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0년 10월 31일(일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육십령 - 서봉 - 남덕유산 - 삿갓봉 - 무룡산 - 중봉 - 북덕유산 향적봉 - 구천동
* 산행거리 : 32.2km
* 산행시간 : 12시간 50분(운행시간 10시간 17분 + 휴식시간 2시간 33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4명(박광식, 강동섭, 장평식, 조광래)
직장 동료 4명이 덕유산 종주를 하고자, 이른 새벽 승용차 편으로 진주를 출발합니다.
서진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서 달리다, 함양 서상 나들목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가
육십령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남덕유산 들머리인 영각사 갈림길을 지나 구불구불한 길을 요리조리 돌고 돌아, 진주에서 1시간
만에 육십령(六十嶺, 734m)으로 올라서자 어둠이 막 가시며 날이 새는 중입니다.
경남 함양 서상면과 전북 장수 장계면의 경계를 이루며, 널따란 주차장과 휴게소가 있는 육십령!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진 26번 국도를 오가는 차량들로 성황을 이루기도 했으나,
지금은 통행이 뜸한 한적한 도로로 변해 찾는 이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영각사와 연계해 남덕유산과 서봉을 산행하거나, 백두대간 종주 그리고 우리와 같이 덕유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어쩌다 들를 뿐, 예전의 화려했던 부귀영화(富貴榮華)는 찾아보기 어려워
세월무상(歲月無常)이요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느낌입니다.
산행 채비를 하는 등 볼일을 본 후, 육십령을 소개한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기나긴
덕유산 69종주에 들어갑니다.
날 비롯한 셋은 이미 여러 차례 했지만, 박소장은 지리산 종주 경험은 있지만 덕유산 종주는
이번이 처음이랍니다.
애당초 영각사에서 시작하려던 걸 육십령에서 해야 정통종주지 영각사에서는 간이종주에 불과하다며, 소장의 자존심을 살짝 건드려 육십령에서 출발하게 된 것입니다.
완만한 오름길에 낙엽이 덮인 부드러운 흙길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915m봉에 올라서고,
바위와 밧줄이 이어지는 꽤 심한 가풀막을 타고서야 할미봉(1026.4m)을 밟습니다.
멋진 정상석과 삼각점(함양 304)이 자리 잡고 있으며, 가야 할 서봉과 남덕유산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남령 위론 뾰족한 수리봉(1167m)과 월봉산(1279.2m)이 산줄기를 이어가고, 저 멀리 지리산
천왕봉(1915.4m)과 그 앞의 대봉산(1254.1m)과 백운산 (1278.6m)도 날 좀 보랍니다.
바로 앞엔 형제바위가 아쉬운 듯 마른 단풍을 조금 달고 있지만, 이미 저만큼 가버린 가을을
저라고 어쩌진 못하나 봅니다.
함양군에서 세운 이정표엔 육십령 2.2km·덕유삼거리 2.7km·서봉 4.8km로 되어 있으나,
다른 곳을 봐선 육십령 2.3km·덕유삼거리 2.9km·서봉 5.0km가 맞을 것 같은데,
왜 이래 놨는지 모를 일입니다.
잠시 기다리자 일행이 올라옵니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의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할미봉을 뒤로 하자마자 대포바위 안내판이 있지만, 갈 길이 멀어 눈길만 한 번 쓰윽 주곤 그냥
지나칩니다.
이어서 가파른 나무계단이 나오고, 바위 사이를 타는 밧줄구간이 또 이어집니다.
그다지 길진 않지만, 오늘 산행 중 가장 험하고 힘든 구간입니다.
그전엔 계단도 없어 더욱 그러했는데, 요즘은 그나마 형편이 좀 나아진 편입니다.
할미봉에서 10분쯤 지나 암봉에서 뒤돌아보자 오른쪽 능선 아래로 대포바위가 들어오고,
지나온 할미봉이 우릴 보내기 아쉬운지 아직도 가까이 있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부드러운 흙길 아니 낙엽이 덮은 푹신푹신한 길을 한동안 타다, 덕유교육원 갈림길 삼거리에
다다릅니다.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원기를 돋웁니다.
진주를 떠나기에 앞서 콩나물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했으니, 3시간 남짓 지나자 채웠던 배가
서서히 꺼져가나 봅니다.
또 다시 오름길이 나오지만 돌이 없는 흙길이라 갈만은 하며, 조망이 열려 이곳저곳 구경도 하며
나아갑니다.
덕유 11 - 12지점 암봉으로 올라서는데, 남덕유산 일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입니다.
서봉과 남덕유산은 말할 것도 없고 중봉(1440m)과 하봉(1363m)까지도 눈에 들어오며,
뒤돌아보자 할미봉이 잘 가라며 손을 흔듭니다.
기울기가 꽤 있는 길을 우회하여 다시 능선으로 붙자, 서봉까지 쭉 오르막이 이어지면서
골탕깨나 먹입니다.
군데군데 암릉이 나오고 조망도 열려, 힘은 들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오를 수 있음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어느 순간 일행을 떨쳐내고 나 홀로 치올라, 남덕유산을 거쳐왔다는 젊은 산꾼과 거의 같이
서봉(西峰,1492m)에 다다릅니다.
멀어진 할미봉과는 달리 남덕유산이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고, 덕유 주릉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향적봉이 저 멀리 까마득합니다.
향적봉 왼쪽으론 적상산(1038m)이 홀로 솟아 있습니다.
언제 저길 다 가지!
1500m에 이르는 높다란 곳에 서니, 사람 사는 세상이 작아 보입니다.
이 순간만은 부러울 것 없는 내가 제일이란 생각이 다 듭니다.
어쩌면 이런 맛에 산을 다니는지도 모릅니다.
속세로 돌아가자마자 다시 꿈에서 깨며, 서글픈 현실로 돌아가겠지만 말입니다.
헬기장에 새로이 들어선 서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기고, 내가 갖고 간 막걸리로 정상주를
주고받습니다.
언제부턴가 산행을 하면서 정상주 담당이 돼버린 나, 적성에 딱맞는 보직이란 생각으로 기꺼이
임무를 수행하는 편입니다.
젊은 산꾼도 불러다 한 잔을 권합니다.
기다란 철계단을 타고 내려가면서 서봉과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다음 목표인 남덕유산으로 서서히
다가갑니다.
월성재로 질러가는 우회로를 못 본 척하고 그냥 치올라, 거창군 극서점 표지석이 있는 공터에서
남덕유산으로 오릅니다.
3분 남짓 뒤 남덕유산(南德裕山, 1507.4m)에 이르자, 키만한 정상석이 아는 체를 하며
반갑게 맞습니다.
올 2월초에 오고 거의 11개월 만인데도 날 잊지 않았다니, 비록 돌이긴 해도 그놈 참 똑똑하단
생각입니다.
사방팔방 거침없는 조망은, 일망무제(一望無際)란 뜻을 자연스레 설명해줍니다.
덕유 주능에 늘어선 삿갓봉·무룡산·향적봉이 어서 오라 손짓이며, 가야산(1430m)·
금원산(1352.5m)·대봉산·백운산·할미봉·서봉 등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 돌아가며 들어오고,
지리산을 대표하는 천왕봉도 아득히 먼 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정상의 이정표엔 향적봉까지 15km를 가리키고 있지만, 유독 여기만 이럴 뿐 다른 덴 모두
14.8km로 되어 있어 의아하단 생각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남덕유산을 뒤로 하고 월성재로 내려갑니다.
월성재로 이어지는 1.4km는 내려갈 땐 내리막이라 별 어렵지 않으나, 반대로 월성재에서 오를 땐
오르막이라 힘깨나 써야 하는 곳입니다.
사거리인 월성재(1240m)는 좌우로 토옥동과 황점으로 이어지지만, 토옥동 쪽은 출입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월성재에서 삿갓재대피소까지는 오르내림이 제법 있는 봉우리를 몇 개 넘어야 하는 힘든
구간이지만, 한편으론 오르락내리락하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한 곳입니다.
삿갓봉(1418.6m)은 우회로가 있어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냥 가긴 뭔가 서운해 기어이 정상으로
올라섭니다.
오를 땐 힘들어도 일단 오르고 나면, 이를 보상받고도 남을 만큼의 보람과 함께 조망이 활짝
열립니다.
삿갓을 닮았다고 하여 그렇게 부른다고 하며, 멋진 정상석이 있어 더더욱 좋습니다.
앞으론 무룡산이 어서 오라 손을 내밀고, 돌아보자 남덕유산과 서봉이 다음에 또 오라며 떼를
씁니다.
좀 더 가까워진 가야산에다 금원산·황석산(1190m)·월봉산 등, 세상의 온갖 산은 다 보이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남덕유산을 오른 애제자 강주임이 이번에도 뒤따르며 청출어람(靑出於藍)의 꿈을 버리지 못하지만,
날 밟고 지나가기엔 아직도 더 많은 세월이 흘러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영영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을지도 모르고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아침을 일찍 먹었거니와 때도 되었는지 꽤나 출출한지라, 삿갓재대피소(1280m)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산적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장주임은 허기가 졌다는데, 삿갓봉 아래서부터 따라오느라 혼쭐이
나서인지 얼굴이 핼쑥합니다.
김치찌개랑 매실주와 함께 하는 즐거운 오찬, 금잔(金盞)에 따라주는 술은 양에 안 차 내 스스로
큰 잔에다 부어 마십니다.
아까운 술 엎지르면 안 된다는 핑계를 갖다 대지만,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실컷 먹고 배가 부른데, 소장이 또 라면이 먹고 싶답니다.
컵 라면 두 개에다 참치 통조림을 사서 끓여 먹고 나자, 배부른 것도 문제지만 무거워서 땅띔을
떼기도 어렵습니다.
땅띔의 경상도 말은 땅짐이랍니다.
가파르진 않지만 은근한 오르막을 한동안 타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따라 무룡산
(舞龍山,1491.9m)으로 올라섭니다.
용이 춤추는 모습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라 하며, 크고 멋진 정상석과 삼각점(무주 27)이 우릴
반깁니다.
정상석과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1491.9m로 되어 있으나, 삼각점엔 1492.1m로 나와 있어
0.2m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비록 작은 차이에 불과하지만, 하나로 통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정표엔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육십령 15.7km·삼공리 16.5km에 해당하는 곳으로,
그 둘을 연계한 69종주 시 거의 중간지점이기도 합니다.
육십령을 떠난 지 7시간이 좀 넘었으니, 아무래도 13 ~ 14시간은 걸릴 것 같아 보입니다.
그에 따른 야간산행은 불가피할 것 같고요.
멀어진 남덕유산과는 달리 가야 할 향적봉은, 좀 더 가까이 보여 그나마 마음이 놓입니다.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순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나아갑니다.
때론 산죽이 나오기도 하지만 정리가 잘 돼 방해는 커녕 운치를 더해 주며,
싸리와 철쭉도 더러 반겨줘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덕유 01 - 28지점 안내판이 있는 암봉(1433m)에 다다릅니다.
바위 위에 돌을 올려 작은 돌탑을 만든 봉우리로,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하며 쉼터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한 무리의 산행객들로 시끌벅적 왁자지껄한데, 산에서 떠들며 웃고 즐기는 것도 좋지만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이정표 밑에다 누군가 가림봉이라는 글씨를 긁어 놨는데, 맞든 안 맞든 모양새는 별로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일행을 따돌리고 또 나 홀로 길을 떠납니다.
같이 가면 좋기야 하겠지만 더 이상 늦어지면 곤란하기에, 나 혼자라도 가고 없으면 자극이 될 것
같아섭니다.
계속해서 좋은 길이 이어져 별 부담 없이 나아가자, 가림봉에서 10분 만에 1380m봉에 닿습니다.
이정표와 덕유 01 - 27지점 안내판이 있을 뿐, 별스레 특징 있는 봉우리는 아닙니다.
또 순하고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나아가, 늦은 억새가 바람에 한들거리는 평평한 능선을
지나자마자 동엽령(冬葉嶺, 1320m)에 다다릅니다.
동엽령은 좌우로도 갈림길이 있는 사거리입니다.
왼쪽은 칠연계곡을 따라 안성이요, 오른쪽으론 거창 병곡으로 이어집니다.
덕유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고요.
구경을 하면서 일행을 기다리지만, 7분 정도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별 바쁜 기색도 없이 한가롭습니다.
쉴 것 다 쉬고 먹을 것 다 먹고, 저러다 언제 끝장을 볼 것인지!
좀은 피곤해 보이는 박소장이 조금은 염려가 되지만, 나머지 둘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여
또 나 홀로 내빼버립니다.
여럿이 같이 가는 것보다 누군가 끌어줘야 조금이라도 빠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데,
설사 그릇된 판단이라 해도 이제 와서 어쩔 순 없는 일입니다.
송계사 삼거리라는 백암봉(白巖峰, 1503m)으로 올라섭니다.
예전엔 백암봉이란 자그마한 표지석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법 오래 전부터 사라지고
없습니다.
백암봉은 육십령에서 여태까지 함께했던 백두대간(白頭大幹)이 갈라지는 곳으로,
여기저기 이정표가 많이 달려 있어 어지럽습니다.
펑퍼짐한 봉우리에 불과해 별 볼품은 없으나, 덕유산과 백두대간을 오가는 이들의 길잡이 노릇을
하며 사랑을 듬뿍 받는가 봅니다.
뒤를 돌아보나 일행은 보이질 않아, 나 홀로 또 내 갈 길을 떠납니다.
중봉으로 이어지는 널따란 초원이 참 좋습니다.
서서히 가는 가을이 아쉽고 안타까워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립니다만,
누구라도 막을 수 없는 세월이란 악마이고 보면 나로서도 어쩔 순 없는 일입니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받침계단을 타고, 북덕유산 중봉(中峰, 1590m))으로 올라 섭니다.
그러고 보니 덕유산에는 중봉이 둘 있는데, 그 하나가 북덕유산 중봉이요 그 둘이 남덕유산
중봉(1440m)입니다.
북덕유산 중봉이 더 높긴 해도 펑퍼짐한데 비해, 뾰족한 암봉으로 된 남덕유산 중봉이 산세는
한층 뛰어난 편입니다.
지형도엔 중봉이란 이름 대신 제2덕유산으로 표기해 놨으며, 높이도 그전의 1594.3m에서 1590m로
좀 낮아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중봉에서 내려다보자 산적이 저 아래 초원지대로 막 접어들었을 뿐, 나머지 둘은 어디쯤 오는지
아예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미 오후 4시도 반이 지난 시각인데, 왜들 그러는지?
중봉에서 향적봉을 쳐다보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습니다.
설천봉까지 곤돌라(gondola)가 운행되고 나서부턴 향적봉이 몸살을 앓는다고 하는데,
중산리에서 제석봉까지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지리산 천왕봉이 얼마나 몸살을 앓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일입니다.
중봉에서 얼마 가지 않아, 각양각색(各樣各色)의 주목 군락지가 나옵니다.
살아 천년이요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朱木), 산 나무도 많지만 죽은 나무 또한 많아 그 말을
실감합니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죽은 건 별로 아름다운 게 없는 편인데, 주목만은 이 말이 통하지 않으니
참 신비로운 나무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름다운 주목 군락지를 지나 향적봉대피소에 닿습니다.
관리공단 직원만이 청소를 하고 있을 뿐, 등산객이라곤 아무도 없습니다.
나도 그냥 스쳐갈 뿐 들르진 않습니다.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밟고서, 북덕유산 향적봉(香積峰, 1610.6m)으로 올라섭니다.
그 많던 사람들은 모두 내려가고 없는데, 어쩌다 몇 명이 왔다간 이내 설천봉(1232.0m) 쪽으로
다시 가버려 나 홀로 남게 됩니다.
흙먼지가 풀풀 날리던 정상부엔, 반듯하게 돌을 깔아 놨습니다.
2006년 5월 11일 육십령에서 향적봉까지 오가는 덕유산 주능선 왕복종주를 할 때, 한창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널따란 정상엔 커다란 정상석과 삼각점(무주 11)이 있으며, 꽤 큰 돌탑 하나도 자리 잡고
있습니다.
향적봉의 높이를 여태까지 정상석에 새겨진 1614m로 알고 있었지만,
삼각점과 지형도엔 1610.6m로 중봉과 마찬가지로 좀 낮아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상은 이름값을 하느라 제법 찬바람이 몰아치는데, 땀이 식으며 슬슬 추워지기 시작합니다.
정상에 닿은 지 15분쯤 지나자 산적이 올라와서 합류를 하고, 다시 10분쯤 더 지나서야 나머지
둘이 올라옵니다.
애제자는 여전히 생생하나, 소장은 좀 힘든 기색입니다.
오랜만에 넷이서 만나, 남겨둔 막걸리로 정상주를 주고받습니다.
바람도 차갑고 갈 길은 먼데, 남은 낮 시간은 너무나 짧습니다.
서둘러 한 통을 비우고선, 나무계단을 따라 백련사 쪽으로 내려갑니다.
나무계단이 끝나자 돌을 깔고 돌계단과 또 나무계단 등이 이어집니다.
자꾸만 패이는 길을 보수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엔 봄이면 눈과 얼음이 녹은 물로 진흙탕을 이루던 곳인데, 깔끔하게 정비하여 좋긴 하나
아무래도 흙길만은 못하단 느낌입니다.
공감이 안 가는 건 아니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백련사(980m)에 닿자, 보안등 몇 개만 불이 와 있을 뿐 불 켜진 곳은
아무데도 보이질 않습니다.
상당히 큰절인데, 왜 이러지?
지나가는 고양이 하나 보이지 않고, 그 흔한 개 짖는 소리 또한 들리지도 않습니다.
불 꺼진 백련사는 그야말로 적막강산(寂寞江山)이요, 글자 그대로 절간같이 조용합니다.
백련사 샘물 맛이 좋으나,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칩니다.
백련사 아래 오수자굴 갈림길부턴 완전히 어두워져, 헤드랜턴에 의지한 채 백련사를
뒤로 합니다.
아직도 5.6km가 남았으니, 빠르게 걸어도 1시간은 좀 더 걸릴 겁니다.
낮이면 구천동계곡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면서 가겠지만, 캄캄한 밤이라 물소리만 들릴 뿐
보이는 건 어둠뿐입니다.
백련사 진입로는 군데군데 포장을 하는 등 정비를 하여, 걷기엔 훨씬 수월해져 빠른 속도로
내려갑니다.
송어 양식장과 덕유산휴게소 부근의 신대교를 지나 갈 길을 재촉하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자 소장이 기어이 한마디를 던집니다.
“가깝다더니 왜 이리 머냐?”
12시간을 넘게 걸었으니, 지겹기도 하고 슬슬 힘이 드는가 봅니다.
“30분이면 충분합니다.”란 대답을 하자, 다시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구천동수호비에서 조금 더 간 구천동 탐방지원센터(650m)에서 걸음을 멈춥니다.
육십령에서 삼공리까지 32.2km에 이르는 덕유산 69종주가 완성된 것입니다.
조금 빠르고 늦고의 차이야 없을 수야 없겠지만, 그런대로 어느 정도 발이 골랐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련사에서 막바지 1시간 가량만 야간산행을 했을 뿐, 나머진 밝은 시간에 걸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단 생각입니다.
차가 있는 육십령까지 택시(50,000원)를 타고 가, 애제자의 15살 먹은 애마인 무쏘에 올라탑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진양호 노을빛이 참 고운 내 사는 곳 진주로!
* 산행일정
06:35 육십령(할미봉 2.3km·남덕유산 8.8km)
07:20 - 07:30 할미봉(육십령 2.3km·남덕유산 6.5km)
08:17 - 08:24 덕유교육원 삼거리(육십령 5.2km·남덕유산 3.6km)
08:50 - 08:53 덕유 11-12지점 암봉 전망대
09:25 - 09:41 서봉(육십령 7.3km·남덕유산 1.5km)
10:10 - 10:20 남덕유산(육십령 8.8km·향적봉 14.8km)
10:45 월성재(남덕유산 1.4km·향적봉 13.4km)
11:35 - 11:40 삿갓봉(남덕유산 3.6km·향적봉 11.7km)
11:55 - 12:57 삿갓재대피소(남덕유산 4.3km·향적봉 10.5km)
13:45 - 13:52 무룡산(남덕유산 6.4km·향적봉 8.4km)
14:30 가림봉(남덕유산 8.5km·향적봉 6.3km)
14:40 1380m봉(남덕유산 9.1km·향적봉 5.7km)
15:05 - 15:15 동엽령(남덕유산 10.5km·향적봉 4.3km)
16:00 백암봉(남덕유산 12.7km·향적봉 2.1km)
16:22 - 16:25 북덕유산 중봉(남덕유산 13.8km·향적봉 1.0km)
16:40 향적봉대피소(남덕유산 14.7km·향적봉 0.1km)
16:43 - 17:13 북덕유산 향적봉(남덕유산 14.8km·구천동 8.1km)
18:15 백련사(향적봉 2.5km·구천동 5.6km)
18:55 신대교(향적봉 5.7km·구천동 2.4km)
19:25 구천동 탐방지원센터(향적봉 8.1km·백련사 5.6km)
* 월성재 - 삿갓골재대피소 2.9km는 삿갓봉을 경유하지 않은 거리이며,
삿갓봉을 경유하면 0.5km가 늘어나 3.4km가 됨.
* 삿갓봉을 뺀 남덕유산 - 향적봉 거리는, 모두 삿갓봉을 경유하지 않은 이정표상 거리임.
* 구간거리(32.2km)
육십령 - 2.3km - 할미봉 - 2.9km - 덕유교육원 삼거리 - 2.1km - 서봉 - 1.5km - 남덕유산
- 1.4km - 월성재 - 2.2km - 삿갓봉 - 1.2km - 삿갓골재대피소 - 2.1km - 무룡산 - 2.7km -
1380m봉 - 1.5km - 동엽령 - 2.2km - 백암봉 - 1.0km - 중봉 - 1.0km - 향적봉 - 2.5km -
백련사 - 3.2km - 신대교 - 2.4km - 구천동 탐방지원센터
할미봉 삼각점(함양 304)
할미봉에서 바라본 서봉과 남덕유산
할미봉 형제바위
한국마사회 장수경주마목장
할미봉 대포바위 안내판
대포바위
대포바위
덕유교육원 삼거리
덕유 11 - 12지점 암봉에서 바라본 서봉
서봉 이정표
헬기장에 세워진 서봉 정상석
서봉에서 내려다본 할미봉
가야 할 덕유 주릉
장평식, 박광식
서봉에서 바라본 적상산
서봉에서 바라본 향적봉과 중봉
거창군 극서점 공터 이정표
남덕유산 삼각점
남덕유산에서 바라본 덕유 주릉(삿갓봉, 무룡산, 향적봉)
남덕유산은 덕유 01 - 47지점이기도 하고
남덕유산 이정표
남덕유산에서 바라본 서봉
남덕유산 우회로는 덕유 01 - 46지점이기도 하고
월성재
삿갓봉에서 바라본 무룡산
삿갓봉 우회로 이정표
삿갓재대피소
무룡산 삼각점(무주 27)
조광래, 강동섭, 박광식, 장평식
무룡산 이정표
무룡산에서 바라본 향적봉
무룡산에서 돌아본 삿갓봉, 남덕유산, 서봉
돌아본 무룡산
가림봉 이정표
가림봉은 덕유 01 - 28지점이고
1380m봉 이정표
1380m봉은 덕유 01 - 27지점이고
동엽령
동엽령은 덕유 01 - 24지점이고
백암봉 이정표
백암봉 이정표
백암봉 이정표
백암봉
중봉이 바로 코앞이고
중봉 이정표
중봉에서 가야 할 향적봉
향적봉 정상부
향적봉 삼각점(무주 11)
향적봉에서 돌아본 남덕유산과 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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