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지역권 산행기

가을의 끝자락을 잡고 마이산 종주

큰집사람 2010. 11. 6. 21:34

 

 

* 날    짜: 2010년 11월 6일(토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월운계곡-광대봉-비룡대-암마이봉-남부주차장

* 산행거리: 약 12km

* 산행시간: 7시간 10분(운행시간 4시간 20분 + 휴식시간 2시간 50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20명

 

 

 

진주 비경마운틴 토요산행에 20명이 일행이 되어, 진안 마이산 종주를 하고자 전용버스 편으로

진주공설운동장을 출발합니다.

서진주 나들목에서 중부고속도로로 들어서서 달리다, 장수에서 장수-익산 고속도로로 갈아타

진안 나들목에서 일반도로로 빠져나와, 산행 들머리인 진안 마령면 강정리 월운마을에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아 도착합니다.

일반적인 마이산 종주는 마령면 강정리 강정마을의 강정대에서 합미산성을 거쳐 광대봉에서,

또는 마령면 덕천리 덕천교에서 태자굴을 거쳐 광대봉에서 마이산으로 가는 게 정석이긴 하나,

오늘은 그 중간지점인 발길이 뜸한 월운계곡을 거쳐 광대봉으로 오르는 코스입니다.

월운마을회관 부근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바짝 마른 개울을 따라 가,

맨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무당집인지 점집 같은 곳에서, 철판다리를 건너며 월운계곡으로

다가갑니다.

이어서 커다란 바위가 관문 역할을 하는 데를 지나며 본격적인 월운계곡을 타게 되는데,

푹 파인 웅덩이엔 피라미 몇 마리가 노닐다 우릴 반깁니다.

마이산 일대는 물이 귀한 바위산이라 그런지, 월운계곡은 골짝이 제법 깊어 보이는데도 거의

마르다시피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 온지도 제법 된 것 같지만, 물을 머금고 있을 토양이 아니다보니 비가 오더라도

곧바로 흘려보내는 것 같습니다.

졸졸 흐르는 개울물을 요리조리 건너며 거슬러 오릅니다.

길은 별스레 뚜렷하진 않지만 끊어지지는 않고 이어지며, 그렇게 어려운 곳도 없어 갈 만도 합니다.

산행을 시작한 지 25분 만에, 물웅덩이 위 바위에 걸친 엉성한 통나무다리를 건넙니다.

비스듬하고 널따란 바위 사이의 홈을 타고 물은 웅덩이로 흘러들고,

그 물이 차고 넘치면 더 아래로 내려가 또 다른 생명의 젖줄이 될 것입니다.

 

통나무다리를 건너 평범하면서도 가끔은 볼거리가 있는 골짝을 7분 남짓 오르니,

오른쪽 지능선을 타고 오르는 광대봉 갈림길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지능선을 쭉 타면 강정대 - 광대봉 등산로와 태자굴 1.1km·덕천교

3.1km·합미산성(강정대) 3.0km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만난다고 합니다.

힐끔 쳐다보니 제법 가파른데다 묵어 있는 걸로 봐, 이곳 역시 이용하는 이가 많진 않은가 봅니다.

우리 또한 못 본 척 하고, 덕천교를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라 바로 위 개울을 건넙니다.

1분 뒤 그럴싸한 물웅덩이를 갖춘 비스듬한 작은 폭포가 나오는데, 마른 듯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보잘 것 없으나 웅덩이는 제법 넓고 깊어 보입니다.

이곳에서 3분쯤 오르니 계곡을 가로막은 제대로 된 폭포가 나오는데,

여긴 더 물이 없는 마른 폭포인지라 아쉬움을 자아냅니다.

이름이 있는 진 모르지만, 비록 말랐긴 하나 월운계곡 최고의 폭포이니 월운폭포라 함이 마땅할 것

같으며, 물이 많을 땐 꽤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훌륭한 폭포일 것 같습니다.

레드아이랑 기념사진을 찍는 등, 잠깐 쉬면서 기력을 보충합니다.

나랑은 올 한 해 제법 많은 산행을 함께 하며 제법 친숙해진 사이로,

날 큰행님이라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하는 작지만 큰 여걸(女傑)입니다.

비경 산행은 처음인지라 아는 사람이 없었는데, 다행히도 레드아이가 동행하니 말벗이 생긴 셈입니다.

폭포가 막은 계곡 쪽으론 갈 수 없어 왼쪽으로 크게 우회해야 하며,

다시 계곡으로 붙으면 높이가 꽤 되는 좁다란 마른 폭포가 나옵니다.

바위 왼쪽을 타고 오르자마자 계곡을 건너게 되는데, 또 하나의 그럴듯한 폭포가 우릴 반깁니다.

좀 비스듬하긴 해도 제법 넓은데다 높기도 하고, 아래엔 물웅덩이도 갖춰 폭포다운 냄새를 퍽 풍기는 편입니다.

다만 떨어지는 물줄기가 나의 오줌줄기랑 별반 다를 게 없어 아쉽긴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바로 아래 것과 더불어 이단폭포라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단폭포를 지나 더 이상 폭포도 없고 별 볼거리도 없는 길을 8분쯤 나아가, 오른쪽으로 지계곡이

갈라지는 합수지점에 다다릅니다.

앞으론 넝쿨을 잔뜩 뒤집어쓴, 크지 않은 바위가 있는 곳입니다.

앞서 가던 정대장이 일행에게 의견을 묻습니다.

주계곡을 따라 바로 가는 길은 덕천교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 광대봉을 조금 지난 곳으로 올라 다시

광대봉으로 돌아가야 하며, 지계곡 쪽은 길은 거의 없지만 지능선으로 붙어 광대봉으로 바로 치고

오른다고 합니다.

자주 다니는 이들의 말마따나 이미 째고 오르기로 작정해 놓고, 민주적인 척 슬쩍 일행의 의견을

떠보는 고단수(高段數) 정대장!

물어보나마나 결과는 뻔할 뻔, 정대장의 뜻대로 사면(斜面)을 따라 무작정 능선으로 치고 오릅니다.

낙엽이 거의 무릎까지 차오르니, 길이 있다고 해도 찾을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능선으로 오르니 가파르긴 해도 갈 만은 하며, 20명 중 맨 나중 가는 난 길 냄새라도 맡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에, 새로운 길이 열리는 셈입니다.

그렇게 8분쯤 오르니, 첫 전망대가 나오면서 조망이 열립니다.

올라온 계곡과 그 너머 덕천교에서 오르는 능선이 들어오고, 끝물을 맞은 울긋불긋한 단풍과 어우러진 곳곳의 바위가 아름답습니다.

전망대에서 10분 남짓 비탈길을 타니 지능선은 왼쪽으로 꺾어지며, 이어서 커다란 바위를 기어올라

광대봉 바로 밑의 전망대봉에 닿습니다.

암마이봉, 삿갓봉과 비룡대가 한눈에 담기고, 우리가 지나온 월운계곡도 다음에 또 오라며 손짓을

합니다.

비스듬한 바위를 타고 내려가 안부에서 다시 오르니, 조망이 활짝 열리는 광대봉(廣大峰,608.8m)에

다다릅니다.

마이산 일대는 거의 다 들어오는 빼어난 조망처(眺望處)이며, 강정대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과

만나는 곳입니다.

작은 정상석과 삼각점(임실304)이 있는 광대봉!

마이산 서쪽 일대를 호령하는 터줏대감으로 행세하며 권세를 누리는 봉우리로,

그에 걸맞게 산세(山勢) 또한 꽤나 훌륭한 편입니다.

 

밧줄과 난간이 설치된 50m 가량 되는 비탈진 바위를 타고 내려가니, 노약자는 위험하니 바위지대를

우회하라는 경고문이 있지만, 내려와 보니 실제로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습니다.

많은 이정표가 달린 보흥사 갈림길봉을 지나고, 광대봉과 마이산 전망대 노릇을 하는 565m봉으로

올라섭니다.

가야 할 마이산과 지나온 광대봉이 앞뒤로 들어오며, 555m봉 능선에다 자리를 튼 우람한 바위가

아름다워 보이는가 하면, 월운계곡의 단풍도 눈길을 붙잡고 놔주질 않습니다.

광대봉에서부터 일행을 모두 보내고 나 홀로 가는지라, 거치적거리는 사람도 없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늦가을 정취를 맘껏 맛봅니다.

565m봉을 내려가 555m봉으로 올라가는데, 레드아이가 능선 길로 바로 올라오라고 소리를 칩니다.

아까 갔는데, 왜 지금 저기 있지?

그러고 보니 왼쪽으로도 갈림길이 있는데, 반질반질한 게 내왕이 꽤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덕천교로 이어지는 능선 길인 것 같은데, 멋모르고 그 길을 따르다 되돌아 왔답니다.

다른 여인네 둘도 그 쪽에서 오고 있는 걸로 봐, 제법 많은 사람들이 헷갈린 것 같습니다.

555m봉 정상은 조망이 별로 없지만, 조금 내려서니 조망이 활짝 열리는 전망대가 나옵니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선 마이봉과 함께, 삿갓봉의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이 눈에 잡히며 날 좀 보라며

앙탈입니다.

 

505m봉으로 가니 먼저 간 일행이 소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는데, 때가 되었으니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잡니다.

삼겹살에 곁들이는 진주 명석 막걸리!

오랜만에 명석 막걸리 한 통을 갖고 갔는데,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하다 보니 순식간에 바닥이

드러납니다.

누가 뭐래도 산에선 막걸리가 최고입니다.

무거워서 운반과정이 좀 힘들긴 해도, 일단 마셔보면 충분히 그걸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막걸리가 바닥나자 소주가 그 자리를 메우며 귀염을 받는데, 아무래도 막걸리보단 못하단 생각입니다.

505m봉에도 아주 좋은 전망대가 있어 조망을 즐기는데, 마이산 일대 조망은 555m봉 전망대와 별반

다를 게 없으나, 바로 앞엔 528m봉의 거대한 암벽이 새롭게 들어오고, 고금당의 금빛 지붕도 찬란하게 빛납니다.

가벼워진 배낭(背囊)과는 달리 무거워진 배를 안고서, 후반전 산행을 하러 또 길을 나섭니다.

안부로 내려섰다 다시 오르니, 오른쪽으로 우회(迂廻)하는 길은 반질반질한데 비해,

528m봉으로 이어지는 길은 아주 희미하거나 없어 보입니다.

신바람이랑 레드아이랑 셋이서 바로 가는 길을 택해 오르니, 나중 오는 사람들도 모두 따라 오릅니다.

깎아지른 듯 직벽(直壁)을 이루는 암벽(巖壁)을 에돌아 탄금봉이라고도 하는 528m봉 정상으로 오르니, 우회하지 않은 걸 참 잘했다며 너도 나도 한마디씩을 내뱉습니다.

마이산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앞의 금당사와 탑영제 등이 눈을 즐겁게 하는 등, 탁 트인 조망은 가슴을 열고 속을 다 시원하게 합니다.

다시 주등산로로 내려가 오른쪽을 보니 이정표가 있기에, 기어이 30m 남짓 올라가 확인을 해봅니다.

이정표가 여럿 있으나 남부주차장 1.0km만 거리표시가 되어 있으며,

이정표 밑에 마이산 등산로 안내도가 같이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2분쯤 내려서니 안부에 닿고, 바로 가는 길 대신 오른쪽 고금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선택합니다.

일행 모두가 그리로 가기에, 나도 그대로 따른 것입니다.

바로 가는 길을 타면 삼각점(진안 455)이 있는 524.5m봉으로 올라서는데, 거기서 다시 곧장 가면

비룡대로 가는 길이요, 오른쪽으로 꺾으면 고금당으로 내려설 수 있답니다.

4분 남짓 가니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고개에 다다르는데, 왼쪽 능선을 타면 524.5m봉이요 바로는

우물을 거쳐 주능선으로 가며, 나옹암과 고금당으로 가자면 오른쪽이랍니다.

방향을 틀어 1분 정도 가니 고금당(古金堂)이 나오고, 그 아랜 금빛 찬란한 나옹암(懶翁庵)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옹암은 고려 말의 고승(高僧)이자 무학대사(無學大師)의 스승이기도 한 나옹선사(懶翁禪師)의

수도처로 전해오는 자연암굴(천상굴)로, 원래 금당사(金塘寺)가 있었던 터라 하여 고금당(古金塘)

이라고도 한답니다.

앞이 탁 트여 마이산과 비룡대가 막힘없이 보이고, 좀 아랜 역시 금빛 찬란한 금당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계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스님이 모노레일(monorail)을 타고 올라오는데, 정말 좋은 세상이란

생각이 다 듭니다.

나옹암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우회할 수도 있지만, 별 볼거리도 없으니 정대장이 굳이 되돌아

올라가잡니다.

무덤이 있는 고개 사거리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로 들어가자마자 지붕과 뚜껑을 덮은 우물이

나오고, 5분쯤 뒤엔 지적 경계점 표시가 있는 485m봉으로 올라섭니다.

고금당 윗봉우리인 것 같으며, 숲에 가려 조망은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냥 지나쳐 내려선 지 얼마 안 가 고금당에서 나옹암 옆으로 이어지는 길과 만나며,

2분쯤 지나 난간(欄干)이 있는 바위를 타고 455m봉에 오르니, 숲 위로 비룡대가 고개를 빠끔 내밀며

어서 오랍니다.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지겹지 않은 능선을 타고 한동안 나아가, 기다란 철계단을 타고 비룡대 (飛龍臺)로 올라섭니다.

비룡대는 나봉암(정상석엔 527m, 지형도엔 521m) 꼭대기에 자리 잡은 팔각정으로,

마이산 일대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 구실을 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뒤돌아보니 멀리 광대봉이 뾰족한 머리를 내밀고 있고, 암마이봉에 숨었던 숫마이봉도 수줍은 척

하면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지막 갈 곳인 남부주차장도 눈에 들어오고, 삿갓봉(532m)의 다섯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운데, 일정상 들르지 못함이 못내 아쉬울 따름입니다.

비룡대를 뒤로 하고 바위를 타고 내려서니 나봉암 정상석(527m)이 서 있으니,

지형도상의 높이인 521m는 이곳의 높이를 말하는 것 같고, 정상석에 새겨진 527m는 비룡대가 있는

꼭대기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 확실한지 어떤지는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비룡대를 세우면서 그 자리에 있던, 나봉암 정상석이 아래로 내려왔다면 맞는 얘긴데 말입니다.

생각보다도 푹신푹신한 흙길을 밟으며 부부시비·탑영제(0.8km)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5분 남짓 뒤엔 왼쪽으로 북부주차장(0.6km)으로 이어지는 갈림길 안부도 지납니다.

다시 5분쯤 더 오르니 제2쉼터봉(548m)에 다다르는데, 나무의자 몇 개와 숲이 있어 쉼터를 제공합니다.

우리도 좀 쉬면서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주변 조망도 즐기는데,

비룡대와 고금당, 광대봉이 능선을 타고 줄줄이 들어옵니다.

눈 아랜 탑영제, 숲 사이론 암마이봉이 언뜻언뜻 드러나며 어서 오라 안달입니다.

 

헬기장이 있는 봉두봉(540m) 갈림길을 지나 내려가다, 이정표(탑사 0.3km·봉두봉 0.1km·

광대봉 4.9km)가 있는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지는 탑사 쪽을 버리고 바로 가는 길을 따릅니다.

등산로 폐쇄 공고문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암마이봉을 오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속으로 아니 간 듯 다녀오겠다는 다짐을 하며, 암마이봉 아래 바위 끝으로 신통하게 난 길을 따라

암마이봉 바로 밑의 고개 사거리로 올라섭니다.

정대장이 정상으로 오르는 코스를 설명하며, 자신에게 맞는 둘 중 하나를 고르랍니다.

오른쪽 암마이봉을 타고 곧장 오르는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한 코스가 그 하나요,

직진하여 천황문 바로 위의 안부에서 오르는 덜 가파르고 덜 위험한 코스가 그 둘이랍니다.

거리는 짧고 길어 차이가 나긴 해도, 소요시간은 거의 비슷하답니다.

20명의 일행 중 날 비롯한 11명은 우회하는 길을, 나머지 9명은 직등(直登) 하는 길을 선택하고

동시에 출발합니다.

레드아이가 같이 직등하자고 하나, 처음 가서 혹시 민폐(民弊)라도 끼칠까봐 스스로 몸을 사린

것입니다.

옆으로 비스듬히 우회한다더니 자꾸만 아래로 내려가다, 위쪽으로 다시 치오르는데 기울기가

여간(如干) 아닙니다.

모두들 오르막에 힘들어 하는 표정이나, 난 그들을 차례로 제치며 쉼터가 있는 안부로 올라섭니다.

천황문과는 0.2km 남짓 떨어진 곳이며, 암마이봉은 0.5km를 더 가야 정상을 밟을 수 있습니다.

금줄을 넘어 2분 정도 오르니, 비스듬한 바위지대가 시작됩니다.

출입금지이긴 하나 군데군데 밧줄이 길게 이어져 있으며, 매끄러운 바위가 아니라서 밧줄을 잡지

않고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습니다.

일행을 뒤로 하고, 나 홀로 먼저 치고 오릅니다.

차츰 멀어지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대신 암마이봉 정상은 더욱 가까워지며,

뒤돌아본 숫마이봉의 뾰족한 모습이 기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숫마이봉은 오를 순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납니다.

 

위로 오를수록 바위는 사라지고, 풀과 나무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여태까지 암마이봉은 전부 바위로만 된 줄 알았는데, 오르면서 알고 보니 그것도 아닙니다.

바위 위를 덮은 흙에 수목(樹木)이 훌쩍 자라, 여느 산 못지않은 풍경을 보이고 있어 놀라움을 줍니다.

정상에 거의 다다랐는가 싶은데, 오른쪽으로 정대장의 모습이 보입니다.

양쪽 선두가 거의 동시에 오른 것입니다.

정상엔 돌탑 하나와 해발 673m라 새겨진 정상석이 있는데, 예전에 세운 정상석이라 예전 높이

그대로입니다.

암마이봉을 673m, 685m로 표기한 지도도 더러 있으나 지형도엔 686m로 나와 있고 이름은 없으며,

숫마이봉도 지도에 따라 667m, 678m로 되어 있지만 지형도엔 680m이며, 더 높은 암마이봉을 밀쳐내고 마이산이란 이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이산(馬耳山)은 잘 아시다시피, 두 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은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이 지금과 같은 모양을 갖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져 온다고 합니다.

“아득한 옛날 산신부부(山神夫婦)가 이곳에서 두 자녀와 함께 살다가 하늘로 돌아갈 때가 됐다.

남신(男神)이 자신들의 승천(昇天) 모습을 아무도 봐서는 안 되니 밤에 떠나자고 하자,

여신(女神)은 밤에는 무서우니 새벽에 떠나자고 했다. 그러나 새벽에 떠날 즈음 한 아낙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를 질러 승천에 실패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바위산이 되었으며,

이에 화가 난 남신이 여신으로부터 아이를 빼앗았다고 한다.”

실제로 숫마이봉은 작은 새끼봉 두 개를 끼고 있고, 암마이봉은 바로 옆에 죄스러운 듯 돌아앉아

머리를 숙인 모습이라고 합니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숫마이봉 일대가 들어올 뿐, 수목에 가려 기대했던 만큼의 장쾌함을 보여주진

못해 아쉽습니다.

좀 머물다 하산에 들어가니 다음에 또 오라지만,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만 얼버무립니다.

언제 또 오게 될지, 이것이 영영 마지막이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비탈진 바위를 내려가는 건, 오를 때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미끄럽진 않아 다행이긴 합니다.

밧줄을 잡지 않고도 내려갈 만은 하며, 바위지대가 끝나고 안부에 닿기에 앞서 천황문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열립니다.

이정표 삼거리를 지나 철계단을 타고 천황문(天皇門)으로 내려서며, 사실상의 마이산 종주를

끝마칩니다.

아직도 남부주차장까지 2.5km 정도 더 가야 하지만, 그건 관광 차원이지 산행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천황문은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오목한 부분에 위치해 있어, 빗물이 북쪽으로 흐르면 금강이요 남쪽으로 흐르면 섬진강으로 가는 엇갈린 운명을 맞는다고 합니다.

숫마이봉 아래 150m 떨어진 곳에 화엄굴(華嚴屈)이 있으나, 돌이 떨어지니 위험하다며 출입을 막아

놨습니다.

그 옛날 처음 마이산을 찾으며 맛본 샘물 맛이 그립지만, 장벽(障壁)을 뚫고 들어갈 엄두는 내지

못합니다.

입구에서 단풍구경을 하며 물 한 모금을 마시고선, 은수사까지 이어지는 긴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갑니다.

가는 가을이 아쉬워 마지막 정열을 불사르는 단풍이 참 곱기도 한데, 암·숫마이봉 사이 천황문을

걷는 기분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숫마이봉을 병풍 삼은 은수사(銀水寺)는 창건연대(創建年代)는 확실하진 않으나,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심었다는 청실배나무(천연기념물 제386호)가 있는 걸로 봐선,

그 이전부터 있었던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성계가 이 절의 물을 마시고선, 물이 은과 같이 맑고 깨끗하다고 해 은수사란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천황문을 사이에 두고 해거름의 숫마이산이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데 반해,

그늘진 암마이산은 그렇질 못해 대조를 이루는 모습 또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은수사에서 탑사로 이어지는 길은, 산행객과 관광객이 뒤섞여 북적거립니다.

오후도 꽤 늦은 시각인데, 어디서 왔는지 참 많기도 많습니다.

은수사와 탑사는 대한불교 태고종(大韓佛敎 太古宗) 소속이라고 합니다.

탑사(塔寺)의 역사를 보면 이갑용(李甲龍, 1860 - 1957) 처사(處士)가 1900년부터 돌탑을 쌓기

시작하여, 1935년에는 인법당(因法堂)과 산신각(山神閣)을 지어 부처님을 모셨다고 하며,

평생 쌓은 탑이 108개에 이르고 아직도 8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원래 절 이름이 없었으나 워낙 많은 돌탑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탑사란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고,

그의 손자 이왕선이 사찰 등록을 해 정식으로 탑사란 명칭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1년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가 되어,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즐겁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탑사를 떠나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끝물로 접어든 단풍을 따라 10분 남짓 만에 부부시비

(夫婦詩碑)가 있는 탑영제에 다다릅니다.

아까 지나며 본 비룡대와 북부주차장 갈림길 안부 사이에 있는, 부부시비·탑영제(0.8km)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입니다.

널따란 탑영제 물 위를 노니는, 오리보트 몇몇이 평화로워 보입니다.

5분을 더 걸어 탑영교를 건너 탑영제 둑에 서니 숫마이봉의 쫑긋한 귀 윗부분이 들어오는데,

탑영제와 어우러져 참 아름답단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내려가 금빛 찬란한 대웅보전(大雄寶殿)이 있는 금당사(金塘寺)에 닿으니,

신라 헌덕왕 6년(814) 혜감대사(惠監大師)가 창건한 절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꽤 커 보이긴 하나 여러 번 새로 짓다보니, 고풍스런 느낌은 덜해

보여 아쉽기도 합니다.

금당사 일주문이 있는 남부주차장에 다다르며, 관광을 겸한 마이산 종주를 마무리 짓습니다.

저 멀리 비룡대가 잘 가라며 손을 흔듭니다.

돌아올 버스를 기다리며 막걸리로 하산주(下山酒)를 주고받으니, 그 속에 든 정(情)도 같이 마십니다.

비록 처음 만났지만 하루를 함께 하다 보니, 사람이란 또 그렇게 정이 드는 건가 봅니다.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남가람과 촉석루(矗石樓)가 아름다운 내 사는 곳 진주(晋州)로!

 

 

 

 

* 산행일정

10:15          월운마을회관

10:20          월운계곡 관문

10:40          통나무다리

10:47          광대봉 지능선 갈림길 이정표

10:51 - 10:56  월운폭포

11:04          이단폭포(하)

11:05          이단폭포(상)

11:13          주계곡에서 오른쪽 지능선으로

11:21          첫 전망대

11:35 - 11:45  광대봉 전망대봉

11:50 - 11:55  광대봉

12:01          보흥사 갈림길봉

12:04 - 12:08  565m봉

12:11          555m봉

12:23 - 13:25  505m봉

13:35 - 13:42  528m봉

13:49          528m봉 - 524.5m봉 안부(고금당 갈림길) 

13:54 - 14:07  고금당

14:13          485m봉(지적 경계점봉)

14:17          485m봉 - 455m봉 안부(고금당 갈림길)

14:19          455m봉

14:30 - 14:40  비룡대(나봉암)

14:55          탑영제(부부시비) 갈림길 안부

15:00          북부주차장 갈림길 안부

15:05 - 15:15  제2쉼터(548m봉)

15:22          암마이봉 - 탑사 갈림길 안부

15:30 - 15:35  암마이봉 직등로 사거리

15:50 - 15:55  암마이봉 우회로 쉼터 안부

16:05 - 16:20  암마이봉

16:35 - 16:40  천황문

16:45 - 16:50  은수사

16:55 - 17:00  탑사

17:10          탑영제(부부시비)

17:15          탑영교

17:17 - 17:21  금당사

17:25          남부주차장

 

 

 

 

 

 

월운계곡 들머리 쇠다리 

 

월운계곡 관문(1)

 

 월운계곡 관문(2)

 

 통나무다리와 물웅덩이(1)

 

 통나무다리와 물웅덩이(2) 

 

  통나무다리와 물웅덩이(3) 

 

  통나무다리와 물웅덩이(4) 

 

 통나무다리와 물웅덩이(5) 

 

광대봉 지능선 갈림길 이정표 

 

비스듬한 작은 폭포와 물웅덩이 

 

 월운폭포(1)

 

월운폭포(2)  

 

레드아이 

 

 나

 

 

 이단폭포(하)

 

이단폭포(상)

  

 합수지점 광대봉 갈림길

 

첫 전망대에서 맞은편 풍경(1) 

 

 첫 전망대에서 맞은편 풍경(2) 

 

  첫 전망대에서 맞은편 풍경(3) 

 

광대봉 전망대봉을 오르며 돌아본 풍경 

 

 광대봉 전망대봉을 오르며 처음 들어온 마이산 

 

  광대봉 전망대봉에서 마이산

 

광대봉 전망대봉에서 월운계곡(꺼진 곳에서 오름) 

 

 광대봉 전망대봉에서 삿갓봉

  

광대봉 전망대봉에서 월운계곡 

 

광대봉 전망대봉 

 

 

 

나랑 레드아이 

 

광대봉 정상석(1) 

 

 광대봉 정상석(2) 

 

광대봉 정상석(3)

 

 광대봉 삼각점

    

 보흥사 갈림길봉 이정표

 

 보흥사 갈림길봉에서 565m봉

 

565m봉에서 광대봉 

 

565m봉에서 마이산 

 

565m봉에서 비룡대(왼쪽 앞 555m봉) 

 

565m봉에서 월운계곡 

  

555m봉 전망대에서 마이산(왼쪽 앞 505m봉) 

 

 505m봉에서 528m봉

 

 505m봉에서 마이산(1)

  

  505m봉에서 마이산(2)

 

레드아이 

 

나 

 

나 

 

505m봉 - 528m봉 안부 이정표 

 

 528m봉 암벽

  

 528m봉에서 마이산(1)

 

 528m봉에서 마이산(2)

 

  528m봉에서 마이산+금당사+탑영제

 

 신바람 

 

528m봉 우회로 중간지점 이정표 

 

마이산 등산로 안내도 

 

528m봉 - 524.5m봉 안부 이정표(고금당 갈림길) 

 

고금당에서 비룡대와 마이산(1) 

 

 고금당에서 비룡대와 마이산(2) 

 

고금당에서 마이산(1) 

  

 고금당에서 마이산(2) 

 

 고금당에서 비룡대

 

 고금당(1)

 

 고금당(2)

 

나옹암

 

 

나옹암 천상굴 내부

 

나옹암과 고금당

 

모노레일(1) 

  

 모노레일(2) 

 

 485m볼 지적 경계점

 

 485m봉 - 455m봉 안부 이정표(고금당 갈림길)

 

 455m봉 오름길 난간

 

455m봉에서 비룡대 

 

좀 더 가까워진 비룡대 

 

 비룡대 오름길 철계단

 

 비룡대(1)

 

비룡대(2) 

 

비룡대(3) 

 

비룡대(4)

 

비룡대에서 삿갓봉과 마이산 

 

비룡대에서 마이산 

 

비룡대에서 광대봉 

 

비룡대에서 남부주차장 

 

비룡대에서 삿갓봉 

 

비룡대에서 고속도로와 국도 

 

 비룡대에서 마이산

  

 나봉암 정상석

 

턉영제 갈림길 안부 이정표 

 

북부주차장 갈림길 안부 이정표(1) 

 

 북부주차장 갈림길 안부 이정표(2) 

 

 제2쉼터봉(548m봉)

 

제2쉼터봉 표지판

 

마이산 등산로 안내도

 

제2쉼터봉 경고문

 

 제2쉼터봉에서 비룡대

 

 암마이봉 등산로 입구 이정표

 

암마이봉 등산로 폐쇄 공고문 

 

 암마이봉 우회 등산로

 

암마이봉 정상석 

 

암마이봉 정상 돌탑 

 

레드아이 

 

 나

 

 암마이봉에서 숫마이봉(1) 

 

암마이봉에서 숫마이봉(2) 

 

나 

 

나 

 

단체사진

 

 암마이봉 우회로 쉼터 안부 부근 이정표

 

천황문 계단길에서 숫마이봉

 

천황문 마이산 전경판

 

화엄굴 입구 풍경  

 

천황문 화엄굴 안내판 

 

 가을의 끝을 잡고

 

천황문 - 은수사 나무계단(1) 

 

 천황문 - 은수사 나무계단(2)

 

 천황문 - 은수사 나무계단(3)

 

은수사 이정표 

 

은수사 

   

 은수사에서 숫마이봉 

 

 은수사에서 천황문 

 

탑사(1) 

  

 탑사(2)

 

탑사(3)

 

일행과 같이 

 

탑사 분수

 

탑영제(1) 

 

탑영제(2) 

 

탑영제(3) 

 

탑영제(4) 

 

 금당사(1)  

 

 금당사(2)

 

금당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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