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짜 : 2011년 4월 16일(토) - 4월 17일(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송광사 - 종남산 - 되실봉 - 원등산 - 운장산 - 구봉산 - 천황사
* 산행거리 : 약 43km
* 산행시간 : 20시간 12분(운행시간 15시간 48분 + 휴식시간 4시간 24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9명(태극을 닮은 사람들 회원)
호남 알프스!
대한민국 장거리 산행의 자존심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하 태달사)”카페에 듣도 보도 못한 낯선
산행공지가 올랐으니, 여달사에서 기획한 호남 알프스 종주란 것입니다.
집결지가 송광사 입구로 되어 있어 처음엔 전남 순천 송광사(松廣寺)인가 했더니, 한참 뒤 알고 보니 그게 아닌 전북 완주 송광사(松廣寺)입니다.
순천에서 송광사 가는 버스 편을 알아보다, 아무래도 이상하여 호남 알프스 검색을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순천이 아닌 완주입니다.
호날 알프스란 완주군과 진안군에 걸친 산줄기로 완주 소양면 송광사를 들머리로 종남산 - 서방산
- 서래봉 - 원등산 - 연석산 - 운장산 - 구봉산 등의 마루금을 차례로 잇고서 진안 주천면
상양명주차장이나 그 부근으로 내려서는 산행코스이며, 군데군데 산죽이 많은 데다 오르내림이
예사롭지가 않아 꽤 어렵고 힘들어 속된 말로 빡센 코스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안 갈 내가 아니며, 그렇다면 더욱 가야겠단 마음을 다집니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이 왔으니, 화창한 봄날이라 마음 또한 가볍습니다.
서진주나들목에서 사노라면 거달사 지부장이 운전하는 차에 오르자마자,
숨 돌릴 새도 없이 막걸리를 들이대니 이건 강요 아닌 강요나 마찬가집니다.
다수의 횡포에 맞서기엔 혼자선 턱도 없는 일이라, 눈물을 머금고 꾸역꾸역 받아마십니다.
날 위해 샀다니, 할 말도 없습니다.
그냥 주는 대로 마실 수밖에요.
대달사 회원들을 만나 송광사와 가까운 식당에서, 또 주거니 받거니 거푸 들이킵니다.
갈수록 알딸딸하고 얼큰해지며 술에 장사 없단 말이 떠오르지만, 때는 이미 늦었을 뿐 돌이킬 순
없는 일입니다.
오늘만은 음주산행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건만, 꽃은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냥 두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꼬?
송광사로 가는 길은 기다란 벚꽃터널을 이루니, 그 유명한 쌍계사 벚꽃터널에 버금간다고 하며
때맞추어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들머리인 송광사엔 이미 많은 회원들이 와 있고, 오고 있는 회원도 있어 주변을 둘러봅니다.
가야 할 종남산이 날더러 어서 오라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니 좀 기다리란 신호를 보냅니다.
송광사는 통일신라 경문왕 7년(867년)에 도의선사가 처음 세웠다고 하며, 오랫동안 폐허가 된 걸
조선 광해군 14년(1622년)에 덕림스님 등이 다시 지은 제법 큰 절로, 동그랗게 뜬 눈과 헤벌린
입에다가 해맑게 웃는 앞뒤 같은 모습의 굴뚝이 인상적입니다.
와우 태달사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파이팅(fighting)을 외치고, 지원팀만 남고 산행팀은 하나 둘
번호를 외치며 출발합니다.
스물에서 번호 끝이 나오니, 호남 알프스 종주에 모두 20명이 나선 셈입니다.
콘크리트 포장길로 들어서자마자 웅덩이만한 작은 연못이 나오고, 이어서 창고 앞 공터에서
산자락으로 붙으며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1분 뒤 능선으로 올라서며 왼쪽으로 꺾으니, 활짝 핀 진달래가 곳곳에서 먼 길을 가는 우릴
반가이 맞습니다.
조금 오르자 떠난 곳 송광사를 비롯한 소양면 일대와, 갈 곳인 위봉재 위 601m봉이 잘도 들어옵니다.
맑고 따뜻한데다 가시거리까지 좋으니, 글자 그대로 천만다행(千萬多幸)이요 금상첨화(錦上添花)
입니다.
이마에 서서히 땀이 배일 즈음 무인산불감시시설이 있는 남봉(565m)을 지나며, 12분 남짓 더 가
오성저수지 갈림길을 지나자마자 종남산(608.4m)에 닿습니다.
송광사를 떠난 지 50분만이요, 이정표를 보니 송광사 2.38km입니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속도입니다.
송광사를 창건한 도의선사가 중국에서 수행을 마치고 돌아와 절터를 구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가다, 맑고 풍부한 샘이 솟는 걸 보고 큰 절을 세울 곳이라 판단하고 더 이상 내려가는 걸
포기했다고 해서 종남산(終南山)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같이 간 일행과 흔적을 남기고선 내려서는데, 슬쩍 산죽이 나오며 예고편을 띄우지만 아직은
무섭기는커녕 운치(韻致)있는 풍경으로 와 닿습니다.
두 번의 봉서사 갈림길과 고만고만한 봉우리 둘을 오르내리는 등, 종남산에서 꼭 40분 만에
헬기장이 멧부리를 차지한 서방산(612.3m)으로 올라섭니다.
헬기장엔 늦은 점심을 먹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지나온 종남산과 가야 할 서래봉이
들어오는 등 조망도 괜찮은 편입니다.
서쪽 아랜 전주 시내가 들어오고, 산과는 또 다른 느낌인 드넓은 만경평야도 쏙 들어옵니다.
여태껏 북으로 치닫던 산줄기가, 서방산부턴 동으로 슬며시 꺾어집니다.
서방산을 뒤로 하고 내려서는데, 군데군데 조망이 열리니 눈은 즐겁고 걸음이 가볍습니다.
오도재 건너 위론 쌍봉으로 보이는 서래봉이 위세를 부리며, 오도재로 이어지며 굽이치는 임도도
나름대로의 볼거리입니다.
쭉 내려서다 좀 오르는가 싶더니 515m봉인데, 비슷한 모습의 돌탑 사이를 지나 오도재로 내려섭니다.
산행안내도와 여러 개의 이정표가 달린 사거리이며, 서방산과 서래봉의 거의 한가운데입니다.
허슬러 총산행대장이 이끄는 선두그룹은 어디까지 갔는지 흔적조차 없고,
9명이 자연스레 중간그룹을 이루며 발을 맞춥니다.
인원이 많은 우리가 본대(本隊)이며, 앞서 간 이들은 선발대(先發隊)인 셈입니다.
오도재를 지나자마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로, 때 아닌 단풍이 든 듯 울긋불긋합니다.
거달사의 안개바람이 지리선녀더러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아느냐고 묻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 흘러나옵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나머진 내가 이어받습니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술만 들어가고 헛소리만 나오는 입에서 시(詩)를 읊자 모두들 놀라는 눈치지만,
이래봬도 학창시절 나도 한때 한 공부했던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랍니다.
지리선녀!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한 산행활동을 하고 있으며, 진양호 지리산 태극종주 코스인 진주
수곡면에 선녀봉(200m)이란 이름이 있을 정도로 전설적인 산꾼입니다.
이번엔 지원팀으로 나섰지만 요물도 요물봉(246m)을 갖고 있으며, 선녀봉과는 30분 남짓 거리랍니다.
슬슬 치오르는가 싶더니 갈수록 가팔라지다, 분재처럼 멋진 솔과 어우러진 전망대로 올라섭니다.
종남산과 서방산을 비롯한 지나온 산줄기가 모두 들어오며, 맞은편 조금 더 높은 봉우리엔 돌탑
하나도 보입니다.
바위지대를 에돌아가도 되지만, 아무도 돌진 않고 그대로 오릅니다.
돌탑이 있는 705m봉에 오르자, 서래봉이 가까이 들어옵니다.
날렵하게 얹힌 돌탑을 담고선 바위를 타며 내려가는데,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우회를 했더라면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으며, 이 보다 더한 바위가 또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냥 내려섭니다.
안수산 갈림길인 675m고지를 지나, 얼마 안 가 고산 자연휴양림 갈림길이 있는 서래봉(702m)으로
올라섭니다.
이정표가 둘 있는데, 높이가 700m와 703m로 제각각입니다.
땀을 좀 흘리고 나자 막걸리 마셨던 게 슬슬 깨는지,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느낌입니다.
벌컥벌컥 물을 들이키지만, 목마름이 해소되기는커녕 배만 불러옵니다.
이를 어쩌나?
이럴 땐 막걸리 밖에 방법이 없는데, 배낭에 든 게 없으니 이거야 정말 큰일입니다.
지원팀이 있는 위봉재까진 꼼짝없이 참아야 하니, 이 일을 어이할꼬?
동으로 이어지던 산줄기가 서래봉에서 남으로 꺾이니, 종남산을 비롯한 지나온 산줄기가 오른쪽
가까이 붙어 나란히 갑니다.
서래봉에서 좀 내려서다 다시 슬금슬금 오르는데, 지리선녀가 기어이 먼저 가라며 떠밉니다.
나는 누구한테 부담주는 건 싫다면서.
서래봉을 오를 때부터 좋지 않은 컨디션(condition)으로도 잘 버티더니, 끝내 회복되지 않자
결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바쁠 것도 없다며 같이 가려는데, 이번엔 태극나방 여달사 지부장이 자기가 알아서 할테니
먼저 가랍니다.
갈 길이 장난이 아니기에, 할 수 없이 둘을 남기고 앞서갑니다.
둘레길 반환지점이라는 630m봉을 내려서자, 밋밋한 능선이 이어지며 길을 사이에 두고 대조적인
풍경을 이룹니다.
한쪽은 빼곡한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데 반해, 다른 쪽은 무슨 이유에선지 벌거숭이입니다.
큰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 나무를 심긴 했으나, 언제 자라 또 숲을 이룰지 그저 막막할 뿐입니다.
저 멀리 대둔산(878m)이 들어오니 좋긴 합니다.
좀 치오르나 싶더니 되실봉(609m)입니다.
잎 떨어진 나무 사이로 얼핏얼핏 조망이 열리지만, 아직은 봄이라 그럴 뿐 좀 이따보면 사정은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되실봉이라 쓴 멋들어진 정상석이 돌탑을 이루며, 여기서부터 위봉산성이 길게 이어지니 그와
길동무가 되어 갑니다.
보전상태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그래도 온전하진 않으니 아쉽기도 하고 또 안타깝기도 합니다.
되실봉에서 17분쯤 내려섰을까,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고갯마루에서 비포장임도를 만나 이번엔
그걸 따릅니다.
슬쩍 고갤 돌리자, 되실봉이 잘 가란 인사입니다.
살다보면 언제 또 가게 될지, 오늘로 나완 인연이 다한 건지는 나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우둘투둘한 임도로 7분을 더 내려서자, 잘 손질된 위봉산성과 함께 2차선 도로가 지나는 위봉재에
닿습니다.
기다리던 지원팀들이 수고했다며 얼싸안으니, 뭔가 뜨거운 게 솟으며 가슴이 뭉클합니다.
이게 태달사의 정(情)이요, 동료애(同僚愛)란 거구나!
우리가 닿는 걸 보고, 선두그룹은 바쁜 듯이 또 떠나갑니다.
타들어가는 목을 달래고자, 막걸리 네댓 잔을 연거푸 들이킵니다.
그제야 눈이 뜨입니다.
아니 살 것만 같습니다.
배고픔도 목마름도 한꺼번에 해갈입니다.
이정표에 쓰여 있는 “고종시 마실길”이란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완주 동상곶감을 고종시라고 하며, 소양면 위봉산성에서 위봉폭포 - 송곳재 -
학동마을 - 대부산재를 거쳐 동상면 거인마을까지 이어지는 18km를 고종시 마실길이라 한답니다.
바나나와 물병 두 개를 챙기고선, 위봉산성을 따라 난 길을 치오릅니다.
산성 옆으로 때론 산성을 타고 오르는데, 곧추선 너덜길이라 꽤나 힘듭니다.
돌아보니 되실봉이 어서 가라며 닦달입니다.
사노라면과 여달사의 바람2와 함께, 고스락이 꺼진 601m봉으로 올라섭니다.
송광사와 종남산은 물론이고, 서방산과 되실봉까지 들어오는 좋은 전망대입니다.
어느 순간 사노라면이 보이질 않습니다.
산성 따라 내려갔나 했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아무래도 왼쪽 갈림길로 빠진 것 같은데, 그건 위봉재 부근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가늠됩니다.
고함을 지르자, 아니나 다를까 그쪽에서 소리가 납니다.
되오르며 말하길 갈수록 산죽이 짙어져 이상했다며, 기어이 알바를 하고 말았다며 실없는 웃음을
허허 짓습니다.
그러기에 모르는 길을 왜 혼자 가노?
산성을 따라 쭉 내려서다 살짝 오르자, 완주 귀뚤봉(580m)이란 문패를 단 곳이 나옵니다.
지형도엔 496m봉으로 나와 있는데, 601m봉에서 한참 내려선 걸 생각하면 580m는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랍니다.
나무에 가려 조망은 시원찮은데, 벚꽃축제에서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이 이를 대신합니다.
왼쪽으로 갈림길이 있으니, 위봉마을과 위봉재로 도는 길이라고 합니다.
뒤에 오는 회원들과 같이 가는데, 8명이 중간그룹을 이루며 끝까지 함께합니다.
앞이 여덟이요 뒤가 셋이니, 모두 19명이 종주를 하는 것입니다.
귀뚤봉부턴 만장일치로 내가 산행대장으로 추대되어, 맨 앞에 나서 걸음걸이를 조절하며 나아갑니다.
때론 인원을 파악하는 척,“뒤로 번호”도 하는 등 끗발을 부립니다.
산행대장을 맡고 나선, 힘든 줄도 모릅니다.
한국전쟁 때 인민군이 동네 머슴에게 완장(腕章)을 채워주자, 물불을 안 가리고 휘젓고 다녔다는
그 맞잡이입니다.
뒤를 따르는 산미녀가 어쩌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걱정은커녕 산행대장 허락도 없이 함부로
미끄러졌다며 혼쭐이 날 지경입니다.
크든 작든 감투(敢鬪)의 위력이란, 또 그렇게 대단한 건가 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13분 남짓 가자 뾰족뾰족한 바위를 길게 타는데, 슬쩍 돌아보니 귀뚤봉이
잘 가란 손짓을 합니다.
서쪽 아랜 소양면 일대가 잘도 들어옵니다.
바위지대가 끝나자마자 슬슬 오르는 느낌이 들더니, 한참 동안 가풀막을 타다 솔과 잡목이
어우러진 봉우리에서 잠깐 숨을 고릅니다.
부근은 온통 분홍색 진달래 세상입니다.
슬금슬금 오르내리다 벌목지대를 길게 올라서자, 그림자를 드리운 원등산이 나무 사이로 들어옵니다.
그 따갑던 햇살도 힘이 빠진 듯합니다.
잘록이로 살짝 내려섰다 다시 치오르는데, 이번엔 함께 아닌 자기 힘대로입니다.
차츰 처지는 일행도 생기지만, 안 본 척 모른 척 그대로 치고 오릅니다.
산마루로 올라서자 좌우로 갈림길이 나오는데, 원등산과 밤티재로 나뉘는 길입니다.
100m 남짓 떨어졌단 원등산으로 가는데, 밋밋한 길이라 그다지 힘들진 않습니다.
원등산(遠登山, 713.0m)!
깨어진 삼각점이 흐른 세월을 말해주며, 하늘엔 두둥실 둥근 달이 이미 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삼월 열나흘이니, 보름달이랑 별스레 다를 바 없습니다.
어쩌다 달덕을 보게 되었는데, 야간산행에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겁니다.
동녘엔 떠오른 달이요 서녘엔 지는 해로, 그 둘이 절묘한 대조를 이루니 또 하나의 볼거리입니다.
나무 사이로 걸은 산줄기가 언뜻언뜻 들어오며, 때맞추어 장엄한 해넘이가 시작됩니다.
날마다 해는 뜨고 또 지지만, 산에서 지는 해를 보는 건 또 다른 감동입니다.
되돌아나와 늦게 오른 일행과 같이 갑니다.
차츰차츰 내려서다 바위를 에돌며 쏟아지는데, 돌이라도 구른다면 큰일 날 듯합니다.
산미녀가“아버지 돌 내려 가유!”를 느릿느릿 두어 번 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슬쩍 띄웁니다.
산에 미친 여자라는 산미녀!
자그마한 몸집이지만 옹골찬 모습인데, 지난 3월 말 거제지맥 남북종주에 이어 나완 두 번째의
산행입니다.
올 5월 지리산 태극종주를 목표로 열심히 산을 다닌다는데, 그 정도 내공이면 충분히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뚝 떨어지다 슬금슬금 오르는가 싶더니, 억새가 웃자란 널따란 묵은 헬기장(579m)이 나옵니다.
헤드랜턴을 챙기는 등 야간산행 준비를 하며, 조금 늦은 일행을 기다립니다.
어둠 속에 빛나는 전주 시내가 아름답습니다.
밋밋한 능선을 10분쯤 가 봉우리 하날 살짝 넘자 밑으로 쏟아지며, 또 10분쯤 뒤 슬그머니 올라
조금 내려서자 내달리는 차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밤티재(율치)가 멀지 않음을 알아차립니다.
도로를 내면서 마루금을 깎아버려 바로 가진 못하고, 절개지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꺾어 55번
2차선 도로로 내려섭니다.
100m 남짓 도로를 따라 올라 밤티재에 닿자마자, 선두는 또 제 갈 길로 훌쩍 떠납니다.
그래 먼저 가라, 먼저 가!
누가 대신 걸어줄 것도 아니니까!
어둠 속에서 낯익은 얼굴들이 반깁니다.
그리운산·요물·mt주왕·효령대군 부부에다, 산행팀에서 지원팀으로 자리를 옮긴 지리선녀도
보입니다.
한번도 지원팀을 해보진 않아 잘은 모르지만, 어쩌면 산행하는 것보다 더욱 어렵고 힘든지도
모릅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한다는 사명감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나도 해보고 싶지만, 그때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영영 이루지 못할 꿈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시래기국에다 밥을 말아 두 그릇을 거뜬히 비웁니다.
막걸리는 막걸리대로 넘어가는 만큼 마십니다.
이건 밥이 아니라 꿀이요, 술이 아니라 보약입니다.
김밥 한 줄과 간식을 챙기고, 비상식량이 될 막걸리 한 통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그러는 새 후미그룹의 불빛이 보이기에 좀 기다립니다.
땀이 식으며 슬슬 추워지지만, 그들을 두고 야박하게 우리만 갈 순 없습니다.
이윽고 셋이 밤티재에 닿으니, 태극나방 여달사 지부장이 이끄는 톨이 대달사 지부장과 여달사의
그자리입니다.
잠깐 의논 끝에 우리끼리 먼저 가기로 합니다.
더 기다리다 같이 간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란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먼저 간단 말과 함께 밤티재를 뒤로하고, 또 산자락으로 올라붙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듯 가랑잎이 서걱거리며, 부드러운 흙길이라 별스레 힘들진 않습니다.
15분 만에 금동굴 갈림길이 있는 밋밋한 봉우리에 올라서자, 오르내림이 크지 않은 능선이 쭉
이어지다 난데없이 절개지(436m)가 나와 크게 왼쪽으로 꺾습니다.
아래론 진안 - 전주를 잇는 국도를 오가는 차량으로 분주하며, 건너편엔 달빛을 받은
입봉(笠峰, 삿갓봉: 637m)이 어슴푸레 들어옵니다.
절개지 위로 3분쯤 갔을까, 비포장 넓은 임도로 내려서니 막은대미재라 하는 곳입니다.
조금 왼쪽으로도 길은 있지만, 바로 치고 오르는 길을 골라잡습니다.
두 길은 얼마 안 가 만나니, 어디로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가랑잎이 덮은 가파른 길이 쭉 이어지지만, 그렇게 힘든 줄을 모르고 오릅니다.
뒤에 따르는 회원들을 돌아보며, 빠르게 또는 늦게 걸음을 조절합니다.
힘! 힘! 힘을 외치며 기력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산행대장 잘한단 소릴 들으니, 기분이 나쁠 리 없습니다.
듣기 좋아라고 하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늙으나 젊으나 칭찬이란 참 좋은 선물임에 틀림없나
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요?
막은대미재에서 30분 조금 더 가 붉은 말뚝이 박힌 곳을 지나자마자, 금남정맥과 만나는
펑퍼짐한 694m봉에 다다릅니다.
크지 않은 바위 네댓 개가 박혀 있을 뿐 별스럽진 않으며, 금남정맥이 내려서는 오른쪽 갈림길과
바로 가는 길엔 수많은 표지기가 달려 있습니다.
목을 축이는 등 잠깐 머무릅니다.
막걸리 생각이 또 슬슬 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가까스로 가라앉힙니다.
그냥 짊어지고 가니 무겁긴 해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마시고 나서의 허전함을 생각하면, 그까짓 참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밋밋한 능선을 2분쯤 갔을까, 드디어 악명 높은 산죽이 나오며 맛을 보입니다.
구봉산에 거의 닿을 때까지 나왔다 말았다 하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지긋지긋한 산죽과의
전쟁입니다.
산죽으로 둘러싸인 675.4m봉(△ 진안 438)에선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서며, 이어서 납작한 바위
하나가 웅크린 봉우리(705m)로 올라섭니다.
밋밋하게 나아가다 때론 살짝살짝 떨어지더니, 7분 남짓 지나자 급하게 쏟아져 내립니다.
조심스레 10분 정도 내려서자, 임도 같은 투박한 길인 황조치에 닿습니다.
예전엔 황새가 많이 날아들어 황새목이라 했다고 하며, 오른쪽 아래엔 마을이 보입니다.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길 왼쪽으론 원형철조망이 길게 늘어섰고, 고갯마루 부근은 온통 굴착기
(掘鑿機)로 파헤친 흔적으로 어지럽습니다.
임도로 좀 가다, 다시 산길로 붙어 오릅니다.
내려선 것만큼 되올라야 하니, 꽤 긴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황조치에서 15분쯤 지났을까 산마루로 올라서며, 한동안 작은 오르내림만 있는 밋밋한 산줄기를
따릅니다.
산죽은 더욱 기승을 부리며 골탕을 먹이는데, 아무래도 최고의 산죽지대가 아닐까 합니다.
은근슬쩍 오르내리던 게 끝없이 오르기만 하는데, 20분이 지나자 밧줄이 달린 바위지대를
지나는 등 더욱 가팔라집니다.
5분 뒤 산죽에 둘러싸인 작은 공터(820m)로 올라서는데, 연석산인 줄 알았지만 정작 연석산은
저 멀리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자정이 이미 지나 날짜가 바뀌었으며, 연석산에서 먹기로 했던 야식(夜食)을 앞당겨 먹습니다.
모두들 출출했던지 이것저것 부지런히 먹어댑니다.
사노라면이 막걸리를 꺼내자, 나도 한 통을 내놓습니다.
서너 잔 거푸 쭉 들이키자, 세상에 이보다 더한 맛이 있을까 할 정도입니다.
충달사의 적토마에게도 권하지만, 혹시라도 민폐(民弊)를 끼칠까봐 두렵다며 기어이 사양합니다.
오르막에서 좀 힘들어하긴 해도 그럭저럭 잘 왔는데, 큰일을 그르칠까봐 참는 모습에서 호남
알프스의 성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고자 또 내가 나섭니다.
“이놈의 태달사 따라다니다가 골병만 들었네. 앞으론 태달사 막살하고 동네산이나 타야겠다.”
금세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모처럼 한바탕 크게 웃으며 좋아라 하니, 이게 바로 산행대장의 위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론 헛소리도 약이 되는 수가 있나 봅니다.
원기(元氣)를 보충하고 길을 나서자마자, 군데군데 멋진 솔과 어우러진 전망대가 나옵니다.
낮이면 엄청 볼거리가 많을 것이지만, 아직은 한밤중이니 그래봤자 어둠 뿐이요 달리 뵈는 건
없습니다.
20분을 넘어서자 무덤 하날 지나며, 얼마 가지 않아 이윽고 연석산(硯石山, 925m)으로 올라섭니다.
마주 보이는 서봉에서 불빛이 반짝이니 선두는 멀리 달아났고, 따라올 듯 가깝던 후미는 더 이상
거리를 좁히질 못합니다.
좌우로 연동마을과 만항재 갈림길이니, 서봉으로 가자면 말할 것도 없이 만항재 쪽입니다.
군데군데 산죽과 바위지대가 나오며 쏟아지다 만항재(770m)에 닿으며, 한동안 크지 않은 오르내림
이더니 서봉 오름길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가파른데다 바위를 타는 곳도 적지 않아 힘들고 어려운 구간이지만, 산행대장을 맡고 나선 그까짓
건 문제도 없습니다.
감투의 힘이 그렇게 대단한 줄, 참으로 예전엔 미처 몰랐네요.
힐끔힐끔 자주 뒤돌아보면서, 걸음을 조절하며 치고 오릅니다.
좀 빠르다 싶으면 섰다가 따라붙으면 또 가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을 다하느라 애를 씁니다.
잘 따라주는 회원들이 고맙기만 합니다.
만항재에서 50분이 더 걸려 올라선 운장산 서봉(1122m)!
독재봉이라고도 하며 조금 더 높은 운장대를 밀어내고, 운장산의 주인 노릇을 하며 대접받는
실세(實勢)입니다.
일망무제(一望無際)의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한밤중이라 운장산과 동봉이 시커멓게 들어올
뿐입니다.
예전엔 칠성대와 운장산 서봉이란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었다는데, 콘크리트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거달사 안개바람의 아껴둔 막걸리가 정상주로 사랑받습니다.
마지막 한 통까지 기어이 비우는 것입니다.
아니 남길 까닭이 없습니다.
이럴 때 마시자고, 그 먼 길을 짊어지고 왔으니까요!
내리쏟는 바위지대를 난간을 잡고 가까스로 내려서고, 또 다른 바위를 돌고 도는 등 나아가
운장산(雲長山) 운장대(雲長臺, 1125.8m)에 다다릅니다.
무인산불감시시설과 삼각점(진안 11)이 있으며, 지나온 서봉보다 조금 더 높긴 하나 산세는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서엔 독재봉이요 동엔 삼장봉이니, 어금버금한 세 봉우리의 한가운데에서 둘을 거느린 셈입니다.
운장산은 본래 구줄산이라 부르다 성리학자 송익필(宋翼弼, 1534 - 1599) 선생이 서봉 아래
오성대에 은거하고 나서, 언젠가부터 그의 자(字)인 운장(雲長)을 따와 운장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운장산을 내려서자 얼마 안 가 커다란 바위가 막아 길은 Y자로 갈라지는데, 오른쪽은 밧줄을 잡고
유격훈련을 하는 바위지대라 꽤나 위험합니다.
산미녀도 그냥 바위를 타고 내려가지만, 고소공포증이 사라지지 않은 나와 몇몇은 왼쪽으로 도는
길로 갑니다.
산을 다니다보니 많이 나아지긴 했어도, 아직도 가시지 않은 고소공포증은 때론 걸림돌이 될 때가
더러 있습니다.
밤길을 홀로 간다든가 아니면 산은 혼자도 잘 다니지만, 나무나 바위 등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건
자신이 서질 않습니다.
에돌아가는 길도 장난이 아닙니다.
바위만 타지 않을 뿐이지, 밧줄에 매달려 용을 쓰며 미끄러지듯 내려섭니다.
산죽이 더러 나오지만 비교적 부드러운 길이지만, 때론 칼날 같은 바위를 잡고 오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운장대에서 25분쯤 가자, 운장산 동봉이라는 삼장봉(1133m)에 닿습니다.
바위에 박힌 아담한 정상석엔 1133m라 되어 있으니, 운장산 정상인 운장대보다 7m나 높은 셈입니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는데, 무슨 까닭인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삼장봉에서 100m 떨어진 이정표(운장대 0.7km·복두봉 5.0km)에서 오른쪽으로 꺾이더니,
얼마 안 가 밧줄을 매단 급한 바위지대가 나와 날 긴장시킵니다.
내가 먼저 내려가고 차례차례 뒤를 따르는데, 8명의 일행이 모두 내려서는데 5분이나 걸립니다.
바위와 밧줄은 나오고 또 나오며, 콘크리트 포장임도인 각우목재(칼크미재)에 닿을 때까지
곤두박질하듯 쏟아져 내립니다.
거꾸로 오르자면 아무래도 땀깨나 뺄 것 같습니다.
각우목재에서 좀 쉬어 가기로 합니다.
거의 다 퍼질러 앉아 간식을 먹으며 고향생각도 하지만, 난 그냥 선 채로 입맛을 다십니다.
여간해선 앉아서 쉬지 않는 버릇이기 때문입니다.
내겐 그게 더 편합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지만, 사람은 많고 버릇도 가지가지입니다.
10분 넘게 원기를 보충하고선, 이어지는 가풀막을 30분 가까이 타자 밋밋한 산마루로 올라섭니다.
동녘이 약간 불그스름한데, 시계는 5시가 막 넘어갑니다.
기나긴 야간산행도 막바지에 다다른 것입니다.
부드러운 산줄기를 따라 10분쯤 더 갔을까, 허물어진 돌무더기와 억새가 뒤덮은 묵은 무덤이
자리 잡은 1084m봉에 다다릅니다.
앞엔 가야 할 복두봉이 빤히 들어오며, 산줄기가 흘러가는 왼쪽으로 꺾습니다.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헬기장을 지나고, 10분 남짓 더 가자 날이 새면서 동녘이 더욱 붉게
물듭니다.
어쩌면 복두봉에서 일출(日出)을 맞을 것도 같은데, 오르느라 지쳤는지 좀 쉬어 가잡니다.
사람 좋고 인정 많기로 소문난 산행대장인데, 이를 모른 척 할 순 없습니다.
그래 좀 쉬어 가자!
날마다 떠는 해, 오늘 하루 안 보면 어때?
하지만 잠깐 입맛만 다시고 나자, 득달같이 닦달하며 일으켜 세웁니다.
어쨌거나 금쪽같은 5분은 또 그렇게 갔습니다.
고갯마루를 넘는 임도를 건넙니다.
운장산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임도인데, 이정표는 복두봉 0.6km를 가리킵니다.
마음을 비우고 바쁠 것 없이 걷습니다.
복두봉 너머가 더욱더 붉어져 해맞이를 완전히 접으려는데, 거달사 맑은하늘이 5시 56분이
일출시간이랍니다.
시계는 5시 48분을 가리키니, 남은 시간은 8분입니다.
어쩌면 될 것도 같기에, 힘껏 치고 나갑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습니다.
아니 돌아볼 필요도 여유도 없습니다.
마침내 복두봉(伏頭峰, 1018m)으로 올라서자 5시 55분,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으나 금세라도
불쑥 솟을 것만 같습니다.
바쁜 마음에 어서 오라 닦달을 하는데, 일행이 모두 닿자마자 해돋이가 시작되니 다행입니다.
구름에 좀 가렸긴 해도, 나름대로의 장엄함을 연출하며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뜨는 해와 함께 피로가 한순간에 풀리니, 새로운 기운이 솟으며 눈엔 힘이 들어갑니다.
이런 맛으로 야간산행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구봉산 천왕봉으로 머리를 수그린 모습이라 하여 복두봉(伏頭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때맞추어 해도 떠 조망이 활짝 열리는 멋진 전망대입니다.
가야 할 구봉산 천왕봉과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바위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돌아보자 어둑어둑할 때 지나온 1084m봉 산줄기가 속살을 훤히 내보입니다.
그 뒤론 동봉과 서봉이 제 딴엔 숨는다고 숨었지만, 튀어 오른 꼭대기까진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김밥과 간식으로 아침을 때우며, 나머지를 마무리 할 기력을 채웁니다.
이제 서서히 끝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복두봉을 내려서자마자 한동안 사라졌던 산죽이 또 나오는데, 달라붙는 찰거머리와도 같이 정말
지긋지긋하고 귀찮은 존재입니다.
호남 알프스는 그야말로 산죽과의 전쟁이란 생각입니다.
구봉산 천왕봉에 거의 다 갈 때까지, 끝내 놓아주질 않고 애를 먹입니다.
산죽을 헤집고 나아가는데, 누군가 앞에서 불쑥 나타납니다.
선두그룹으로 가던 거달사의 청룡 사무국장인데, 뭐 하러 왔냐니까 우릴 마중 나왔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짓(?)을 왜 하는지?
산미녀의 배낭을 빼앗아 메고 우리랑 같이 가더니, 984m봉 바로 아래 이정표에서 먼저 간다며
냅다 내달립니다.
984m봉으로 오르는 줄 알았던 산줄기는, 왼쪽의 산죽 속으로 홀린 듯 빨려 들어갑니다.
키를 넘는 산죽을 빠져나가자 이정표가 있는 안부인데, 구봉산은 이제 0.6km가 남았을 뿐입니다.
끈질기게 달라붙는 산죽을 어렵게 떨쳐내고선, 마침내 구봉산 천왕봉(1002m)으로 올라섭니다.
구봉능선의 아름다운 여덟 봉우리가 눈 아래 펼쳐지고, 그 뒤론 용담호의 푸른 물이 들어옵니다.
돌아보자 나무 사이로 복두봉이 아련합니다.
간 줄 알았던 청룡이 또 나타나더니, 선두그룹이 천황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리로 내려가잡니다.
구봉능선을 타겠다고 억지를 부려보지만, 단체생활에서 제 욕심만 채울 순 없는 노릇입니다.
구봉능선은 다음의 숙제로 미루고, 천황사로 이어지는 길로 내려섭니다.
비록 구봉능선을 타진 못하지만, 그걸 보며 가는 것도 좋긴 참 좋습니다.
군데군데 볼거리가 있으니, 내려가는 길도 심심하질 않습니다.
안부와 뫼에서 두 번의 상양명주차장 갈림길을 지나고, 융희황제추모비(隆熙皇帝追慕碑)를 거쳐
천황사 앞에서 걸음을 멈추며 호남 알프스 종주를 마무리합니다.
선두그룹과 지원팀의 뜨거운 환영을 받자, 산죽과의 전쟁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와 닿습니다.
그렇게 우린 태달사란 이름으로 하나가 됩니다.
또 하나 해냈다는 뿌듯함을 안고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맛깔난 메기탕과 하산주가 기다리는 진주 아닌 전주로!
* 산행일정
12:28 송광사(120m)
13:06 남봉(565m)
13:18 - 13:21 종남산(608.4m)
13:32 남은재
13:40 553m봉
14:00 서방산(612.3m)
14:22 515m봉
14:28 오도재(390m)
15:03 - 15:07 705m봉 앞 전망대
15:08 705m봉
15:15 해발 675m고지 이정표
15:21 - 15:24 서래봉(702m)
15:32 630m봉
15:50 되실봉(609m)
16:07 고갯마루 임도
16:14 - 16:30 위봉재(340m)
16:56 - 17:03 601m봉
17:23 - 17:37 귀뚤봉(496m)
18:10 - 18:17 진달래 군락지봉
18:41 원등산 맞은봉
18:55 - 19:03 원등산(713.0m)
19:24 - 19:29 묵은 헬기장(579m)
19:53 - 20:45 밤티재(340m)
21:00 금동굴 갈림길봉
21:26 - 21:31 막은대미재
22:03 - 22:13 694m봉
22:22 675.4m봉(△ 진안 438)
22:31 납작바위봉(705m)
22:48 황조치(510m)
23:03 675m봉
00:20 - 00:37 산죽 공터봉(820m)
01:02 - 01:05 연석산(925m)
01:22 만항치(770m)
02:15 - 02:40 운장산 서봉(1122m)
02:58 - 03:03 운장산(1125.8m, △ 진안 11)
03:28 - 03:35 운장산 동봉(1133m)
04:20 - 04:33 각우목재(830m)
05:10 1084m봉
05:20 헬기장
05:30 - 05:35 능선 휴식
05:46 임도 횡단
05:55 - 06:30 복두봉(1018m)
06:57 - 07:02 984m봉 아래 이정표
07:24 - 07:34 구봉산 천왕봉(1002m)
07:45 - 07:50 상양명주차장 갈림길 안부
08:37 융희황제추모비
08:40 천황사
산청휴게소 조팝나무
완주 소양 화심두부마을
송광사주차장에서 종남산
송광사주차장에서 종남산과 백련정
송광사
송광사
송광사
송광사
송광사
백련정
백련정에서 종남산
들머리 콘크리트길
들머리 연못
여기서 오른쪽 등성이로
전망대에서 송광사와 소양면 일대
전망대에서 601m봉
무인산불감시시설(남봉)
종남산
종남산
남은재
서방산
서방산
서방산
서방산 내림길에서 서래봉
515m봉
515m봉
오도재
오도재
705m봉 앞 솔전망대에서 종남산
705m봉 앞 솔전망대에서 서방산
705m봉 앞 솔전망대에서 515m봉
705m봉 앞 솔전망대
705m봉
705m봉
675m고지 갈림길
서래봉
서래봉
630m봉
벌목지대
벌목지대에서 대둔산
되실봉
되실봉
되실봉
위봉산성
위봉산성
위봉산성
고갯마루 임도에서 되실봉
위봉산성
위봉산성
601m봉 오름길에서 되실봉
601m봉에서 송광사
귀뚤봉
귀뚤봉
귀뚤봉
원등산 맞은봉에서 원등산
원등산
원등산
원등산 해넘이(1)
원등산 해넘이(2)
원등산 해넘이(3)
원등산 해넘이(4)
원등산 해넘이(5)
원등산 해넘이(6)
원등산 해넘이(7)
밤티재
밤티재
밤티재
금동굴 갈림길
붉은 말뚝
호남정맥 분기점(694m봉)
호남정맥 분기점(694m봉)
호남정맥 분기점(694m봉)
675.4m봉 삼각점(진안 438)
납작바위봉(705m)
연석산
연석산
만항치
서봉
서봉
서봉
운장산
운장산
운장산
운장산
운장산
삼장봉
삼장봉
삼장봉 아래 이정표
각우목재
헬기장
임도 이정표
복두봉
복두봉
복두봉
복두봉에서 1084m봉과 그 뒤 동봉, 서봉
복두봉
복두봉 해돋이(1)
복두봉 해돋이(2)
복두봉 해돋이(3)
복두봉 해돋이(4)
복두봉 해돋이(5)
복두봉 해돋이(6)
복두봉 해돋이(7)
복두봉 해돋이(8)
복두봉 해돋이(9)
복두봉 해돋이(10)
복두봉에서 구봉능선과 구봉산 천왕봉
복두봉에서 구봉능선
복두봉에서 구봉산 천왕봉
복두봉에서 구봉산 천왕봉과 984m봉
복두봉에서 1084m봉과 그 뒤 동봉, 서봉
지긋지긋한 산죽
984m봉 아래 이정표
안부 이정표
구봉산 천왕봉
구봉산 천왕봉
구봉산 천왕봉에서 복두봉
구봉산 천왕봉에서 구봉능선
구봉능선
구봉능선
구봉능선
상양명주차장 갈림길 안부
구봉산 천왕봉
구봉산 천왕봉
구봉능선
개울가 이정표(상수도 보호지역)
융희황제추모비
융희황제추모비
천황사 앞 날머리
천황사
천황사
천황사 전나무
천황사 대웅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