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악양 벌판을 굽어보는 형제봉

큰집사람 2010. 4. 12. 19:57

 

 

* 날    짜: 2010년 4월 11일(일요일)

* 날    씨: 흐림

* 산 행 지: 하동 형제봉(성제봉)

* 산행거리: 10.9km

* 산행시간: 6시간 40분(운행시간 4시간 36분 + 휴식시간 2시간 04분)

* 산행속도: 보통걸음

* 산행인원: 14명 

 

 

 

하동 형제봉!

지리산 중앙부 세석평전에서 남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의 끄트머리에 있는,

형제봉(兄弟峰)의 본래 이름은 성제봉이었다고 합니다.

악양 벌판을 굽어보며 형제같이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마주보고 있는 형상입니다.

경상도에선 형을 성이라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정상석에 한글로 적어도 좋은 것을

굳이 한자로 엉뚱하게 표기하면서, 그만 어진 임금님 같은 산(聖帝峰)으로 돼버렸다고 합니다.

어쩌다 그랬는지는 몰라도...... 

직장산악동호인 14명이 진주를 떠나, 하동읍을 거쳐서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 갑니다.

벚꽃이 활짝 핀 19번 국도를 따라 가니, 학창시절 소풍갈 때처럼 마냥 즐겁고 설레는 마음입니다.

젊지 않은 가슴에도 봄바람은 파고들고 아직은 반응이 있는 걸로 봐선,

그래도 용도폐기나 불용처분하기엔 조금은 이르나봅니다.

 

드넓은 악양 벌판을 지나 최참판댁 갈림길이 있는, 외둔마을 소상낙원 표지석이 있는 소공원이

들머리입니다.

최참판댁과는 2km, 형제봉과는 6.5km 떨어진 곳입니다. 

소상낙원(20m)에서 일렬종대로 출발합니다.

밤산이 이어지는 길가엔 고사리가 삐죽삐죽 올라와 있습니다.

볕은 나지 않았지만 춥지는 않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완연한 봄인가 봅니다.

이마에 땀이 날 즈음 팔각정 전망대에 오릅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과 백운산 줄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전망대에서 50m 정도만 가면 포장된 1차선 도로가 지나는 160m고개에 닿는데,

형제봉 등산안내도가 있습니다.

주차된 차도 몇 대 보입니다.

 

10분 남짓 올라 제법 큰 바위 사이로 난 길을 가면, 훤칠한 소나무 한그루가 막아선 데가 나오는데, 예전 외석문이라 부르던 곳입니다.

한산사 갈림길(260m)과는 50m쯤 못미처 있습니다.

지금은 이름을 압수당했는지 아무런 표시도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 

복원하여 잘 정비한 고소성에 다다릅니다.

약 220m - 350m 높이에 자리잡은 둘레 800m, 높이 3.5 - 4.5m의 돌로 쌓은 성인데,

성 위로 올라서면 널따란 악양 벌판과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멋진 소나무도 있어 볼거리와 쉼터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잠시 목을 축입니다.

산성을 뒤로하고 5분 정도면 길 왼쪽에 바위봉이 있는데, 고소대(405m)라고 하는 곳입니다.

가운데 바위가 가장 크며, 양쪽은 별로 크지는 않습니다.

오르지는 않고 그냥 지나갑니다.

 

곧이어 최참판댁 갈림길 안부(380m)를 지나면 철계단이 설치된 바위지대가 연달아 나오는데, 

이제 곧 통천문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아주 멋진 소나무가 입구 앞 악양 쪽에 뿌리를 박고 있고, 5m 길이의 통천문은 날씬한 내가

지나가기에도 비좁은 편입니다.

짊어진 배낭이 자꾸 걸리는데, 몸집이 좀 있는 사람은 안고 지나가는 게 속이 더 편합니다. 

신선봉(586m)의 무너진 봉화대에 도착합니다.

주변의 돌만해도 복원이 가능할 것 같은데, 왜 무너진 채 놔두고 있는지?

안타깝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짊어지고 간 진주 명석 막걸리로 깔깔한 목을 씻어 내립니다.

누가 술꾼 아니랄까봐 됫병으로 둘을 갖고 갔습니다.

운반과정에 고통이야 없을 순 없지만, 쭈욱 들이키는 순간 모든 걸 보상받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먼저 가신 분의 아주 작은 보금자리가 있는 615m봉을 지납니다.

119 구조대엔 585m봉이라 되어 있고, 무너진 봉화대가 있다고 소개한 곳도 많은데,

건 아무래도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작은 바위가 몇 개 있을 뿐, 조망도 별로 없는 보잘 것 없는 봉입니다.

바위와 솔과 흙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길이 이어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지겨운 줄을 모릅니다.

넓은 틈새바위라는 곳도 지나갑니다.

크고 작은 바위 사이로 길이 있으며, 바로 옆에는 우회로도 있어 지나치기 일쑤일 것 같습니다.

하기야 어디로 가면 뭐가 어때서, 아무데나 그냥 가면 되는 거지! 

바위 홈을 타고 쇠말뚝과 쇠줄을 설치한 718m봉으로 올라섭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의 끈질길 생명력이 놀랍습니다.

올려다 본 신선대는 더욱 위압감으로 다가옵니다.

 

양옆 큰 바위 사이로 올라 신선대고개로 올라섭니다.

막아선 나무 틈새로 구름다리가 보입니다.

좀 이따 지날 곳입니다.

신선대(903m) 벼랑 위에서 보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지나온 능선과 악양 벌판, 섬진강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입니다.

구름다리를 지납니다.

높이는 알 수 없으나 길이는 20m 안팎인 것 같은데, 때맞추어 불어오는 봄바람이 상큼합니다.

구름다리와 철계단 또 준구름다리를 지나니, 강선암 갈림길이 있는 890m봉입니다.

여기저기 제법 공간이 있어 쉬거나 점심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인데, 점심은 좀이따가 헬기장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일행을 기다리며 잠시 쉬기로 합니다.

여럿이 다니니 똑같을 순 없고, 조금씩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걸은 경력에다 산행 경력까지 다양한데다가,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서도 차가 나기 때문입니다.

 

890m봉에서 1분만 내려가면 성제봉 철쭉제단과, 그 옆으로 20m 지점에 샘이 있습니다.

물은 많이 남았기에 그냥 갑니다.

철쭉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많긴 하나, 아직은 봄이 온 줄 모르는 모양입니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날 줄 모릅니다.

핀 철쭉을 상상으로만 느끼며 지나갑니다.

형제봉이 바라보이는 헬기장(1054m)에서 민생고를 해결합니다.

조금씩 내놓은 반찬이 모이니, 진수성찬이 되고 산해진미가 됩니다.

마눌님이 싸준 홍어를 안주 삼아 반주를 곁들이니, 세상에 남부러울 게 하나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맛에 산에 다니는지도 모릅니다.

 

먹고 마시고 양껏 충전을 하고 정상을 향해 출발합니다.

빤히 보이는지라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바로 밑에 무덤이 있는 형제봉 정상(1115.5m)으로 올라섭니다.

형제봉을 베개 삼은 걸로 봐 상당히 명당자리 같습니다.

후손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1992년 5월 3일 세운 정상의 표지석엔 聖帝峰(성제봉)이라 새겨져 있습니다.

난데없이 임금님인데, 형이나 성과는 거리가 있는 표현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날씨가 좋으면 지리산 일대가 거의 조망된다고 하는데, 희뿌연 연무가 덮어버려 보이질 않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신선대에서 보는 조망과 별차가 없습니다.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어이 증거물을 남깁니다.

볼품없는 못난 얼굴이지만, 세월이 더 가기 전이 그래도 나을까 봐......

 

이웃한 형제봉 2봉으로 올라섭니다.

둥근 정상석엔 1117m라고 되어 있습니다.

1봉보다도 오히려 2m가 더 높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형과 동생이 뒤바뀐 셈입니다.

봉우리의 형태나 높이도 비슷한 걸로 봐선, 둘이 형제지간인건 맞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머리가 정리되지 않아 뒤숭숭한 채로 하산길에 접어듭니다.

청학사계곡이 아닌 수리봉능선 쪽을 선택합니다.

2분쯤 가니 1100m봉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직진은 지리산 남북종주 길입니다.

지리산 남북종주는 소상낙원에서 형제봉을 거쳐 삼신봉 - 영신봉 - 삼각봉 - 삼정산 - 실상사로

이어지는 약 50km 안팎을 말하는데, 언젠가 가야 할 몫으로 남은 숙제이기도 합니다.

 

제법 급한 내리막으로 쏟아집니다.

바위와 솔이 조화를 이룬 길이기에 지루하지는 않지만,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될 만큼의

길이 이어집니다.

군데군데 조망이 열려 형제봉 일대를 볼 수 있어 좋긴 합니다.

또 하나의 통천문(980m)을 통과합니다.

처음 것보다 넓고 높아 지나가기는 훨씬 수월합니다.

선 채로 가도 거치적거리는 것이 없습니다.

수리봉(847m)을 오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엔 847m로 되어 있는데, 이정표엔 840m로 적어 놨습니다.

독수리를 닮았다고 하여 수리봉이라 한다는데, 전국에 수리봉이 아마도 열 개는 더 되리라 봅니다.

형제봉도 전국 각지에 열 개 이상은 될 것이고요.

잠시 땀을 식히며 머무릅니다.

지나온 형제봉 일대의 조망이 참 좋습니다.

 

수리봉에서 25분 정도 등성이를 타며 내려서면, 별로 크지 않은 바위 10여 개가 있는 안부에서,

바로 가는 길은 없어지고 오른쪽으로 크게 꺾어지는데, 청학사가 있는 골짝으로 가는 길입니다.

조심조심 내려가다 미끄러지면서 뒤로 넘어지는 걸, 지팡이 두 개로 간신히 버티며 오뚝이처럼

균형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기어이 일은 터집니다.

순식간에 또 미끄러지는데, 이번엔 균형 잡는데 실패하고 맙니다.

주저앉으며 오른쪽 무릎이 제껴집니다.

하필이면 아직도 온전하지 못한 무릎을 또 제낄 줄이야!

전기가 찌릿 오는데, 큰일 났다는 생각뿐입니다.

일어나 걸으니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천만다행히도 덧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최소한 앉은뱅이 신세는 면한 것 같았기에......

 

포장 임도를 만나 내려가 청학사 진입로(370m)에 합류합니다.

청학사와는 200m 떨어진 지점입니다.

잠시 후엔 청학사 입구(320m)에 다다릅니다.

청학사엔 들르지 않고 그냥 갑니다.

벚꽃이 곱게 핀 길을 따라 내려가, 푸르른 보리밭과 갓 피기 시작한 배꽃이 아름다운

노전마을회관에 닿음으로써 산행을 끝마칩니다.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포근한 날씨와 함께한 형제봉 산행!

좋은 사람들과 좋은 산을 찾은 참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하산주에 정을 주고받으며 한동안 머물다, 아침에 떠났던 곳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내 삶의 터전과 보금자리가 있는 가야 할 곳 진주로......

봄은 이렇게 또 깊어갑니다.

 

 

 

 

* 산행일정

09:25          외둔마을 소상낙원

09:40 - 09:45  160m고개

09:55          외석문

10:00 - 10:14  고소성

10:20          고소대

10:21          최참판댁 갈림길 안부

10:32          통천문

10:45 - 10:55  신선봉 봉화대

11:07          615m봉

11:12          넓은 틈새바위

11:35          718m봉

12:05 - 12:10  신선대

12:15 - 12:30  890m봉(강선암 갈림길)

12:45 - 13:40  헬기장

13:55 - 14:00  형제봉 1봉(성제봉)

14:05 - 14:10  형제봉 2봉

14:12          1100m봉(△하동 22)

14:25          제2 통천문

14:50 - 15:00  수리봉

15:25          등성이 안부에서 청학사 골짝으로

15:40          청학사 갈림길

15:44          청학사

16:05          노전마을회관

 

 

   

 

* 구간거리(10.9km)

소상낙원 - 0.8km - 160m고개 - 0.4km - 한산사 갈림길 - 0.3km - 고소성 - 0.3km -

최참판댁 갈림길 - 3.3km - 890m봉 - 1.4km - 형제봉 - 0.3km - 1100m봉 - 0.5km -

통천문 - 0.9km - 수리봉 - 1.3km - 청학사 - 1.4km - 노전마을회관

 

 

 

 

외둔마을 소상낙원(1) 

 

 

 외둔마을 소상낙원(2) 

 

 

 외둔마을 소상낙원(3) 

 

 

 외둔마을 소상낙원(4) 

 

 섬진강과 벚꽃길

 

160m고개 부근 전망대 

 

 

160m고개 형제봉 등산안내도(1) 

 

 

160m고개 형제봉 등산안내도(2) 

 

 160m고개 이정표(1)

 

 

 160m고개 이정표(2)

 

 

외석문(1) 

 

 

 외석문에서 미남1 , 2

 

 

외석문(2) 

 

 

한산사 갈림길 이정표(1) 

 

 

한산사 갈림길 이정표(2) 

 

 

고소성 안내판(1)

 

 

고소성 안내판(2) 

 

 

고소성 이정표 

 

 

고소성에서 본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 

 

고소성 

 

 

고소대(1) 

 

고소대(2) 

 

 

최참판댁 갈림길 이정표 

 

전망바위에서 본 고소대봉 

 

 

통천문(1) 

 

 

통천문(2) 

 

 

통천문(3) 

 

 

통천문 소나무 

 

 

통천문(4) 

 

 

신선봉 봉화대 

 

 

615m봉(1) 

 

 

615m봉(2) 

 

 

넓은 틈새바위(1)

 

 

넓은 틈새바위(2)

  

718m봉 오름길 

 

 

718m봉에서 본 신선대 

 

 

생강나무 

 

 

신선대 암벽 

 

 

 신선대고개

 

 

신선대고개에서 본 구름다리 

 

 

신선대에서 본 718m봉

 

 

신선대 구름다리(1) 

 

 

신선대 구름다리(2) 

 

 

신선대 구름다리에서 나(1) 

 

 

신선대 구름다리에서 나(2) 

 

 

신선대 구름다리(3) 

 

 

 

신선대 구름다리와 계단(1) 

 

 

 신선대 구름다리와 계단(2) 

 

 

 신선대 구름다리와 계단(3) 

 

 

준구름다리

 

 

890m봉 이정표

 

 

890m봉에서 본 철쭉 군락지

 

 

성제봉 철쭉제단 

 

 

철쭉 

 

 

철쭉 군락지에서 본 신선대 

 

헬기장에서 본 형제봉 

 

 

헬기장 

 

 

형제봉 이정표 

 

형제봉에서 2 + 1 

 

 

형제봉에서 나 + 1

 

형제봉에서 다른 2 + 1 

 

 

형제봉에서 나 

 

 

형제봉(2봉) 

 

  

형제봉(2봉)에서 본 형제봉 

 

 

1100m봉(1) 

 

1100m봉(2)

 

1100m봉(3)

 

 

통천문(1) 

 

통천문(2)

 

 

통천문(3)

 

 

수리봉(1)

 

 

수리봉(2)

 

 

등성이에서 청학사로 가는 안부 

 

 

청학사 진입로 합류지점 이정표 

 

 

활짝 핀 벚꽃(1) 

 

 

청학사 입구 이정표

 

 

활짝 핀 벚꽃(2) 

 

 

동백꽃 

 

 

회남재(740m) 

 

 

신선대 

 

 

갈림길 형제봉 5.5km 이정표(안 맞는 듯?)

 

 

보리밭 

 

 

한물간 매화나무 

 

한창인 벚꽃 

 

 

배나무 

 

 

형제봉 일대(1) 

 

 

매화나무 , 감나무, 벚나무(같은 봄인데 느낌은 대조적?)

 

  

노전마을회관(경로당) 

 

 

형제봉 일대(2) 

 

 

 형제봉 일대(3)

 

  

 형제봉에서 본 지리산 천왕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악양 일대 개념도 

    

형제봉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