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큰집에 사는 사람들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예전엔 그냥 도둑놈이라 했지만,
세상도 바뀌었으니 큰집사람이 어떨까?
집이 크면 뭐 하겠나?
분양은커녕 등기도 되지 않는 임대주택이거늘,
짧게는 며칠부터 더러는 영구임대까지.
사람의 탈을 쓴 채 몹쓸 짓을 하고선,
담장 안에서 살아가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람바다 춤을 추던 정열적인 그날 밤,
아니면 함께 지르박과 블루스를 추던
삼삼한 그녀가 아른거릴까?
조용히 잠든 그들은
우리랑 별스레 다를 것도 없는데,
머리가 둘이거나 코가 셋도 아니고,
빨갛지도 노랗지도 않으니.
광분하여 미친 듯이 날뛰던 사나움도,
피눈물을 쏟게 하던 악랄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이 평화로운데,
래미안 34평형 아파트라도 되는 양
코를 골며 자는 모습이란,
졸리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선
그들을 보살핀답시고 복도를 서성이는
내가 부럽기조차 하구나!
사는 게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