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동쪽 끝자락에 솟구친 산청 웅석봉
* 날 짜 : 2010년 4월 17일(토요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산청 웅석봉
* 산행거리 : 10.5km
* 산행시간 : 4시간 47분(운행시간 3시간 20분 + 휴식시간 1시간 27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4명(박광식, 강동섭, 장평식, 조광래)
산청 웅석봉(熊石峰)!
지리산과 연결되어 있는 웅석봉(1099.3m)은 천왕봉(1915.4m)에서 가지를 친 산줄기가,
중봉(1875m) - 하봉(1755m) - 새봉(1315.4m) - 왕등재(1048m) - 밤머리재(570m)를 거쳐
동쪽 끝자락에 솟구친 산으로, 지리산과는 별개의 독립된 봉우리이며 곰바우산이라고도 합니다.
곰골로 이어지는 북쪽 사면이 너무나도 가팔라, 곰이 떨어져 죽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답니다.
덕산 구곡산(961m)과 더불어 지리산 일대를 감상하는 최고의 전망대이기도 하고요.
지곡사 바로 아래 웅석봉군립공원 주차장에서 산행에 들어갑니다.
잘 정비된 꽤 넓은 주차장입니다.
선녀탕 갈림길 - 왕재(850m) - 웅석봉 - 십자봉(900m) - 230m고개를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입니다.
주차장 바로 곁에 지곡사(智谷寺)가 있는데, 신라 법흥왕 때에 응진 스님이 창건한
국태사(國泰寺)가 모태라고 하며, 현재의 규모는 그리 큰 편은 아닙니다.
경내의 물맛은 상당히 좋습니다, 좋고요.
실컷 마시고 물통을 그득 채웁니다.
산을 다니며 곳곳의 물맛을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심적사 갈림길을 지납니다.
웅석봉과 거의 맞볼 정도로 높은 산중턱에 자리 잡은 절입니다.
곰골의 맑디맑은 물이 마음을 끌어당깁니다.
당장이라도 뛰어들고픈 충동이지만, 아직은 아니지 않을까요?
때묻지 않은 곰골, 이대로 길이길이 보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녀탕 갈림길(240m)에서 바로 왕재로 오르지 않고, 일단은 곰골을 따라 선녀탕으로 갑니다.
2분 정도면 선녀탕을 만날 수 있는데, 날씬한 선녀만 몇몇이서 목욕을 했는지 별로 넓지도
깊지도 않습니다.
선녀탕에서 임도로 돌아나와 산자락으로 붙으면서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갑니다.
2분 정도 오르자 물소리가 꽤나 요란한데, 바로 강신등폭포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위쪽의 비스듬한 바위를 타고 흘러내린 물이 어느 정도 각도를 이루면서 힘차게 떨어지는데,
크지는 않지만 웅덩이까지 갖춰 어느 정도 위용을 자랑하는 편입니다.
겨울이면 얼어붙어 거대한 빙벽을 이루는 곳이지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천하장사가 막아서도 용케도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점차 가팔라집니다.
하늘만 약간 빠끔할 뿐 조망도 거의 없는 길, 계곡을 옆에다 끼고 위로위로 이어집니다.
골짝을 횡단하는 곳에 설치된 제1나무다리 밑에서 잠시 쉬기로 합니다.
해맑은 물이 흐릅니다.
이런 물을 먹고 사는 진주 사람들은, 어쩌면 선택받은 백성인지도 모릅니다.
손을 담그니 시원하고 좋아서 얼굴까지 씻어봅니다.
못난 얼굴이나마 좀 나아지려나 싶어선데, 어차피 그래 봤자지만!
여기도 비스듬한 폭포가 있는데, 웅덩이가 없을 뿐 강신등폭포에 버금가는
위력을 자랑하며 운치를 더해줍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몸이 무겁습니다.
진주 명석막걸리로 기력을 보충하긴 했지만, 속이 더부룩한 게 영 나아지질 않습니다.
제2나무다리를 지납니다.
길이도 형태도 제1나무다리와 비슷합니다.
몇 년 전 같이 설치해 놓았는데, 이젠 비가 와도 웅석봉 산행에 걱정이 없습니다.
숯가마터를 지나갑니다.
빙 둘러 높지 않은 돌을 쌓아 놓은 곳으로 예전엔 숯가마터란 표시가 있었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 아는 사람들만 짐작할 뿐입니다.
세월이란 악마는 모든 걸 다 앗아가나 봅니다.
가파른 꼬부랑길을 돌고 돌아 왕재로 올라섭니다.
웅석봉과 밤머리재로 이어지는 길과 만납니다.
지리산 4대 태극종주를 완성하자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곳입니다.
예전엔 왕재 925m라는 이정표가 오래도록 있었으나,
몇 년 전 새로 바꾸면서 고도 표기는 없앴습니다.
해발 850m쯤 된다고 합니다.
웅석봉 2.0km 이정표가 떨어져 나뒹굴고 있어 가슴이 아립니다.
애초에 용접이 시원찮았는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기어이 사고가 나고만 것입니다.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하여 하봉, 새봉, 도토리봉 등이 잎 떨어진 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입니다.
왕재에서 웅석봉과 마주보는 1079m봉까지는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내내 함께하며,
군데군데 나오는 전망대에선 산청읍 쪽의 조망이 참 좋습니다.
지리산 쪽과는 달리 곰골은 날카로운 벼랑으로 된 곳이 많아, 곰이 떨어져 죽었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을 정도입니다.
철쭉은 아직 때가 멀은 것 같습니다.
필 엄두도 못 내고 잔뜩 움츠려 있습니다.
세월이 좀 더 떠밀면 고개를 내밀겠지요.
1079m봉 약간 못 미처엔 곰골 갈림길이 있습니다.
별다른 표시도 없어 모르는 사람들도 많은데, 곰골 쪽으로 튀어나간 벼랑이 있는 데를 지나
만나는 낮은 봉우리와 안부가 있는 곳입니다.
웅석봉에서 보면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그 봉우리엔 가지를 유난히 많이 뻗은 나이 들은 참나무가 1그루가 있어, 길잡이 노릇을
단단히 해줍니다.
매우 급한 내리막을 따르면 아주 멋진 무명 폭포를 두어 개 만나게 되고,
곰골을 따라 선녀탕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빨치산의 애환이 서려있다는 달뜨기능선이 분기하는 1079m봉을 지나자마자,
널따란 웅석봉 헬기장으로 내려섭니다.
웅석봉은 이제 300m가 남았습니다.
오른쪽으로 50m를 조금 더 내려가면 샘이 있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지저분합니다.
이마저도 가물거나 겨울엔 잘 마르는 편입니다.
조금 멀긴 해도 헬기장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곰골 상류에서 또다른 샘을 만날 수 있습니다.
헬기장에서 좀은 가파른 길로 웅석봉으로 오릅니다.
더부룩한 속이 계속 애를 먹입니다.
왜 이러는 건지?
어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나자마자, 산불감시초소가 자리 잡은 웅석봉으로 올라섭니다.
작은 바위 몇으로 된 넓지 않은 웅석봉 정상,
1978년 12월 3일 산청산악회에서 세운 곰을 새긴 정상석과 삼각점(산청 25)이 있습니다.
웅석봉에서의 조망은 그야말로 압권입니다.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구석구석 속살을 드러내고, 왕산(923.2m)·필봉산(848m)·
황매산(1113m)·둔철산(823.2m)·주산(831m)을 비롯하여 구곡산과 황금능선 등 높고 낮은
주변의 산들이 죄다 들어오고, 내가 사는 진주도 보이는 곳이지만 희뿌연 연무로 오늘은
보이질 않아 좀은 아쉽습니다.
이렇게 조망이 좋은 곳도 흔치는 않을 겁니다.
정상 밑 나무데크에서 점심을 해결합니다.
문어무침에 두릅과 취나물 등 봄내음을 섞어, 몇 년 숙성된 매실주를 곁들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남은 막걸리까지 들이킵니다.
속이 거북살스러워도 신통하게 잘도 넘어갑니다.
오늘은 지리산 산신령이 부럽질 않습니다.
제아무리 산신령이라 해도 이런 맛이야 봤을라고!
정상주의 기쁨은 맛본 사람만이 알 뿐, 어떠한 표현으로도 모자라긴 마찬가지랍니다.
그러기에 더더욱 기를 쓰고 산을 찾는지도 모릅니다.
경호강을 바라보며 십자봉 방면으로 내려갑니다.
상당한 기울기의 내리막이 이어집니다.
지팡이 두 개 중 하나를 일행에게 양보합니다.
산행할 때 지팡이를 잘 안 갖고 가는 편인데, 요즘 들어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쌍지팡이를 갖고 적응훈련에 열중입니다.
좀 내려가는데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지팡이를 짚은 분이 작은 돌을 밟으며 미끄러지면서 주저앉은 것입니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애석하게도 물적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사람이야 다시 일어나면 본전이야 되지만, 그만 지팡이가 휘어지고 만 것입니다.
이럴 수가!
아무리 싸구려지만 지팡이가 다 휘어지다니, 본인 말을 빌리자면 50kg이라는데 말입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이참에 좋은 걸로 바꿔야겠네요.
어째 좀은 지팡이 값을 물어줄려나?
순한 길을 한동안 진행하다 어천마을과 내리 갈림길인 십자봉 사거리에서,
어느 길도 택하지 않고 직진하는 묵은 길을 따라 십자봉으로 올라갑니다.
십자봉은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조금 아래 어천마을 쪽 큰 바위에 커다란 십자가가 있어
그렇게 굳어진 채 불리고 있습니다.
작은 바위 몇 개로 된 좁은 공간이지만, 경호강과 국도 3호선 및 중부고속도로가
나란히 하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시 내리로 가는 길에 합류하여, 조금 내려가자 이른바 칼날능선입니다.
좁다란 바위가 칼날처럼 이어지는 곳인데, 왕재에서 밤머리재로 가는 능선 아래의 심적사가
인상적입니다.
옛 헬기장을 지납니다.
이미 용도폐기된 지 오래되어서 인지 수풀이 무성합니다.
아는 사람만 겨우 짐작만 할뿐입니다.
경사도는 꽤 있는 편이지만, 부드러운 흙길을 타고 내려가다 샘에 다다릅니다.
물은 흘러나오지만 관리를 하지 않아, 샘으로의 역할을 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상식수론 충분히 가능할 것 같지만.
길가의 진달래가 꽃샘추위에 얼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기후변화가 심합니다.
꽃뱀을 만납니다.
남자를 홀리는 꽃뱀이 아닌 진짜 꽃뱀입니다.
재빠르게 수풀 속으로 달아납니다.
겨울잠을 자는 놈이 깨었으니, 참말로 봄은 봄인가 봅니다.
임도와 만났다 헤어졌다 또 만났다 하다, 230m고개에선 다시 만난 비포장임도를 따라
좌회전하여 내려갑니다.
직진하여 내리저수지로 가는 길은, 농장을 통과하는지라 철조망으로 막아 놨습니다.
예전엔 열렸던 길인데, 아쉽긴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굳이 그리로 갈 필요도 없긴 하지만.
선녀탕 쪽으로 250m쯤 가다 임도에서 벗어나, 내리저수지 쪽의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으로 가는
지름길로 내려갑니다.
임도를 쭉 따라도 선녀탕 갈림길을 지나 주차장에서 만나는데, 훨씬 멀기 때문에 일부러가
아니면 잘 가질 않습니다.
주차장까지 200m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로 가보면 그보다는 좀 더 멉니다.
우거진 숲길을 지나 곰골을 지나 주차장으로 올라갑니다.
웅석봉 원점회귀산행이 완성된 것입니다.
비록 좋지 않은 몸 상태였지만,
직장동료와 함께한 오늘도 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혼자든 몇 명이든 갈 때마다 느낌은 다르지만, 좋다는 생각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하루 낮 동안만 머물다 내려와도 인간 세상에 적응이 잘 안 되는 걸로 봐선,
그만큼 산이란 참 좋은 게 아닌가라고 내 멋대로의 결론을 내립니다.
내 힘이 다할 때까지 산으로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영원히 산과 하나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하산주에 정을 실어 한동안 머물다, 아침에 나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가야 할 곳은 거기니까요.
춘사월의 어느 휴일은 또 이렇게 흘러갔습니다.
가슴 가득 봄바람을 불어넣고서!
* 구간거리(10.5km)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 1.3km - 선녀탕 갈림길 - 0.05km - 선녀탕 - 0.05km - 선녀탕 갈림길
- 0.1km - 강신등폭포 - 0.7km - 제1나무다리 - 0.3km - 제2나무다리 - 0.9km - 왕재 - 1.7km
- 웅석봉 헬기장 - 0.05km - 웅석봉 헬기장샘 - 0.05km - 웅석봉 헬기장 - 0.3km - 웅석봉 -
1.0km - 십자봉 - 3.3km - 230m고개 - 0.25km -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지름길 - 0.4km -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 곳곳의 이정표상 거리가 연결되지 않고 서로 달라 혼란함
* 산행일정
10:18 산청읍 내리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10:25 심적사 갈림길
10:33 선녀탕 갈림길
10:35 - 10:37 선녀탕
10:39 선녀탕 갈림길
10:41 강신등폭포
10:57 - 11:07 제1나무다리
11:13 제2나무다리
11:27 숯가마터
11:42 - 11:52 왕재
12:17 곰골 갈림길
12:23 1079m봉
12:27 웅석봉 헬기장
12:28 웅석봉 헬기장샘
12:29 웅석봉 헬기장
12:35 - 13:35 웅석봉
13:56 십자봉 아래 사거리(어천마을 - 내리 갈림길)
13:59 - 14:04 십자봉
14:08 칼날능선
14:18 묵은 헬기장
14:41 참샘
14:54 230m고개
14:58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지름길
15:05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
지곡사 대웅전
심적사 갈림길
심적사 갈림길에서의 웅석봉
선녀탕 갈림길 이정표
선녀탕
강신등폭포
강신등폭포
제1나무다리 아래 폭포
제1나무다리
제1나무다리
숯가마터
왕재 이정표
상투봉에서 본 산청읍
상투봉에서 본 내리저수지
상투봉에서 본 지리산 천왕봉과 중봉
곰골 갈림길 봉우리의 큰 참나무
예전의 흔적
웅석봉 헬기장
웅석봉 헬기장샘
웅석봉 헬기장 이정표
웅석봉 이정표
웅석봉 산불감시시설
박광식
박광식, 강동섭, 장평식
누가 주인공이야?
웅석봉 삼각점(산청 25)
십자봉 아래 사거리 이정표
십자봉에서의 둔철산
칼날능선에서의 심적사
냉해 입은 진달래
참샘
230m고개 이정표
230m고개 임도차단기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내리저수지) 갈림길
내리저수지
웅석봉군립공원주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