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두드려도 열리지 않은 작은세개골

큰집사람 2017. 10. 16. 13:31

* 날    짜 : 2017년 10월 15일(일요일)

* 날    씨 : 흐리고 비

* 산 행 지 : 의신 - 대성동 - 작은세개골 - 대성동 - 의신 

* 산행시간 : 7시간 53분(운행시간 4시간 19분 + 휴식시간 3시간 34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11명(앵경, 토끼와거북이, 쓰리고, 바람소리, 산사랑, 신난다, 유비,

                  세걸, 담비, 참꼬막, 선함)








* 산행일정

08:42          의신마을 지리산역사관

08:45          의신마을 삼거리 

09:15          원통굴 갈림길

09:29 - 09:39  대성동 주막

10:05 - 10:12  원대성마을 갈림길 

10:17          작은세개골 철다리 

10:30 - 10:43  휴식

11:15 - 13:10  삼단폭포(토골폭포)

13:49 - 14:02  작은세개골 철다리

14:06          원대성마을 갈림길

14:40 - 15:25  대성동 주막

15:48 - 15:59  원통굴

16:03          원통굴 갈림길

16:35          의신마을 삼거리







지리산역사관(智異山歷史觀),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에서 2002년 10월 문을 열었으며, 

작은세개골을 따라 칠선봉으로 올라 칠선 남릉을 타고 내려오는 원점산행,

8월 20일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도전인 셈인데,

장대비가 쏟아지던 그땐 불일폭포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었지만,

오늘도 비는 내리지만 그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비가 오면 절대로 산에 안 간다는,

자칭 산에 미친 놈(?)이라는 벌교 돌이요라면 또 모르지만,

지리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린 공간,

아흔아홉골 비경의 찾아 헤매는 지사모(智思募) 회원들이요,

이래 봬도 명색이 전천후 산꾼들이 아니던가?(08:42)





의신마을 삼거리,

벽소령대피소 6.9km·세석대피소 9.1km·대성동 2.5km·원통암 0.9km요,

작은세개골로 스며들 철다리는 3.9km이고(08:45)


이건 언제 생겼는지?









대성골

반쯤 남았습니다.

의신 1.2km·대성동 1.3km·세석대피소 7.9km를 가리키고(09:07)





작은 암자인 원통굴(圓通窟) 갈림길,

굳이 들르겠다는 한 분만 빼곤 내려올 때의 몫으로 돌리기로,

스님 아닌 암자가 어디로 가는 것도 아닌데(09:15)





꽤 많은 물이 흐르는 대성골,

가야 할 작은세개골과 큰세개골은 말할 것도 없고,

세양골과 수곡골의 물까지 흘러드는 큰 골짝이라던가?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

우리 눈엔 아름답게 보일지 모르지만,

모진 겨울과 맞서자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던가?

벗어야 산다!

내려놓아야 산다!!

떨쳐버려야 산다!!!





대성동 주막으로 들어서는 회장님,

오늘따라 어쩐지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알고 보니 무거운 건 어깨뿐만 아니라 한 짐이나 되는 배까지,

 아니나다를까 비도 오는데 동동주나 마시면서 놀다 내려갔으면 하는,

그런다고 거기에 놀아날 우리도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앞만 보고 왔는데,

억지로 모시고(?) 가지만,

기어이 작은세개골에서 일을 저지를 줄이야?(09:29 - 09:39)


















비가 오는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뭘 그런 걸 갖고 고민씩이나,

갈까 말까 할 땐 가라고 아니하던가?


























원대성마을 갈림길,

처진 일행을 기다리는 사이 나 홀로 채마밭으로,

그전엔 2가구가 있었는데,

잘 가꾼 텃밭으로 봐선 지금도 누군가가 살고 있는 듯(10:05 - 10:12)





돌확,

전라도에선 확독이요 경상도에선 도구통이고











뭐하노?

와 이리 안 오노?





무지막지한(?) 목책이 우릴 반기는 작은세개골 철다리,

그 이름과는 달리 큰세개골 철다리보다도 훨씬 더 길며,

여기서 지루한 등산로에서 벗어나 작은세개골로 스며들기로,

어차피 그러려고 오지 않았던가?(10:17)























1인자,

조심하이소,

미끄럽습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위로 위로





명석 막걸리와 지사모 공식주 쏘맥타임,

 10월 12일 낚은 통영산 문어무침과 바람소리표 김밥을 안주 삼아,

마시고 또 먹으면서 시간 아닌 세월이 가는 줄도 모르는 채(10:30 - 10:43)





실컷 채웠으니 가자꾸나,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한데























신난다 신나 1인자,

비가 와도 좋아 눈이 와도 좋아 바람 불어도 좋아,

딱 좋아 완전 좋아 아주 좋아!





갱물 사는 참꼬막에겐 무리일까?

엄두가 나지 않는지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작은세개골에선 제일가는 볼거리인 삼단폭포,

더러는 토골폭포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며,

담비 회장이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는 불상사가 벌어지는 바람에,

일단은 삼단폭포 상단부에서 점심부터 먹고선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로,

여름도 아닌 가을이요 비까지 내리는 쌀랑한 날씨라 결론은 뻔하지만,

그나마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나 할까?(11:15 - 13:10)


비에 젖어 미끄러워 위험한데?



아니나다를까 버티지 못하고 물속으로 풍덩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우리 회장님,

이 무슨 물에 빠진 생쥐꼴이란 말인가?

내가 이러려고 왔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더라나?








생생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선,

본의 아니게(?) 위에서 또 잡을 수밖에는








산사랑(yellow raincoat),

꽤 오랜만에 왔는데다 노란비옷을 입지도 않았으니,

오늘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긴 하지만,

이쁜 짓(?) 하는 건 변함이 없다고나 할까? 








쏟아지는 물소리를 잠재우는 바람소리,

우리에겐 그럴 수 없이 싹싹하지만,

한집에서 같이 나온 사람에겐 공포의 잔소리대장(?),

누군 잔소리가 좋아서 특기요 취미 삼아 하는 줄 아나? 

하나밖에 없는 내 편인지 남의 편인지 제발 좀 알아서,

알간? 














뭐 하는겨?

올라오지 않고,

호랑이도 잡아먹는다는 담비인데,

물에 좀 빠졌기로소니 족제비가 되었을라구?














1인자님과 더불어 통사모 전성시대를 열고 있는 여장부(女丈夫),

지리산 천왕봉을 안방처럼 드나드는데다 매주 목요일이면 미륵산 야간산행까지,

장수돌침대와 맞먹는 못 말리는 산꾼이자 이미 산에 중독된(?) 여인네,

어디서 그런 힘과 오기와 용기가 나오는지?


배가 좀 들어갔다고 착각하고 있지만 그게 아닐 듯,

 그리 쉽게 들어갈 거라면 애당초 나오지도 않았을 걸,

늦게나마 통영다찌집의 쏘맥이 주범이라는 걸 안 것만 해도 다행,

 원인을 알았으니 뾰족한 수는 아닐지라도 뭉툭한 수라도 나오지 않을는지?

이제 와서 주님을 섬기지 않을 순 없지만





한동안 여수 앞바다에서 잠수함을 타다 다시 뭍으로 올라온,

어머니와도 같은 지리산으로 들면 힘들어도 맘은 편하다면서,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벌교엔 가기 싫다나 어쩐다나?





지리산 산신령을 닮아가는 듯한 1인자,

절반의 성공이 아쉽긴커녕 실컷 놀고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나?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염불소리와 노랫가락으로 귀를 즐겁게(?) 하는,

누가 듣든 말든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러거나 말거나 재롱잔치(?)를 멈추진 않겠단,

통사모를 이끄는 쌍두마차이자 의지의 한국인이라고나 할까?


때론 토끼마냥 날렵하게 더러는 거북이처럼 느릿느릿하게도,

앞서거나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있는 듯 없는 듯이 제자리를 지키는,

서서히 지리산이란 돌이킬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드는 여인네











비풍초똥팔삼? 비풍초똥팔사?

고스톱 경력 10년에 아직도 뭐가 뭔지 헷갈린다는 순진녀(?),

그래갖고 쓰리고라곤 맛이나 봤을는지?

나도 마찬가지지만





비가 와서 싫다는데 억지로 가자더니,

기어이 날 이 모양 이꼴(?)로 만들어버려?

물이 좋아 스스로 들어갈 땐 언제고,

이제 와서 그 무슨 말씀이신지,

보아하니 물깨나 들이키신 듯?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

앗! 나의 실수, 

놀부 심보는 아니지만 뒤따라가다 나도 모르게 그만 헛웃음이,

일부러 그런 건 아닌 거 잘 아시죠?


불필요한(?) 남자라 구박받는,

주님만 섬기면서 필요한 남자로 대접받을 순 없는 걸까?

그까짓 게 뭐라고


생각 좀 해볼게요.

찬찬히








일단은 점심부터 먹고 보자,

올라가든지 아니면 내려가든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둘로 째지든지


잘했어 정말,

기똥차게 삶았네,


싱싱한 통영산 돌문어,

10월 12일 낚시로 잡은 거라고








따끈따끈한 앵경표 어묵탕,

오늘처럼 쌀랑한 날 딱이지!


실컷 먹고 또 마시면서 배를 채우고선,

결론이야 이미 나 있은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부상에다 엄살(?)까지 부리는 데야 어쩔 방도가,

안 따라주는 몸에다 마음까지 한술 더 뜨니,

여기서 그만 뜻을 접고 내려가는 수밖에는,

이러려고 작은세개골로 든 건 아니지만,

아쉽지만 또다시 다음을 기약하기로,

설마하니 삼세번째는 열리겠지?


조심조심(操心操心),

까딱하면 회장님과 같은 신세가?








안 내려갈겨?







































다시 돌아온 작은세개골 철다리,

비록 절반의 성공이었지만 모두가 즐겁고 밝은 표정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는 걸(13:49 - 14:01)















































뭘 밟았나?


















대성동 주막,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오늘 같은 날 하고많은 시간인데(14:40 - 15:25)























아침엔 지나쳤던 원통굴,

내려가면서 들르리라 하지 않았던가?(15:48 - 15:59)

















지리산 냄새만 맡아도 그저 싱글벙글,

뭣이 그리 좋은지?





원통굴(圓通窟) 갈림길(16:03)






(16:11)
























7시간 50분 만에 다시 돌아온 의신마을 삼거리,

시간상으로 봐선 계획했던 그대로 다녀올 수도 있었건만,

그 무슨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기는 바람에 절반의 성공이란 어정쩡한 결과가,

덕분에 느긋하게 놀고 또 즐기긴 했지만,

열릴 듯 열리지 않은 작은세개골,

다시 한 번 들르란 지리산 산신령의 뜻이 아니었을까?

머지않아 그날이 오길 기대하면서,

정과 술에 취해 차에 오른다.

그리곤 떠난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진주로(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