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중산리에서 천왕봉 올라 장터목대피소 거쳐 백무동으로

큰집사람 2013. 11. 25. 09:17

* 날    짜 : 2012년 11월 23일(토)

* 날    씨 : 맑은 뒤 차차 흐림

* 산 행 지 : 중산리 - 칼바위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장터목 - 참샘 - 하동바위 - 백무동

* 산행시간 : 5시간 00분(운행시간 4시간 28분 + 휴식시간 32분)

* 산행속도 : 빠르거나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 산행일정 

12:10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대형주차장(470m, 법계교 1.7km·천왕봉 6.9km)

12:27 - 12:30  중산리탐방안내소(법계사 3.4km·천왕봉 5.4km)

12:33 - 12:36  법계교(637m, 법계사 3.2km·천왕봉 5.2km)

12:54          칼바위(800m)

12:57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13:19          망바위(중산리, 1177m)

13:29          문창대 우량국

13:31          문창대샘

13:41          로타리대피소(1335m)

13:43          법계사

13:51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14:01          사자바위

14:12          개선문

14:17          선바위

14:24          천왕샘고개

14:26          천왕샘

14:33 - 14:43  지리산 천왕봉(1915.4m)

14:51          통천문(1814m)

14:59          호구당터 안부 이정표

15:05 - 15:08  제석봉(1808m)

15:17 - 15:23  장터목대피소(1653m)

15:28          지리 10 - 11지점(1653m)

15:31          전망대 쉼터(지리 10 - 10지점, 1637m)

15:43          지리 10 - 09지점(1522m)

15:48 - 15:52  망바위(백무동)

15:56          지리 10 - 08지점(1467m)

16:03          지리 10 - 07지점(1377m)

16:11          지리 10 - 06지점(1307m)

16:12          소지봉(1312m)

16:21          지리 10 - 05지점(1137m)

16:22 - 16:25  참샘(1125m)

16:31          지리 10 - 04지점(987m)

16:37          하동바위(900m)

16:42          지리 10 - 03지점(834m)

16:51          지리 10 - 02지점(701m)

16:59          지리 10 - 01지점(603m)

17:05          백무동탐방안내소

17:10          함양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주차장(500m) 

 

 

 

 

 

* 2013년 태극을 닮은 사람들 정기총회가 있는 11월 23일,

어제야 말고 아주 오랜만에 야간근무를 하는 바람에

오전 9시경에야 대구를 떠난다.

진주로 가면서 나름대로의 계산으로 바쁘기만 한데,

총회가 열리는 백무동으로 바로 가는 건 아니란 생각에서 빼기로 한다.

중산리에서 백무동으로 넘어가기로 하는데,

천왕봉을 거칠지 장터목으로 바로 넘어갈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가 없다.

그것보단 일단은 버스를 타느냐가 더 큰 문제이다.

집에 닿으면 10시 30분 안팎이 되고,

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중산리로 떠나는 시외버스는 11시에 있다.

그 버스는 10분 남짓이면 봉곡동 시외버스정류소에 닿게 되는데,

그걸 타자면 엄청 서두르지 않으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11시 버스를 놓친다면 뒤차는 12시 20분에 있는데,

그걸 타고 간다면 지리산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울 것 같다.

지리산엔 입산시간지정제가 있기 때문이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오후 2시에 천왕봉으로 오르는 걸 통제하지만,

어쩌면 그 이전부터 중산리탐방안내소에서 막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12년도 더 된 싼타모를 닦달한다.

80km가 규정속도인 4차선 국도 33호선을 씽씽 내달리는데,

그 정도 가지곤 규정속도가 아닌 최저속도가 될 수밖에 없다.

 

10시 30분이 조금 넘어서야 가까스로 다다른 집,

이것저것 챙기느라 마음은 바쁘지만

오늘따라 몸은 더딘 느낌이다.

시간은 잘도 가는데 말이다.

허겁지겁 서두를 뿐 별스레 챙긴 것도 없건만,

이제 됐다 싶을 땐 이미 11시가 막 넘어선다.

봉곡동으로 가면 될 것도 같고,

어쩌면 안 될 것도 같은 어중간한 시간이다.

11시 버스를 놓치면 할 수 없이 함양으로 가,

백무동 가는 버스를 타는 수밖에 없어 애가 탄다.

부랴부랴 배낭을 메고선 집을 나서는데,

차라리 그럴 바엔 봉곡동이 아닌 원지로 가는 게

이 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래 맞다.

원지로 가자.

원지에서 타면 되니까.

 

바쁜 듯이 싼타모를 몰아치면서,

4차선 국도 3호선을 따라 빠르게 내달린다.

진주를 벗어나자마자 산청 하고도 신안면 원지이니,

버스정류소 부근에다 차를 세우고선 매표원 아줌마께 당당하게 묻는다.

‘중산리 가는 버스가 언제 옵니까?’

‘예, 곧 올 때가 됐네요.’

몰라서 물은 건 아니란 걸 알 턱이 있을까?

뻔히 알고서 일부러 그래 본건데 말이다.

차표를 받아들고 돌아서자,

때마침 중산리 가는 버스가 들어온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이나 되는 양 힘차게 버스에 올라탄다.

가자, 중산리로!

차비가 모자라서 백무동으로 못 가고, 

중산리에서 넘어갔단 말은 우스갯소리임을 밝혀두는 바이다.

곧이곧대로 알아들을 철없는 어른들이 혹시라도 있을까 싶어.  

중산리 대형주차장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올라,

장터목을 거쳐 백무동으로 내려가는 산행은 또 그렇게 시작된다.

 

 

 

 

 

 

원지에서 탄 버스가 40분이 지난 12시 05분경에 중산리 대형주차장에 다다르는데,

여긴 지난주 토요일에 들렀으니 꼭 1주일 만이요,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올들어 아홉 번째 천왕봉과 만나는 것이니,

 요 몇 년 동안은 천왕봉을 가장 많이 오르는 셈이요,

이러단 연말까진 열 번을 채울 것도 같은데,

지리태극을 열 번씩이나 한 효령대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올해만 열 번을 한 건 아니니까 별스레 뒤질 것도 없단 마음인데,

내 생각이 영 틀린 건 아니겠지?

아님 말고!! ㅎㅎ 

 

중산리 대형주차장을 뒤로하고선 소형주차장으로,

얼핏 본 천왕봉이 내려다보며 날더러 어서 오라지만,

 그런다고 빨리 갈 나도 아니며 어차피 빨리 갈 수도 없으니,

세상사 모든 건 때라는 게 있는 법이고,

때론 지긋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건만,

천왕봉답지 않게 오늘따라 왜 이러시는지?(12:10)

 

지난주 토요일에 비해선 차가 많이 줄었지만,

아니나다를까 소형주차장은 오늘도 가득 찼다는데,

그러거나 말았거나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고

 

7분 만에 마침내 지리산국립공원구역으로 들어서지만,

여기서부턴 내 맘대로 하거나 할 수 있는 건 억시기 많질 않은데,

요즘 들어 날이 갈수록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위세가 어찌나 대단한지,

조금 늦다 뿐이지 아무런 잘못도 없건만,

제 스스로 움츠려드는 걸 어쩔 수가 없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천왕봉은 뭐땜시 오르는 걸까?

천왕봉의 정기를 받으러 가는 거지,

기가 죽고 수그러진다면 그 무슨 소용이랴?(12:17)   

 

천왕봉이 허연 걸 보니 나잇살이나 먹은 것 같지만,

저 정도 색깔이야 나도 나오고,

난 꽤나 벗어지기까지 했는데,

제까짓 게 뭣이라고? 

 

황금능선의 곱디고운 단풍도 아랫도리만 살았는데,

다 죽은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봤자 얼마나 갈까?

세월 이기는 장사는 어디에도 없다는데   

 

소형주차장으로 오르자 셔틀버스가 기다리지만,

저걸 타고자 여기까지 온 건 아닐진대,

못 본 척 안 본 척 그냥 지나치기로 하고

 

소형주차장은 이미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는데,

거의 다 천왕봉으로 올랐다고 보면,

내가 올라갈 땐 내려오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장터목이든 로타리대피소든 그 어디로 가든,

크게 붐빌 것 같진 않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마음은 날듯이 발걸음도 가볍게 지리산국립공원 중산리탐방안내소를 지나는데,

아니나다를까 공단직원이 내다보면서 어디 가느냐고 묻는다.

그걸 몰라서 묻나?

'지리산 갑니다.'

'지리산 어디로요?'

'장터목으로 갑니다.'

'장터목에선 어디로요?'

'백무동으로 넘어갈 겁니다.'

'이 시간에 가능할까요?'

'가능하고 말고요.

내가 이래봬도 걸음은 좀 빠른 편입니다.'

'그렇지만 너무 늦은 건 아닌가요?' 

'랜턴까지 가져왔는데, 좀 늦으면 어때서요?'

그제서야 조심해서 가란다.

 

참 친절한 국공 아저씨,

제한시간도 아닌데 그런 건 왜 물을까?

천왕봉을 거쳐 장터목으로 간다고 했으면,

여기서 그만 돌아서야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천왕봉을 쏙 빼고서 장터목으로 간다고 하길 참 잘했지!

천왕봉이야 가든 말든,

장터목으로 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안 그래도 아까운 3분은 또 그렇게 흘러갔으니,

마치 자기네 산이나 되는 양 거들먹거리는 것 하곤?(12:27 - 12:30)  

 

아무리 바빠도 볼 건 보고

 

 

담을 건 또 담고  

  

 

좀은 늦은 시간이지만 법계교 포토존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천왕봉과 다시 한 번 눈을 맞추면서 제석봉도 덩달아 눈맞춤을 하고(12:33 - 12:36) 

 

법계교에서 바라본 제석봉과 천왕봉

 

 

좀 더 가까이로 모시고

 

 

제석봉 아래 장터목대피소는 보이는 둥 마는 둥이고

 

 

 

 

  

 

 

 

언제나 그러하듯이 우천 허만수 선생께 입산신고를 하고선 천왕봉으로 오르는데,

 오늘은 돌아오지 않고 넘어갈 것이기에 더욱 깎듯이 인사를 드린다곤 하지만,

그런다고 우천 선생의 반의반이라도 따라가는 산꾼이 될 수 있을라나?

그저 나만의 쓰잘머리 없는 바람일 뿐일까?

 

 

 

 

법계교와 중산리야영장을 벗어나는 곳엔 통천길이란  대문이 있는데,

  통천문이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고 했으니,

통천길은 하늘로 통하는 길이라고 하면 되겠는데,

통천길을 따라가면 통천문으로 이어지긴 할까?

통천문은 지난주엔 장터목에서 올라갔지만,

이번주엔 천왕봉에서 내려갈 것이고

 

 홈바위와 얽힌 전설이 있다는 칼바위를 지나는데,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난 뒤, 

지리산에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다는 말을 듣고,

 부하장수에게 칼을 주면서 그자의 목을 베어 오란 명령을 내렸는데,

명령을 받은 장수가 지리산을 헤매다 소나무 아래 있는 큰 바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를 보고 다가가 칼로 내려치자,

바위는 갈라져 홈바위가 되고 부러진 칼날이 3km를 날아가 바위가 되어,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칼바위는 중산리 일대는 말할 것도 없고 지리산 최고의 명물이라 할 수 있고(12:54)

 

언제나 그 자리에 꿋꿋하게 서 있는,

보고 또 보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칼바위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에서 장터목은 왼쪽이요,

망바위와 로타리대피소를 거치는 천왕봉은 곧장 오르는데,

꽤나 가파른 길이 이어지는 힘든 구간이지만,

오늘따라 몸이 가벼운 느낌이라 별스레 걱정은 되질 않고(12:57)   

 

 

 

 

 

 

 

길게 이어지는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러다간 오랜만에 sub - 2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살살 든다.

   법계교에서 천왕봉까지 5.4km를 2시간 안에 오르는 걸 sub - 2라 부르는데,

  마라톤 풀코스의 sub - 3와도 같이 일등 산꾼을 판가름하는 잣대이기도 하다.

그 가풀막길을 1시간에 2.7km나 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짓(?)은 더더욱 아니다.

난 2009년 6월 1일 1시간 36분 만에 오른 게 최고기록이요,

그 뒤론 일부러 기록산행을 하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또 다시 sub - 2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땐 사진이라곤 찍지 않았지만,

오늘은 사진까지 찍으면서 가는데,

과연 뜻대로 될지?  

 

앞서가는 이들을 제치면서 거침없이 치올라 망바위에 다다르는데,

이제 로타리대피소에 이르기까진 별스런 가풀막이 없기에,

숨을 고르면서 더욱 빠른 걸음으로 치올라도 괜찮고(13:19)   

 

 

 

 

망바위를 지나자 서서히 눈이 보이는데,

그러고보니 지난 11월 19일 지리산 일대에 눈이 내렸으며,

많은 곳은 2m가 넘는 폭설이 쏟아졌단 소식을 들었고

 

문창대 바로 아래 자리 잡은 문창대 우량국을 지나고(13:29)

 

 

문창대샘은 물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마른 것도 아닌데,

물이 안 나오는 샘도 샘이라 할 수 있을까?

겨울이면 언제나 그러하지만(13:31) 

 

요상하게 얹힌 바위도 지나고(13:35)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으로 올라서자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힘들면 좀은 쉬기도 하면서 천천히 오라지만,

모처럼 잡은 sub - 2의 기회를 허무하게 놓칠 순 없기에,

서둘러 몇 장 찍고선 로타리대피소로 내려서고(13:38)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본 촛대봉, 삼신봉, 일출봉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본 써리봉능선

 

 

 

 

 

로타리대피소에선 선 채로 목만 축이고선 천왕봉으로 떠나는데,

오후 2시로 되어 있는 커트라인에는 걸리지 않아 다행이다.

제대로 단속을 하는진 알 수 없지만,

20분만 늦었어도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는데,

 지리산이 무슨 자기네 산이나 되는 것처럼 왜 이러실까?(13:41)

 

 

 

 

 

 

 

 

 

 

법계교에서 법계사까지 3.4km를 올라왔으니,

천왕봉은 이제 2.0km가 남았을 뿐이고(13:43)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를 지나고(13:51)

 

 

 

 

 

문창대 뒤로 들어오는 구곡산과 주산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삼신봉 셋(외삼신봉, 삼신봉, 내삼신봉) 

 

 

오를수록 길바닥에 눈이 수북하고,

미끄럽기조차 해서 재빨리 아이젠을 꺼내 차는데, 

허겁지겁 챙기는 와중에도 아이젠을 빼먹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고   

 

 

 

 

 눈이나 비가 올 땐 간식과 점심을 먹는 장소로 사랑을 받는,

지리 05 - 08지점(1531m)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사자바위(14:01)

 

개선문(凱旋門)은 예전엔 개천문(開天門)이라 불렀다는데,

통천문과 같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다시 개천문으로 고친다는 소식이며,

통신골도 천왕봉에 새겨진 천주(天柱)란 글자를 따서 천주골로 고친다는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아직은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라고 하고(14:12)

 

 

 

 

 

 

 

개선문보다도 오히려 더 멋진 선바위를 지나는데,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난 그렇게 부르고 있으며,

그전엔 선바위 뒤쪽으로 천왕샘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지만,

지금은 앞으로 돌려버려 묵은 길이 되었고(14:17)   

 

선바위 이정표

 

 

천왕샘고개로 오르면서 돌아본 제석봉과 그 뒤 멀찌감치 떨어진 노고단과 반야봉

 

 

일출봉, 삼신봉, 촛대봉과 꼭대기만 살짝 내미는 연하봉  

 

 

천왕봉이 올려다보이는 천왕샘고개로 올라서는데,

오늘따라 아무도 없어 좀은 의아하지만,

천왕봉과 살짝 눈만 맞추고선 천왕샘으로(14:24)

 

천왕샘고개에서 쳐다본 천왕봉 일대

 

 

천왕샘 또한 문창대샘과 그다지 다를 것도 없지만,

문창대샘과는 달리 고이는 곳이라도 있기에 형편이 좀은 나은 편인데,

선 채로 한모금 마시고선 깔딱고개로 오르고(14:26)

 

 

 

 

 

 

 

지리산 천왕샘은 덕천강의 발원지요,

남덕유산 참샘은 경호강의 발원지인데,

두 강은 남강댐이라고도 부르는 진주 진양호에서 만나게 되며,

 진양호에서 흘러내린 물은 남강을 이루면서 낙동강으로 가는데,

함안 대산면과 의령 지정면 및 창녕 남지읍의 경계지점에서 낙동강과 하나가 되며,

우봉지맥과 화개지맥이 강을 사이에 두고 끝나는 곳이기도 하고    

 

 

 

 

깔딱고개 저 나무계단만 오르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이니,

주저앉지만 않는다면 sub - 2를 하고도 나머지가 있지만,

아직도 숨이 차거나 별스레 힘들지도 않고 생생하니,

     천지개벽(天地開闢)이 될지언정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마침내 천왕봉 정상석을 찍으니 14시 33분,

법계교를 떠난 지 1시간 57분이 걸린 셈이요,

다시 한 번 꿈에 그리던 sub - 2를 하게된 것인데,

그것도 이곳저곳 구경을 하면서 사진도 찍으면서 말이다.

한 달 열흘이면 60줄에 접어들 나이에 sub - 2를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아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 건,

그걸 해본 산꾼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내 자랑같기도 하지만,

이쯤 되면 자랑질 좀 해도 되지 않을까?(14:33 - 14:43)

 

韓國人(한국인)의 氣像(기상) 여기서 發源(발원)되다!

처음엔 慶南人(경남인)이었다가,

여기저기서 항의가 빗발치는 바람에 바꿨다는데,

글자를 문대고 새로 새겼다는 걸 보면 알 수 있으며,

어느 한 지역이 아닌 우리 민족 모두의 영산(靈山)인 지리산이니,

경남인보다는 한국인으로 바꾼 건 아주 잘한 게 아닐까?   

 

때마침 산꾼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천왕봉에서 흔적을 남기는데,

이렇게 정상석을 나 홀로 차지하는 건 참말로 오랜만이며,

거의 다 조금 한적한 곳에서 흔적을 남기기나 스쳐갔을 뿐이고

 

해맑은 날씨가 천왕봉으로 다가갈수록 구름이 많아지더니,

천왕봉에 오르자 푸른 하늘은 얼마 보이지도 않으며,

저 멀리 노고단과 반야봉의 엉덩이 두 짝이 희미하게 들어오는데,

반야봉과 반야 중봉은 똑같은 1732m짝엉덩이는 아닌 셈인가?   

 

 

 

 

 

 

 

천왕 동봉 뒤론 웅석봉을 중심으로한 태극능선이 펼쳐지지만,

이미 세 번을 했거늘 또 다시 철없는 그 짓(?)을 어찌 하겠는가?  

 

지금은 갈 수 없는 곳,

중봉과 하봉과는 눈인사만 주고받고

 

보이는 건 산이요 산 너머 또 산이고,

촛대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은 허옇게 눈을 뒤집어썼는데,

초겨울인지 늦가을인지도 알 수 없는 포근한 날씨지만,

언제 또 변덕을 부릴지 몰라 서둘러 천왕봉을 뒤로 하고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는 상상의 기둥이라는데,

저걸 누가 언제 왜 천왕봉에다 새겼을까?

 

잘 있거라 천왕봉이여,

올해 꼭 열 번은 채워주마!

 

 

 

 

 

 

 

칠선계곡 빗장은 언제나 풀리려나?

어진 백성이 하지 말란 짓은 안 하니,

가지 말란 곳도 안 갈 수밖에.

나도 모르게 가는 거야 어쩔 수 없다지만

 

 삶과 죽음이란 무엇일까?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정도의 차이일 뿐,

결국은 같은 곳을 가는 게 아닐까?

가는 길은 다르지만, 가는 곳은 같다던가?

 

통천문,

하늘로 통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니, 

하늘로 통하는 문을 지나는 건 당연한 게 아닐까?(14:51)

 

 

 

 

 

 

 

 

 

 

 

 

 

 

 

 

호구당터 안부 이정표를 지나(14:59)

 

 

우람한 바위도 지나고(15:01)

 

 

지리 01 - 50지점(1756m)의 자기자기한 바위를 지나(15:02)  

 

 

고사목으로 이름을 떨쳤던 제석봉에 다다르는데,

흐른 세월이 그 얼만데 이제 고사목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거의 다 삭고 썩고 문드러지고 부러지고 나자빠졌는데,  

산 나무도 견디기 어렵다는 지리산의 그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죽은 나무가 버티고 섰기엔 너무 버거웠는지도 모르고(15:05 - 15:08)

 

제석봉 전망대에서 살짝 보이는 중봉과 천왕봉

 

 

천왕봉을 좀 더 가까이로 당기고

 

 

중산리 뒤엔 구곡산과 주산이 보이지만,

와룡산과 금오산이 자리 잡은 남해론 엄청 흐릿하여 좀은 아쉽고 

 

지리 주릉 끄트머리엔 노고단과 반야봉이 겨우 드러나고

 

 

신데렐라 신발 자국이 찍힌 것도,

설마하니 곰 발자국은 아니겠지?

 

 

 

 

 

 

 

 

 

 

 

 

 

 

 

 이제 장터목대피소에서 백무동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그렇게 서두르지 않아도 2시간 남짓이면 될 것 같고,

좀 늦더라도 총회시간엔 맞출 수 있을 것이기에,

새로 지은 취사장을 둘러보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하고(15:17 - 15:23)   

 

 

 

 

지난주 토요일엔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더니,

어느새 완공하여 새로이 문을 연 장터목대피소 취사장의 모습,

그전 취사장은 리모델링을 하려는지 출입금지란 팻말이 붙었고  

 

 

 

 

장터목대피소의 이정표는 백무동 5.8km를 가리키는데,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삼봉산 일대가 유령이라도 되는 양 희미하게 들어오고

 

 

한신지곡 너머엔 삼정산 일대가 보일 뿐,

그 뒤 서북능선은 흔적조차 드러내질 않고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 주릉이 한눈에 들어오니 그나마 다행이고

 

 

장터목대피소 화장실 앞을 지나 백무동으로 내려가는데,

중산리와는 달리 응달이라 엄청 눈이 많을 것이지만,

이미 많이 다녀 길은 활짝 열렸기에 걱정이랑 하지를 말고

 

지리 10 - 11지점(1653m)은 장터목의 높이를 그대로 따왔고(15:28)

 

 

 

 

 

생각했던대로 등산로에도 많은 눈이 쌓였고

 

 

지리 10 - 00지점인 전망대 쉼터,

갈 길이 바빠 그냥 지나치고(15:31, 1637m)

 

 

 

 

지리 10 - 09지점(15:43, 1522m)

 

 

이건 뭐 봅슬레이 경기장과 비스무리하고

 

 

그런대로 조망이 열리는 망바위로 내려서는데,

여기도 그전엔 망바위란 표시가 있었지만,

이정표만 섰을 뿐 어디에도 보이진 않으니,

  모르는 이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지나칠 것 같은데,

왜 그랬을까?

일부러 그랬을까?

어쨌거나 이제 그다지 바쁠 것도 없기에,

장터목 일대를 눈으로나마 휘돌아보고 가기로 하고(15:48 - 15:52)

 

망바위에서 쳐다본 연하봉과 촛대봉

 

 

망바위에서 쳐다본 천왕봉과 제석봉,

산이란 보는 방향에 따라 엄청스레 모습을 달리하는 걸 알 수 있으니,

제석봉은  한없이 높아보이는데 비해 천왕봉은 그 부속봉인 양 낮아보이고  

 

제석봉과 연하봉능선 분기봉 사이 잘록이에 자리 잡은 장터목대피소,

망바위는 장터목대피소가 가장 가까이서 잘 보이는 곳이 아닐까?

 아니면 가장 잘 보이는 곳 가운데 하나는 틀림없지 않을는지?

 

장터목대피소를 좀 더 가까이로

 

 

지리 10 - 08지점(15:56, 1467m)

 

 

이제 가야 할 백무동은 3.6km요,

걸어온 장터목은 2.2km를 가리키고(16:02)

 

지리 10 - 07지점(16:03, 1377m)

 

 

지리 10 - 06지점(16:11, 1307m)

 

 

별스런 볼거리도 없이 지루하고 밋밋하게 내려서다,

소지봉에서 곤두박질치면서 참샘까진 돌계단이 이어지는데,

백무동은 3.0km요 장터목대피소는 2.8km를 가리키니,

이제 거의 반은 내려간 셈이고(16:12) 

 

 

 

 

소지봉(燒紙) 이정표,

희고 얇은 종이를 불살라 공중으로 올리는 봉우리란 뜻이긴 한데,

무엇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나로선 알 수가 없지만,

 예전에 부정() 없애고신령에게 소원 빌기 위하여, 

이곳에서 정성스레 제사를 모시고선,

종이 불살라 공중으로 올렸던 게 아닐까? 

 

소지봉에서 3분 남짓 내려서자 창암능선 갈림길에 이르지만,

지나다닌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있긴 하지만 못 본 척하는데,

그걸 타더라도 백무동으로 내려갈 수 있지만,

별스런 볼거리나 보이는 것도 없는 곳이기에,

참샘과 하동바위를 거치는 정규 등산로로 가기로 하고(16:15)  

 

참샘 50m쯤 위의 지리 10 - 05지점(16:21, 1137m)

 

 

끊임없이 이어지는 돌계단을 따라 참샘으로 내려서는데,

참샘의 물은 조금씩 나오긴 하지만 거의 마르다시피 했으니,

크지 않은 바가지에 받는데도 한참이나 걸리지만,

천왕샘에서 목을 축이고선 아무런 입가심을 한 게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그 물이나따나 받아 마실 수밖에 없고(16:22 - 16:25) 

 

어느 하나 버릴 건 없지만,

참 많이도 나붙었네

 

 

 

 

이건 뭐 나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안 나오는 건 더욱 아니고

 

 

 

 

참샘을 내려가면서 돌아보자 어느새 구름은 거의 걷혔지만,

응달이라 그런지 좀체 눈은 줄어들지를 않아 미끄러운데,

나자빠지지 않으려니 조심스레 내려갈 수밖에는  

 

젊었을 땐 한 덩치하면서 힘깨나 썼을 법한 고사목,

세월 이기는 장사는 어디에도 없다던가?

그나마 버티는 것만도 용하지 않을까?(16:28)

 

지리 10 - 04지점(16:32, 987m)

 

 

마침내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하동바위에 다다르는데,

그다지 볼거리가 많지 않은 장터목 - 백무동 구간에선,

그래도 참샘과 더불어 눈요기를 시키는 곳이고(16:37)

 

장터목대피소에서 4.0km를 왔으니,

백무동은 이제 1.8km를 가리키는데,

부지런히 내려간다면 30분 남짓이면 되지 않을까?

 

하동바위의 유래에 얽힌 전설을 보자면,

옛날도 아주 먼 옛날 장터목에 장이 서던 날,

함양과 하동의 두 원님이 산 좋고 물 좋은,

지리산에서 서는 장날을 둘러보기 위해 제각기 장터로 가다가,  

뜻밖의 만남에 반가워하면서 풍류를 즐길 줄 알았던 두 원님은 ,

주변 경관의 아름다움을 찬탄하며 장기를 두게 됐는데,

결과는 하동 원님의 압승으로 끝이 났다고 한다.  

내기에 진 함양 원님은 내놓을 만한 변변한 것이 없던 터에,

승자를 놀려줄 요량으로 눈앞에 우뚝 선 바위를 가져가라고 했다.

설마 저 큰 바위를 가져갈 수야 있을까 싶어서,

하동 원님도 이에 뒤질세라 고맙다고 하고선, 

나중에 사람들을 동원하여 가져가겠다면서,

우선 그 이름이라도 ‘하동 사람들의 바위’란 뜻으로

‘하동바위’라고 해버린 것이,

함양 땅에 있으면서도 그만 하동바위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하동바위를 지나자 길바닥엔 눈 대신 가랑잎이 나뒹구는 가운데,

지리 10 - 03지점을 지나고(16:42, 834m)

 

백무동은 이제 1.2km가 남았을 뿐이고(16:48)

 

 

지리 10 - 02지점(16:51, 701m)

 

 

점점 멀어지는 장터목과는 달리,

백무동은 더욱 가까워지고(16:54)

 

끝물 중에서도 끝물인 다말라비틀어진 단풍이 제딴엔 눈요기를 시킨다니까,

그 성의를 봐서라도 안 본 척 그냥 지나칠 수가 없는데,

할매도 여자요 할배도 남자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건만,

늙어지면 서러운건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기에 앞서 나오는 지리 10 - 01지점(603m),

백무동이 얼마 남지 않았음은 이런 걸 보지 않아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고 또 느낄 수가 있고(16:59)

 

마침내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너고(17:02)

 

 

 

 

 

백무동탐방안내소 바로 위로 내려서면서 세석대피소 갈림길과 합류하자,

장터목대피소는 5.8km지만 세석대피소는 6.5km를 가리키는데,

그리론 세석대피소가 아닌 가내소까지만 갈 수 있으며, 

백무동탐방안내소를 지나 상가지구로 내려가는데,

여기서부터 백무동주차장까진 덤이 아닐까?(17:04) 

 

백무동탐방안내소를 지나고(17:05)

 

 

감나무에 주렁주렁 감이 그대로 매달렸는데,

보기 좋아라고 저러는 것도 아닐테며,

까치밥하라고 그러는 건 더더욱 아닐테니,

아무래도 감을 딸 만한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

내가 알 것도 없고 걱정할 것도 아니지만 

 

백무동상가지구로 내려서자 창암산이 보이는데,

900m가 더 되는 꽤 높은 산이지만,

찾는 이들은 많지 않은 것 같으니,

지리산 변방의 서자 노릇을 하는 건 아닐까?  

 

백무동주차장과 맞닿아 있는 옛고을펜션,

2013년 태달사 총회가 열리는 곳이기도 한데,

볼일 좀 보고 들르기로 하고선 그냥 지나치고  

 

백무동주차장에서 바라본 창암산,

나도 저 산은 딱 한 번 올랐는데,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혹시라도 내일은 버스를 타고 진주로 돌아갈지도 모르기에,

지리산국립공원 백무동탐방안내센터로 가 마무리를 하는데,

중산리 대형주차장을 떠난 지 더도 덜도 아닌 꼭 5시간 만이다.

15km 남짓 되는 거리이니,

1시간에 3km씩 걸은 셈이다.

 빠르게 또는 조금 빠르게 걸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늑장거리를 부렸더라도 하마터면 어두웠을지도 모른다.

물론 랜턴이야 있긴 하지만,

지리태극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어두울 때 산길을 걸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좀은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버스시간을 알아두고선 옛고을펜션으로 간다.

전국에서 모여들 그리운 산꾼들을 만나러(1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