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거림에서 의신까지, 지리산 거림골과 대성골 이어가기

큰집사람 2010. 9. 19. 23:00

* 날    짜 : 2010년 9월 18일(토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거림 - 세석대피소 - 지리산 영신봉 - 창불대 - 음양수 - 의신

* 산행시간 : 8시간 55분(운행시간 5시간 42분 + 휴식시간 3시간 13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3명(박광식,강동섭,조광래)

 

   

 

 

 

직장동료 세 명이서 지리산 자락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보고자,

06시 10분발 산청 시천면 거림행 첫차를 타고 진주시외버스주차장을 출발합니다.

오늘의 산행은 거림에서 의신을 잇는 코스이며, 그 둘은 지리산 남부능선을 사이에 두고 각각

동쪽과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원점회귀가 불가능해, 오랜만에 대중교통인 버스를 이용하게

된 것입니다.

생각과는 달리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탔으며, 그 중엔 울긋불긋한 등산복 차림이

더 많은데, 누렇게 변해가는 들녘과 조화를 이루며 때는 바야흐로 가을이란 걸 느끼게 합니다.

1시간을 달리니 중산리주차장에 닿으며, 10분을 머물다 온 길을 되돌아 10분 남짓 가 거림마을

주차장에서 내립니다.

산행채비를 갖추고선 피라미가 몇 마리 노니는 연못가에 앉아, 둘이서 출발주(出發酒)로 막걸리

한 통을 비웁니다.

어젯밤 거의 자정에 이르도록 마셨으니 나에겐 해장술을 겸하는 셈이며,

또 하나의 술꾼 강 모 씨는 몇 번을 권해도 끝내 사양을 하며 강고집을 부립니다.

주야불문(晝夜不問)이요 청탁불문(淸濁不問)에다 장소불문(場所不問)을 가리는 걸 보니,

아직은 진정한 술꾼이 되기엔 멀었단 생각입니다.

 

거림공원지킴터에서 지리산 자락으로 올라붙으며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는데,

모처럼만에 맞은 맑고도 화창한 날씨라 참 기분이 좋습니다.

한달음에 거림골 지킴이 멋진 소나무를 지나고, 한동안 계곡과 나란히 가며 몸을 풀어 갑니다.

요즘 들어 비가 좀 안 온다 싶더니, 거림골의 물도 많이 줄었습니다.

자주 비가 올 땐 귀찮고 그만 왔으면 했지만, 오지 않으니 볼거리도 별로고 슬슬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치 다 그런 게 아닐는지요?

천팔교(千八橋)를 지납니다.

해발고도가 1008m여서 천팔교라는 이름을 얻었다는데, 듣고 보니 그럴듯해 보입니다.

번득이는 재치와 기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입니다.

이정표는 세워져 있지 않으나, 거림공원지킴터와 세석대피소를 오르내리는 거의 중간지점인 것

같습니다.

바로 위 거림골에선 최고인 폭포의 위력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폭포로 내려가 간식으로 출출한 속을 채웁니다.

편의점에서 산 김밥 몇 조각이 효자노릇을 단단히 하며, 원기를 불어 넣고 기운을 차리게 합니다.

 

이어서 북해도교(北海島橋)를 건넙니다.

천팔교보다 좀 길긴 해도 형태는 비슷하며, 여기서부터 일본의 북해도(홋가이도)와 같이 춥고

기상환경의 변화가 많은 곳이라고 하여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해발고도는 1050m 남짓 되며, 계곡을 쭉 따르던 등산로가 여기서부턴 계곡과는 멀어지며

사면(斜面)을 따라 휘어집니다.

돌을 깔고 받침목으로 정비한 길을 치올라 갑니다.

셋이서 같이 가다 갑자기 가속기를 밟으며 속도를 내버립니다.

여럿이 가더라도 한순간만은 힘대로 가야 몸이 풀리고, 그에 따라 직성도 풀리기 때문입니다.

점점 멀어지는 일행과는 달리 세석대피소는 갈수록 가까워지지만, 샘터까지만 나아가고선

물맛을 보며 기다렸다 같이 갑니다.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니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고, 지난밤의 술독까지 빠져나가는 느낌입니다.

청학연못 갈림길이 있는 지계곡에 자리 잡은, 첫 번째 나무다리를 건넙니다.

다리 입구의 크지 않은 둥그스럼한 바위와 노각나무가 있는 사이로 희미한 길이 열리며,

보통 걸음으로 15분이면 신비한 청학연못에 닿을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11일 청학연못에서 내려오면서 합류한 지점보다 약 50m 남짓 위쪽이지만,

어디로 가든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같은 형태의 두 번째 나무다리를 지나고, 곧 이어지는 나무발판을 따라 조금 더 가자 전망대가

나옵니다.

'남해 바다와 삼천포를 찾아 보세요.'라는 안내판이 있는데, 날씨가 좋아 남쪽 방면의 조망이

열리긴 하나, 끝부분이 흐려서인지 보이진 않아 좀은 아쉽습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일 것이라는 등 농담을 하며 돌아섭니다.

 

얼마 안 가 세석교(細石橋)를 지납니다.

계곡의 물이 줄어든 게 확연히 드러납니다.

세석대피소 1.3km·거림 4.7km 지점이며, 북해도교에서 거림 옛길을 타면 세석교에서 만납니다.

남부능선과 세석대피소 갈림길에선, 오른쪽의 세석대피소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왼쪽의 남부능선을 따르면 10분이면 음양수에 닿을 수 있으나, 아무런 조망도 없는 밋밋한

길이기에, 변화를 좀 줘 세석대피소와 영신봉을 거치기로 한 것입니다.

세석대피소엔 등산객들이 좀 있긴 하나, 아직은 점심때가 조금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많진 않습니다.

자리를 잡고 앉아 점심 대신 간식을 먹으며 기력을 채우는데, 이번에도 남은 막걸리 한 통이

큰 역할을 합니다.

이른바 정상주(頂上酒) 노릇을 톡톡히 하며 귀염을 받습니다.

이번엔 강고집도 마다 않고 받아 마시는데, 정상주의 유혹 앞엔 누구라도 견딜 수가 없나 봅니다.

원기를 보충하고선 영신봉(靈神峰)으로 오릅니다.

세석대피소 쪽으로 내려오는 산꾼들을 더러 만납니다.

지리산 종주를 하냐고 물으니, 열이면 열 모두 그렇다는 대답을 내뱉습니다.

요즘은 주능선 종주 그것도 당일종주를 어찌나 많이 하는지, 마치 동네 뒷산 간다는 기분으로

다니는 모양입니다.

 

영신봉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살짝 금줄을 넘어 올라갑니다.

1분이면 닿을 수 있는 영신봉!

굳이 막을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왜 그러는지 모를 일입니다.

펑퍼짐한 너른 땅에 큰 바위 몇 개가 박혀 있는 영신봉 정상!

김해 상동면 매리마을까지 이어지는 낙남정맥(落南正脈)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좋아 조망이 활짝 열리니, 올라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촛대봉과 더불어 지리산 주능선과 남부능선 일대는 물론이고, 그 주변까지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입니다.

천왕봉의 웅장한 자태는 말할 것도 없고, 벌거숭이 제석봉과 그 아래 장터목대피소 및 촛대봉과

반야봉에다 서북능선까지 돌아가며 눈에 들어옵니다.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삼신봉 세 봉우리와 멀리 광양 백운산도 날 보라지만, 정작 바로 아래의

세석대피소는 보이지 않아 의아합니다.

그러고 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 결코 빈말은 아니란 걸 실감합니다.

조망을 즐기며 10분 정도 머물다 영신봉과 작별을 하고, 올라왔던 길 낙남정맥을 따라 내려갑니다.

주능선 등산로를 가로질러 건너자마자, 옛 헬기장에서 오른쪽의 영신대로 이어지는 길을 따릅니다.

상당한 기울기의 내리막이지만 그런대로 길은 뚜렷하여, 10분 남짓 만에 어렵지 않게 영신대에

다다릅니다.

 

지리산 최고의 영험(靈驗)한 기도터라는 영신대(靈神臺)!

아주 예전엔 암자가 있었던지 여기저기 기와조각이 흩어져 있으며,

큰 바위를 병풍삼은 제법 너른 공터가 있어 신비로움을 자아내게 합니다.

바로 옆의 개울에서 물을 구할 수 있어 산꾼들의 비박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불을 지핀 흔적들이 나뒹굴고 있어 모양새는 별로 좋지 않아 보입니다.

제발 좀 아니온 듯 다녀가소서!

뒤쪽의 바위 등이 아름다움을 선사하긴 하나, 사진을 찍으려니 마땅히 초점을 맞출 때가 없음이

아쉽기도 합니다.

절은 하지 않으나 지리산 산신령께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선, 왔던 길을

거슬러 치올라갑니다.

무척이나 가풀막이요 된비알입니다.

선택받은 소수만이 영신대를 들른다는데, 선택받은 소수만이 생고생을 한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이런 곳도 있기에 산으로 그것도 지리산으로 가는지도 모릅니다.

내리막보단 오르막 타는 재미가 더욱 쏠쏠한 법입니다.

생태계 복원이 진행 중인 옛 헬기장으로 올라서서, 오른쪽의 낙남정맥을 따라 내려갑니다.

산죽과 철쭉이 방해를 하긴 해도 길은 비교적 잘 나 있어, 진행에 별 무리는

없습니다.

 

옛 헬기장에서 7분 만에 창불대 기도터에 다다릅니다.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며 찬양하는 곳이라는 창불대(唱佛臺)!

큰세개골이 내려다보이는 서쪽만 앞이 트였을 뿐, 삼면이 모두 깎아지른 절벽입니다.

오늘은 바위 끝이 보이긴 하나, 어질어질하여 오래 보지는 못합니다.

창불대와 자살바위 등 이 일대는 온통 바위투성이며, 멀리서 봐도 뾰족뾰족한 바위가 장사진을 친

모습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빨치산 여전사(女戰士)들이 국군에 쫓기다 오갈 데 없게 되자, 몸을 날려 삶을 마감했다는 비극이

이런 아름다운 곳에 서려 있다 하니, 역사의 아픈 상처가 두 번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점심을 먹을까 하다, 음양수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그냥 갑니다.

20분 남짓이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산죽도 철쭉의 방해도 없는 길을 7분 정도 가, 펑퍼짐한 큰 전망바위에 닿습니다.

전망바위에 얹힌 크지 않은 바위 위에, 누군가 작은 돌 몇 십 개를 올려놓은 곳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곳 의신마을이 있는 서쪽 조망은 말할 것도 없이 좋지만, 고갤 돌리니 촛대봉과

시루봉이 한눈에 들어오며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사이 조금 앞엔 신비로운 청학연못이 있는, 아주 큰 바위가 하얀 모습을 드러내며 눈길을

머물게 합니다.

음양수까지 가려다 말고, 그만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지금쯤 음양수는 햇살이 쨍쨍한 땡볕일 것 같아섭니다.

때마침 얹힌 바위 부근이 그늘이기도 해서, 우릴 주저앉힌 셈입니다.

 

애제자가 즉석에서 요리한 낙지볶음이, 주된 부식이자 술안주가 되어 사랑을 독차지합니다.

막걸리 두 통은 이미 빈 통만 남았는지라, 애제자가 준비한 2003년산 매실주가 자연히

반주(飯酒)로 선택됩니다.

작은 생수병만한 데다 넣어온 매실주!

나 홀로 마셔도 모자랄 판인데, 이걸 셋이서 나눠 먹어야 하다니?

산을 같이 다닐 때마다 교육을 시키지만, 이것만은 영영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개선극난(改善克難)입니다.

물 컵에다 아주 조금 바닥에 깔릴 정도로 부어 주고선,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약을 올립니다.

잔만 클 뿐 별 든 것도 없는데 내가 더 많다고 하니, 이거야 정말 환장할 노릇입니다.

애제자와 대작하는 어른은 직장에선 나보다 조금 더 높긴 해도, 산에선 그것도 지리산에선 내가

더 산신령에 가까운데 말입니다.

앙탈을 부리니 마지못해 조금 더 주긴 하나, 내가 원하는 수준까진 턱도 없습니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 하나요?

이런 괄시와 수모에서 벗어나자면, 아무래도 매실주 담글 적금이라도 하나 넣어야겠습니다.

나 원 참! 그래 두고 보자!

두고 보자는 놈 치고 무서운 놈 없다지만, 그래도 예외는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마!

 

어쨌든 근 한 시간 동안의 느긋한 오찬(午餐)을 즐기고, 8분을 더 내려가자 음양수

(陰陽水, 1450m)에 다다릅니다.

언제와도 신비로운 음양수!

샘 위쪽엔 창불대와 비슷한 형태의 기도터가 있으며, 아주 큰 바위틈에서 물이 흘러나옵니다.

왼쪽은 음수(陰水)요, 오른쪽은 양수(陽水)라고 부릅니다.

오늘따라 햇살이 골고루 비추니 음인지 양인지 구분이 잘 되지도 않지만, 음수의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셔봅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도 산신령께 기도하고 음양수를 마시면, 아들 딸 소원대로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청학동과 의신 갈림길에선, 오른쪽 의신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릅니다.

바로는 남부능선과 함께하는 낙남정맥 길인데, 하동 청학동과 쌍계사로도 갈 수 있습니다.

쏟아지는 듯 급한 내리막을 5분쯤 내려서니, 왼쪽에 전망바위가 있어 조망이 열립니다.

의신까지 가는 도중 거의 유일하게 조망이 트이는 전망대로, 대성골 일대가

눈 아래 들어옵니다.

깊게 패인 투박한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비가 오면 수로 역할을 하는 등산로기에, 흙은 휩쓸려 나가고 돌만 남아 길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리산의 그 유명한 폭우를 견뎌내는 장사는 어디에도 없으며, 길인들 온전할 리 만무합니다.

 

좀 쉴만한 공간이 있는 고개 쉼터에선, 쭉 능선을 따르던 길이 계곡이 있는 오른쪽으로 꺾어집니다.

점심 먹은 게 소화가 안 되는지, 속이 더부룩한 게 영 좋지를 않습니다.

눈치를 받으며 얻어 마신 매실주란 놈이, 아무래도 조화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속이 상하고 밸이 꼴리면 이러는지?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지지만, 속으로 삭힐 뿐 어쩔 순 없는 노릇입니다.

얼마 안 가 큰세개골로 합류하는 제법 큰 지계곡을 만나고, 오른쪽에다 그 계곡을 두고

좀 내려가자 슬그머니 멀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큰세개골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큰세개골 쇠다리 바로 위엔 제법 그럴싸한 폭포가 눈요기를 시키며, 맑디맑은 청정수가

금방이라도 뛰어들고픈 충동을 일으키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가까스로 눌러 앉힙니다.

큰세개골을 거슬러 오르면 대성폭포를 지나게 되고, 아까 우리가 들른 영신대로도 갈 수 있습니다.

작은세개골 쇠다리를 건넙니다.

큰세개골 쇠다리보다 두 배는 길며, 작은세개골을 쭉 따르면 칠선봉 부근에서 주능선으로 올라섭니다.

119 지리 01 - 37지점인 칠선봉 망바위와, 칠선봉이란 기암의 중간 정도 되는 지점입니다.

 

잠시 후 원대성마을 갈림길을 지납니다.

오른쪽 샛길을 따르면 지금도 한 가구가 살고 있는 원대성마을이 나오고, 조금 위 능선으로

올라서면 공비토벌 최후격전지가 있습니다.

예전에 있던 안내판마저 어느 틈엔가 치워버리고 없어, 아는 사람만 알 뿐 모르는 사람은 알 수

없게 해놨습니다.

능선에선 덕평봉 남릉과 작은세개골로도 이어집니다.

원대성마을 입구에도 그전엔 의신 3.7km·세석대피소 5.4km·최후격전지 0.3km란 이정표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몇 년 전 없애버렸습니다.

아무리 자연보호도 좋지만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면서, 생생한 산교육을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좁은 바위 사이로 난 바위협로를 5분 간격으로 지나, 이윽고 대성동마을에 다다릅니다.

모두 다섯 집이라고 하는데, 두 가구가 간이식당과 민박을 운영하며 살고 있을 뿐 나머지는

비었다고 합니다.

길고도 좁은 마당가 샘엔, 물이 철철 넘쳐흐릅니다.

물이 귀한 세상이라지만, 이곳엔 제일 흔한 게 물입니다.

후덕하고 순박해 보이는 젊은 아줌마가 있는 평상에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도토리묵 한 접시와 막걸리를 시켜 먹습니다.

진짜배기 도토리묵 및 취나물과 느타리버섯을 안주삼아, 2리터짜리 세 주전자를

남김없이 모두 비웁니다.

매실주로 괄시하던 두 사람도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 그새 개과천선 (改過遷善)했는지,

아낌없이 부어주는 데야 아니 마실 수 없습니다.

더부룩한 속도 막걸리가 들어가니 언제 그랬냐는 듯 말짱해지니, 이를 뭐로 설명을 해야 할지?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선, 알딸딸해진 채로 남은 산행을 이어갑니다.

이제 남은 거리는 2.5km,

40분 남짓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성동마을 입구에도 대성골 지킴이 소나무 하나가, 위풍당당(威風堂堂)하게

서 있습니다.

밑둥치가 약간 못하긴 하나, 거림골 지킴이 소나무와 견줘도 별 손색이 없어 보입니다.

추석을 쇠러 고향을 찾는 사람들을 두어 번 만납니다.

나이 든 민박집(식당)으로 간다는데, 남편은 등짐을 지고 아내는 들고 아이들은 빈 몸으로

그냥 갑니다.

고운 옷과 즐거운 표정에선, 한가위의 풍성함이 묻어나 참 보기 좋습니다.

깊은 산중에도 민족 최대의 명절 분위기를 또 그렇게 물씬 풍기며, 언제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이 있었는지도 알 수 없게 합니다.

대성동마을을 떠난 지 45분 만에 하동 화개면 의신마을에 닿으며, 오늘의 산행일정을 모두

마무리합니다.

버스시간이 너무 빠듯하여, 하고팠던 알탕은 생략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은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오후 5시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제60회 개천예술제(開天藝術祭, 2010.10.3 - 10.10)가 열리는 내 사는 진주로!

 

   

 

 

 

* 산행일정

07:50          거림공원지킴터(세석대피소 5.8km·거림버스정류소 0.5km)

08:10          거림골 이정표(세석대피소 4.7km·거림 1.3km)

08:32          이정표(세석대피소 3.6km·거림 2.4km)

08:43          천팔교

08:45 - 09:00  거림골 최고의 폭포

09:02          북해도교(세석대피소 2.8km·거림 3.2km)

09:18 - 09:23  샘터(세석대피소 2.1km·거림 3.9km)

09:35          지계곡 제1 나무다리

09:43          세석교(세석대피소 1.3km·거림 4.7km)

09:57          남부능선 - 세석대피소 갈림길(세석대피소 0.5km·거림 5.5km)

10:08 - 10:38  세석대피소(영신봉 0.6km·거림 6.0km)

10:50 - 11:00  영신봉(세석대피소 0.6km·벽소령대피소 5.7km)

11:10 - 11:20  영신대

11:35          옛 헬기장

11:42 - 11:47  창불대 기도터

11:54 - 12:44  펑퍼짐한 전망바위

12:52 - 13:00  음양수(세석대피소 1.2km·의신 7.9km)

13:09          전망바위(영신봉, 촛대봉, 시루봉)

13:17          청학동 - 의신 갈림길(세석대피소 2.2km·의신 6.9km)

13:22          대성골 전망바위(세석대피소 2.6km·의신 6.5km)

13:40          고개 쉼터

14:10 - 14:20  큰세개골교(세석대피소 4.3km·거림 4.8km)

14:38          작은세개골교(세석대피소 5.2km·거림 3.9km)

14:42          원대성마을 갈림길(세석대피소 5.4km·거림 3.7km)

15:00          제1 바위협로

15:05          제2 바위협로

15:07 - 15:57  대성동마을(세석대피소 6.6km·거림 2.5km)

16:45          의신마을(세석대피소 9.1km)

 

 

  

 

 

 

 

 거림공원지킴터 

 

 

 거림골 지킴이 소나무

 

 

 

 

 

  

 

  

천팔교 

 

 

거림골 최고의 폭포

 

 

 

 

 

 

 

 

선함

 

 

 북해도교

 

 

 

북해도교 이정표 

 

 

 

 

 

 샘터

 

  

 샘터 이정표

 

 

제1 나무다리

 

 

 청학연못 갈림길

 

 

제1 나무다리

 

 

 제2 나무다리 

 

 

 

 세석교 이정표 

 

 

세석교

 

 

 

 

  

 남부능선 - 세석대피소 갈림길 이정표

 

 

 세석대피소

 

  

 

 

 

 

 

 

 

 

 

강동섭 

 

 

영신봉 

 

 

촛대봉 

 

 

구절초

 

 

 

 

 

 

 

 

 용담

 

 

 영신봉 이정표

 

 

 영신봉 정상부

 

 

 영신봉에서 바라본 반야봉

  

 

 천왕봉

 

 

영신대

 

 

 

 

 

 

 

 

 

 

 

 

 

 

 박광식과 선함

 

 

 자살바위 위에 얹힌바위

 

 

 창불대 기도터

 

 

 촛대봉과 시루봉

 

 

 시루봉

 

 

 펑퍼짐한 전망바위

 

 

펑퍼짐한 전망바위

 

 

 음양수 기도터

 

 

 음양수(양수)

 

 

 음양수(음수)

 

 

음양수 이정표

 

 

 음양수

 

 

 돌확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촛대봉과 시루봉

 

 

영신봉

 

 

 청학동 - 의신 갈림길 이정표

 

 

 

 

 

 자연의 신비

  

 

 

 

 큰세개골 쇠다리 바로 위 폭포

 

 

 큰세개골 쇠다리

 

 

 큰세개골 쇠다리 이정표

   

 

 작은세개골 쇠다리

 

 

 작은세개골 쇠다리 이정표 

 

 

 제1 바위협로

 

 

 제2 바위협로

 

 

 대성동마을  이정표

 

 

 

 

 

 

 

 

 대성동마을

 

 

 

 

 

  대성골 지킴이 소나무 

 

 

 

 

 

의신마을 버스시간표 

 

 

 박광식, 조광래, 강동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