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랑재에서 팔암산까지, 진양호 지리태극 그 길을 손보면서
* 날 짜 : 2015년 1월 11일(일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아미랑재 - 212m봉 - 344.1m봉 - 팔암산 - 344.1m봉 - 212m봉 - 아미랑재
* 산행시간 : 7시간 00분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 날짜가 바뀌도록 퍼마신 술이 좀은 덜 깬 일요일 아침,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보내지?
동지섣달 낮이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지만,
나 홀로 집안에서 나뒹굴긴 싫은데?
어제 청학동 일대를 돌고 왔으니,
하루쯤 쉬어도 안 될까?
안 그래도 띵한 머리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더욱 아픈데,
일단은 나서고 보잔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어디로 갈까?
진주에선 마땅히 갈 데가 없으면 지리산이 아닌가?
그것도 중산리에서 오르는 천왕봉이다.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지리산 산신령에게 문자를 보낸다.
늘 그러듯이 천왕봉으로 들겠노라고.
이내 답신이 돌아오는데,
웬걸?
오늘은 아니란다.
오지 말란다.
겨우내 허연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더니,
아니나다를까 감기몸살이 심하게 났단다.
도저히 벗을 맞을 처지가 아니니,
말끔히 낫거던 이다음에 오란다.
그러지 뭐!
지리산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산신령이 죽는 것도 아니거늘.
어디로 갈까?
산이야 어제 실컷 탔으니,
별스레 고플 것도 없지만,
온종일 집에 붙어 있는 건 딱 질색이니,
어디로든 나서고 볼일이 아닌가?
그러다 문득 떠오르는 숙제가 있으니,
오늘 같은 날은 그 숙제나 하자.
진양호 태극길이나 정비하는 거다.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그 길을 가려는 산꾼은 있을 테니까.
2013년 10월 50시간 30분에 걸쳐 진양호 지리태극을 완성하고,
같은 해 12월 7일 길이 시원찮던 두 곳을 정비했으니,
수안사 - 자매리고개 및 지방도 1001호선 - 105m봉 - 분무골마을에 이르는 길이며,
오늘의 숙제는 뭣인고 하니,
아미랑재 - 344.1m봉 - 팔암산에 이르는 참으로 고약한,
요즘에도 희미하지만 수풀이 웃자랄 때면 아예 사라지고 마는,
곳곳에서 초피나무(재피나무)와 아카시아가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어디가 길인지조차 알기가 쉽지 않은 미로라고나 할까?
정비작업과 아울러 좀은 촘촘하게 표지기도 남기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국도 20호선과 진양호 태극길이 엇갈리는 아미랑재로 간다.
아미랑재로 가기에 앞서 남강 지리태극이 지나는 살고개에서,
대나무와 잡목으로 가려진 망해봉 등산 안내도 주변을 말끔히 정리하는데,
이는 몇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하는 짓(?)이며,
살고개는 진주 우리집에서 18.5km 남짓 되는 거리이고
국도 20호선과 진양호 태극이 지나는 산청군 단성면 아미랑재,
원지와 덕산 및 길리와 창촌리를 잇는 국도 20호선은 동서로,
344.1m봉과 356.4m봉을 잇는 진양호 태극은 남북으로 이어지는데,
아미랑재는 진주 우리집에서 23.8km 남짓 되는 거리이고
아미랑재 수준점
아미랑재 바로 위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하동 옥산
덕천강가의 두방산, 흰덤산, 623m봉, 512m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돌아본 356.4m봉,
진양호 지리태극이 지나는 곳이고
삼거리 갈림길과 212m봉으로 이어지는 길이 살짝 보이고
외딴집에 딸린 사향노루 축사를 지나고
외딴집 축사를 지키는 개떼,
제딴엔 밥값을 하느라고 그러는 걸까?
어찌나 미친 듯이 짖고 날뛰는지,
글자 그대로 개지랄을 하는 수준이지만,
그런다고 기가 죽을 내가 아니고
그러거나 말거나 돌아보기도 하면서
212m봉,
그전에 고령토를 채취하던 곳을 다시 복원했고
산으로 들어서는 212m봉 앞에서 다시 한 번 돌아보고
함박산 일대
화장산과 356.4m봉
지리산 촛대봉이 보이는 둥 마는 둥이고
남양홍공 부부 무덤
송골재로 내려가서 건너편 농장 오른쪽가로 올라야 하고
남양홍공 부부 무덤 20m 남짓 아래에서 비포장임도를 벗어나,
왼쪽의 밤나무가 있는 곳으로 해서 송골재로 내려서는데,
비포장임도를 따라 내려가 송골재로 올라가도 되고
이순신 백의종군로 도보탐방로가 지나는 여러 갈래길인 고개,
여기가 바로 송골재라는 곳이 아닐는지?
단성면 길리마을 쪽이고
농장지대로 오르면서 돌아본 송골재
돌아본 송골재
석대산이 살짝 보이고
남강 지리태극이 지나는 석대산과 315.2m봉 뒤엔 둔철산이 어렴풋이 보이고
길리마을 뒤엔 집현산이 보이고
화장산과 벌목봉이 보이고
송골재에서 200m 가까이 농장가로 가다 산길로 들어서고
무너진 낡은 철조망을 밟고선 또다시 농장으로 들어가고
웅석봉을 품은 달뜨기능선과 석대산이 들어오고
두방산, 흰덤산, 623m봉, 512m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린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들어오는 가운데,
212m봉 부근의 고령토 채취장도 보이고
모든 길은 웅석봉으로,
진양호든 남강이든 덕산이든 웅석봉에서 하나가 되고
아까 철조망을 넘어 농장으로 들어왔으니,
이젠 철조망을 넘어 농장을 탈출하여 산길로 붙어야 하고
철조망을 넘자마자 이어받는 무시무시한 전기 울타리,
한동안 전기 울타리를 왼쪽으로 두고선 나아가고
낡은 표지기가 주인을 반기고
비포장임도가 왼쪽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344.1m봉과 포남마을 갈림길,
아래 있는 바위 앞을 지나 바로 가는 건 포남마을이요,
344.1m봉은 산줄기를 따라 왼쪽으로 꺾어 올라야 하고
344.1m봉 아래 안부,
포남마을로 이어지는 비포장임도를 내는 바람에,
꽤 널따란 주차장이나 공터 내지는 밭으로 바뀌었고
안부에서 40m 남짓 오르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바로 가는 좀 더 뚜렷한 길은 무덤으로 이어지며,
344.1m봉은 산줄기를 따라 왼쪽으로 틀어 올라야 하고
삼각점(곤양 416)이 자리 잡은 344.1m봉,
예전엔 살짝 왼쪽으로 돌아갔지만,
지금은 그 흔적조차도 알아보기 어렵게 묵어버렸으며,
팔암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지름길이 그 길을 대신하고
344.1m봉에다 표지기 하날 남기고
장군바위 바로 위에 자리 잡은 절충장군 부부 무덤
장군바위 갈림길 이정표는 떨어져 바닥에 나뒹구는데,
제대로나 하든지 게다가 A/S 기간마저 지난 걸까?
앞이 탁 트이는 팔암산,
진양호와 진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이제 그만 아미랑재로 돌아가야 하는데,
왜 속이 허전하면서 아쉬움이 남는 걸까?
내친 김에 진양호가 넘실거리는 금성교까지 가볼까?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지?
내일 새벽엔 대구로 가야 하는데?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망설일 것도 없이 금성교가 아닌 아미랑재로 돌아서야 하고
팔암산기원제단 뒤엔 진주 월아산 국사봉과 장군대봉이 마주보고
진양기맥이 지나는 집현산과 광제산 일대가 보이고
눈 아랜 진양호를 가로지르는 대관교가 보이고
대관교와 진양호 뒤엔 월아산과 진주 시내가 보이고
팔암산에서 아미랑재로 돌아서고
이제 아미랑재로 내려가기만 하면 되고
돌아본 외딴집과 212m봉으로 이어지는 진양호 지리태극길
집현산 일대가 보이고
7시간 만에 다시 돌아온 아미랑재,
쉬지 않고 오가면 그다지 서두르지 않아도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니까,
4시간 30분 정도 정리작업을 한 셈이 되는가?
행동식으로 대신했으니,
먹는 시간이야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테고.
나 홀로 그래봤자 별스레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오가는 태극산꾼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산에서 살았는 데다,
무박 2일 동안 퍼마신 후유증으로,
진주로 돌아가는 몸이야 무거울 수밖에 없었지만,
마음만은 솜털이나 깃털처럼 어찌 가볍지 아니하랴?
내 나이가 어때서?
산행하기 딱 좋은 나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