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와운마을에서 와운능선으로 영원령 올라 영원재와 와운골 거쳐 제자리로

큰집사람 2013. 8. 25. 21:31

* 날     짜 : 2013년 8월 24일(토)

* 날     씨 : 비

* 산 행 지 : 와운마을 - 천년송 - 와운능선 - 영원령 - 영원재 - 와운골 - 와운마을

* 산행시간 : 3시간 15분(운행시간 2시간 39분 + 휴식시간 36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 산행일정

13:30             남원 산내면 부운리 와운마을 와운골가든

13:32 - 13:40  천년송

14:18 - 14:23  제1 전망대

14:25             헬기장

14:33 : 14:40   제2 전망대  

14:45 - 14:50  영원령(영원봉, 1289.5m, △ 운봉 306)

15:05             영원재(1100m)

15:55             합수지점

16:30 - 16:41  와운골 출입금지 안내문

16:45             와운골가든  

 

 

 

 

 

 

* 전국 장거리 산행의 자존심‘태극을 닮은 사람들’

반야봉 청소산행과 2013년 하계 수련회가 있는 날 새벽,

어제부터 내리는 빗줄기가 그치기는커녕

점점 더 굵어지니 이를 어쩌나?

오랜 가뭄 끝의 단비라 고맙긴 하지만,

큰 행사를 앞두고선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다.

이미 어느 정도 해갈도 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와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리 장대비가 쏟아져도 아니 갈 수도 없으니,

1박 2일 동안은 거달사 소속으로 다시 돌아가

그들과 함께 성삼재로 간다.

뱀사골 들머리인 반선에 거의 다다를 즈음

큰골 태달사 사무국장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계속 내리는 폭우로 말미암아 08시 10분부터

지리산 일대에 입산금지령이 내렸단다.

그러니 성삼재로 올라가지 말고,

반선상가지구의 중앙식당으로 오란다.

태달사 회원들의 단골집이기도 한 중앙식당,

전국에서 모인 회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선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마냥 기다린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거늘,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를 헤집으며 와운마을로 간다.

수련회는 저녁부터 예정되어 있지만,

퍼붓듯이 쏟아지는 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와운마을은 뱀사골 지류인 와운골 앞자락에 자리한

몇 집 되지도 않는 자그마한 마을인데,

와운마을보다는 천연기념물인 천년송으로 더욱 유명해진 곳이다.

와운골가든에서 낯이 익고 더러는 처음 보는 회원들과 한데 어우러지는데,

지리산 냄새를 맡으면서 빗줄기를 바라보며 낮술을 기울이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하고 운치가 있긴 하지만,

점심을 먹고 나자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면서 좀이 쑤신다.

대낮부터 이러고만 있을 순 없다!

비를 맞더라도 여기서만 죽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 어디로든 떠나보는 거다!

 

모두들 또 하나의 뱀사골 지류인 함박골 이끼폭포로 몰려가지만,

나 홀로 와운골가든 바로 뒤의 천년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천년송능선이라고도 부르는 와운능선을 타고,

영원봉이라고도 부르는 영원령을 오르고 싶어서이다.

2012년 9월 지리산 남북종주의 추억이 묻어있는 영원령(1289.5m),

낮은 고개가 아닌 높은 봉우리인데도,

지형도에는 영원봉이 아닌 영원령으로 표기되어 있다.

예전엔 함양 마천면과 이어지는 중요한 곳이니까,

비록 높지만 좀은 수월하라고 낮은 뜻으로 고개라 불렀을까?

아니면 지형도에 잘못 표기된 걸까?

아무려면 어때!

남북종주의 감동을 느낄 수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장대비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의

영원봉 아니 영원령 산행은 또 그렇게 시작된다.

 

 

 

 

 

 

 

 

이게 술이여?

아녀!

그럼 뭐여?

정이여!

 

천년송(13:32 - 13:40, 할머니 소나무)

 

 

 

 

 

 

 

천년송(할아버지 소나무)

 

천년송 제단

 

천년송에서 본 와운마을 앞으로 이어지는 명선북릉

 

천년송에서 본 명선북릉과 심마니능선 

 

천년송에서 내려다본 와운마을

 

와운능선은 생각보다 뚜렷하고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는데,

15분 남짓 오르자 처음으로 바위 구경을 하게 되지만,

그저 바위일 뿐 보이는 것도 볼품도 없어 그냥 지나치고(13:55)   

 

첫 번째로 조망이 열리는 전망바위에 올라서지만,

비가 오고 구름까지 끼어 제대로 보이는 것도 없어 아쉽고(14:18 - 14:23) 

 

 

 

 

 

 

 

 

 

 

 

제1 전망대에서 얼마 가지 않아 억새가 웃자란 공터를 지나는데,

무덤인가 싶었지만 뒤에 알고 보니 헬기장이라 하고(14:25)

 

제2 전망대 바로 밑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어디로 가든 조금 뒤 만나게 되니 마찬가지이고    

 

와운능선에서 두 번째이자 가장 좋은 전망대로 올라서지만,

보이는 건 구름 밖에 없으니 무슨 소용이랴? (14:33 - 14:40)

 

 

 

 

 

 

 

 

 

 

 

와운능선이 잠깐 모습을 드러내며 눈요기를 시키키도 하고

 

와운능선 제일의 멋들어진 전망대에서 2분 남짓 지나자,

중북부능선이라고도 부르는 삼정산능선 삼거리로 올라서고,

3분쯤 밋밋하게 나아가 영원봉이라고도 부르는 영원령으로 올라가지만,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고 안개만이 자욱할 뿐이니,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쏙 들어오는 곳이지만,

 오늘은 그게 아니니 이거야 정말 너무나도 아쉽기만 한데,

삼각점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는데도 웬일인지 모두 다 희미하게 나와,

어쩔 수 없이 지리산 남북종주 때의 사진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고(14:45 - 14:50)  

 

영원령 삼각점(운봉 306)

 

영원령과 삼각고지로 이어지는 중북부능선

 

영원령에서 바라본 지리산 중봉과 천왕봉, 제석봉

 

어쩌면 내일 갈지도 알 수 없는 반야봉

 

중북부능선의 터줏대감인 삼정산

 

영원령 - 와운능선 - 영원재 갈림길 삼거리

 

영원령에서 어디로 내려갈까 잠깐 망설이는데,

와운능선으로 다시 내려가기는 싫고,

영원재에서 와운골을 거쳐 와운마을로 가자니,

이미 많은 비가 왔는지라 물이 엄청 불었을 것이니 걱정인데,

산행을 하면서 온 길로 되돌아가는 것만큼 재미없는 것도 없으니,

좀은 무리가 따르더라도 설마 하는 마음으로 영원재로 내려서는데,

영원재 사거리에서 바로 가면 별바위등과 삼각고지요,

왼쪽은 영원사로 이어지니 와운골은 오른쪽으로 내려서고(15:05) 

 

영원재에서 10분이 채 되지 않아 와운골로 흘러드는 지계곡으로 내려서는데,

제법 많은 물이 흐르는 걸로 봐선 꽤나 많은 비가 온 것을 알 수 있고  

 

 

 

 

 

집 없는 달팽이란 놈도 볼거리가 되고

 

 

 

 

 

 

 

 

 

 

 

영원재에서 50분 만에 지계곡을 따라 와운골 본류로 합류하는데,

엄청난 물이 흘러내리지만 요리조리 계곡을 건너기도 하면서 내려가고(15:55) 

 

 

 

 

 

 

 

 

 

 

 

 

 

 

 

 

 

 

 

 

 

 

 

 

 

 

 

 

 

 

 

 

 

 

 

 

 

와운마을로 이어지는 포장도로가 있는 멋진 물웅덩이에서 마무리하고선,

비와 땀과 물에 젖은 몸을 알탕을 하면서 씻어내고자 옷을 벗으려하자,

그때서야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돈 생각이 나는데,

아차 싶어 손을 넣어 보지만 없다.

아니 있을 리가 만무하다.

사진기와 돈을 같은 호주머니에다 넣었는데 그걸 까마득히 잊고선,

수백 번씩이나 사진기를 넣다 뺐다 했으니,

비닐 봉지에 싼 돈이 안 빠져나가고 버틸 수가 있겠는가?

 

 

25만 원,

오늘 만큼은 내가 가진 돈의 전부이다.

그런데 그걸 옹땅 잃어버렸으니,

이를 어쩌나?

오고갈 차비도 내야 하고,

수련회의 회비도 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무일푼이 되고 만것이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짐작조차도 할 수가 없는데,

길바닥에 흘렸다면 그나마 어쩌면 어렵사리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나도 모르는 새 물에 빠트렸다면 도저히 가망이라곤 없으니,

요즘 들어 좀은 자주 깜빡거리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지는데,

어쨌거나 날이 밝으면 잃어버린 돈을 찾으러 나서보긴 해야겠지만,

찾을 확률은 그다지 높진 않아 걱정이 아니 될 수가 없고(16:30 -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