쪽 능선으로 길이 있나 살피지만 보이진 않습니다.

여기까진 그럭저럭 제대로 왔나 봅니다.

방향이 맞을 것 같은 왼쪽 임도를 따릅니다.

산등성이로 붙는 길이 있는가 싶어 살피지만, 제대로 된 길은 보이질 않습니다.

어쩌면 아주 희미한 길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냥 쉬운 임도로 17분 남짓 가 고갯마루로 올라서자, 와석총이 들어오니 그제야 감이 잡힙니다.

바로 앞엔 축사로 보이는 큼지막한 건물도 있습니다.

고갯마루 오른쪽 조금 위엔 크나큰 바위가 눈길을 끄는데, 마침 그쪽에서 내려오는 아저씨에게

길을 물으니 산으로 가는 길은 없단 대답입니다.

산줄기로 봐선 그 위 봉우리에서, 이어가는 게 맞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미 오후 3시가 가까운데, 모르는 길을 헤매고 다닐 여유는 없습니다.

 

대성산으로 가는 건 그만 두고, 와석총으로 바로 가는 걸로 의견을 모읍니다.

임도로 1분 정도 내려가자 개판인 데가 있으니, 어찌나 왈왈거리는지 글자 그대로 개지랄입니다.

멋진 돌탑과 돌로 꾸민 아름다운 집도 있습니다.

고갯마루에서 15분쯤 되었을까, 둔철마을 도로로 내려섭니다.

왼쪽 아래론 외송마을과 홍화원이며, 오른쪽 위론 정취암과 단계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바로 아래 있는 둔철교 쪽이 아닌, 제실 같은 큰집 왼쪽으로 난 비포장 길로 들어섭니다.

3분 남짓 가니 넓은 길은 개울을 건너지만, 우린 산자락으로 붙는 희미한 길을 따릅니다.

희미하긴 해도 없어지진 않고 길은 이어지는데, 예전엔 좀 다녔을 진 모르지만 요즘은 오가는

이가 거의 없는 듯합니다.

큰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잡목이 맥을 추지 못하니, 거치적거리는 게 거의 없는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좀 오르자 흔적만 남은 길은 오른쪽으로 꺾어지더니, 능선을 갈아타며 가파르게 치오릅니다.

슬슬 힘들어하는 일행들은 제 알아서 오라하고선, 와석총까진 나 홀로 힘대로 달아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럿이 함께 갈 땐 가더라도, 때론 이런 맛도 있어야 하지 아닐까요?

서서히 가속을 붙이며 가풀막을 치오르자, 일행은 점점 멀어지는가 싶더니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대로 밀어붙이며 오르자, 와석총이 멀지 않은 능선에서 꽤 뚜렷한 길을 만납니다.

좀 아래 계곡 쪽으로 절 같은 건물이 보이는데, 모르긴 해도 그리로 이어지는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아까 제실을 지나 산자락으로 붙지 않고 계곡을 건넜더라면, 타고 왔을지도 모를 길입니다.

 

와석총 정상(760m)은 창녕 조 씨 부부 무덤이 차지하고 있으며, 바로 옆 동쪽의 크나큰 바위지대에서 조망이 활짝 열립니다.

드넓은 둔철평원과 타고온 산줄기는 물론, 정수산(841m)과 율곡사의 전설이 깃든 새신바위도

들어옵니다.

조금 늦은 일행과 다시 하나가 되어, 간식을 먹고 조망을 즐기는 등 원기를 회복하고선 나머지

산행에 나섭니다.

달팽이무덤이란 뜻의 와석총(蝸石塚)!

크고 작은 수많은 바위가 포개지고 뒤엉켜 있는 특이한 형태이며, 언제부터 그런 이름이 붙었으며

왜 그랬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와석총에서 4분이면 둔철산과 대성산 갈림길에 닿는데, 누군가가 정성을 쏟아 만든 표지판이

눈길을 끕니다.

바위지대를 내려서는 등 다시 4분을 더 가자, 이정표가 서 있는 안부 사거리(690m)가 나옵니다.

둔철마을과 척지마을이 고개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둔철산 정상은 20분 남짓 거리입니다.

이어지는 오르막으로 헬기장을 지나, 둔철산 정상(823.2m)으로 올라섭니다.

삼각점(산청 24)과 1988년 7월 17일 진주교직원산악회에서 세운 자그마한 정상석이 자리 잡고

있는데, 둔철산도 지도에 따라 높이가 제각각으로 나오며 헷갈리는 곳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르면 이곳은 둔철산 정상이 아닌 823m봉이며, 지도에 따라 더러는

823.2m로 되어 있기도 합니다.

지형도에 표기된 둔철산(811.7m)은 헬기장을 지나 좀 더 가면 있는, 조망도 없고 잡목만 빼곡한

보잘 것 없는 봉우리입니다.

산청읍 범학마을에서 지리망문(智異望門)을 거쳐 올라서는 곳으로, 그전 두어 번 가긴 했지만

삼각점은 없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그쪽을 오가는 사람도 드물 뿐만 아니라, 둔철산이라 부르는 사람은 더더욱 없습니다.

둔철산 일원에서 가장 높은 이곳을 둔철산이라 하고, 높이도 맞게 새긴 새로운 정상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무에 가린 남쪽을 빼곤 조망이 활짝 열리는데, 황매산(1113m)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정수산(841m), 왕산(923.2m), 필봉산(858m) 등이 돌아가며 들어오고, 아래론 산청읍과 경호강은

물론 국도 3호선과 35호 고속도로가 잘도 보입니다.

천왕봉과 중봉도 잘 보이는 곳이지만, 오늘은 아니라서 좀 아쉽긴 합니다.

 

젊은 둘은 또 달아나고 없고, 애제자와 길동무가 되어 하산에 나섭니다.

오른쪽으로 769m봉 갈림길이 있는 815m봉엔 언제 세웠는지 높은 안테나가 주인 노릇을 하고

있으며, 왼쪽으로 틀어 3분쯤 가자 전망 좋은 봉우리에 둔철산이란 정상석이 또 하나 있습니다.

2004년 1월 4일 산청 단성중학교산악회에서 세운 것인데, 둔철산 811.7m라 새긴 멋진 정상석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둔철산 정상도 아니요 811.7m도 아닌, 805m쯤 되는 이름 없는 봉우리일 뿐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른쪽 갈림길은 금정폭포와 깊은골을 타고 심거마을로 가는데, 홍화원을 하산지점으로 잡았으니

바로 가는 길을 따릅니다. 

밧줄을 걸친 비스듬한 바위를 거쳐, 크고 작은 바위로 이루어진 시루봉(700m)을 지납니다.

큰 바위에다 작은 돌을 정성스레 쌓은 곳도 있는데, 언제 왜 그랬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낮은 무덤이 있는 안부 사거리에선, 능선 따라 그대로 바로 나아갑니다.

오른쪽은 깊은 산속 옹달샘을 지나 심거마을이요, 왼쪽의 희미한 길은 아까 들른 둔철마을로

이어입니다.

앞선 둘은 보이지도 않고,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도대체 어디쯤 가고 있는지?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호젓한 길이 이어지더니, 삼각점(경남 326호)이 있는 투구봉(578m)을

지나자마자 멋들어진 전망대가 나옵니다. 

수십 개의 크고 작은 바위로 된 수십 미터나 되는 바위 봉우리로, 둔철산 일대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왼쪽으로 우회하는 길은, 밧줄을 매단 급한 내리막이라 조심스럽습니다.

다시 마루금을 따라 조금 더 가면, 잔디 없는 낮은 무덤이 있는 510m봉입니다.

마지막 봉우리이자 심거마을과 외송마을 갈림길이며, 십자봉(900m)을 비롯한 웅석봉 일대와 진양호로 흘러드는 경호강 물줄기가 시원스레 들어옵니다.

 

내려갈 곳 홍화원이 잘도 보이며, 왼쪽의 외송마을로 내려섭니다.

젊은 둘은 단성중학교 정상석이 있는 805m봉에서, 금정폭포로 잘못 내려갔단 소식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그랬기에 우리가 따라잡지 못할 수밖에요.

제법 급하게 쏟아지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며 부드러워지더니, 물탱크 셋을 잇달아 지나자마자

외송마을 전원주택단지로 들어섭니다.

아직은 잘 꾸민 한 집만 자리 잡고 있으며, 둔철산 4.8km를 가리키는 이정표와 둔철산

등산안내도가 입구에 있습니다.

도로를 따라 5분 남짓 내려서자 외송마을회관을 지나며, 홍화원으로 가다보니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매화가 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라 그런지, 올핸 봄도 좀 늦은 것 같습니다.

제 딴엔 부지런을 떨며 온다곤 하지만, 기다리는 마음은 언제나 더디게만 느껴질 뿐입니다.

심거마을로 내려선 젊은 그들과 홍화원에서 다시 만나, 대절한 원지택시를 타고 우리네 차가

기다리는 산청 원지로 떠납니다.

화끈한 뒤풀이가 있을 진주로 가고자!

 

 

 

 

 

 

* 산행일정

09:40          단성교

09:48 - 09:52  적벽정

09:58 - 10:01  적벽산

10:08          굴다리(구석다리)

10:11 - 10:14  백마사

10:19          망춘대 갈림길

10:24          백마산성터

10:26 - 10:29  솔 마당바위 쉼터(백마산 400m)

10:34 - 10:39  백마산

10:44          질매재

10:48 - 10:53  빗살무늬 전망대

11:02 - 11:07  월명산

11:14 - 11:17  전망대

11:19 - 11:23  상사바위

11:29          월명사(하촌) 갈림길

11:37 - 12:37  320m봉(산불감시초소)

12:45          능선 갈림길

12:54          멋진 소나무(수월마을 임도)

13:01          밤나무단지(능선)

13:13          안부 사거리

13:18          억새평원 안부

13:28          능선 작은 굴

13:38          멋진 나무 안부 사거리 쉼터

13:48          지적 경계점 봉우리

14:05          콘크리트 임도 삼거리

14:17          파란 지붕 고갯마루 임도 삼거리

14:36 - 14:41  축사 고갯마루 임도

14:56          둔철마을 둔철교 옆 제실

15:37 - 16:04  와석총(760m)

16:08          둔철산 - 대성산 - 와석총 갈림길

16:12          안부 사거리(690m)

16:32 - 16:37  둔철산(823.2m)

16:39          815m봉(안테나)

16:42 - 16:46  805m봉

16:56          시루봉

17:02          684m봉

17:09          안부 무덤 사거리

17:25          투구봉(578m)

17:37          510m봉

17:55          전원주택단지 둔철산 등산로 입구

18:00          외송마을회관

18:05          홍화원

 

 

* 원지택시(홍화원 - 원지 8,000원)

   055 - 972 - 0788, 010 - 3828 - 3334

   055 - 973 - 0788, 010 - 6367 - 6021

 

 

 

 

 

 

 

 

단성교

 

 

 

 

 

들머리

 

 

 

 

 

 

 

 

 

 

 

 

 

 

 

적벽정

 

 

 

 

단성교와 단성면 소재지

 

 

 

 

백마산

 

 

 

 

 

적벽산 정상부

 

 

 

 

 

 

 

 

 

 

적벽산 삼각점

 

적벽산 내림길의 전망바위에서 백마산과 월명산

 

 백마산

 

 경호강

 

 

 

 

3번 국도 굴다리

 

 

 

 

 

 

 

 

 

 

백마사

 

 

 

 

 

 

 

망춘대 갈림길(300m는 30m의 잘못)

 

망춘대

 

망춘대에서 단성교와 묵계교

 

백마산성의 흔적

 

 

 

 

멋진 소나무 이정표

 

백마산 400m 지점의 멋진 소나무

 

 

 

 

 

 

 

백마산 400m 지점의 마당바위

 

 

 

 

 

 

 

 

 

 

 

 

 

 

 

 

 

 

 

 

 

 

 

 

 

 

 

 

 

 

 

연못의 흔적

 

 

 

 

 

 

 

 

 

 

백마산 정상부

 

 

 

 

 

 

 

 

 

 

 

 

 

 월명산

 

질매재 이정표

 

 

 

 

 

 

 

질매재

 

전망대

 

빗살무늬뚜껑 전망대

 

 

 

 

 

 

 

 

 

 

 

 

 

 

 

 

 

 

 

 

 

 

 

백마산

 

 월명산 

 

 

 

 

 

 

 

월명산 삼각점 

 

월명산 정상부

 

 

 

 

 

 

 

 

 

 

백마산

 

 전망대

 

 

 

 

상사바위

 

 

 

 

 

 

 

 

 

 

 

 

 

 

 

 

320m봉(산불감시초소)

 

 

 

 

월명산

 

 

 

 

320m봉

 

 

 

 

가야 할 산줄기

 

 집현산

 

 

수월마을 임도 소나무

 

밤나무단지에서 돌아본 320m봉과 월명산

 

 

 

 

 

 

 

 

 

 

 

 

 

 

 

 

 

 

 

 

임도 고갯마루에서 바라본 와석총

 

 

 

 

 

 

 

 

 

 

 

 

 

 

둔철마을에서 바라본 와석총 

 

둔철마을 제실

 

 

 

 

 

 

 

와석총 전망바위와 대성산

 

대성산(왼쪽) 

 

정취암 가는 길 

 

634m봉(왼쪽)과 대성산(오른쪽) 

 

와석총 전망바위

 

와석총 전망바위에서 정수산(왼쪽)과 새신바위(오른쪽)

 

와석총 전망바위에서 둔철평원

 

 

 

 

 

 

 

와석총 

 

 

 

 

 

 

 

와석총 - 둔철산 - 대성산 갈림길 

 

지마을 갈림길인 안부 사거리(690m) 

 

 

 

 

와석총 

 

둔철산 헬기장 

 

둔철산

 

둔철산 삼각점

 

 

 

 

 

 

 

 

 

 

둔철산 헬기장과 지형도상 둔철산인 811.7m봉 

 

 

둔철산

 

둔철산 정상부 

 

815m봉 안테나 

 

815m봉

 

 

805m봉

 

805m봉

 

805m봉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

 

시루봉

 

무덤 안부 사거리

 

 

 

 

투구봉

 

투구봉 삼각점

 

투구봉 바위지대

 

돌아본 투구봉 바위지대

 

투구봉 바위지대와 또 다른 암봉

 

510m봉

 

510m봉 

 

전원주택단지 물탱크 

 

전원주택단지 물탱크 

 

전원주택단지 이정표 

 

전원주택단지 둔철산 산행안내도 

 

전원주택

 

외송마을회관 

 

개나리 

 

둔철산 일원 

 

매화

 

 

 

 

 

 

 

 

 

 

홍화원

 

 

 

 

홍화원에서 바라본 둔철산 일원 

 

홍화원 

 

단성교에서 바라본 백마산

 

단성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