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권 산행기

지리산 천왕봉 기록산행

큰집사람 2009. 11. 5. 22:07

 

* 날    짜: 2009년 6월 1일(월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법계교-법계사-천왕봉-중봉-천왕봉-장터목대피소-법계교

* 산행거리: 14.2km

* 산행시간: 4시간 20분(운행시간 3시간 49분+휴식시간 31분)

* 산행속도: 등산은 빠른걸음, 하산은 약간 빠른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오랜만에 지리산 천왕봉 기록산행에 도전해 봅니다.

중산리 법계교에서 천왕봉까지 5.4km의 거리를 얼마나 빨리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2002년에

2번,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한 번씩 모두 네 차례 시도해 봤는데, 2004년 6월 27일 지천명의

나이에 들어서서 마지막에 한 것이 1시간 39분으로 가장 빨랐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5년이 된 셈입니다.

물론 그 동안에도 천왕봉은 더러 올랐지만, 더 이상의 기록산행은 하지 않았고,

대체로 1시간 50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지라 그것도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마라톤은 타고나야 잘 달리지만, 산은 많이 가본 사람이 잘 탄다는 말이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다시 한번 더 기록산행을 해보고자 일찌감치 진주의 집을 나섭니다.

 

중산리 대형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보통걸음으로 올라가며 몸을 추스립니다.

중산리 탐방안내소를 지납니다.

곧이어 법계교(637m)가 나옵니다.(07:45)

오늘 기록산행의 출발점입니다.

중산리 야영장을 지나자마자 등산로 정비가 한창입니다.

흙이 쓸려나간 자리에 돌을 까는 작업입니다.

안그래도 돌이 많은 지리산 등산로인데, 이러다가 앞으론 산행 내내 흙을 밟을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우뚝 솟은 크고 작은 두 개의 칼바위가 반갑습니다.

올해는 처음 만나 더욱 그러합니다.

 

칼바위 위 삼거리는 왼쪽으로 장터목대피소 갈림길입니다.

본격적인 가풀막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평일이라 등산객이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앞서가는 산님들을 제칩니다.

아직은 숨소리도 고르고, 몸도 가벼운 느낌입니다.

한바탕 오르막을 치고 나갑니다,

망바위(1068m)가 나옵니다.

커다란 바위 위에 작은 바위가 얹혀 있는 모양입니다.

망바위에서 법계사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집니다.

문창대 밑을 지납니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문창대샘이 말랐습니다.

가뭄이 해갈된 줄로 알고 있는데, 여긴 아직 아닌가 봅니다.

 

이윽고 법계사(로타리대피소, 1335m)에 도착합니다.(08:40)

법계교에서 55분이 걸렸습니다.

그전보다 1분이 빠릅니다.

아직도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습니다.

선채로 물 한모금을 들이키고 바로 출발합니다.

커다란 입을 벌리고 있는 암법주굴을 지나 개선문(1700m)을 통과합니다.

예전엔 개천문이라 했다고 하며, 풍화작용으로 바위조각이 점차 떨어져나가 그 위용을 잃어가고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마주 보이는 써리봉(1602m)능선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선바위를 지납니다.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등산로 바로 옆에 우뚝 서있는 큰 바위라, 그전부터 난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가풀막을 부지런히 오르는데, 갑자기 눈에 별이 보입니다.

벌건 대낮에 웬 별이?

고개를 숙이고 걷다 등산로 위로 휘어져 있는 굵은 나무에 사정없이 부딪친 것입니다.

모자를 썼는데도 넓은 이마의 일부가 화끈거리고 아립니다.

아마도 생채기가 났나 봅니다.

잠시 멍했지만, 정신이 번쩍 들고 기운이 새로 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천왕샘(1850m)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냥 지나칩니다.

천왕샘은 남강 지류인 덕천강의 발원지입니다.

남덕유산 참샘에서 발원하는 또 다른 남강 지류인 경호강과는 진양호에서 만납니다.

상당한 된비알이 이어집니다.

깔딱고개라 일컫는 곳이지만, 오늘은 별로 힘든 줄을 모르고 오릅니다.

그다지 숨도 가쁘지 않습니다.

컨디션이 좋다고나 할까요?

 

드디어 천왕봉(1915.4m) 정상석을 안아봅니다.(09:21)

법계사를 출발한지 41분이 걸렸습니다.

법계교에서는 1시간 36분 만입니다.

그전의 1시간 39분에 비해 3분이 빠릅니다.

5년 만에 다시 시도한 천왕봉 기록산행!

딱 50대 한가운데의 나이에 퇴화하지 않고, 아직도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기분 좋은

일입니다.

날씨가 맑아 시야가 탁 트입니다.

지리산 주능선과 남부능선,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군데군데 솟은 높고 낮은 봉우리들도 함께 바라봅니다.

연하봉, 촛대봉, 왕시루봉, 노고단, 반야봉, 만복대......

 

지난 1월 써리봉 근처에서 삔 왼쪽 발목이 아직 완쾌되지 않아, 하산길은 기록산행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자칫 무리하다 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웃한 중봉(1875m)을 들러보기로 합니다.

천왕봉에서 0.9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리산 제2봉이지만, 의외로 찾는 이들의 발길은 뜸한

편입니다.

오히려 천왕봉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외면 받는지도 모릅니다.

지겟자리를 잘못 놨다고나 할까, 이런게 바로 2인자의 설움이라고 해야 하나요?

중봉샘 갈림길을 지나서 중봉에 오릅니다.

오늘도 역시나 아무도 없습니다.

중봉은 대원사 방면의 등산객이 스쳐가는 곳으로, 일부러 찾는 사람은 드뭅니다.

하봉(1781m) 방면의 등산로(동부능선)를 막아 놓아서 더욱 그러합니다.

 

천왕봉으로 되돌아옵니다.

정상석을 다시 한번 찍고 하산길에 나섭니다.

올라올 때와는 달리 한 템포 늦추어 내려갑니다.

하늘과 통한다는 통천문을 지납니다.

고사목지대로 유명한 제석봉도 지납니다.

이제는 고사목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산 나무도 견디기 어려운 지리산의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를, 고사목이 버티기에는 너무 버거웠는지도 모릅니다.

 

장터목대피소에서 때이른 점심을 먹습니다.

오늘의 메뉴도 편의점에서 산 김밥 세 줄이 전부입니다.

이렇게 먹고서 지리산을 오르내려도 되는 건지......

그나마 왕파리 떼가 몰려들어 성가시게 합니다.

예전에 천왕봉에 있던 파리가 전부 이리로 내려왔나 봅니다.

 

유암폭포(1240m)의 유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물론 물이야 흘러내리지만, 나의 오줌줄기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조금 심했나요?

홈바위교에서 너덜겅길이 이어집니다.

몇 년 전 지리산 일대를 휩쓴 대폭우 때 훼손된 등산로를 정비해 놓은 곳입니다.

법천폭포의 물소리가 요란스럽습니다.

수목에 가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 위용은 여전한가 봅니다.

오늘은 그냥 지나갑니다.

 

칼바위 위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아까 올라왔던 길입니다.

이번엔 내려갑니다.

산행이 막바지로 접어듭니다.

이어서 칼바위가 나오고, 물과 바위와 수목이 어우러진 중산리계곡의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법계교에 다달아 오늘의 산행을 접습니다.(12:05)

4시간 20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입니다.

 

언제 들어도 포근한 어머니 같은 지리산!

좀 더 자주 안기고 오래 머물고 싶어도,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넓고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차에 오릅니다.

그리고 떠납니다.

삶의 터전이 있는 가야 할 곳 진주로......

 

 

* 산행일정

07:45         법계교(천왕봉 5.4km, 법계사 3.4km, 장터목대피소 5.3km)

08:02         칼바위 위 삼거리(천왕봉 4.1km, 법계사 2.1km, 장터목대피소 4.0km, 중산리 1.3km)

08:22         망바위(천왕봉 3.0km, 법계사 1.0km, 중산리 2.4km)

08:40         법계사(천왕봉 2.0km, 칼바위 위 삼거리 2.1km, 중산리 3.4km)

09:02         개선문(천왕봉 0.8km, 법계사 1.2km, 중산리 4.6km)

09:07         선바위(천왕봉 0.6km, 법계사 1.4km, 중산리 4.8km)

09:14         천왕샘(천왕봉 0.3km, 법계사 1.7km, 중산리 5.1km)

09:21 - 09:27 천왕봉(법계사 2.0km, 중산리 5.4km, 대원사 11.7km, 장터목대피소 1.7km)

09:41 - 09:46 중봉(천왕봉 0.9km, 치밭목대피소 3.1km, 대원사 10.8km)

10:00         천왕봉

10:07         통천문(천왕봉 0.5km, 장터목대피소 1.2km, 세석대피소 4.6km)

10:19         제석봉(천왕봉 1.1km, 장터목대피소 0.6km, 세석대피소 4.0km)

10:28 - 10:48 장터목대피소(천왕봉 1.7km, 중산리 5.3km, 세석대피소 3.4km, 백무동 5.8km)

11:14         유암폭포(장터목대피소 1.6km, 칼바위 위 삼거리 2.4km, 중산리 3.7km)

11:49         칼바위 위 삼거리

12:05         법계교

 

* 구간별 거리(14.2km)

법계교 - 1.3km - 칼바위 위 삼거리 - 1.1km - 망바위 - 1.0km - 법계사 - 1.2km - 개선문 -

- 0.2km - 선바위 - 0.3km - 천왕샘 - 0.3km - 천왕봉 - 0.9km - 중봉 - 0.9km - 천왕봉 -

0.5km - 통천문 - 0.6km - 제석봉 - 0.6km - 장터목대피소 - 1.6km - 유암폭포 - 2.4km -

칼바위 위 삼거리 - 1.3km - 법계교

 

* 2004년 6월 27일 천왕봉 기록산행

  - 등산 5.4km(법계교-법계사-천왕봉)       : 1시간 39분

  - 하산 7.0km(천왕봉-장터목대피소-법계교) : 1시간 24분

  - 휴식(천왕봉)                           :       10분

 ※ 총거리 12.4km, 소요시간 3시간 13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