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산행기

참 좋은 진주 월아산 야간산행

큰집사람 2010. 7. 22. 12:47

  

* 날    짜: 2010년 7월 15일(목요일)

* 날    씨: 흐리고 비

* 산 행 지: 진주 월아산

* 산행거리: 5.3km

* 산행시간: 2시간 00분(운행시간 1시간 21분 + 휴식시간 39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7명(박광식, 오형환, 구성정, 박희명, 정희훈, 우태수, 안경수, 황진배, 이영근, 

                 최영호, 현경헌, 신차식, 위종진, 전우철, 강숙희, 장영진, 조광래)

 

 

 

 

 

 

직장산악동호인들의 진주 월아산 야간산행에 산행대장이란 감투를 쓰고 함께합니다.

지난 6월 15일 의령 자굴산(897.1m)과 6월 24일 진주 집현산(부봉, 548m)에 이은

제3차 야간산행으로, 한여름 밤의 정취를 맛보고자 17명이 일행이 되어 월아산으로 갑니다.

월아산(月牙山)!

진주에서 가장 높진 않지만 진주의 대표적인 산으로 대접을 받으면서, 정상인 장군대봉

(將軍臺峰, 483.3m)과 이웃한 국사봉(國師峰, 469m)이 쌍벽을 이루며 사시사철 진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복에 겨운 산입니다.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 소재 천년고찰 청곡사주차장 조금 아래,

비닐하우스와 과수원이 많은 곳 도로변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자 돌아올 곳이기도 한데,

왼쪽의 산자락으로 올라붙으면서 산행에 들어갑니다.

 

주차장에서 오르는 것보다 좀 멀기도 하거니와 조금은 더 호젓한 길이란 이유로 간택을 받은 셈이며,

언제나처럼 소장이 앞장을 서고 우린 뒤따르며 보조를 맞춥니다.

사뿐사뿐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이 어찌나 날렵한지, 얼마 가지 않아 머리와 몸통부위만 보이고

꼬리는 어디쯤 오는지 보이지도 않습니다.

한바탕 치오르며 청곡사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과 합류하며, 곧이어 반송봉(289m봉)에 다다릅니다.

공식명칭은 아니고 멋진 반송이 한 그루가 있어 내 멋대로 갖다 붙인 것으로, 십 몇 년 전

진주 경상대학교 모 교수가 발견 당시 매스컴에 보도되는 등 유명세를 탔으며,

주변의 숲을 제거하여 더욱 돋보이는 의젓한 모습으로 오가는 이들을 반기며, 자신 또한 사랑을

흠씬 받고 있습니다.

바로 밑의 쉼터가 있는 고개에선 여러 갈림길이 있는데, 청곡사로 가는 길과 성은암을 거쳐 중간

등산로로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월봉(月峰, 460.8m)을 경유하는 길도 있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코스인 바로 가는 월봉 오름길을 낙점합니다.

제법 급한 오르막이긴 하나 바닥이 꼽꼽하여, 먼지가 나지 않으니 참 좋기도 합니다.

큰 몸집을 자랑하는 우계장의 목소리가 높아집니다.

아직까지 처지지 않은 게 자랑스럽다는 표정인데, 본인의 입으로 35분용이라고 하니,

아직은 더 두고 봐야 진실을 알 것 같습니다.

산들산들 불어오는 밤바람은 땀을 식히기도 하지만, 더욱더 기분을 상쾌하게 합니다.

묻어오는 솔향이 참 좋습니다.

보안과장이 좋다를 연발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도 좋긴 참 좋습니다.

얼마 전부터 산맛을 들이더니 점차 중독이 되어가는 중이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산에 대한 중독은

말릴 생각이 없고 말리지도 않을 것이며, 오히려 더 부추켰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질매재(국사봉) 갈림길로 올라섭니다.

아직은 완성이 덜된 제법 큰 돌탑이 하나 있으며, 국사봉과 장군대봉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저 멀리 구름 사이로 자굴산이 어렴풋이 들어오며, 가까운 방어산(530.4m)이 좀 더 선명하게

자리 잡으며 한 번 들렀다 가길 간청합니다.

그러고 보니 방어산 간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으니, 언젠가 날을 잡아야겠다는 마음이랍니다.

제법 뻔질나게 드나들던 곳인데,

목을 축이고 간식을 먹으면서 한참을 기다려도, 도대체 몸통부위가 올라오질 않습니다.

우계장이 그 중에 끼었음은 물론이고요.

갈수록 목소리가 낮아지다 언젠가부터 아예 들리지도 않더니, 아직도 올라오지 않는 걸로 봐선

아무래도 한계라는 35분이 지난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있고서야 몇 명이 쌕쌕거리며 올라오는데, 힘든 기색을 감출 순 없나 봅니다.

 

언젠가 내가 산이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산을 멀리한 사람을 귀신같이 알아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걸 여기서 실감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르자마자 떠나자 좀 더 쉬었다 가자 하지만, 늦게 오는 사람은 걸으면서 쉬었으니까

그냥 가자고, 얼토당토 않는 논리를 내세우며 갈 길을 재촉합니다.

동료애도 좋지만, 때론 어느 정도의 자극은 필요한 법이니까요.

오르내림이 별로 없는 완만한 능선을 나아가 성은암 갈림길과 중간체육장고개 갈림길을 지나,

월아산 정상인 장군대봉으로 올라섭니다.

자그마한 정상석과 삼각점(진주 21)이 있으며, 방송중계탑 등 많은 시설물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먼 곳 조망은 어림도 없고, 가까운 곳도 안개가 덮어 희미할 뿐입니다.

보안과장이 준비한 매실주를 정상주로 갈음하는데, 작은 잔에 한 잔이 정량이나 산행대장을 맡은

난 특별히 한 잔을 더 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다른 건 몰라도 술 욕심에 있어선, 어느 누구 못지않은 내가 아닌가!

 

비를 예고하는 바람이 몰아치고 구름이 끼어서인지, 자꾸만 어두워져 서둘러 하산에 들어갑니다.

몇몇이 날씨가 좋지 않으니 지름길로 가자는 걸, 굳이 두방사를 경유하는 코스로 가자고 고집을

부려 관철시킵니다.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닌데다 어차피 비가 오면 젖을 수밖에 없는데,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기에,

이래봬도 명색이 산행대장이 아닌가!

제법 급한 내리막엔 받침목으로 정비를 하여 진행이 한결 수월해 졌으며, 아직은 비도 오지 않아

내려갈 만합니다.

뒤따르던 황계장이 갑자기 후다닥 바쁜 걸음을 치더니 날 추월하여 내려갑니다.

왜냐고 묻지는 않고 그냥 보냅니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보고,

날이 어두워져 랜턴을 켜는데, 어느 정도 보이긴 하나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건전지가 수명이 다된 것도 모른 채 갖고만 다녔으니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에 따른 불편함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비까지 흩날리며 애를 먹이고 심술을 부립니다.

많은 비는 아니어도 고생깨나 하게 생겼습니다.

 

산림욕장으로 이어지는 능선 갈림길에선, 오른쪽의 두방사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꺾어 진행합니다.

좀 가니 두방사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그 아래로 길이 이어집니다.

그전엔 두방사 앞뜰로 바로 떨어졌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한참을 우회하도록 해놨습니다.

두방사는 신라 헌강왕 4년(878년)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며, 월아산 들머리에 있는 청곡사보다

작고 덜 알려지긴 했으나, 청곡사보다 1년 먼저 터를 잡았다고 합니다.

고요한 절간을 그냥 지나칩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을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데, 보안계장에게 현계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두방사 근처에서 길이 헷갈리는 모양입니다.

내가 부르는 대로 보안계장이 옮기면서 설명을 하니,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 듣는 것도 같습니다.

아무리 밤이라지만 이런 데서 헷갈려서야?

 

중간체육장고개에서 나중 오는 일행을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는 기색이라곤 없습니다.

다른 데로 빠졌나 싶어 또 전화를 하니 오긴 제대로 오는 것 같은데,

불빛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점점 빗줄기는 굵어지는데, 왜 이러지?

길지 않은 산행인데도 선두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불가사의(不可思議),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지 나로선 이해가 곤란한 부분입니다.

제법 더 기다리자 불빛 몇 개가 다가오는데, 자기들로선 최선을 다한 산행을 한다며 항변합니다.

그건 물론 그렇겠지!

일행이 모두 한 무더기가 되어 내려갑니다.

기울기가 제법 있는 돌계단이 많은데다, 비에 젖은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진행합니다.

길가의 샘에서 대롱을 타고 물이 흘러나오는데, 마르기 일쑤인 이곳의 샘에 물이 나오는

걸로 봐선, 지금이 여름이고 장마철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구름다리를 지나서 청곡사 입구로 내려서니, 강주임이 우산을 들고 마중을 나와 있습니다.

이미 버린 몸, 소장도 보안과장도 마다하고 비를 맞고 그냥 갑니다.

나 역시 그럽니다.

비 오는 청곡사의 밤구경은 그만 생략합니다.

아까 들렀던 두방사보다 1년 뒤인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역시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사찰로,

국보 302호로 지정된 괘불탱화가 이름이 나 있습니다.

청곡사 일주문과 소류지를 지나 청곡사주차장에 다다르며 산행을 끝마칩니다.

비가 오니 먼저 내려간 사람들이, 차를 조금 위로 이동시킨 것입니다.

황계장에게 왜 그리 바쁘게 내려갔냐고 물으니, 비가 뿌릴 것 같은데다 랜턴도 없어서

어둡기 전에 내려가려고 그랬답니다.

어쨌거나 아무 탈 없이 빨리 내려간 건 장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암만해도 마지막엔 좀은 어두웠을 테지만,

조금 늦은 일행과 반가운 해후를 하며 함께여서 더욱더 좋았다며 서로서로를 축하합니다.

 

비를 맞으며 같이한 월아산 야간산행!

조금은 더 어렵고 힘은 들었지만, 이런 이유로 해서 조금은 더 오래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타고 왔던 차에 다시 오릅니다.

하산주 맛은 더욱 좋으리라는 기대를 잔뜩 안고서,

이러기에 참으로 멋진 밤이요,

멋진 인생이 아닐는지!

 

 

 

 

 

 

* 산행일정

18:35          청곡사주차장 아래 들머리

18:57          반송봉(289m봉)

19:12 - 19:25  질매재(국사봉) 갈림길

19:26          월봉(460.8m)

19:39 - 19:45  월아산 장군대봉(483.3m)

20:02          두방사

20:15 - 20:35  중간체육장고개

20:32          청곡사

20:35          청곡사주차장

  

 

 

 

 

 * 사진은 2010. 4. 10 월아산 산행 시 찍은 것을 참고함

 국사봉과 월아산(장군대봉)

 

 

 국사봉과 월아산

 

 

 국사봉과 월아산

  

 

청곡사주차장  

 

 

 

 

청곡사소류지

 

 

289m봉 아래 삼거리 

 

 

성은암 갈림길 안부   

  

 

 

 

 질매재(국사봉) 갈림길

 

 

국사봉 

 

 

방어산  

 

 

 

 

성은암 갈림길

  

 

중간체육장고개 갈림길

 

 

 

 

월아산 헬기장(관리번호 39 - 118 - 10) 

 

 

월아산 

 

 

 

 

 

 

 

 

 

 

 

 

 

 

 

 

받침목 계단으로 정비한 두방사 가는 길 

  

 

산림욕장 갈림길 

 

 

두방사 

 

 

 

 

 

 

 

 

 

 

 

  

중간체육장고개 

 

 

 

 

 

 

 

 

샘 

 

 

구름다리

 

 

 

 

 

 

청곡사 방학교 앞

 

 

 

 

 

 

청곡사 방학교 

 

청곡사 

 

 

 

 

 

 

 

 

청곡사 일주문 

 

 

청곡사소류지

 

 

청곡사주차장 

 

 

 

 

 

 

 진주의료원 옥상에서 바라본 월아산

 

 

 초장동 푸르지오아파트

 

 

 금산면 아파트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