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남강 지리태극 개통종주(2)
* 주능선(천왕봉 - 성삼재 29.3km)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난 5월 13일에 이어 19일 만이요,
올해 들어선 나완 여섯 번째 만남이 아니던가?
이미 날이 밝아 많은 사람들이 일출을 보려고 북적거리는데다,
장터목에서 단체로 올라오는 이들이 줄을 잇는데,
너도나도 정상석과 함께 흔적을 남기려 아우성들이라 그냥 내려가기로,
눈총을 받으면서 겨우 정상석만 찍은 것만으로도 흐뭇해하면서,
어디 천왕봉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건만,
장터목대피소,
우려했던 일이 기어이 현실로,
산소미소가 접는다는 슬픈 선언을 하는 게 아닌가?
이 상태론 도저히 안 되겠다면서,
좀 쉬면서 몸이 회복되면 따라가고,
정 안 되면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는데,
우리로서도 어쩔 방도가 없기에,
안타깝게 지켜보다 남겨두고 떠날 수밖에는,
아름다운 동행을 약속했건만,
지리산 산신령이 외면하는 걸 어떡하랴?
세석대피소,
지난 5월 27일 거림에서 올라와 비장한 황도 4통을 찾아,
오렌지랑 둘이서 사이좋게(?) 1통씩 비우고 배낭 속으로 1통씩,
산소미소가 없으니 나누기도 훨씬 수월한 걸,
세상은 요지경(瑤池鏡)이라던가?
그나저나 어떻게 되었을까?
몸은 좀 회복 아니면 그대로,
궁금하지만 그냥 가기로,
아직도 갈 길은 멀고도 먼데,
아니 아직 채 반도 안 되는 걸 어쩌랴?
칠선봉에서 선비샘으로 가고 있는데,
산소미소에게서 전화가 오길,
푹 좀 쉬었더니 몸이 회복되었다면서 따라온다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6km는 처진 것 같은데,
제아무리 울트라마라톤 선수라도 그게 가능할까?
서두르진 않겠지만 우리가 그냥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이 또한 쓸데없는 걱정이었음에야,
어쨌거나 성삼재에서부턴 함께할 수 있었으니까.
참으로 대단한 철의 여인이라고나 할까?
형제봉 부자바위와 삼각고지 사이였을까,
앞서가던 오렌지와 여남은 명의 젊은 산꾼들이 어울렸는데,
어디서 오는 길이냐고 묻기에,
어제 오전 9시부터 남강 태극종주란 걸 한다는 대답을,
참으로 대단하다면서 융슝한(?) 대접을 받고 있는 걸,
뒤따라간 나에게도 독한 담금주 두 잔을 연거푸 선사하는 호의를,
배고플 때 밥 한 술이요,
목마를 때 물 한 모금이라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복 받을겨라면서 우리가 가는 길로,
가끔씩 산소미소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갈수록 거리가 좁혀지는 걸 보니,
천만다행이랄까 몸은 완전히 회복된 모양,
셋이 나섰다 둘만 가는 것도 모양새가 아닌데,
어느 순간부턴 그야말로 아름다운 동행이 될 듯,
노루목에서 임걸령으로 내려가는데,
이번엔 산소미소 아닌 큰골에게서 어디쯤이냐는 전화가,
성삼재휴게소 영업시간이 오후 6시인데 그때까지 도착할 수 있겠냐면서,
우리 둘이야 마감시간 안에는 갈 수야 있겠지만,
뒤에 처진 산소미소도 있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출발이 늦은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예기치 못한 큰일이 벌어진 셈인데,
큰일은 큰골이 해결하는 수밖에는,
무슨 뾰족한 수가 있지 않을까?
천왕봉
통천문
호구당터
망부석
제석봉
제석봉 고사목(帝釋峰 枯死木),
살아 백년 죽어 천년이라고 무상의 세월을 말하는
이 고사목 군락지에 얽힌 내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대에 숲이 울창하여 대낮에도 어두울 정도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었으나,
도벌꾼들이 도벌의 흔적을 없애려 불을 질러 그 불이 제석봉을 태워
지금처럼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되었습니다.
탐욕에 눈 먼 인간이 충동적으로 저지른 어리석은 행위가
이처럼 현재까지 부끄러운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장터목대피소
연하봉
화장봉
촛대봉
세석갈림길
세석대피소
영신봉
짱구바위(가분수바위)
칠선봉 기암
칠선봉 망바위
지리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은 1967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면적은 483,022㎡로서 백두대간의 끝자락에 동서로 길게 뻗어 있으며,
경상남도 하동, 산청, 함양, 전라남도 구례군, 전라북도 남원시 등
3개도, 1개시, 4개군, 16개 읍 · 면에 걸쳐 있습니다.
천왕봉에서 노고단까지 종주능선(25.5km)에서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는 천왕봉 일출을 비롯하여
노고운해, 반야낙조, 벽소명월, 세석철쭉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선비샘
신벽소령
벽소령대피소
부자바위
형제봉
삼각고지
음정 갈림길
연하천대피소
토끼봉
화개재
삼도봉
노루목
임걸령
돼지령
노고단고개
노고단대피소
성삼재
* 서북능선(성삼재 - 구인월마을회관 23.0km)
성삼재에 이르자 산소미소는 노고단고개,
참 많이도 따라잡은 걸 보면 대단한 여전사임은 틀림없는 사실,
성삼재휴게소에 들러 야간산행에 대비한 행동식을 사고 기다리고 있자,
현지인이 서북능선 들머리라면서 얼른 와서 밥을 먹으라는데,
큰골에게서 전화를 받고 가까운 덕동에 사는 자신이 출동했단다.
지리산이 맺어준 소중한 인연이요,
지금 이 순간만은 구세주나 다름없다고나 할까,
소맥을 곁들이며 부지런히 밥을 먹고 있는데,
환한 미소와 함께 나타나는 산소미인 아닌 산소미소,
아까의 그 힘들어하던 모습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지,
이젠 마지막 남은 서북능선도 문제없을 듯,
먹은 것만큼 간다는데,
작은고리봉을 지나자 만복대의 은근한 오르막이 도사리지만,
배부른 소리가 나오고 셋 다 쌩쌩한데 그 무슨 걱정,
거침없이 치오르는 여전사들을 놓칠세라 바쁘게 뒤를 따르고,
마중나온 큰골과 함께 정령치로 내려가자 또다시 만나는 현지인,
차디찬 수박을 안주 삼아 연거푸 들이키는 소맥,
어쩌면 그렇게나 술술술 잘도 넘어가는지,
큰고리봉 오르막도 거칠 게 없고,
바위지대를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면서 심술을 부리는 지루한 세걸산,
낙타등과도 같이 울퉁불퉁한 부운치로 이어지는 길도 문제없이 지나자,
마침내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는 바래봉,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가 본 이들은 알리라,
착각이란 걸,
아직도 얼마나 더 남았는데
바래봉으로 오르는 새 날이 새자 살 것 같기만,
어둠을 벗삼아 가는 부질없는 짓(?)은 더 이상 안 해도,
때론 졸음과 씨름하느라 힘들어하는 이도 없잖아 있었지만,
서서히 날이 밝아오자 또다시 셋 다 쌩쌩,
중봉과 천왕봉을 비롯한 지나온 산줄기들이 어슴푸레 드러나는데,
그 어찌 참 많이도 걸었단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바래봉과 덕두봉 사이에서 마중나온 방산 태달사 산행대장과 조우,
어젯밤 전화가 왔기에 오지 말라고 했건만,
그런 소리는 하는 게 아니라나 어쩌나?
덕두봉,
모든 지리태극의 마지막이자 처음인 봉우리,
나완 꽤나 자주 만나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은 애증(愛憎)의 사이이기도,
꼭 그 짓(?)을 할 때가 아니더라도 보고 싶을 땐 찾는,
아직은 끝이 아닌 마무리 단계요,
구인월마을로 내려가는 지루한 길이 남았긴 하지만,
이미 끝난 거나 다를 바 없단 마음이 드는 걸,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구인월마을회관,
드디어 다 왔다.
마침내 이제 끝이다.
무박 3일에 걸친 46시간,
91.5km에 이르는 신남강 지리태극 개통종주가 완성된 것이다.
2009년 9월 쉰다섯이란 적지 않은 나이로 그 짓(?)을 처음 할 때만 해도,
그게 끝이요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끝이 아닌 시작이요 열 번도 더 넘어설 줄이야,
이젠 일상생활이 되었다고나 할까?
내 나이가 어때서!
지리태극하기 딱 좋은 나인데,
일흔 지리태극,
백 살 천왕봉,
꿈은 이루어진다.
아니 꼭 이루고야 만다.
당동고개
묘봉치
만복대
정령치
큰고리봉
세걸산
세동치
부운치
1122.8m봉
팔랑치
바래봉 삼거리
바래봉샘
바래봉
덕두봉
옥계능선 갈림길
고무재
KBS인월TV방송중계소
구인월마을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