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왜 청이당고개인가?

큰집사람 2010. 2. 6. 19:40

 

경남 함양군 마천면과 산청군 삼장면을 잇는 가장 빠르고 편한 고갯길은 뭘까?

정답은 쑥밭재다.

그런데 쑥밭재의 위치를 물어보면, 날고 긴다하는 속칭 지리산 도사들도 제각각이다.

왜 그럴까?

국립지리원에서 발간한 지형도가 문제의 발단이다.

 

현재 5만분의1 지형도를 보면, 쑥밭재의 위치가 1,315m봉 가까운 남쪽 능선에 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형도를 들고 현장에 가보면, 양쪽 어디로도 내려설 수 없는 가파른 능선 길임을 발견

한다.

그래서 남쪽으로 훨씬 더 내려간, 독바위 아래 경사도가 제법 부드러운 곳에서 고개를 찾았다.

그것이 현재의 쑥밭재다.

 

물론 이 고갯길이 옛길인지, 아니면 산악인들이 편의에 의해 만든 산행길인지 모르지만,

상당 기간 동안 양쪽을 잇는 고갯길로 이용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고갯길 역시 한숨을 돌리며 쉬어가기에는, 주변 공간이 부족한 곳임을 숨길 수 없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어떤 길을 이용했을까?

지역 주민들의 말을 따르면,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나오는 청이당 지역(산악인들 사이에

아래쑥밭재로 불리는 곳)이 그러한 조건을 다 갖춘 고갯길이라고 한다.

 

현재의 쑥밭재는 산악인들이 임의로 만든 것으로, 예전부터 존재해온 쑥밭재와 전혀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그 쑥밭재의 유래도 흔히 알고 있는 “쑥이 많이 나는 곳”이 아닌,

“하룻밤을 쉬어가는 숙박(宿泊)재”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실제로 취재팀은 그들이 알려준 그 지역을 답사하는 과정에서,

제법 널찍한 공간과 물길을 발견했고, 옛 사람들의 생활용구도 몇 품 찾아냈다.

그 지역 지형적 구조를 잘 아는 전문 산악인들 역시, 옛사람들이 편안하게 쉬어 갈 만한 곳은

그 곳 밖에 없다고 한결같이 말한다.

 

이제 정리를 하자.

고유한 옛이름을 되찾고, 위치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조처라고 생각된다.

우선 현재의 쑥밭재는 그대로 부르자.

대신 아래쑥밭재(옛쑥밭재)는 고유의 이름이 있는 청이당고개로 명명하자.

물론 이러한 제안들은 구속력이 없으며, 사실적 근거가 발견되기까지 한시적으로 사용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 부산일보 진용성 기자(2004. 07.22. 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