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중산리에서 통신골로 천왕봉 올라 세존봉능선 거쳐 제자리로(요약)

큰집사람 2014. 10. 20. 14:06

* 날    짜 : 2014년 10월 19일(일요일)

* 날    씨 : 구름 조금이다 많음 

* 산 행 지 : 법계교 - 칼바위 - 법천폭포 - 통신골 - 천왕봉 - 로타리대피소 - 세존봉 - 법계교

* 산행시간 : 8시간 58분(운행시간 5시간 22분 + 휴식시간 3시간 38분)

* 산행속도 : 보통이거나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5명(앵경, 산유화, 캔디, 로쟈, 마음속에목련, 신난다, 큰골, 제갈공명,

                  담비, 에너자이저, 참꼬막, 자토, 정천, 대준, 선함)

 

 

 

 

 

 

 

* 지사모 카페에 통신골 산행공지가 뜬다.

몇 년 전 딱 한 번 간 통신골,

가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 같지만,

지금의 나로선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하필이면 셋째 주 일요일이 아닌가?

 

친구가 운영하는 한솔보리밥이란 식당에서 일하는 옆지기,

한 달에 쉬는 날이라곤 딱 두 번 밖에 없으니,

바로 첫째와 셋째 주 일요일이다.

그 이틀만은 같이 놀아줄 것을 부탁 아닌 요구를 했고,

나 또한 웬만하면 그러기로 애를 쓰는 편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느지막이 주말부부가 된 지도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생홀아비 신세를 모면하려 대구에서 진주로 내려간 금요일 저녁,

뜻밖의 말이 옆지기의 입에서 나올 줄이야?

사장이랑 또 잘 아는 사람들이 천관산 산행을 함께 가자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쉬고 싶긴 하지만, 

 

이게 웬 떡이람?

천관산은 억새와 기암괴석으로 유명한 산이니,

하루쯤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을 거라며 부추기자,

나더러 같이 가겠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같이 가면 괜히 눈치를 받는 수도 있다면서 슬슬 꽁무니를 빼자,

혼자 갈 테니 당신은 마음대로 하란다.

그래서 우린 둘로 갈라서게 되는데,

옆지기는 천관산이요,

난 지리산하고도 통신골로,

 

우여곡절 끝에 어렵사리 성사된,

 세존봉능선에선 길잡이 노릇을 하게 될 지도 모를,

지사모와의 통신골 산행은 또 그렇게 시작된다.

통신골은 두 번째지만,

세존봉은 네 번째니까.

 

 

 

 

 

 

 

아직은 이른 아침인데도 차들로 빼곡한 중산리 소형주차장,

때는 바야흐로 좋고도 좋은 계절인 가을도 한복판이요,

오늘따라 날씨마저 화창하고 포근하기 이를데 없으니,

 누구랄 것도 없이 너도나도 앞다퉈 집을 뛰쳐나와,

지리산하고도 천왕봉으로 오르고자 몰려왔나 보다.

하기야 우리가 누군가?

세계의 지붕이란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어떻게 나온 집인데,

우리도 천왕봉으로 가는 거다.

 

 

 

 

중산리 소형주차장에서 바라본 천왕봉,

몸살을 앓다 못해 좀은 낮아지지나 않을는지?

쓰잘머리 없는 기우일까?

 

전국(?)에서 온 15명의 지사모 회원들이 중산리 소형주차장을 뒤로 하고선,

통신골로 천왕봉으로 올라 세존봉능선으로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산행에 나서는데,

몸도 마음도 가벼운 느낌이요 신바람이 절로 나니,

지리산으로 소풍을 가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와 이리 좋노!

 

법계교,

수많은 산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리산 아니 천왕봉으로

 

법계교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천왕봉,

지난 10월 4일 남강 지리태극 때 지나간 제석봉은 오늘은이요,

같은 날 조금 먼저 지나간 천왕봉은 오늘도인데,

 같은 산인데 왜 차별을 하냐고?

그걸 몰라서 물으실까?

산이면 다 같은 산인 줄 아나!

산에도 서열이 있는데,

특히나 지사모에선 더더욱 그렇다는 걸 왜 모르실까?   

 

언제나 그러듯이 지리산 산신령 우천 허만수 선생께 입산신고를 하고선,

법계교를 뒤로 한채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는데,

곱게 물든 단풍이 눈요기깨나 시켜주지 않을까?

제철에 제대로 찾아왔으니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길,

하늘은 또 모르지만,

천왕봉이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중산리 0.7km를 가리키는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

이따가 15m 남짓 위로 빠져나올 것이고

 

이정표와 철계단 사이의 세존봉능선 갈림길,

기골이 장대한 뒷모습이 서열 1위인 신난다 같지만,

아직은 별스레 신나는 모습은 아닌 것 같은데?

 

언제나 그 자리에 꼿꼿이 서 있는 칼바위,

홈바위와 더불어 태조 이성계와 관련한 전설이 있다는데,

너무 일찍 알면 재미가 덜할 테니까,

나중에 홈바위에서 언급해도 되지 않을까?

칼바위는 중산리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리산 최고의 명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바로는 망바위와 법계사를 거치는 천왕봉 지름길이요,

가야 할 법천폭포와 통신골은 장터목대피소 쪽으로 

 

뭣이 이렇게도 많은지?

하나도 버릴 건 없고 다 쓸모가 있는 거지만,

많아도 너무 많으니,

이것 또한 꼴불견이 아닐까?

 

곱게 물든 단풍,

우리네 눈으론 아름답게 보이지만,

나무로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아닐까?

그 모진 추위와 맞서면서 봄까지 살아남자면,

옷을 벗어야만 하는 아픔을 우리가 알긴 할까?

겹겹이 껴입어도 추운데

 

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지는 정규 등산로에서 벗어나,

훌륭한 볼거리인 법천폭포로 가고자 칼바위골로 스며드는데,

숨은골 출렁다리에서 내려서도 되긴 하지만 

 

 

 

 

가을이 무르익은 칼바위골,

이미 옷을 벗어버린 성급한 놈들도 없지 않고

 

 

 

 

이름 없는 그럴싸한 폭포,

이만하면 눈요깃거리로는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숨은골이 칼바위골로 흘러드는 합수지점,

천왕봉에서 뻗어내린 천왕 남릉이 사그라지는 곳이기도 하고

 

칼바위골 최고의 볼거리인 법천폭포,

불일폭포 및 무제치기폭포와 더불어 지리산의 3대 폭포가 아닐는지?

때가 때인지라 물이 좀 적은 게 아쉽긴 하지만,

눈요기와 함께 입요기를 하면서 한동안 머무르는데,

명석 막걸리가 뭇산꾼들의 사랑의 받으며 한몫을 단단히 하니,

 즐겁게 마시는 한편으론 나로선 짐도 더는 셈으로,

이거야 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아니겠는가?

 

 

 

 

 나랑은 갑장이요 이쁜 짓(?) 하는 캔디,

벌써 그 짓(?)을 두 번이나  했지만,

짜릿한 그 맛을 못 잊어 곧 또 그 짓(?)을 하려는,

서서히 미쳐가는 아니 이미 산에 미쳐버린 여자

 

나랑은 양띠 갑장인 로쟈,

그 짓(?)은 니만 했냐?

나도 두 번이나 그 짓(?)을 했다.

언젠가 때가 되면 또 할 거고.

그러고 보니 둘이 똑같네.

 

꽃밭(?)에 선 1인자?

아니면 통사모에 낀 여자?

어느 게 맞을까?

둘 다?

 

그 잘난 법천폭포라지만,

그녀들의 미모(?) 앞에선 기가 죽을 수밖에

 

거기다 하나가 더 붙으니,

아예 맥도 못 추고

 

 

 

 

 

 

 

 

 

 

법천폭포에서 돌아본 구곡산,

산죽으로 그 이름을 떨치는 황금능선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어중간한 자투리 시간이 날 때 가끔씩 들르는 산이고

 

 개량 지게?

  사람이 등에 지고 그 위에 짐을 실어나르도록 만든 대한민국 특유의 운반 기구인 지게,

그 모양을 본떠 영어로는 A - frame이라 한다는데,

 세월따라 노래따라 지게 또한 변하는 걸까?

이건 A - frame이 아닌 H - frame이 아닌가?

 

 

 

 

 

 

 

칼바위골에선 최고로 멋진 소(沼)라 부르는 물웅덩이,

그전에 비하면 제법 많이 쪼그라든 느낌인데,

 언제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는 지리산이 아니던가?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 했던가?

 

 

 

 

칼바위와 얽힌 전설이 있다는 홈바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난 뒤,

지리산에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하 장수에게 칼을 주면서 그자의 목을 베어 오란 명령을 내렸는데,

명령을 받은 장수가 지리산을 헤매다 소나무 아래 있는 큰 바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를 보고 다가가 칼로 내려치자,

바위는 갈라져 홈바위가 되고 부러진 칼날이 3km를 날아가 바위가 되어,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칼바위는 중산리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리산 최고의 명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홈바위교 바로 아래 너덜지대,

제석봉이 내려다보며 어서 오라며 꼬시지만,

아까도 그랬듯이 오늘은 아니고

 

 

 

 

 

 

 

홈바위교,

홈바위와는 6 - 7분 정도 떨어진 셈이고 

 

 

 

 

 

 

 

칼바위골 또 하나의 볼거리인 유암폭포

보나마나 볼품은 없을 테지만 그냥 갈 순 없잖아,

그다지 서둘 것도 없는데

 

 떨어지는 둥 마는 둥하는 유암폭포,

애걔걔 이게 뭔가?

명색이 폭포라는 게 겨우 요것밖에 안 되는가?

나의 오줌줄기랑 별스레 다를 것도 없는데,

환갑이 다된 중늙은이의 터무니없는 허풍일까? 

 

실실 웃는 캔디,

사진기만 들이대면 늘 저런다는

 

 

 

 

 

 

 

 

유암폭포 바로 위에서 곧장 칼바위골로 내려서서,

계곡으로 오르다 통신골로 들어서기로 하고

 

 

 

 

 

 

5분 남짓 뒤 칼바위골과의 합수지점에서 통신(通神)골로 스며드는데,

신과 통하는 골짝이란 뜻이 아니던가?

지리 주릉과 천왕 남릉 사이에 자리 잡은 골짝이요,

천왕봉에서 남쪽으로 떨어진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통신골,

개선문과 마찬가지로 그 이름이 바뀐다고 하는데,

개선문(凱旋門)은 개천문(開天門)이 되고, 

통신(通神)골은 천주(天柱)골이라 한다니까,

    통신골이란 이름으론 어쩌면 마지막이지 않을까?

 

통신골로 스며들자마자 또다시 보따리를 펼치자,

이번엔 아까 법천폭포에서 마신 명석 막걸리가 아닌,

소주와 맥주를 섞어 제조한 지사모 공식 주류인 소맥(燒麥)에다,

앵경 태달사 사무국장의 통통한 노가리가 입맛을 돋우는데,

아직도 배낭엔 명석 막걸리 한 통이 들었지만,

 통신골의 기를 좀 더 받아 천왕봉에서 정상주로 삼을 것이니,

정상주가 없다면 어떻게 그 높디높은 천왕봉을 오를 수 있겠는가?   

 

안 그래도 물이 적은 통신골인데,

비가 온 지 꽤 됐으니

 

 

 

 

 

 

 

 

 

 

돌아본 통신골 들머리,

누가 저걸 올렸을까?

 

산유화 아니 저땐 빵미라고 했었지.

빵미란 닉네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공모끼지 했건만,

끝내 당선작이 나오질 않아 애를 태우고 또 태우다,

중산리 대형주차장 아래 금화원펜션형식당에서 있은 뒤풀이에서야 겨우 정했으니,

 큰골 태달사 사무국장이자 지사모 산행대장이 제안한 산유화이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그 이름도 유명한 김소월의 산유화(山有花)가 아닌,

'산을 벗삼아 노니는 꽃,이란 뜻의 산유화(山遊花)란다.

내가 권한 좋은데이를 마다하고 골라잡은 산유화,

난 좋은데이 아니면 화이트가 더 좋긴 하지만,

 이제부턴 누구라도 빵미 아닌 산유화라 부르시길!

 

 

 

 

 

 

 

물이 귀한 통신골이지만,

그럴싸한 물웅덩이가 없는 것도 아니고

 

때론 돌아다보기도 하면서

 

 

 

 

 

 

 

 사태지역,

사태가 났다고도 할 수 있지만,

대자연이란 끊임없이 변한다고나 할까?

 

 

 

 

 

 

 

 

 

 

 

 

 

왼쪽으로 작은통신골이 갈리는 곳,

쭉 따라오르면 지리 주릉의 호구당터로 이어진다는데,

 호구당터는 제석봉과 통천문 사이의 공터에 이정표와 돌탑이 있는 곳이요,

우린 천왕봉으로 직등하고자 통신골로 나아가고

 

호구당터

 

통신골은 오를수록 거대한 바위가 이어지면서 협곡을 이루는데,

물이 적어 망정이지 물이 많을 땐 상당히 애를 먹을 것 같으며,

특히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린다면 엄청 위험하지 않을까?

 

 

 

 

 

 

 

 

 

 

 

 

 

 

 

 

 

 

 

앞장서 오르는 대준,

훤칠한 키에 미남형인 젊은 산꾼이니,

지사모의 꿈나무로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자기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비록 받쳐주는 물웅덩이는 시원찮을지라도,

통신골에선 제일가는 폭포가 아닐는지?

 

 

 

 

 

 

 

 

 

 

 

 

 

 

 

 

 

 

 

 

 

 

 

 

제대로 된 물웅덩이를 갖춘 통신골에선 최고로 멋진 폭포,

그 앞의 널따란 바위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가기로 하는데,

  참치회에다가 장어구이까지 등장하는 푸짐한 오찬이 될 줄이야?

통신골에서 참치회 먹어 본 사람은?

없으면 말을 하지 말고!

통신골에서 맛깔난 장어구이 먹어 본 사람은?

없다면 아예 말을 하지 말고!

 

 

 

 

 

 

 

 

 

 

요것이 뭣인가?

 

요건 또 뭐꼬?

 

굳이 저 손가락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먹을 건 푸짐한데?

 

실컷 먹고 마시고 떠들면서 배를 불리고선,

천왕봉으로 오르기에 앞서 단체로 흔적을 남기지만,

아무리 세어봐도 열넷 뿐이요,

난 어디에도 없는데?  

하긴 열다섯이면 누가 찍나?

앵경님이 2인자가 되고자 자꾸만 뒤로 뒤로 하지만,

그런다고 내가 뒤로 물러설 것 같은가?

글자 그대로 중상 아니면 사망인데,

그까짓 2인자가 뭣이라고?

천왕봉에 치이는 중봉을 보면서도 그러실까? 

이왕이면 1인자를 노려야지.

이참에 내가 확 1인자를 노려버려?

꿈은 크게, 이상은 높게, 현실은 낮게

 

 

 

 

 

 

 

 

 

 

 

 

 

 

 

 

 바로 난 지계곡과의 합수지점,

비스듬히 바르게 이어지던 통신골이 오른쪽으로 팍 꺾어지는데,

이후 급격하게 고도를 높이면서 거의 곧추서다시피하며 천왕봉으로 오르고   

 

 

 

 

 

 

 

 

 

 

 

 

 

 

 

 

 

 

 

 

 

 

 

 

 

 

 

돌아보자 제석봉이 서운한 듯 원망어린 눈길을 보내고

 

 

 

 

 

 

 

 

 

 

 

 

 

 

 

 

 

 

 

삼신봉 일대와 광양 백운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마지막으로 물줄기가 Y자로 나뉘는 통신골,

왼쪽은 통천문 조금 위 철계단 부근으로 이어지니,

천왕봉으로 직등하자면 오른쪽으로 가야 하고

통천문 위로

 

천왕봉으로

 

 

 

 

돌아보자 시루봉이 손짓을 하고

 

 

 

 

 

 

 

 

 

 

 

 

 

제아무리 물이 흔한 지리산이라지만,

이제 물줄기도 거의 말라가는데,

저길 넘어서면 천왕봉이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그전에 사태가 났던 지역을 복원한 곳으로 올라서자 

마침내 천왕봉이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드러내고

 

삼신봉, 시루봉, 촛대봉이 한눈에 들어오기도

 

 

 

 

노고단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이 보이는가 하면

 

고지가 바로 저긴데? 

드디어 천왕봉 바로 아래까지 올랐으니,

하늘과 맞닿은 저곳으로 빠져나가면 일단은 끝이 아닌가?

아직도 갈 길이야 한참 남았지만

 

 

 

 

 

 

 

어느새 옷을 벗은 채 겨우살이에 들어간 잡목.

천왕 남릉의 바위지대와 어우러져 볼거리를 선사하고

 

 

 

 

 

 

 

 

 

 

올랐다.

아니 빠져나갔다.

천왕봉으로,

좀 늦는 일행을 기다리는 동안,

이곳저곳 다니면서 실컷 눈요기를 하는데,

 천왕봉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남긴다는 건 어림도 없지만,

어디 천왕봉 한두 번 오른 것도 아닌데,

그 무슨 미련이 있을손가?

너희들이나 실컷 찍어라.

부둥켜안든 매달리든 맘대로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나로선 정상석 대신 인증샷으로 많이 애용하는 편이며,

 통신골을 천주골로 그 이름을 바꾸려는 건,

바로 이 '天柱'란 글자 때문이라고 하는데,  

통신골은 어쩌다 붙었는지도 알 수 없다면서

 

 

 

 

이따 내려갈 문창대를 품은 세존봉능선이 한눈에

 

천왕 동봉 뒤엔 웅석봉이 버티고

 

굽이치는 황금능선 저 멀리론 아스라히 진주가 들어오고

 

하봉과 중봉,

10월 초에 지나갔었지.

 

 

 

 

반야봉을 가운데다 두고선,

지리 주릉과 서북능선이 한눈에

 

 

 

 

 

 

 

후미그룹 아닌 본대의 동정을 살피는 에너자이저,

나랑은 두 번에 걸쳐 남강 지리태극 동지이기도 한데,

글자 그대로 활력을 주는 사람이 맞습니다, 맞고요.

 

 

 

 

 

 

 

칠선계곡

 

중봉 뒤 저 멀리론 가야산, 오도산, 황매산이 솟았고 

 

하봉 뒤 저멀리론 덕유산 일대가 희미하고

 

만복대와 덕두봉을 잇는 서북능선이 펼쳐지고  

 

반야봉과 만복대

 

 

 

 

촛대마냥 우뚝한 촛대봉

 

삼신봉 뒤엔 백운산이고

 

눈 아랜 내려가야 할 중산리이고

 

내 나이가 어때서?

 

에너자이저

 

와룡산과 금오산 사이엔 남해가 어슴푸레하고

 

저 여인네는 누구?

척 봐도 알 것 같은데,

언제 올라왔지?

 

 

 

 

아직도 더러 올라왔을까?

 

 

 

 

 명석 막걸리,

정상주로 쓰고자 몇 시간씩이나 호강을 시킨 셈인데,

천왕봉에서 한 모금하는 맛이란?

 며느리도 몰라,

시어머니도 모르고,

마셔 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참말로 좋긴 참 좋고

 

천왕 동봉

 

천왕 동봉에서 내려다본 천왕 동릉

 

가야 할 중산리(법계교)는 5.4km를 가리키고

 

천왕봉을 뒤로 하고선 깔딱고개로 내려서고

 

남강 발원지란 안내문이 있는 천왕샘,

천왕샘에서 발원하는 덕천강과 남덕유산 참샘에서 발원하는 경호강,

두 강은 진주 진양호에서 만나 하나가 되면서 남강이 되는데,

알고 보면 덕천강과 경호강은 남강의 지류인 셈이요,

남강 또한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일 뿐이며,

천왕샘에서 오래간만에 지금의 등산로가 아닌,

팬 서비스 차원에서 천왕샘 옛길로 내려서고

 

천왕샘 옛길로 선바위로 빠져나오면서 다시 정규 등산로로 들어서는데,

우뚝선 바위가 맞대고 있어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난 선바위라 부르며,

1988년 10월 말 맨 처음 천왕봉에 올랐을 땐 옛길로 간 것 같지만,

 선바위와 천왕샘을 잇는 옛길은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응달이기에,

양달인 지금의 등산로로 돌리지 않았을까?

언제부턴진 알 수 없지만

 

 

다시 그 이름을 되찾은 개천문(開天門),

예전엔 개천문이라 불렀다는데,

언젠진 모르지만 슬그머니 개선문(凱旋門)으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옛 이름인 개천문으로 돌아온 셈인데,

하늘을 여는 문이란 뜻이 아닐까?

 

 

 

 

 

 

 

 오가는 산꾼들을 씨익 웃게 하는 장승,

창원 의창구에서 성수부동산을 운영하는 강명규 님의 작품인데,

누가 또 그전처럼 자빠트리거나 없애버리진 않을는지?

그저 예술작품으로 봐줬으면 좋으련만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세존봉과 문창대,

어서 빨리 오라는데

 

 

 

 

법계사 입구이자 로타리대피소로 내려서지만,

바쁜 듯이 목만 축이고선 그냥 지나치고

 

2013년 3월 10일 새벽 3시 강풍으로 쓰러졌다는 법계사 일주문,

부처님이 깜빡 졸았을까?

 

 퍼뜩 물만 먹고 가지요.

 

꽤 늦은 오후의 로타리대피소,

오르내리는 수많은 산꾼들로 붐비기만 하고

 

 

 

 

로타리대피소 헬기장,

훌륭한 전망대 노릇을 하는 세존봉능선의 들머리이기도 하니,

문창대와 세존봉으로 가자면 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을 수밖에,

조금 많긴 해도 아니 간 듯 지나갈 테니,

 혹시 보시더라도 못 본 척, 안 본 척하면 안 될까요?

 

들쭉날쭉한 모양이 써레의 발처럼 생겼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는 써리봉,  

써레는 갈아 놓은 논밭의 흙덩이를 잘게 부수고 바닥을 판판하게 고르는 농기구인데,  

그래서인지 써리봉, 써레봉, 써래봉, 쓰리봉 등 여럿으로 불린다 하고 

 

멀리 삼신봉이 보이고

 

 천왕봉의 잘 가란 인사를 뒤로 하고선,

세존봉능선으로 세존봉에 앞서 문창대로

 

석문,

정규 등산로에 있다면 무슨 이름이라도 있을 텐데,

지겟자리를 잘못 놓는 바람에 그냥 석문일 뿐이지만,

문창대를 오가는 산꾼들로부턴 사랑을 받진 않을까?

 심심하지 않을 만큼은

 

한 달 보름 만에 다시 찾은 문창대,

그땐 나 홀로였지만 오늘은 그게 아닌 여럿이지만,

 언제나 말없이 반기는 건 마찬가지가 아닐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제석봉 아래 향적사터에 과녁을 놓고선,

이곳 문창대로 올라 활을 쏘았다고 하는데,

도대체 고운 선생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어딜까? 

 

 천왕봉과 법계사가 한눈에 들어오고

 

천왕 남릉 뒤엔 일출봉과 장터목이고

 

문창대 저 멀리엔 삼신봉이고

 

 중산리

 

 

 

 

로쟈,  

저 높은 곳을 향하여

 

쌍권총을 쏘는 마음속에목련,

나랑은 지난 10월 초 남강 지리태극을 함께한 태극동지인데,

어찌나 잘 가는지 따라가느라 식겁했다는

 

 

 

 

황금능선 저 멀리 어슴푸레한 진주, 

내 사는 집은 안녕하겠지?

 

 

 

 

중산리 뒤로 뾰족하게 솟은 주산,

천왕봉의 큰아들이란 소문이 있는 산이고

 

 

 

 

삼신봉

 

 

 

 

문창대를 뒤로 하고,

바로 위에 자리 잡은 세존봉으로

별스런 볼품이라곤 없는 세존봉(世尊峰),

멋진 전망대 노릇은 하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까?

세존이란 석가모니를 높여 이르는 말이라는데,

석가모니 아니면 불교와 무슨 관련이라도 있는 걸까?

어쨌거나 세존봉은 지리산에만 있는 게 아니라,

금강산과 설악산에도 있고

 

 

 

 

바로 앞이 내려갈 세존봉능선이요,

그 뒤는 써리봉에서 뻗어내린 황금능선이고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이어지고

 

써리봉능선

 

서서히 빛을 잃어가는 천왕봉

 

저 멀리 보이는 황매산

 

늘 배시시 웃고 있는 캔디,

뭣이 그렇게도 좋은지?

 

누가 지리산 자락이 아니랄까 봐,

세존봉능선에도 지리산의 그 유명한 산죽이 나타나는데,

아직은 키가 작아 운치를 더할 뿐이지만,

갈수록 키가 크고 촘촘해지면서 골탕을 먹이고

 

순두류와의 갈림길 바로 아래 중산리 쪽에 있는 바위,

무심코 가다 보면 좀 더 뚜렷해보이는 순두류로 빠지기 쉽지만,

살짝 오른쪽으로 틀어 바위를 내려서면 꽤나 뚜렷한 길이 이어지는데,

순두류로 내려가다 보면 산죽 때문에 엄청 애를 먹게 되고    

 

갈수록 키가 커지면서 위력을 더해 가는 산죽,

키를 넘는 산죽이 숫제 터널을 이루는가 하면,

옷을 잡아당기고 때론 뺨을 때리기도 하는 가운데,

더러는 미끄러지기도 하는 모양으로,

 뒤따르는 여인네들의 비명인지 웃음소린지도 알 수 없는,

이상야릇한 소리가 끊이질 않으니 귀가 다 즐거운데,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 아니던가?

고약한 심보인가?

 

 지리산의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세존봉능선 또한 소나무를 구경하기란 쉽지 않은데,

소나무 몇 그루가 자리 잡은 비스듬한 바위지대에서 앞이 트이는데,

칼바위골 최고의 명물인 법천폭포가 살짝 드러나기도 하고

 

 

 

 

 

 

 

 

 

 

한바탕 산죽과의 전쟁을 더 치루고서야 정규 등산로로 내려서는데,

법계교에서 칼바위로 가면서 아까 지났던 세존봉능선 갈림길로,

 이제 중산리(법계교)는 0.7km만 내려가면 되니,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나 할까?

 

법계교에 이르러 우천 선생께 하산신고를 하자,

어두워지기에 앞서 내려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라지만,

우린들 지리산 한두 번 다닌 것도 아닌데?

 

법계교 포토존에서 천왕봉을 배경으로 흔적을 남기는 여사모 로쟈와 제갈공명,

지난 10월 초 남강 지리태극을 함께한 동지인 제갈공명,

천왕봉에서부턴 별스레 좋지도 않은 무릎을 이끌면서,

온갖 꾀와 재주를 부리며 단숨에 지리태극을 품에 안은 의지의 사나이,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지리산에서 또다시 만날 줄이야?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

 

빼곡하게 들어찼던 차들이 거의 빠져나간 소형주차장,

그 뒤론 황금능선이 언제든 들르라며 손짓이지만,

어쩌면 올해는 이미 물건너가지 않았을까?

내년 봄에는 또 모르지만,

오늘 산행은 여기서 이제 그만 끝 

 

중산리 대형주차장에서 바라본 천왕봉,

반천 갈림길에서 되돌려 어렵사리 금화원펜션형식당으로 찾아가지만,

알고 보니 대형주차장과 얼마 떨어지지도 않은  바로 아래인 것을,

한동안 웃고 즐기면서 푸짐한 뒤풀이를 하고선,

이미 어둠에 묻혀버린 지리산을 뒤로 하는데,

천왕봉이 손을 흔들고 있으리라!

보이진 않지만,

 잘 가라며,

또 오라며,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