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골엔 통신이 되지않더이다
* 날 짜: 2010년 5월 15일(토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지리산 천왕봉 일대
* 산행거리: 약 13km 안팎
* 산행시간: 9시간 25분(운행시간 5시간 37분 + 휴식시간 3시간 48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걸음
* 산행인원: 6명(수막새, 적석, 적석2, 구름바다, 레드아이, 조광래)
지리산 통신(通神)골 !
신과 통하는 골짝이라 하여 통신골이라 한다고 하며, 천왕봉 남쪽에서 천왕봉과
직접 연결되는 꽤나 이름 있는 계곡입니다.
언제부턴가 가봐야지 하면서도 기회가 닿지 않더니, 드디어 나에게도 지리산
산신령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만날 다니는 데가 아닌, 오늘만큼은 다른 데로 천왕봉을 올라보라고!
일행은 모두 6명으로 여이남사입니다.
나의 싼타모 승용차로 진주공설운동장을 출발합니다.
만 9살의 고령(?)이지만, 이제 막 길이 난 것 같은 새차(?)입니다.
오늘 같이 어중간할 때, 한몫 단단히 하며 귀염을 받는 편입니다.
올 들어 세 번째 찾는 천왕봉이지만, 갈 때마다 설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중산리주차장에서 장도에 오릅니다.
얼마 만에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평소와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산행이니까요.
법계교에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날씨는 맑고 화창합니다.
오랫동안 헤매더니 이제야 제자리를 잡았나 봅니다.
수준급들이라 그런지, 초반 산행속도가 예사롭질 않습니다.
나도 초보는 면한 편인데, 따라가자니 신경이 잔뜩 쓰입니다.
그러다 말겠지, 뭐!
칼바위가 어서 오라 날 반깁니다.
갈 때마다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서 아는 체를 합니다.
그래 잘 있었나요?
잠시 후 나오는 출렁다리 갈림길에선, 장터목대피소 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망바위와 법계사를 거치는 바로 가는 게 지름길이긴 하나, 오늘은 애써 외면을 합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지, 뭐!
들리는 듯 마는 듯 물소리를 따라 가니, 숨은골(깊은골)에 걸쳐 있는 또 하나의 닮은꼴 출렁다리가 나옵니다.
위로는 계곡을 타고 개선문 약간 위의 선바위로 이어지고, 조금 아래엔 합수지점이며,
그 바로 위론 법천폭포가 숨어 있습니다.
법천폭포로 가봅니다.
위엔 몇 번 갔지만, 아래론 육십 평생에 처음입니다.
참으로 가관이요 장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위에서 볼 때와는 엄청난 차이입니다.
수십 길 벼랑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니, 막혔던 가슴이 뚫리는 기분이요,
나도 모르게 흥분이 다됩니다.
아침부터 웬 흥분인지?
모르긴 해도 지리산 일대에선 불일폭포가 장원이라면, 그 다음 차석은 무제치기폭포와 법천폭포가
다투지 않나하는 생각입니다.
모든 데가 절벽이라 오르내릴 수는 없어, 숨은골 출렁다리로 되돌아가 산행을 이어갑니다.
잎이 덜난 나무사이로 법천폭포가 널따란 머리 부분을 내밉니다.
들러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합니다.
그래 다음에 또 가마!
홈바위에 걸터앉아 영양을 보충합니다.
기다랗게 누운 바위에 홈이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는데, 여러 갈래의 바위 홈이 있긴 합니다.
다람쥐란 놈이 불청객으로 찾아옵니다.
먹을 것을 주니 잽싸게 달려듭니다.
사람을 봐도 도저히 겁이라곤 없습니다.
모두가 착하게 생겨서인지, 절 헤치지는 않을 거란 걸 잘 아는 것으로 봐선,
아마도 생존전략을 잘 터득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맞다, 야생에서 살아남자면 힘이 모자라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홈바위교를 지납니다.
몇 년 전 지리산 대폭우 때 떠내려 온 바위들로 지도가 바뀐 곳인데,
이젠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평화를 되찾은 것 같습니다.
지리산은 산만 높은 게 아니라 어찌나 무식하게 비가 퍼붓는지, 산행 중 비를 만나면
간 큰 남자인 나도 무서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유암폭포에 다다릅니다.
법천폭포에 비하면 거의 오줌줄기 수준입니다.
폭우 때 바닥이 많이 막혀 더욱 그러합니다.
지겟자리를 잘 놓은 덕분에 그래도 폭포대접을 받고 있으니, 사람 팔짜 못지않게 폭포 팔짜 또한
복불복이 아닌가하는 생각입니다.
유암폭포 위의 나무발판이 끝나는 곳에서, 정규 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으로 들어섭니다.
미지의 세계 통신골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망입니다.
여느 계곡과 다름이 없습니다.
어쩌면 못하는 것도 같습니다.
적어도 처음엔 그렇다는 것입니다.
조금씩 바위를 타고 오르니,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군데군데 폭포요, 크진 않지만 소(沼,연못)까지 한데 어우러져 글자 그대로 비경을 연출합니다.
바위 홈을 타고 흐르는 실폭포가 있는가 하면, 제법 그럴싸한 벼랑을 갖춘 폭포다운 폭포도 더러
있습니다.
떨어지는 물의 양이 많지 않아 약간은 아쉽긴 해도, 물이 많으면 통행이 힘들 것임은 뻔하고도
남고요.
양쪽 바위가 협곡을 이루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번 이어진 바위는 찰떡 궁합으로,
한참을 가도 떨어질 줄을 모르고 붙어 있습니다.
처음과 끝을 빼면, 계곡 전체가 거의 통바위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차가운 물은 손을 씻기도 어렵고, 못난 얼굴에 끼얹으니 대번에 얼얼하고 화끈거립니다.
군데군데 두릅이 싹을 틔우고 있고, 곳곳에 곰취가 널려 있어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골짝이 갈리는 곳에서 바로 가는 작은 계곡을 버리고, 오른쪽의 큰 계곡 으로 폭포 같은
큰 바위를 타고 올라섭니다.
바로 가는 계곡은 통천문과 제석봉 사이의 어딘가로 이어지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알 필요도 없지만 알지도 못합니다.
오르자마자 제법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여기서 민생고를 해결합니다.
방금 채취한 두릅과 곰취를 곁들이니, 내가 곧 산신령이요 신선이 아닌가 하는 착각 속으로
빠져듭니다.
통신골에서의 오찬이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인생이란 게 오래 살다보면 별의별 경험을 다하는가
봅니다.
게다가 발음하기도 조심스럽고 거북살스런 조껍데기 술을 반주로 삼으니, 세상에 부러울 게
뭐가 더 있겠습니까?
얼린 막걸리는 덜 녹아서, 날카로운 얼음이 둥둥 뜹니다.
마셔보니 얼음이 찔러 아프기만 하고, 넘어가는 건 얼마 되지도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베어 먹습니다.
세상에나, 막걸리를 베어 먹어보긴 또 처음입니다.
느지막한 나이에 첫경험이란 걸, 오늘따라 유난히도 많이 합니다.
배를 불리고 계곡을 치고 또 오릅니다.
차츰차츰 물 구경이 어려워집니다.
Y자로 계곡이 갈리는 곳 바위 위로 올라섭니다.
오른쪽은 천왕봉으로 거의 직등하는 길이요, 왼쪽은 통천문 부근으로 간다고
하는데, 왼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천왕봉 쪽이 풍광이 더 좋다고 하는데, 오늘은 그쪽이 목표가 아니기에 못 본 척합니다.
예전 산사태가 났던 곳이라, 잔돌이 제법 많고 미끄러워 조심해서 오릅니다.
양 옆으로 큰 바위가 있는 곳 입구의 왼쪽으로도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꿋꿋이 바위 사이로 그대로 올라갑니다.
큰 바위 밑으로 지나갈 만한 공간이 있어 그리로 가보지만, 누가 잡아주지 않는 한 올라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주능선엔 지나다니는 등산객들이 더러 보입니다.
슬며시 그 틈에 섞입니다.
통신골을 빠져나오는 순간입니다.
왼쪽 아래에 통천문이 있는 곳으로, 철계단 두 개가 연이어 있는 윗계단 부근입니다.
주능선에 합류하여 조금 오르니,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1915.4m)입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우리도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어이 물증을 남깁니다.
간식으로 원기를 돋우고 천왕봉을 뒤로합니다.
깔딱고개 쪽이 아닌 남동능선을 타고 갑니다.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는 걸로 봐서, 알게 모르게 제법 드나드는 모양입니다.
통신골 합류지점을 지납니다.
내려다 본 풍경은 가히 일품입니다.
깎아지른 벼랑 사이 가운데로 누가 맨 것인지는 모르지만, 밧줄이 기다랗게 늘어져 있고,
제석봉(1808m)과 연하봉(1721m)이 바로 코앞입니다.
멋진 고사목이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진달래는 필동말동이요, 철쭉은 아직도 겨울잠입니다.
천왕샘 직전 고개쉼터로 탈출합니다.
천왕봉을 오르는 많은 산객들이 쉬어가는 곳입니다.
계단을 타고 조금만 내려가면 천왕봉 남릉으로 가는 샛길이 있지만,
오늘은 그냥 안 본 척을 합니다.
선바위를 지납니다.
길가에 홀로 우뚝 선 큰 바위인데, 공식명칭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난 그렇게 부른답니다.
바로 위에 숨은골로 가는 길이 보입니다.
풍화작용의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개선문을 통과합니다.
전보다 위용이 많이 줄어들어, 여린 가슴을 더욱 아리게 합니다.
법계사로 들어가 한참을 머무릅니다.
모두가 여유로운 모습입니다.
산행을 할 땐 비교적 빠른걸음이지만, 오늘따라 느긋하기 짝이 없습니다.
보물로 지정된 큰 바위 위의 삼층석탑을 비롯한 구석구석 구경을 합니다.
로타리대피소로 내려와 간식을 먹으며 재충전을 합니다.
산에 다닐 땐, 아무래도 많이 먹어야 제대로 힘을 쓰니까요.
뭐니뭐니해도 허기가 지게 되면, 산행은 그것으로 끝장입니다.
로타리대피소 조금 지난 헬기장에서, 또 정규 등산로를 벗어나며 똑바로 들어갑니다.
곧 이어 바위문을 통과합니다.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어서, 쪼그려 앉아서 지나갑니다.
문창대(文昌臺)로 다가섭니다.
신라의 학자 고운 최치원(孤雲 崔致遠) 선생과 연관이 있다는 아주 큰 바위입니다.
올려다 본 천왕봉은 또 다른 감동을 자아내게 합니다.
하늘에 닿을 듯 위세를 떨치며, 내려다보는 풍채가 정말이지 예사롭지가 않아 보입니다.
과히 지리산의 큰 형님다운 봉우리입니다.
문창대와 아쉬운 작별을 하고, 능선 갈림길이 있는 세존봉(1378m)으로 올라가 바로 가는 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세존봉능선이라 부르는 곳입니다.
오른쪽 산줄기는 아주 먼 옛날에 간 적이 있습니다.
네댓 개의 오밀조밀한 봉우리를 오르내립니다.
지리산의 전매특허인 산죽이 쭉 함께합니다.
길 상태도 비교적 좋아, 나아가는데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또 하나의 능선 갈림봉이 나옵니다.
직진하면 경상남도 자연학습원 근처로 떨어지는 것 같은데, 우린 중산리 쪽으로 우회전합니다.
조금 내려서니 증축공사가 한창인 자연학습원이 보입니다.
20여 그루의 멋진 적송이 있는 바위쉼터에서, 잠시 목을 축입니다.
산행 중 목마름도 엄청난 고통 중의 하나이기에, 남기더라도 물은 상당히 많이 갖고 다니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일행이 앉아서 쉬는데, 난 그냥 선채로 쉽니다.
식사 때 말곤 잘 앉지 않는 편입니다.
남자는 서야 대접을 받는다고 하네요.
25분 정도 내려가니, 키 큰 산죽이 많은 곳에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어느 게 맞는지는 몰라도, 바로 가는 길을 따릅니다.
산죽터널이 이어집니다.
악명 높은 황금능선의 산죽에 버금갑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더러는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내려갑니다.
그러더니 슬며시 왼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완만한 길인가 싶더니, 자꾸 건너편 산줄기로 다가섭니다.
가서보니 아래는 물론이고 위에도 길이 있습니다.
조금 아까 갈림길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리든 저리든 어디로 가든지 다시 만나는 것
같습니다.
조망도 없는 지루한 산죽 내림길이 계속되더니, 어느 순간 솔과 바위가 멋지게 조화된 전망대에
닿습니다.
오전에 들렀던 법천폭포가 보입니다.
그렇게 가깝지 않은 거리인데도, 새하얀 물줄기가 시원스럽습니다.
저런 폭포가 뭇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묻혀 있다는 게, 한편으론 좋고 다행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이어지는 산죽길이 등성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내려서더니, 이윽고 정규 등산로에 합류합니다.
철계단과 중산리 0.7km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는 사이입니다.
10분 남짓 걸어 법계교에 닿으며 산행을 끝마칩니다.
배낭을 벗어 두고 신발과 옷을 털고 배낭도 털어주며, 함께한 하루가 좋았고
즐거웠다며 고마움을 표시합니다.
오는 길 덕산에 들러 하산주를 주고받으며, 지리산에서의 일일산행을 자축합니다.
누구 하나 처지는 이 없이 고른 발의 산행이었기에, 더더욱 즐거웠고 좋았다며 서로서로 덕담이
오갑니다.
비록 하루 동안의 인연이지만, 정이란 것은 그렇게 또 깊어만 갑니다.
지리산 품에 들어 보낸 하루, 날마다 맞는 하루이긴 하지만 오늘따라 조금은 더 뜻 깊은
하루였다는 생각입니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진양호와 남강이 아름다운 도시 가야 할 진주로......
* 산행일정
08:30 법계교
08:50 칼바위
08:53 칼바위 위 출렁다리
09:05 숨은골 출렁다리
09:10 - 09:15 법천폭포
09:20 숨은골 출렁다리
09:50 - 10:00 홈바위
10:06 홈바위교
10:12 유암폭포
10;17 통신골 진입
10:32 - 10:47 제1폭포(왼쪽 위 바위홈 실폭포)
10:55 - 11:00 제2폭포(낙차 큼)
11:05 제3폭포(소)
11:12 - 12:17 점심
12:45 - 13:10 Y자 계곡 갈림지점
13:27 - 13:32 주능선 합류
13:42 - 14:05 지리산 천왕봉
14:15 - 14:20 통신골 합류지점
14:30 - 14:35 천왕샘 고개쉼터
14:40 선바위
14:45 개선문
15:10 - 16:00 법계사(로타리대피소)
16:10 바위문
16:15 - 16:20 문창대
16:22 세존봉
16:40 - 16:50 적송바위쉼터
17:15 등성 갈림길
17:30 법천폭포 전망대
17:45 정규 등산로 합류
17:55 법계교
법계교(중산리야영장)
칼바위 위 출렁다리
법천폭포(1)
법천폭포(2)
다람쥐(1)
다람쥐(2)
홈바위
홈바위교 주변
홈바위교
유암폭포
나
레드아이
통신골 소(연못)
진달래
제1폭포에서 레드아이
적석2
나
제1폭포 왼쪽 위 바위홈 실폭포
제2폭포
나
제3폭포와 소
통신골 풍경(1)
계곡 갈림지점
오찬장소에서 본 통신골
통신골 풍경(2)
Y자 계곡 갈림지점
Y자 계곡 갈림지점 진달래
주능선 바로 밑 암릉
바위틈
주능선 합류지점 바로 위
주능선 합류지점(1)
주능선 합류지점(2)
주능선에서 본 탈출지점
천왕봉에서 본 하봉과 중봉
천왕봉에서 본 중산리
천왕봉에서 구름바다, 레드아이, 나, 적석, 적석2, 수막새
통신골 합류지점 부근 고사목
통신골 합류지점 부근 풍경
천왕샘 고개쉼터에서 본 천왕봉(가운데)
선바위
개선문
법계사 삼층석탑
삼층석탑 안내판
법계사 일주문에서
로타리대피소 이정표
바위문
문창대
문창대에서 본 천왕봉
문창대에서 나
문창대 소나무
적송바위쉼터
바위전망대에서 본 법천폭포
칼바위 계곡 합류지점 이정표
천왕봉 밑 통신골 합류지점 부근에서 나
법계사 일주문에서
문창대에서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