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1년 5월 22일(일요일)
* 날 씨 : 흐림
* 산 행 지 : 목통마을 - 삼도봉 - 불무장등 - 통꼭봉 - 목통마을
* 산행거리 : 15.5km(도상거리)
* 산행시간 : 10시간 30분(운행시간 6시간 52분 + 휴식시간 3시간 38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8명(순옥엉가, 막내, 바라기, 수막새, 적석, 산으로, 아저씨, 선함)
진주솔산악회의 일요산행에 나선 8명의 일행이 두 대의 차에 나눠 타고,
많은 비는 아니지만 그치지도 않은 이른 새벽녘에 지리산 자락으로 떠납니다.
남해고속도로 하동요금소를 빠져나가 하동읍과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 입구에서 5km쯤 가면
나오는 신흥 삼거리에서 칠불사 방면으로 좌회전합니다.
2km 남짓 올라가자 범왕 삼거리이며, 칠불사는 계곡 건너 우회전이고 우린 그대로
직진합니다.
다시 1km 정도 올라가자 목통마을인데, 목통교 앞 주차장에다 차를 세웁니다.
목통마을은 10가구 안팎의 작은 동네에 불과하지만, 예전 전기가 귀한 시절에도 물레방아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고 곡식을 찧는 등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마을 부근에 으름덩굴이 많아 붙여진 이름이라 하며, 으름을 이곳에선 먹통이라 하여
먹통마을이라 하다 그건 뭐하니 목통마을이라 했다는데, 으름을 한자로는 목통(木通)이라 하니
제대로 된 이름을 찾은 셈입니다.
으름은 생김새나 맛이 바나나와 비슷하여 코리언 바나나라고도 하는데,
달고 맛도 있지만 씨가 너무 많아 별스레 먹을 건 없는 편입니다.
먹구름이 잔뜩 덮었긴 해도 어느새 비는 그쳐 다행이며,
목통교를 건너 목통마을 끝자락의 물레방아산장을 지나자마자
연동골에 걸친 콘크리트다리가 나옵니다.
연동골은 계곡 안쪽에 연동마을이 있은 데서 붙은 이름이며, 연동마을이 없어지자 그 아래
목통마을이 있어 목통골로 더 많이 부르는 아직은 때 묻지 않은 골짝입니다.
길은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곡 오른쪽으로 나 있으며,
산길로 붙자마자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한데 그럴싸한 작은 폭포가 봐 줄만 합니다.
10분 남짓 오르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계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바로 가는 등산로를 벗어나 기어이 내려섭니다.
들어서자마자 그럴듯한 물웅덩이(소, 沼)를 갖춘 멋진 두 갈래폭포가 우릴 반기며,
먹구름을 헤집고 하늘이 살짝 열리는가 싶더니 햇살이 반짝입니다.
비 맞을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처음 그대로를 간직한 듯 해맑은 계곡이 이어지며, 20분 가까이 가다 비스듬하게 타고 흐르는
계류폭포에서 잠깐 입맛을 다십니다.
바로 옆 산길로 다시 붙자마자 논밭 터가 나오며, 농자재창고용 허름한 움막을 지납니다.
부근엔 고사리와 취나물이 더러 있으니, 아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발길을 붙잡습니다.
2분 정도 가자 커다란 바위 앞에서 계곡으로 길이 열립니다.
일행도 오질 않아 내려서는데, 큰 바위 처마 아래 석청(石淸)이 보입니다.
산속의 나무나 돌 사이에 석벌이 모아 놓은 질이 좋은 꿀을 석청이라 하며, 한방재료는 물론
각종 요리의 조미료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석청을 매단 바위 아랜 꽤 넓은 공간이 있는데,
여럿이 비나 눈을 피하는 덴 딱 알맞을 만큼입니다.
석청바위를 지나자마자 또 갈림길이 나오는데, 계곡으로 가지 않고 꺾어 오릅니다.
바위에 빨간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으며, 스님소로 가자면 여기서 들어서야 한답니다.
길은 여전히 뚜렷하고 좋습니다.
계곡과는 슬슬 멀어지는가 싶더니 스님소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다시 가까워지는데,
스님소엔 푸른 천막이 보처럼 깔린 게 살짝 보입니다.
스님소는 칠불사 스님들이 목욕하는 곳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하며, 일부러 내려서진 않고
위에서 보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언젠가 또 오게 되면, 내 반드시 들르리라!
스님소에서 5분도 되지 않아, 첫 번째로 연동골 본류(本流)를 건넙니다.
오르는 걸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건너며,
작은 폭포는 볼품이 없지만 물웅덩이는 나름대로의 볼거리입니다.
길에서 좀 떨어진 두 줄기폭포로 내려가, 구경도 하고 간식도 먹으며 여유를 부립니다.
누구 하나 서두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서둘 필요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자연과 더불어 즐기는데, 좀 늦으면 뭐가 어때서?
다시 길로 올라가 5분쯤 더 가자, 왼쪽으로 축대를 쌓아 일군 논밭 터가 나옵니다.
주위가 제법 넓어 보이는데, 예전 연동마을이 있던 자리라고 합니다.
1967년 여름 서해안으로 침투하여 지리산으로 숨어든 무장공비 9명을
연동마을 부근에서 소탕하고 나서 마을을 송두리째 없애버렸다고 하며,
마을 터 뒤로 올라가면 불무장등 어딘가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일행은 뭐 하는지 오질 않는데, 계곡으로 붙는 뚜렷한 길이 있어 나 홀로 그리로 가 봅니다.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세 물줄기가 있으니, 왼쪽과 가운데는 보잘 것이 없지만 오른쪽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입니다.
계곡 건너 칠불사로 이어지는 길이 열리는 곳입니다.
아래위도 아름답긴 마찬가집니다.
단풍이 곱게 물들 때 연동골을 찾는다면, 보다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입니다.
일행과 다시 어우러져 7분쯤 갔을까,
불무장등능선에서 내려오는 지계곡에 걸친 꽤나 멋진 폭포가 우릴 맞습니다.
물을 끼얹어 얼굴을 식히고, 한 컵 떠 마시기도 합니다.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이래봬도 명색이 지리산 자락의 물이 아니던가?
3분 남짓 더 가자, 두 번째로 연동골 본류를 건넙니다.
이끼를 잔뜩 머금은 세 갈래 작은 폭포와 아담한 물웅덩이가 있으며,
길은 계곡을 건너지만 우린 못 본 척하고 계곡을 치오릅니다.
이끼와 함께 작은 폭포는 끊임없이 이어지며,
10분 정도 지나자 연동골이 좌골과 우골로 나뉘는 합수지점입니다.
각각 삼도봉과 토끼봉에서 발원하는 계곡으로, 좌골이 조금 더 큰 듯한데 우린 왼쪽을 따릅니다.
오른쪽은 토끼봉 부근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쉬엄쉬엄 느릿느릿 계곡을 따라 오르는데, 바로 앞에 가던 바라기가 바위를 건너 뛰다 미끄러져
그만 물속으로 풍덩합니다.
어떻게 해볼 방도도 없어 지켜만 보는데, 허우적거리다 스스로 일어서지만 이미 등산화는 물론
옷이 흠뻑 젖었습니다.
아직도 차디찬 물인데, 이를 어쩌나!
다친 데는 없다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일요산행에 처음 나섰다는데, 지리산 산신령에게 확실하게 신고를 하는 셈입니다.
합수지점에서 25분쯤 갔을까,
오른쪽에서 꽤 큰 지계곡이 합류하지만 물은 많은 편이 아닙니다.
다시 10분 남짓 더 가자, 연동골 본류(좌골)가 또다시 좌골과 우골로 나뉘는 합수지점입니다.
엇비슷한 크기이나 오른쪽이 조금 커 보이기도 하며, 두 골짝이 합쳐지는 곳에 제각기 작은 폭포를
이루니 그것 또한 볼거리입니다.
왼쪽은 불무장등능선 어딘가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은데,
삼도봉으로 가까이 붙고자 우골을 따르기로 합니다.
좀 이르긴 해도 물이 있는 여기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산으로가 주특기인 짜파구리 요리를 하고, 적석과 수막새는 삼겹살을 구우며 입맛을 돋웁니다.
게다가 오르며 뜯은 산나물에 막걸리와 복분자가 어우러지니, 이게 바로 땀 흘린 만큼의 맛이요
보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한 건지도 모릅니다.
먹고 마시고 웃고 즐긴 1시간 35분, 누구도 아깝단 생각이 들진 않아 보입니다.
다시 길로 올라가 후반전 산행을 시작하는데, 너무 많은 여유를 부린 탓에 아직도 남은 거리는
만만찮습니다.
15분쯤 뒤 작은 폭포가 있는 계곡을 건너자, 갈수록 길은 희미하더니 아예 너덜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한동안 너덜을 타며 계곡 옆을 오르다, Y자로 된 마른 계곡에선 오른쪽을 따릅니다.
계곡과 길을 번갈아 타다 보니 헷갈렸을까, 화개재로 가는 길은 이미 놓친 것 같습니다.
삼도봉 옆으로 붙는 듯한 마른 계곡을 타는데, 누군가가 다닌 흔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너덜을 따르는 계곡보다는 아무래도 등성이가 나을 것 같기에, 서서히 계곡을 벗어나며
오른쪽 지능선으로 올라섭니다.
나무 사이로 토끼봉(1534m)이 얼핏 들어옵니다.
잘 따르던 바라기가 힘들어하며 나 먼저 가라는데, 그렇다고 남겨두고 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기어이 오르막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셈인데, 누구라도 처음부터 잘 탈 순 없으며 그 정도면
충분하다며 기분을 맞춥니다.
내 경험까지 들먹거립니다.
허리수술을 하고도 이렇게 잘 다니는데, 좀 더 다니다보면 일등 산꾼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힘을 불어넣습니다.
지능선엔 누군가 오간 흔적이 더러 있으며, 가파르긴 해도 너덜을 타는 것보단 나은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가 여럿 박힌 고개로 올라섭니다.
나무 사이로 토끼봉과 화개재가 들어오는데, 화개재로 이어지는 길은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아 애매합니다.
굳이 화개재로 갈 필요도 없기에, 그냥 지능선을 그대로 따라 오릅니다.
3분 남짓 갔을까 또 다른 고개에 닿는데, 여기도 크고 작은 바위가 여러 개 있습니다.
왼쪽으론 마른 계곡 끝과 이어지는 길 같은 흔적이 있으며,
비스듬한 바위를 기어올라 오른쪽으로 슬슬 꺾자 오가는 사람들이 더러 보입니다.
악명 높은 551개 나무계단의 그 어디쯤입니다.
우여곡절(迂餘曲折)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마침내 지리산 주능선으로 올라선 것입니다.
계단 한쪽에 80이란 숫자가 있는 걸로 봐, 위에서부터 80번째 계단인 것 같습니다.
토끼봉이 나무 사이로 들어오며, 좀 거슬러 오르자 반야봉 아래 묘향대가 잘도 보입니다.
언제든 오라지만 오늘은 아닙니다.
삼도봉(三道峰, 1499m)으로 올라섭니다.
전남과 전북과 경남의 경계임을 가리키는 삼각뿔이 있으며, 정상부 바위가 낫의 날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그전엔 낫날봉이라 했다고 합니다.
낫날봉을 요상하게 발음하는 바람에 날라리봉이라 부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다시 삼도봉으로
고쳤다고 합니다.
지금은 삼도봉으로 굳어진 지 오래 되었건만,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아직도 날라리봉이라 되어
있습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곳에 반야봉(般若峰, 1732m)의 한쪽 엉덩이가 보이고, 서쪽엔 노고단
(老姑壇, 1502.2m)이요 동쪽에선 천왕봉(天王峰, 1915.4m)이 장엄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가야 할 불무장등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삼신봉(三神峰, 1289m)으로 이어지는 남부능선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오른 연동골도 속살까지 내보입니다.
꽤 위험한 바위지대를 조심스레 내려서며, 잠깐 머문 삼도봉을 뒤로 합니다.
5분 정도 가자 묘향대와 반야봉 쪽으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여태껏 쏟아지던 내리막은 숨을 고르고 지리산의 명물거리 산죽이 나타납니다.
꾸물대며 오를 때와는 달리, 시간이 빠듯하여 좀 빠르게 내려갑니다.
다시 5분쯤 더 가 용수암골 갈림길을 지나고, 짙어지는 산죽과 함께 한동안 나아가다 보니
작은 돌이 흩어져 있는 평평한 안부인 불무장등 삼거리에 닿습니다.
오른쪽으론 무착대와 직전마을 갈림길이요, 진행방향은 직진하는 오르막입니다.
불무장등을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도는 길도 있으며, 2분 남짓 오르자 작은 공터이자 볼품없는
불무장등(不無長嶝, 1441m) 정상입니다.
산죽에 꽉 막혀 조망은 거의 없으며, 아무런 표시도 없어 뭐가 뭔지도 모르고 지나치기 쉬울
듯합니다.
불무장등이란 없지 아니한 긴 오르막이란 뜻의 이중 부정어이며, 지리산의 수많은 봉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산(山)이나 봉(峰)이 아닌 등(嶝)이 붙은 봉우리입니다.
지형도엔 우리가 지난 삼도봉 조금 아래 흰듬등(1438m)이란 게 있긴 하지만,
실제로 가다 보면 어딘지도 잘 알 수 없으며 모르고 그냥 지나칠 뿐입니다.
불무장등을 내려서자마자 무덤이 하나 있는데, 벌초한 흔적이 있는 걸로 봐 묵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 높은 산죽 속에다 누가 왜 무덤을 썼으며, 아직도 찾는 후손이 있다는 건 그야말로
연구대상입니다.
무덤에서 1분 남짓 내려서자, 아까 안부에서 불무장등을 돌아가는 길과 다시 만납니다.
산죽은 더욱 짙어지나 키를 넘진 않으며, 거치적거리긴 해도 별스레 방해는 되질 않아 그런대로
갈 만합니다.
우회로와 만나 2분 정도 내려서자 평탄해지며, 이어서 펑퍼짐한 봉우리 앞에서 Y자 갈림길이
나옵니다.
왼쪽은 연동골 어딘가로 떨어지는 것 같은데, 연동마을 터인지 아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갈림길에서 4분쯤 갔을까, 이번엔 산죽 속에 쌍무덤이 나옵니다.
이곳 또한 묵혀지진 않았으니, 거르지 않고 해마다 벌초를 하는 것 같습니다.
위쪽 무덤과 연관이 있는 진 모르지만, 그 정성을 봐서라도 먹고 살 만큼의 발복(發福)은 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평탄하게 내려서던 길이 서서히 급해진다 싶더니, 얼마 안 돼 앞이 탁 트인 전망대에 다다릅니다.
불무장등능선 최고의 전망대입니다.
부근에선 쉽게 볼 수 없는 노송(老松)과 바위가 어우러진 멋진 전망대인데, 바닥은 평평한 편이나
수십 길 낭떠러지로 끝에 서자 어질어질합니다.
삼도봉을 내려서며 사라졌던 천왕봉과 촛대봉(1703.4m)이 다시 들어오며, 삼신봉을 비롯한
남부능선도 더욱 가까이서 날 좀 보랍니다.
불무장등능선엔 갈 곳인 통꼭봉(904.7m)이 멀지 않으며, 당재 잘록이 너머론 황장산(942.1m)이
이어 받습니다.
연동골과 피아골의 자잘한 마을 또한 한 폭의 그림입니다.
전망대부턴 7분 남짓 급하게 떨어지다 펑퍼짐해지더니, 걷기 편한 평탄한 길이 40분 가까이
이어집니다.
명색이 산인데 작은 오르내림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가랑잎이 서걱거리는 기분 좋은 길입니다.
살짝 오르는가 싶더니 정상부가 꺼진 925m봉인데, 나무에 가려 별스레 뵈는 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봉우리입니다.
예전 참호 흔적인 것 같은데?
통꼭봉에 오르기에 앞서 전망대에서 피아골 쪽으로 조망이 반짝 열리는데, 잔뜩 찌푸린 하늘 아랜
왕시루봉(1263m)과 노고단이 고갤 내밉니다.
이어서 이동통신 공용기지국을 지나자마자, 번호 없는 삼각점이 자리 잡은 통꼭봉 정상입니다.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 보는 삼각점입니다.
통꼭봉 정상도 925m봉처럼 꺼져 있으며, 다른 덴 볼 게 없지만 삼신봉이 살짝 열려 아쉬움을
달랩니다.
통꼭봉은 지형도엔 통꼭지봉이라 되어 있는데, 젖도 물려보지 못한 채 어린 자식을 두고 온
빨치산 여인네의 통곡이 깃든 봉우리라고 합니다.
되풀이 돼선 안 될 역사의 아픈 상처인 셈입니다.
통꼭봉에서 4분 정도 내려서자, 동남쪽 조망이 좋은 전망대가 나옵니다.
촛대봉과 삼신봉을 잇는 남부능선이 들어오고, 그 아랜 산등성 중턱에 자리 잡은 칠불사가 포근해
보입니다.
전망대에서 8분쯤 내려서자, 국립공원특별보호구 안내판이 있는 농평 사거리입니다.
지리산 국립공원을 벗어나는 것입니다.
오른쪽 농평마을은 10분이면 충분하고, 왼쪽의 사면 길은 굴바위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잣나무 조림지가 나오며,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또 나오는 사거리에서도 곧바로 나아갑니다.
2분 남짓 더 가 산줄기를 끊으며 가로지르는 임도로 내려섭니다.
아직은 얼마 되지 않은 임도인 것 같은데, 포장은커녕 제대로 다져지지도 않아 투박한 모습입니다.
모두가 여길 당재로 여기고 목통마을로 내려가지만, 알고 보니 당재는 100m 정도이자 2분쯤 더 간
곳입니다.
당재엔 이정표까지 있다는데, 그것도 모르고 어리석은 짓을 한 것입니다.
고갯마루에서 30m 남짓 내려서다, 에도는 임도를 벗어나 골짝으로 난 옛길을 따릅니다.
임도와 마찬가지로 너른 길이지만, 원체 기울기가 심하다 보니 길을 돌린 것 같습니다.
다시 임도로 들어서자마자 Y자로 갈리는데,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 왼쪽으로 갑니다.
이어서 외딴집에 다다릅니다.
굴뚝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며, 마당엔 천연기념물로도 손색없는 지프차가 서 있습니다.
어디에도 유리창이란 건 있지도 않으며, 바퀴마다 체인을 감아 놨습니다.
폐차인가?
아니라면 요새 웬 체인?
처음엔 겨울에 운행하고 세워둔 걸로 알았는데, 푸석푸석한 임도로 다니자니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곧 깨닫습니다.
외딴집 오른쪽 개울을 건너며 뚜렷한 길을 따르는데, 이것 봐라 내려가는 게 아니라 슬슬
치오릅니다.
이건 아니지!
마침 적석이 외딴집에 있어 주인에게 묻자, 왼쪽 아래 길이 있으니 되돌아 오랍니다.
외딴집 마당을 지나자마자 아래로 길은 이어지며, 4분 정도 내려서자 개울 옆 오른쪽으로도 길이
있고 표지기가 많이 달렸습니다.
그때서야 당재로 이어지는 등산로임을 알게 됩니다.
뒤에 알고 보니 외딴집에서 우리가 갔던 길은 곧 등성이를 넘어서며, 벌목한 아름드리나무를 쌓아
놓은 곳을 지나 임도를 만나는데, 아까 임도 갈림길의 오른쪽 길이라고 합니다.
임도로 조금 가면 왼쪽 아래 산길이 열리는데, 당재로 이어지는 길이자 지금 우리와 만나는
길이랍니다.
어디로 가도 되는 것입니다.
당재 갈림길에서 잘 나 있는 길을 따라 8분쯤 내려서자, 또 다른 외딴집과 얼기설기 엮은 나무다리를 건넙니다.
이윽고 아침에 떠난 목통마을이 다시 들어오며, 골안산장을 지나 목통교 앞 주차장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목통마을에서 연동골로 올라 삼도봉 - 불무장등 - 통꼭봉을 차례로 잇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이른바 원점산행을 완성한 것입니다.
계곡으로 내려가 알탕을 하며, 땀과 피로에 찌든 몸을 씻고 달랩니다.
아직도 차디찬 물이긴 해도, 식지 않은 몸은 별스런 거부반응 없이 물과 하나가 됩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알탕의 계절이 돌아온 셈입니다.
화개장터 부근에서 참게탕과 더불어 하산주를 주고받고선, 우리들의 삶의 터전이자 보금자리가
있는 진주로 돌아갑니다.
좋은 벗과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한 오늘은 좋은 날입니다.
거기에 산이 있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산으로의 발걸음을 결코 멈추진 않을 겁니다.
아니 멈출 수가 없는지도 모릅니다.
* 산행일정
07:50 목통마을 목통교(360m)
07:55 콘크리트다리
08:10 두 갈래폭포
08:25 - 08:35 계류폭포
08:40 농자재창고 움막
08:42 - 08:50 석청바위
09:04 첫 번째 목통골 횡단지점
09:10 - 09:20 두 줄기폭포
09:25 연동마을 터
09:40 - 09:50 칠불사 갈림길
09:57 - 10:12 지계곡 폭포
10:15 두 번째 목통골 횡단지점
10:25 목통골 좌우골 합수지점(910m)
10:55 목통골 좌골 - 지계곡 합수지점
11:05 - 12:40 목통골 좌골 좌우골 합수지점(오른쪽)
12:55 계곡 건넘(작은 폭포)
13:18 Y자 마른 계곡
13:50 - 14:00 마른 계곡 오른쪽 지능선 등성이
14:20 고갯마루(화개재 - 지능선 갈림길)
14:30 551계단 합류(80)
14:40 - 15:03 삼도봉
15:35 - 15:40 불무장등 삼거리
15:42 불무장등
16:03 - 16:18 전망대
17:07 925m봉
17:15 - 17:20 통꼭봉
17:32 - 17:37 농평 사거리
17:45 - 17:48 임도 사거리
17:56 - 18:00 외딴집
18:20 목통마을 목통교
목통교
목통마을
목통교 위
목통교 아래
목통교 옆 팔각정
물앵두
물레방아산장
콘크리트다리
콘크리트다리 위 작은 폭포
붓꽃
계곡으로 내려서자마자 두 갈래폭포
서서히 하늘은 열리고
계류폭포
농자재창고용 움막
석청
집 없는 달팽이
이건 뭔지?
가을의 스님소
첫 번째 목통골 본류 횡단지점
두 줄기폭포
칠불사 갈림길의 작은 폭포
불무장등능선 지계곡폭포
두 번째 목통골 본류 횡단지점
목통골 좌우골 합수지점(좌골)
목통골 좌우골 합수지점(우골)
목통골 좌골(본류) 좌우골 합수지점
마지막 작은 폭포
토끼봉
551 나무계단(80)
나무계단
화개재 나무계단 뒤로 보이는 토끼봉
삼도봉
삼도봉에서 노고단
삼도봉에서 천왕봉
삼도봉에서 삼신봉
삼도봉에서 연동골
삼도봉에서 불무장등
삼도봉에서 토끼봉과 천왕봉
불무장등 삼거리(삼도봉 - 불무장등 - 무착대 갈림길)
불무장등 정상
불무장등 아래 쌍무덤
솔전망대에서 천왕봉과 촛대봉
솔 전망대에서 통꼭봉과 황장산
솔전망대에서 천왕봉
솔전망대에서 목통마을
솔전망대에서 삼신봉
솔 전망대
병꽃
통꼭봉 전망대에서 왕시루봉
통꼭봉 전망대에서 노고단
통꼭봉 전망대에서 직전마을
통꼭봉에서 삼신봉
통꼭봉 삼각점
칠불사 전망대에서 촛대봉
칠불사 전망대에서 칠불사
칠불사 전망대에서 삼신봉
농평 사거리
농평 사거리
헬기장
임도 사거리
외딴집
골안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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