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과 합천에 걸친 보암산과 수리봉 잇고 제자리로
* 날 짜 : 2011년 7월 10일(일요일)
* 날 씨 : 장맛비 오락가락
* 산 행 지 : 산청 신등면 장천리 이교마을 - 보암산 - 수리덤 - 용정 - 이교마을
* 산행시간 : 2시간 20분(운행시간 1시간 49분 + 휴식시간 31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유별스레 일찍 찾아와 많은 비를 뿌리며 좀체 물러설 줄 모르는 올 장마,
한나절을 집안에서 얼쩡거리다 도저히 좀이 쑤셔서 그냥 있질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다
기어이 배낭을 짊어지고 어디론가 또 떠납니다.
진주 이현동에서 무턱대고 국도 3호선을 따라 가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
산청 신등면과 합천 가회면에 걸친 보암산이 문득 떠올라 그리로 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동안 예닐곱 번은 간 것 같은데, 마지막이 언제인지 까마득한 것으로 봐 꽤나 오래된 것
같습니다.
보암산(寶岩山, 695.6m)!
보암산은 원래 부암산(傅岩山, 스승바위산)이라 했는데, 스승 부(傅)와 전할 전(傳)의 한자가
비슷하여 전암산(傳岩山)으로 잘못 표기한 지도도 더러 있었답니다.
그러던 게 1997년 산청군에서 무슨 이유에선지 지명개정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보암산으로
바꿔줄 것을 요청했으며,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이를 받아들여 2002년 1월 5일 고시하여
보암산으로 그 이름을 바꿨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지형도엔 보암산(寶岩山)으로 되어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산청 원지 부근에서 국도 3호선을 벗어나 20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다, 신안면 문대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갑니다.
이어서 신등면 소재지인 단계를 지나 2차선으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도로로 가다,
신등면 가술리 청산 삼거리에서 법물 방면으로 좌회전합니다.
우회전은 합천 가회면을 거쳐 모산재(767m)와 황매산(1113m)으로 가는 길입니다.
법물마을을 지나 얼마 안 간 이교약수터에서 손항마을과 이교마을로 가는 길이 나뉘는데,
보암산 아래 신등면 중천리 이교마을로 가자면 좌회전이 아닌 우회전입니다.
이교1교와 이교2교를 잇달아 지나는데, 많은 장맛비로 불어난 흙탕물이 기세 좋게 흐릅니다.
여기저기서 재산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인명피해 또한 만만찮은데, 이제 제발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게 내 맘대로 되는 건 아닙니다.
이교마을회관을 지나자마자 마을을 벗어나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바뀌며, 얼마 안 가 황매산
산행안내도가 서 있는 임도 사거리 한쪽에다 차를 세웁니다.
승용차 두어 대 정도는 별 무리 없이 주차할 공간입니다.
부암산 3km와 합천군 가회면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데, 포장임도 따라 15분이면 고갯마루에
닿고 그 너머론 가회면 중촌리 동곡마을입니다.
부암사는 100m이며 차량을 통제한다는 표지석이 있지만, 실제로 부암사는 300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고 짙은 안개가 감싸고 있어, 보암산은 산자락만 살짝 들어올 뿐
윗부분은 모습을 드러내질 않습니다.
말끔하게 포장된 콘크리트 도로를 따르는데 처음엔 부암사 진입로라 포장한 줄 알았지만,
부암사를 지나서도 이어지는 걸로 봐선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6분 남짓 지나자 부암사(傅岩寺) 입구에 자리 잡은 마당바위가 나오는데,
왼쪽으로 틀어 내려가 절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암자인 부암사를 둘러보며 잠깐 머무릅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인기척이라곤 없고, 그 흔한 개 짖는 소리조차 들리질 않습니다.
그야말로 절간같이 조용합니다.
포장임도는 작은 계곡에 걸친 다리를 건너자마자 끝나고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정표(이교마을 1.0km·부암산 1.3km)가 가리키는 오른쪽 뚜렷한 길로 꺾어 오릅니다.
웃자란 풀로 뒤덮인 임도를 따라 가도 되는데, 얼마 가지 않아 고갯마루에서 손항저수지에서
오르는 길을 만나 산줄기를 타면 됩니다.
임도처럼 넓고 뚜렷한 길로 2분쯤 갔을까, 이정표(이교마을 1.2km·부암산 1.1km)가 있는
갈림길이 또 나옵니다.
바로 가는 건 절터(샘)와 미륵바위를 지나는 보암산 지름길이지만,
그걸 마다하고 왼쪽으로 꺾어지는 길을 따릅니다.
이정표로 봐선 둘 다 1.1km로 같지만, 둘러가는 게 바로 가는 것과 같을 리는 없으리란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니 보암산 이정표는 두 가지가 뒤섞여 있습니다.
이교마을에서 하나는 2.3km요 다른 하나는 3km인데, 어느 게 맞는지는 알 수가 없답니다.
왼쪽으로 들어서자마자 작은 개울을 건너는데, 제법 물이 불긴 했지만 못 건널 정도는 아닙니다.
조금 오르자 소나무에 비스듬히 기댄 이정표(이교마을 2km·부암산 1.0km)가 있으며,
1분쯤 뒤 능선으로 올라서자 왼쪽 아래서 갈림길이 달라붙습니다.
비포장임도와 손항저수지에서 오르는 길이 만나, 능선을 타고 이리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디로든 상관없는 셈입니다.
부드러운 숲길이긴 해도 꽤나 가파른 길이 한동안 이어지다, 길을 막고 선 커다란 바위 앞에서
오른쪽으로 에돌아가는 길을 마다하고 바위를 타고 그대로 올라섭니다.
지형도 상의 589m봉인 것 같은데, 꽉 낀 안개로 10m 앞도 잘 보이질 않습니다.
비스듬히 바위를 타고 내려서 가풀막을 오르자, 아랫음달덤 바로 아래 전망대지만 이곳 또한
보이는 건 안개 밖에 없습니다.
가시거리가 좋을 땐 감암산(834m)과 황매산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지리산 천왕봉(1915.4m)도
들어오는 곳이지만, 오늘은 그저 상상으로만 가능할 뿐 현실로 와 닿진 않습니다.
아니 와 닿을 턱이 없습니다.
4분 남짓 더 가풀막을 타자, 바위 전망대인 아랫음달덤으로 올라섭니다.
윗음달덤과 수리봉과 더불어 삼각형을 그리며 감암산을 비롯한 황매산 일대가 잘도 보이는
곳인데, 이곳 역시 짙은 안개로 겨우 바로 앞만 보일 뿐입니다.
밟으면 끄떡끄떡 하는 꽤 큰 바위가 있으며, 안개 속을 헤집으며 조금 내려서다 다시 조금 오르자
보암산 정상인 윗음달덤에 다다릅니다.
보암산은 황매산에서 남쪽으로 내리뻗은 산줄기의 끝자락에 솟아오른 산으로, 아랫음달덤·
윗음달덤(695.6m)·수리봉(724m) 등 세 개의 봉우리가 이웃해 있습니다.
삼각점(산청 317)이 자리 잡은 윗음달덤이 지형도엔 보암산 정상이며, 가장 높은 수리봉은 그냥
724m봉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름 없는 산악회의 정상석도 윗음달덤에 있으며, 이정표(감암산 2.6km·동곡마을 3.9km)와
낡은 조망안내도가 그 옆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수리봉을 비롯하여 감암산과 황매산도 들어오는 곳이지만, 이곳 또한 진한 안개로 덮여 다른 데와
마찬가지로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가시거리가 채 10m도 되질 않습니다.
정상부 바로 아랜 평상이 놓여 쉼터가 되어 주며, 그곳엔 묘지터란 안내판도 보입니다.
땅바닥에 떨어진 하산로 3km란 이정표가 있는데, 그건 이교마을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온 길로 10m쯤 되돌아가 배너미재(배넘이고개)로 내려가는데, 절벽주의란 경고문이 있을
정도로 바위지대입니다.
난간이 설치되어 덜 위험하긴 해도, 비에 젖은 미끄러운 바위를 타는지라 조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배너미재로 내려서자 바위지대가 아닌 밋밋한 흙길이다, 다시 난간이 설치된 바위지대로
올라갑니다.
제법 길기도 한데다 작은 철 계단도 있는 등 이곳 또한 결코 만만찮으며, 이어서 이정표
(부암산 0.4km·감암산 1.8km·동곡마을 3.9km)가 있는 갈림길 봉우리에 다다릅니다.
오른쪽은 부암산성을 지나 동곡마을로 이어지며, 부암산성으로 오르기에 앞선 안부에서
챙이바위 아래 자리 잡은 용정으로의 갈림길이 있습니다.
그건 나중 내려갈 때로 미루고, 왼쪽으로 살짝 내려서다 크고 비스듬한 바위를 타고 오르자마자
또 갈림길이 나옵니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건 감암산과 황매산으로 이어지며, 수리덤은 바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30m 정도만 가면 거대한 바위로 된 수리봉인데, 여기도 안개가 홀로 간 날 맞을 뿐 아무도 없고
아무 것도 보이지도 않습니다.
정말 지독한 안개세상입니다.
지나온 아랫음달덤과 윗음달덤은 물론이고 감암산과 황매산 일대가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대인데,
오늘은 제아무리 이름값을 하려해도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가시거리가 좋을 땐 지리산 천왕봉도 문제없지만, 겨우 땅바닥만 보일 뿐이어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잠깐 머물지만 기다린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니어서, 또 다시 오겠단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선
수리봉을 뒤로 합니다.
삼거리 갈림길 봉우리에서 윗음달덤으로 가지 않고, 바로 가는 능선으로 붙어 내려섭니다.
부암산성으로 오를까 하다, 바로 아래 안부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갑니다.
무척이나 비탈진 내리막이 이어지는데, 때맞추어 장대 같은 장맛비가 퍼붓기 시작합니다.
기왕 버린 옷과 몸이기에,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비옷과 우산을 가져가긴 했지만, 내리는 그대로 맞고 가기로 합니다.
착 달라붙는 옷이 좀은 거북하고 질퍽거리는 신발에 신경질이 나기도 하지만, 덥진 않고 땀도
나지 않으니 이것 또한 충분한 보상이란 생각입니다.
부지런히 5분 남짓 내려서자, 우뚝 선 챙이바위가 반겨 맞습니다.
조금 들어서자 신비스런 샘이란 용정(龍井)이 나오는데, 아직은 대낮인데도 한밤중이나 별스레
다를 바 없이 캄캄합니다.
좀 있으니 어둠 속에서 샘물이 희미하게 들어오는데, 간 김에 두 손으로 물을 떠서 마셔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맛입니다.
용정은 혼자 찾아가 세 번 절하고 두 손으로 물을 떠서 마시면 3년 안에 좋은 스승을 만난다는
전설이 있는 샘이라는데, 물만 떠서 마셨지 깜빡 잊고 절은 하지 않았으니 그 효험이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용정에서도 가파른 내리막은 좀 더 이어지다, 배너미재 골짝으로 붙자 비로소 숨을 고릅니다.
밋밋한 길을 따르다 보니 작은 개울이 나오는데, 많은 비가 오긴 했어도 큰 어려움 없이
건넙니다.
건너자마자 바로 아랜 배너미재 골짝과의 합수지점이며, 이어서 낮은 바위가 깔린 데를 지납니다.
왼쪽 위론 부암산성으로 이어지는 길이며, 오른쪽 건너편엔 허옇고도 큰 슬랩(slap)지대입니다.
4분 정도 더 가자 산비탈에다 농장을 조성해 놨는데, 고사리를 심어놨긴 해도 아직은 헐벗은 모습
그대로라 별스레 좋아 보이진 않습니다.
이어서 아주 큰 서어나무 두 그루가 당산나무 노릇을 하는 포장임도 삼거리가 지나는 고개에
닿는데, 합천군 가회면 동곡마을이 산청군 신등면 이교마을보다 더욱 가까이 있습니다.
포장임도를 따라 조금은 가늘어진 장맛비를 맞으며, 아까 떠난 곳으로 돌아가 길지 않은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근질근질하던 다리가 조금이나마 풀린 느낌입니다.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비에 젖으나 땀에 젖으나 그게 그겁니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곧 끝나고 나면, 덥다는 소리가 자연스레 나올 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여름은 옛날부터 더웠으니까요.
산청 생비량면 도전리 소재 국도 20호선 부근의 마애불상군(경남유형문화재 제209호)을 둘러보고선, 오늘도 변함없이 십년지기(十年知己) 싼타모에 올라 내 사는 진주로 돌아갑니다.
산과 바다가 그리 멀지 않고 가까운 진주!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는 동네에 산다는 건, 어쩌면 선택받고 축복받은 건지도 모릅니다.
진주에 몸을 담고 흐른 세월이 어느새 30년이요, 앞으로의 30년도 끄떡없을 겁니다.
그 다음 30년이 또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산행일정
14:30 이교마을
14:36 - 14:41 부암사
14:46 갈림길 이정표(이교마을 1.0km·부암산 1.3km)
14:48 갈림길 이정표(이교마을 1.2km·부암산 1.1km)
14:52 이정표(이교마을 2km·부암산 1.0km)
14:53 능선 삼거리
15:12 589m봉
15:22 - 15:27 아랫음달덤
15:30 - 15:40 보암산(695.6m)
15:44 배너미재(배넘이고개)
15:50 갈림길 봉우리
15:53 - 16:00 수리봉(724m)
16:03 갈림길 봉우리
16:06 부암산성 아래 용정 갈림길 안부
16:11 - 16:15 용정(챙이바위)
16:34 동곡고개
16:50 이교마을
이교마을 삼거리에 자리 잡은 이교약수터
이교마을 삼거리
이교1교
이교마을 어귀
이교마을 어귀에서 이교마을
이교마을 어귀에서 이교마을
이교마을회관(경로당)
이교마을회관(경로당)에서 보암산
이교마을회관(경로당)
이교마을 포장임도 삼거리
이교마을 포장임도 삼거리
이교마을 포장임도 삼거리
이교마을 포장임도 삼거리
이교마을 포장임도 삼거리
도라지
초피나무
부암사 입구
부암사
산딸기
비비추
아랫음달덤 아래 전망대에서 감암산과 멀리 황매산
아랫음달덤에서 감암산, 황매산, 수리봉
아랫음달덤에서 감암산, 황매산, 수리봉
아랫음달덤에서 감암산
아랫음달덤에서 보암산
보암산 정상석
보암산 삼각점(산청 307)
보암산
보암산
보암산
보암산
보암산
보암산
보암산에서 아랫음달덤
보암산에서 감암산, 황매산, 수리봉
보암산에서 수리봉
보암산에서 수리봉
보암산에서 수리봉
보암산에서 배너미재 위 바위지대
보암산에서 수리봉
이끼
배너미재 내림길에서 수리봉
갈림길 봉우리
수리봉에서 보암산
수리봉에서 감암산
수리봉에서 감암산, 황매산, 모산재
용정
원추리꽃
이교마을 앞 풍경
이교마을 앞 풍경
이교마을 앞 풍경
돌아본 동곡고개
호박꽃
메밀꽃
루드베키아(삼잎국화)
봉숭아
연꽃
산청 생비량면 도전리 마애불상군에서 집현산
산청 신안면 청현교에서 집현산
청현교에서 양천강
박꽃
비비추
* 일부는 자료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