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지긋지긋한 혹서기 화대종주(요약)
* 날 짜 : 2014년 7월 20일(일요일)
* 날 씨 : 구름 많음
* 산 행 지 : 화엄사 - 노고단고개 - 토끼봉 - 촛대봉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유평마을
* 산행거리 : 42.7km(이정표 기준)
* 산행시간 : 15시간 00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35명(태극을 닮은 사람들 회원들과 함께)
* 혹서기 화대종주 공지가 뜬다.
이 더운 여름철에 그 무슨 화대종주?
그러거나 말았거나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라 여기려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날짜를 짚어보는데,
아니 이럴 수가?
상관없는 게 아니라,
딱 맞아 떨어지지 않은가?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요 천만다행(千萬多幸)에다,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자의 반 타의 반(自意 半 他意 半)이라고나 할까?
어쩌다 보니 지난 4월 1일부터 야근을 하게 됐다.
4일마다 야근을 하는 처지기에,
함께 어울려 산행을 한다는 건 좀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남들 쉴 땐 일하고,
일할 땐 쉬는 날이 많으니까.
금요일 야근을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걸 쌍피라 하는데,
그건 자주가 아닌 4주마다 딱 한 번 돌아온다.
그러니 남들과 맞추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야근이 부담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태달사에서 갈고 닦은 체력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태달사 5년에 지리태극이니 뭐니 해서 골병만 들었지만 말이다.
언제까지 야근을 하게 될 진 모르지만,
얼마를 더 하든 별스레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2년이 채 남지 않은 정년퇴직,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던가?
세월 이기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지만,
아직은 그 세월에 무릎을 꿇고 싶진 않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마는.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아니 산행하기 딱 좋은 나인데!
지긋지긋한 혹서기 화대종주는 또 그렇게 시작된다.
100살 천왕봉을 위하여!!!
2014년 7월 20알 00시 30분,
전국에서 모인 태달사 회원 35명이 화엄사를 뒤로 하고선,
노고단 - 천왕봉 - 대원사를 잇는 화대종주에 들어가는데,
그 동안 꽤 많은 비가 내렸는지 계곡은 말할 것도 없고,
등산로에도 물이 철철 넘쳐 흘러 질퍽거리고
코재라고도 부르는 무넹기,
별스레 힘든 줄도 모르는 채 올라서는데,
목요일엔 날짜가 바뀌도록 퍼마셔 필름이 끊기고,
금요일엔 야근까지 했는데 왜 이러는 걸까?
걱정과는 달리 몸 상태가 괜찮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
그 지긋지긋한 화대종주도 문제가 없지 않을까?
노고단대피소,
아직은 문 열 때가 아니라기에,
기다리면서 간식으로 요기를 하고
25.9km라는 천왕봉,
언제 저길 갈 수 있을까?
천왕봉이 끝도 아니고,
한참을 더 가야 하지만
노고단고개,
지리산 종주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하고
노고단고개에서 흔적을 남기고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데,
장거리 산행은 나 홀로가 어쩌면 속이 더 편하지 않을까?
여테까지 그렇게 버릇이 들기도 했지만
피아골 삼거리
임걸령샘에서 목을 축이고선,
연하천까지 마실 물도 가득 채우고(03:50 - 03:53)
공포의 551계단은 1999년에
토끼봉
토끼봉에서 돌아본 반야봉
토끼봉을 내려가 총각샘 들머리로 오를 즈음에 만난,
경기도 평택서 왔다는 태달사 회원이 아닌 젊은 산꾼과,
광주에서 온 조아조아와 함께 연하천대피소로 내려서지만,
매점이 문을 열지 않아 벽소령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자,
나와 평택 산꾼이 먼저 벽소령으로 떠나고
조아조아
음정 갈림길
지리 01 - 24지점인 삼각고지
삼각고지에서 돌아본 명선봉
지리 01 - 26지점,
요 부근에선 가장 높은 형제봉이고
형제봉에서 바라본 부자바위와 희미하게 드러나는 덕평봉
형제봉에서 돌아본 명선봉
부자바위
돌아본 부자바위
석문이라고나 할까?
벽소령대피소,
먼저 간 평택 산꾼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고,
황도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민생고를 해결하자,
연하천대피소에 남았던 조아조아가 오는데,
이후 장터목까지 함께 발을 맞추면서 길동무가 되고
비비추
벽소령대피소를 뒤로 하고
선비샘,
목을 축이고선 장터목까지 마실 물을 채우는데,
결국은 유평마을까지 짊어지고 가도 남게 되고
칠선봉 망바위,
오늘은 그 이름값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닐까?
칠선봉 일대와 영신봉이 살짝 드러나기도
천왕봉은 이걸로 대신하고
칠선봉 기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기도
칠선봉 일대
영신봉 오름길의 기암
기암에서 돌아본 칠선봉 일대
촛대봉과 세석대피소가 반기고
헬기장에서 돌아본 영신봉
세석평전 오름길에서 돌아본 세석대피소와 영신봉
꿀풀
노루오줌
촛대봉,
천왕봉이 보이는 곳이지만,
안개 때문에 아쉬울 따름이고
화장봉에서의 연하봉과 일출봉
연하봉,
연하선경(烟霞仙境)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고
돌아본 연하봉
연하봉능선 분기봉,
일출봉이 오라지만 지금은 아니고
제석봉만 살짝 드러날 뿐,
천왕봉은 안개와 함께 꼭꼭 숨었고
장터목대피소,
또 황도 통조림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나자,
조금 처졌던 조아조아가 나타나는데,
같이 가자고 하자 나더러 먼저 가란다.
자긴 페이스대로 알아서 갈테니까.
혹시라도 민폐가 될까 싶어 그러는 게 아닐까?
겨우 얻은 길동무이자 말동무를 잃고선,
또 다시 나 홀로가 되어 천왕봉으로 오를 수밖에
돌아본 장터목대피소
제석봉 전망대,
보이는 거라곤 저밖에 없으니,
직무유기를 하는 게 아닐는지?
우람한 바위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고 하던가?
통천문 이정표,
멀기만 하던 천왕봉도 이제 0.5km를 가리키고
지리산에선 가장 높다는 천왕봉,
좋지 않은 날씨에도 어디서 저렇게 왔을까?
정상에서의 인증샷은 일찌감치 포기한 채,
天柱(천주)란 글자로 대신할 수밖에 없고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인증샷을 남기고
천왕봉 내림길에서의 중봉,
안개에 가려 도대체 뭐가 뭔지?
중봉,
천왕봉에 이어 지리산에선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지만,
찾는 이들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고
중봉에서 돌아본 천왕봉,
여전히 안개 속에서 벗어나질 못해 아쉽고
중봉에서의 비둘기봉과 써리봉능선,
그 사이 잘록한 곳엔 치밭목대피소가 얼핏 보이기도
맞은편 봉우리에서 바라본 써리봉,
이제 바로 코앞이고
써리봉에서 돌아본 천왕봉과 중봉,
안개에서 해방된 모습이 아름답기조차 하고
천왕봉만 담고
중봉만 담고
동부능선 새봉 아랜 산청독바위가 흐릿하게 보이기도
비둘기봉 아랜 치밭목대피소가 자리 잡고 있고
지리산산장 1971년 9월 1일이란 걸로 봐선,
치밭목대피소의 역사가 아닐는지?
무제치폭포 옆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무제치기폭포
삼단으로 떨어지는 웅장한 무제치기폭포,
비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볼 만하고
새재마을과 유평마을로의 갈림길인 용수동 삼거리,
새재마을이 아닌 유평마을로
장당골 상류인 앵골을 따라가다 올라선 한판재,
마지막 남은 명석 막걸리를 남김 없이 비우고 마는데,
좀은 수월하게 하는 화대종주의 일등공신은 단연 명석 막걸리가 아닐까?
2리터짜리 한 통을 짊어지고 왔는데,
조아조아가 몇 잔 했을 뿐,
거의 다 내가 마신 셈이거늘,
예로부터 막걸리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유평마을까지 2.6km만 내려가면 되고
한판골 최고의 폭포,
아래로 내려가려다 위에서 눈요기만 하고
지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치형 나무다리,
한판재에선 꽤나 빠르게 내려가기에 15분 정도면 끝나지 않을까?
뒤풀이 장소인 무릉도원은 너른 길로 바로 가는 게 빠르지만,
지리 07 - 01지점인 유평마을 날머리로 내려가고
유평마을 날머리,
이제 다 왔다.
드디어 끝이다.
그 지긋지긋한 혹서기 화대종주가 마침내 끝난 것이다.
가고 또 가도 끝이 없고 어찌나 지겹던지,
얼른 끝내 버리자고 일부러 서둘렀는지도 모른다.
15시 30분,
화엄사에서 00시 30분에 떠났으니,
꼭 15시간이 걸린 셈이다.
화대종주 아니 그것도 혹서기 화대종주,
누군가가 또 할 거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알 게 되지 않을까?
그 짓(?)이랑 마찬가지니까.
유평마을회관
대원사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