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거제지맥 남북종주
* 날 짜 : 2011년 3월 26일(토) - 3월 27일(일)
* 날 씨 : 맑음
* 산 행 지 : 망산 - 가라산 - 북병산 - 국사봉 - 대금산 - 대봉산 - 사불이
* 산행거리 : 58.7km
* 산행시간 : 24시간 10분(운행시간 18시간 35분 + 휴식시간 5시간 35분)
* 산행속도 :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 38명(사불이 26명)
거제지맥 남북종주!
2010년 3월 말 대한민국 장거리 산행의 자존심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하 태달사)회원들이
남부면 명사에서 망산과 대금산을 거쳐 장목면 상포까지 48.5km를 이어간데 이어,
올해 들어 거달사 회원들이 힘을 모아 잡목을 제거하는 등 길을 개척하여 장목면 사불이까지
약 60km로 늘어났으며, 거달사 초청으로 전국 각지에서 온 40여 명의 태달사 회원들이
역사적인 개통산행에 들어갑니다.
명사마을에서 홍포 쪽으로 200m 남짓 올라가, 망산 1.8km를 가리키는 들머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선 파이팅을 외친 후 대장정에 나섭니다.
미처 지지 못한 조각달이 하늘에 걸려 있고, 아직은 어둠이 채 가시지도 않은 이른 새벽입니다.
꽤나 가파른 길을 한바탕 치오르자, 어슴푸레 날이 새면서 이마엔 땀방울이 맺힙니다.
안개바람 산행대장과 바람 같은 민트와 함께, 맨 앞서서 망산 정상(375m)으로 올라섭니다.
안개바람이야 이미 널리 알려진 산꾼이지만, 훤칠한 키에다가 당당한 체구를 갖춘 민트야말로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성큼성큼 잘도 오르는데, 숨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질 않습니다.
망산 정상엔 멋진 정상석과 산불감시초소가 자리 잡고 있고, 어느새 날은 완전히 밝았으며
동녘이 불그스름합니다.
왜구를 감시하기 위해 망을 보던 곳이라 하여 망산(望山)이라 한다 하며, 남해안 일대에서도
가장 조망이 뛰어난 곳이라고 합니다.
해맑은 날엔 멀리 일본 대마도까지도 보인다고 합니다.
바닷바람이 드세 땀이 식으니, 금세 추워져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1분 남짓 갔을까, 옅은 구름을 헤집으며 해돋이가 시작됩니다.
날마다 떠오르고 지는 해긴 해도, 이럴 때 보는 느낌은 아무래도 좀은 다른 것도 같습니다.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아직도 감상(感想)이 남았는지?
마주보는 망산 못지않은 내봉산(359m)으로 올라섭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해금강이 더욱 가깝고, 바다에 떠 있는 올망졸망한 섬들이 꽤나 아름답습니다.
널따란 쉼터와 갈림길이 있는 여차등과, 옹골차게 솟은 각지미(269m)를 지나 저구고개로 내려섭니다.
남부면 저구리와 다포리를 가르는 고개로, 가라산 2.7km를 가리키는 곳에서 가라산 자락으로
올라붙습니다.
솔가리가 밟히는 부드러운 길을 따라 211m봉(△경남 405)을 지나면, 얼마 안 가 다대산성에
닿는데 산성을 지나는데 5분 가까이 걸립니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한 산성이었다고 하는데, 많이 허물어져 별스레 좋은 모습은 아닙니다.
학동재에서 망등(571m)까진 바위와 돌로 된 된비알이지만, 아직은 그렇게 힘든 줄을 모르고
오릅니다.
망등 전망대에서 간식으로 기력을 보충하고, 탁 트인 조망을 즐기는 등 10분 가량 머물며
여유를 부립니다.
우리가 지난 곳이 한눈에 들어오는, 정말 좋고도 좋은 전망대입니다.
헬기장을 지나자마자 가라산(加羅山, 585m)에 닿습니다.
하고많은 거제의 산 가운데 가장 높은 맏형이지만, 산세는 펑퍼짐하고 수수한 편입니다.
잠깐 눈길만 주고선 제법 비탈길을 내려가니, 사각쉼터가 자리 잡은 진마이재(427m)입니다.
사노라면 거달사 지부장을 비롯한 일행 몇몇이 웃으며 맞는데, 알고 보면 앞장을 선 건 아니고
어쩌다 엉겁결에 우릴 앞지르게 된 셈입니다.
망등에서 가라산으로 바로 갔으니까요.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위압감을 주는 뫼바위(490m)를 오르내립니다.
곳곳에 난간이 있어 별로 위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나자니 꽤나 신경이 쓰입니다.
아무래도 거제지맥 가운데 가장 험한 구간인 것 같으며, 사방팔방 막힘없는 아주 좋은
전망대이기도 합니다.
뫼바위를 내려서서 다시 좀 오르니, 살짝 비켜난 곳에 비스듬한 전망대(530m, 댕근바위)가
있고 일행도 보입니다.
나무에 가려 별 것 아닌가 싶었는데, 오르고 보니 그게 아닙니다.
길쪽만 빼곤, 조망이 탁 트이는 멋진 전망대입니다.
마늘바위가 아주 가까우며, 그 뒤론 노자산 전망대가 들어옵니다.
막 지난 뫼바위와 가라산이 잘 가라는 손짓이며, 맞은편 454m봉에 우뚝 솟은 통신탑은
어서 오란 신호입니다.
몽돌해수욕장으로 더 잘 알려진 학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며, 반짝이는 바닷물과
올망졸망한 섬이 한데 어우러지니 그림 같은 볼거리입니다.
뫼바위는 공간이 좁은데다 좀 위험하고 마늘바위는 오르기가 어려워 돌아야 하지만,
누구나 오를 수 있고 위험하지도 않은 댕근바위야말로 사랑받아 마땅하단 생각입니다.
댕근바위에서 7분 남짓 갔을까,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앞을 막으니 바로 마늘바위(550m)란
놈입니다.
어렵긴 해도 오를 수는 있다는데, 굳이 그럴 것도 없기에 길 따라 그냥 돌아갑니다.
마늘바위를 돌자마자 갈림길이 나오니, 학동고개로 바로 내려서는 지름길을 버리고
노자산 전망대(558m)로 오릅니다.
선두그룹이라 바쁠 게 없으니, 서둘 일 또한 없습니다.
노자산 전망대에서의 조망 또한 좋긴 참 좋습니다.
마늘바위가 손에 잡힐 듯 가까우며, 그 뒤론 가라산의 넉넉한 모습이 나름대로의 매력을 풍깁니다.
노자산(老子山, 557m) 정상도 멀지 않지만, 눈에만 담고 발자국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어느새 모두 가고 없지만, 이곳저곳 보고서야 전망대를 내려섭니다.
오늘 같이 좋은 날 쉬엄쉬엄 구경도 하며 가면 좋으련만, 뭐가 그리 바쁜지 벌에 쏘인 듯이
내달립니다.
아무리 갈 길이 멀다지만, 그건 아니지!
꽤 기울기가 있는 내리막을 따라 아까의 지름길을 만나고, 한참 동안 쏟아지더니 작은 헬기장에서
갈림길이 나옵니다.
바로는 노자산 휴양림이요, 학동고개는 꺾어지는 오른쪽 길입니다.
이어서 그물기고개(학동고개)로 내려섭니다.
동부면 구천리와 학동리를 가르는 고개로, 거달사 지원부대의 식수 지원이 있는 곳입니다.
물만 있으면 어쩌나 싶었는데, 얼핏 막걸리도 보이니 그제야 마음이 놓입니다.
내 몫으로 받은 막걸리를 그리운산 고문께 먼저 권합니다.
나 먼저 마시라고 하지만, 찬물도 아닌 막걸리를 그럴 순 없습니다.
서너 잔을 연거푸 들이키자, 깔깔한 목과 타는 속이 모두 해갈됩니다.
아침 삼아 국밥 먹으며 소주 석 잔 섞은 게 전부였으니, 알코올(alcohol)이 모자랐는지도 모릅니다.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좋다지만, 이럴 땐 돈보단 막걸리입니다.
원기를 보충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얼마 안 가 표고버섯 재배지가 나오더니, 피는 것조차 부끄러운지 다소곳한 얼레지의 모습도
더러 보입니다.
쭉 이어지는 오르막이지만, 흙길인데다 속이 든든하니 콧노래가 나옵니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높다란 통신탑이 자리 잡은 454m봉으로 올라섭니다.
학동마을 쪽 조망이 열리는 전망대가 두어 곳 있으며,
통신탑을 지나자마자 큰 바위로 오르니 더욱 좋은 전망대입니다.
앞엔 가야 할 산줄기와 멀리 옥녀봉이 들어오며, 돌아보니 통신탑 너머 노자산이 우뚝합니다.
전망대를 되돌아서 양화고개로 내려섰다, 엇비슷한 높이의 닮은꼴 봉우리 서너 개를 넘으니
452m봉입니다.
조망이 거의 없는 지루한 길이며, 그건 452m봉엘 올라서도 마찬가집니다.
잎 떨어진 나무 사이로 454m봉과, 가라산이 언뜻언뜻 들어올 뿐입니다.
비교적 부드러운 내리막을 따라 망치고개로 내려섭니다.
일운면 망치리와 동부면 구천리를 가르는 고개로, 두 지역을 잇는 2차선 도로가 지납니다.
북병산 안내문과 1.4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시래기 국에 밥을 말아 민생고를 해결합니다.
돼지국밥으로 이른 아침을 때운 지 9시간 만에야 밥맛을 보니, 이건 밥이 아니라 바로 꿀입니다.
아니 꿀맛보다도 더한 밥맛입니다.
후다닥 한 그릇을 막걸리를 곁들이며 먹어치웁니다.
같이 하고픈 욕망을 억누르고 자원봉사의 길로 돌아선 거달사의 살림꾼 청룡 지원단장과,
그 일당들이 있기에 우린 수월하게 산행을 하는 것입니다.
슬슬 무릎에 부담이 오는 걸, 테이핑(taping)을 하고나니 한결 가볍습니다.
잔뜩 먹고 마시고 나니, 북병산 오름길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부드러운 흙길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비스듬한 바위에다 말뚝과 밧줄을 설치한
바위 봉우리(426m)로 올라섭니다.
북병산 정상에 버금가는 높이와 산세를 자랑하며, 아래론 푸르른 바다가 펼쳐지는 좋은
전망대입니다.
거달사의 산미녀가 색안경을 끼고선, 머리칼을 휘날리며 멋진 자세를 잡습니다.
산미녀!
산을 좋아하는 미녀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산에 미친 여자랍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던가요?
때론 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하는지도 모릅니다.
이어지는 바위지대를 따라 북병산(北屛山, 465.3m)으로 올라섭니다.
병풍을 두른 듯 북쪽을 막고 있다 해서 북병산이라 한다는데, 멋진 정상석이 1년 만에
다시 찾은 날 아는 체 합니다.
바다가 있는 남쪽은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이며, 여달사의 들꽃한송이와 바람2와 돌아가며
흔적을 남깁니다.
셋이 걸음이 엇비슷하니, 꽤 많이 함께 걸으며 끈끈한 정을 나눕니다.
북병산 삼각점(거제 312)은 1분쯤 더 가니 나옵니다.
삼각점을 지나니 바위지대는 끝나고, 부드러운 흙길이 쭉 이어집니다.
북병산 삼거리로 내려섰다, 차츰차츰 치올라 363m봉을 넘어서며 왼쪽으로 꺾어갑니다.
무심코 가다보면 바로 가는 능선으로 가기 쉬우나, 그건 일운면 소동리로 이어지는 지능선이랍니다.
작년 거제지맥을 하며 밤중에 이곳을 지나다 잘못 가는 바람에, 소중한 30분을 까먹은
아픈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작년에 있던 거제지맥 포스트는, 이번엔 웬일인지 보이질 않습니다.
또 하나의 포스트가 있는 365m봉을 지나, 2차선 도로가 지나는 소동고개(반송치, 번송치)로
내려섭니다.
여기도 포스트가 있긴 하나, 글씨가 모두 지워져 알아볼 순 없습니다.
일운면 소동리와 신현읍 삼거리를 가르는 고개로, 바나나를 먹으며 또 다시 기력을 보충합니다.
군데군데 지원부대가 있으니, 60km가 넘는 먼 길도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좀 쉬다 오르니, 발걸음이 무겁고 숨이 가쁩니다.
이런 일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러지?
그러고 보니 그 동안 너무 무리했단 생각이지만, 때 늦은 후회일 뿐 되돌릴 순 없는 일입니다.
장거리 산행이 예정돼 있는데도, 이레째 연거푸 곤드레만드레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지가 무슨 장사(壯士)라고!
거제로 올 때도 열이 나고 어질어질 했으니, 그나마 이 정도도 다행입니다.
어렵사리 오르막길을 걷는데 문자가 오니, 28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옆지기입니다.
“여보 힘내세요. 끝까지 가세요. 사랑합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걸으면서 답장을 보냅니다.
“반 조금 못 간 것 같네요. 끝까지 갈게요. 사랑합니다.”
문자가 오가자 거짓말 같이 힘이 솟더니, 가풀막을 치는데도 숨이 가쁘지도 않습니다.
앞서간 이들과 차츰차츰 간격을 좁히다, 옥녀봉 삼거리에서 기어이 그들과 함께합니다.
지맥 포스트엔 삼거리로 돼 있으나, 누가 봐도 반질반질한 사거리입니다.
옥녀봉 갈림길에서 15분쯤 갔을까, 대우조선해양의 웅장한 모습이 들어오는가 싶더니
긴 받침목 계단을 타고 명재쉼터로 내려섭니다.
작은 오르내림이 이어지다 국사봉 587m 이정표를 따라 왼쪽으로 꺾는데, 중간대장 상고대는
뒤에 오는 일행이 엉뚱한 데로 빠질까봐 기다리겠다며 나더러 먼저 가랍니다.
얼핏 봐도 상당한 내공을 지닌 일등 산꾼입니다.
이어지는 가풀막을 한동안 타고, 옥포를 품에 안은 국사봉(國士峰, 465m)으로 올라섭니다.
정상은 온통 바위 차지이며, 멋진 정상석이 그 위에 자릴 잡고 있습니다.
뙤약볕을 안기던 해도 서서히 힘을 잃어가고, 마지막 정기를 받은 옥녀봉(玉女峰, 554.7m)이
부끄러운 듯 살짝 낯을 붉힙니다.
정상부 팔각정 전망대에선 꽤 급한 내리막길이며, 옥포체육공원을 지나자 부드럽게 바뀝니다.
별스런 오르내림도 없어 수월한 편입니다.
작은고개를 지나자 어느새 해는 숲속으로 숨고, 뫼를 지나자마자 안부에서 임도로 바짝 붙으며
갈림길이 나옵니다.
임도로 가도 봉송마을로 이어지긴 하겠지만, 바로 가는 정상적인 마루금을 따릅니다.
잠깐 올랐다 편백나무 숲을 지나 국도 제14호선 옆으로 붙어, 비탈진 언덕을 줄을 잡고서야
봉송마을로 내려섭니다.
6차선 도로를 건너 옥포고등학교(봉산재)로 들어갑니다.
이미 어둠이 찾아들고, 또 다시 점심과 같은 메뉴가 우릴 기다립니다.
이번엔 6시간만이라 배는 고프지 않지만, 아직도 갈 길이 머니 한 그릇을 말끔히 해치웁니다.
즐기는 막걸리도 서너 잔 걸칩니다.
막걸리 반 되는 밥 한 그릇이라 했으니, 결국은 두 그릇 먹은 꼴입니다.
어두워지자 찬바람이 일고, 땀이 식자 어슬어슬 추워집니다.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장갑도 바꾸는 등 채비를 새롭게 합니다.
1시간 동안 먹고 마시고 쉬면서 기력을 채우고선, 1진 16명이 파이팅을 외치고 본격적인
야간산행에 들어갑니다.
올라오는 2진 몇몇을 만나지만, 먼저 간다는 말을 남기고 그대로 떠납니다.
여태까진 자기 힘대로 빠르게 걸었지만, 지금부턴 발을 맞춰 같이 가기로 합니다.
평평하고 부드러운 길이 쭉 이어지는데다, 그렇게 빠르지도 않으니 힘들 것도 없습니다.
작은 오르내림이야 없을 수 없겠지만, 작은 돌조차 보기 어려운 흙길입니다.
배나무골 임도에서 좀 쉬며, 대금산 오를 힘을 모아둡니다.
정골재 임도를 건너 대금산 자락으로 올라붙으니, 정상은 0.6km이요 소나무가 빼곡한 가풀막입니다.
솔숲을 벗어나자 전망바위에 닿고, 이어서 낮게 깔린 큰 바위로 올라서며 정상이 기다리는
오른쪽으로 꺾습니다.
바로 가면 진달래평원으로 내려서는데, 좀 이따 가야 할 길입니다.
어둠 속에서 대금산(大錦山) 정상석이 우릴 반깁니다.
불 켜진 거가대교가 아름다우며, 가덕도와 부산 신항은 물론 진해까지 어둠 속에서도 볼 것은
다봅니다.
10분 남짓 머물다 진달래평원으로 내려서는데, 처음엔 낭떠러지도 더러 있어 조심스럽습니다.
진달래는 제대로 봉오리도 맺지 못했으니, 세상구경 하자면 아직도 한참 멀었단 생각입니다.
대금산 진달래는 정상 밑으로 5천 평의 군락지를 이루며, 해마다 진달래 축제가 열리는 등
꽤 유명한 편입니다.
여러 갈래 갈림길인 널따란 안부에선, 바로 가는 오름길을 따릅니다.
가장 적게 이용하는 길이지만, 지맥이 그리로 이어지니 어쩔 수 없습니다.
쭉 오르던 길이 286m봉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는데, 그전에 갔던 길이긴 해도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어렵습니다.
아니 캄캄한 밤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대금산을 떠난 지 40분 정도 됐을까, 2차선 도로가 지나는 율천고개로 내려섭니다.
밤개고개 또는 반깨고개라고도 하는 율천고개!
대금산 등산로 입구란 안내문엔 율천에서 정상까지 3.8km라 한 걸, 누군가 매직펜(magic pen)으로 1.8km로 고쳐 놨습니다.
어느 게 맞는지는 나로선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건너편 길가엔 장터고개 8.4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으니, 그걸 지나 또 다시 능선으로
올라붙습니다.
조금 오른다 싶더니 밋밋하게 바뀌고, 율천고개를 떠난 지 25분 만에 억새가 일렁이는 임도 같은
길을 건너 서서히 치오릅니다.
7분쯤 더 갔을까, 삼각점(거제 413)이 있는 지형도상의 율천산(栗川山, 232m)에 닿습니다.
조망이 열리는 것 같은데 보이는 건 어둠이요, 어쩌다 덜 꺼진 불이 반짝일 뿐입니다.
율천산에서 5분을 더 가자 또 율천산이란 문패가 둘 있는데, 하나는 232m요 또 하나는 233m이나
지형도엔 233m입니다.
지형도대로 233m봉이라 하는 게 맞을 것 같으며, 나무에 가려 조망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법 높은 삼각형 철제 구조물이 있으니,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율천산을 뒤로하고 오르내리다 보니 날짜가 바뀌며, 도천골 안부로 내려서니 율천고개는 2700m요
장터고개는 5700m를 가리킵니다.
옆으론 새로 난 임도가 있으며 바로는 제석산(祭石山, 268m)으로 간다는데, 오늘 갈 곳은 아닙니다.
두모고개로 내려가고자 임도 같이 널따란 오른쪽으로 꺾는데, 바로 위에 불빛이 보이더니
누군가가 빠르게 내려옵니다.
걸음을 멈추고서 기다리고 보니, 남원에서 온 큰골입니다.
옥포고등학교로 오는 걸 보고 떠났는데, 우릴 따라잡으려고 제법 용깨나 썼나 봅니다.
작년 거제지맥 종주 때 쓴맛을 봤던 큰골, 그 뒤 지리태극을 성공하는 등 누구 못지않은 산꾼으로
우뚝 선 인물입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나요?
임도 같은 길이 한참 이어지더니, 도로가 가까워지자 받침목계단이 나오며 곤두박질칩니다.
도로를 따라 1분 남짓 오르니 두모고개 삼거리이며, 또 지원부대가 빵과 음료수를 보급합니다.
소주도 두어 잔 마시고, 따끈따끈한 커피로 몸을 녹입니다.
갑자기 우리가 온 산자락에 불빛이 여럿 일렁이며 내려옵니다.
도깨비불은 아니겠고, 뭔가 했는데 바로 2진들입니다.
우리가 슬슬 걷기도 했지만, 따라오느라 제법 부지런히 움직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만나 함께 어울립니다.
버스정류소 뒤의 희미한 길로 붙으며 나머지 산행을 이어가는데, 여태까지와는 다른 길이
골탕을 먹입니다.
잡목이 우거져 걸음을 방해하는가 하면, 희미한 길은 금세라도 끊어질 듯 위태롭습니다.
거달사에서 정비를 했다고는 하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많은 구간을 깔끔하게 한다는 건
애당초 무리였는지도 모릅니다.
더군다나 몇몇 산꾼들 말곤, 다니지도 않는 길입니다.
그렇게 40여 분 가자 2차선 도로로 내려서고, 왼쪽으로 3분쯤 오르자 장목고개입니다.
오른쪽으론 관포 가는 길입니다.
대열을 정비하여 건너편으로 오르며 산행을 이어가는데, 안 그래도 희미한 길이 밤이라
더욱 그러합니다.
군데군데 자리 잡은 뫼를 지나고, 잠깐 임도로 가나 싶더니 널따란 공터에서 임도를 벗어나
능선으로 오릅니다.
희미한 길은 여기라고 예외일 순 없으며, 잡목이 당기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15분 만에 아까 보낸 임도로 다시 내려서고, 이번엔 그걸 건너 또 능선으로 붙습니다.
20분 남짓 잡목 속에 허덕이다 임도 같은 길로 내려서며, 오른쪽으로 틀어 3분쯤 가자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나고, 이어서 신촌로라 표기한 궁농고개로 오릅니다.
고개 아랜 신촌마을이며, 고갯마루에서 10분만 쉬기로 합니다.
풀숲에 몸을 묻고 드러누운 이도 있지만, 거의 다 아직도 생생함을 잃지 않은 표정입니다.
장거리 산행은 체력도 체력이지만, 잠과의 전쟁이 성패(成敗)를 좌우하는지도 모릅니다.
쉼을 끝내고 다시 가 10분 만에 삼각점(마산 443)이 있는 152.4m봉을 지나고,
가도 가도 그게 그거인 희미한 길을 따르자니 슬슬 짜증이 납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헤드랜턴(head lantern)이 두어 번 떨어지니, 양반 입에도 욕이 터져 나옵니다.
모자를 썼는데도 부딪친 장골부위가 얼얼하고, 랜턴이 또 떨어지자 아예 손에 들고 갑니다.
스틱(stick)과 랜턴을 들고 가자니 불편하긴 해도, 떨어질 염려는 없으므로 차라리 그게 낫습니다.
통신탑이 있는 대봉산(大峰山, 259.9m)에서 잠깐 머물며, 목을 축이는 등 기분전환을 합니다.
사실상의 마지막 봉우리이며, 나머지 산행을 위해 랜턴을 다시 끼웁니다.
콘크리트 진입로가 오른쪽으로 나 있으니, 아마도 구영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린 바로 내려서는 산길을 따릅니다.
얼마 안 가 갈림길이 나오는데, 거달사의 길잡이들이 나무로 막은 바른 길은 엉뚱한 데로
빠진다며 왼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희미한 길이라 때론 헷갈리기도 하지만, 별 탈 없이 좋은 길에 닿으니 오랜만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입니다.
잘 가꾼 밭도 나오니, 마을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습니다.
2차선 도로가 지나는 양지 버스정류소에 닿으며, 일단은 기나긴 산행을 접고 걸음을 멈춥니다.
좀 기다려도 와야 할 일행이 오질 않으니, 양지고개에 있으니 그리로 오랍니다.
바로 가던 좋은 길이 능선에서 좌우로 갈라지던 데가 있었으니, 반쯤은 왼쪽으로 또 반쯤은
오른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도로를 따라 6분 남짓 갔을까, 다시 모든 일행이 함께 모입니다.
하산주와 안주 등 먹을거리를 챙기고선, 쥐꼬리만큼 남은 나머질 마저 하고자 사불이로 떠납니다.
사불이를 주민들은 사오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미 발걸음은 무겁지만, 이제 와서 아니 갈 순 없는 노릇입니다.
10분 정도 임도로 가다 고개를 넘는 임도를 저 홀로 보내고, 우린 산으로 붙으며 희미한 길을
따릅니다.
다닌 흔적이 있긴 하나 별스레 뚜렷하진 않고, 갈림길도 더러 있으니 때론 헷갈리기도 합니다.
꽤 비탈진 곳을 조심스레 내려서며 사불이 바닷가에 닿으니, 이제 더 갈래야 갈 수도 없고
갈 곳도 없습니다.
아니 더 가고 싶지도 않습니다.
태달사란 이름을 건 거제지맥 남북종주가 완성된 것입니다.
때맞추어 어슴푸레 날이 샙니다.
바닷물을 찍어 입에 넣으며 성공을 자축합니다.
짭짤함과 짜릿함이 속을 파고들고,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막걸리로 하산주 겸 축하주를 주고받으며, 꼭 하루를 함께하며 차곡차곡 쌓은 정을
아낌없이 나눕니다.
그렇게 우린 또 하나가 됩니다.
잊지 못할 또 하나의 추억을 담고 돌아섭니다.
태달사여, 영원 하라!
* 산행일정
05:43 부면 저구리 명사 망산 들머리
06:15 - 06:23 망산(375m)
06:43 호연암(310m)
07:00 - 07:05 내봉산(359m)
07:10 여차등(310m)
07:28 - 07:33 각지미(269m)
07:48 - 07:53 저구고개(70m)
08:00 211m봉(△경남 405)
08:21 다대산성(283m)
08:41 학동재
08:57 - 09:07 망등(571m)
09:12 가라산(585m)
09:25 - 09:28 진마이재(370m)
09:46 뫼바위(490m)
10:03 - 10:08 댕근바위(530m)
10:15 마늘바위(550m)
10:22 - 10:27 노자산 전망대(558m)
10:48 - 11:03 그물기고개(학동고개, 110m)
11:37 - 11:42 454m봉(통신탑)
11:54 양화고개 사거리(210m)
12:31 452m봉
12:45 - 13:35 망치재(190m)
14:08 - 14:13 북병산(465.4m, △거제 312)
14:31 북병산 삼거리
14:54 363m봉
15:10 365m봉
15:25 - 15:50 소동고개(반송치, 번송치, 290m)
16:28 - 16:38 옥녀봉 사거리(515m)
17:02 명재쉼터
17:42 국사봉 587m 이정표
17:53 - 18:00 국사봉(465m)
18:06 옥포체육공원
18:15 작은고개
18:35 임도 옆 안부 삼거리
18:46 봉송마을
18:49 봉산재(150m)
18:53 - 19:56 옥포고등학교
21:05 억새풀평원
21:25 - 21:40 배나무골 임도
21:56 정골재 임도(230m)
22:15 - 22:25 대금산(438.4m, △거제 23)
23:05 - 23:10 율천고개(150m)
23:42 율천산(232m, △거제 413)
23:47 - 23:52 233m봉
00:18 - 00:23 도천골
00:37 - 01:15 두모고개(70m)
02:00 - 02:05 장목고개(50m)
02:32 너른 임도 횡단
02:55 - 03:05 궁농고개(70m)
03:15 152.4m봉(△마산 443)
04:10 - 04:15 대봉산(259.9m)
04:55 - 05:01 양지 버스정류소
05:07 - 05:11 양지고개
05:53 장목면 사불이(사오리)
* 구간거리 및 누적거리(58.7km)
명사 - 1.8km - 망산(1.8km) - 1.1km - 호연암(2.9km) - 1.1km - 여차등(4.0km) - 1.2km - 각지미(5.2km) - 1.5km - 저구고개(6.7km) - 1.3km - 다대산성(8.0km) - 1.4km - 학동재(9.4km) - 0.6km
- 망등(10.0km) - 1.5km - 진마이재(11.5km) - 2.4km - 노자산 전망대(13.9km) - 1.1km - 그물기고개 (15.0km) - 2.2km - 454m봉(17.2km) - 0.9km - 양화고개(18.1km) - 1.6km - 452m봉(19.7km) - 1.0km - 망치고개(20.7km) - 1.3km - 북병산(22.0km) - 0.8km - 북병산 삼거리(22.8km) - 2.1km - 363m봉(24.9km) - 0.8km - 365m봉(25.7km) - 1.2km - 소동고개(26.9km) - 2.6km - 옥녀봉 삼거리(29.5km) - 1.9km - 명재쉼터(31.4km) - 3.1km - 국사봉(34.5km) - 1.2km - 작은고개(35.7km) - 2.0km - 봉송마을(37.7km) - 0.6km - 봉산재(38.3km) - 0.8km - 개미골 상단(39.1km) - 2.1km - 대밭 삼거리(41.2km) - 1.7km - 억새풀평원(42.9km) - 1.1km - 배나무골(44.0km) - 0.6km - 정골재(44.6km) - 0.6km - 대금산(45.2km) - 2.8km - 율천산(48.0km) - 1.9km - 두모고개(49.9km) - 3.1km - 궁농고개(53.0km) - 2.5km - 대봉산(55.5km) - 1.3km - 양지고개(56.8km) - 1.9km - 사오리(58.7km)
* 해발고도는 정상석이 아닌 지형도상의 높이임
* 지맥 포스트를 지형도상 높이로 고치자면 복잡하여 본문에는
그대로 둠(4군데)
● 454m봉 → 448m
● 452m봉 → 442m
● 363m봉 → 363.7m
● 365m봉 → 355m
망산에서 내봉산
망산에서 가라산
선함
우낭사
내봉산 너머 해돋이
민트
호연암 포스트 능선 바위
내봉산에서 망산
각지미 가다 전망대에서 돌아본 망산
각지미 가다 전망대에서 돌아본 내봉산
각지미 가는 전망대에서 명사마을
각지미를 지나며 본 가라산
저구고개
저구고개
211m봉 삼각점
다대산성
망등 오름길에서 지난 산줄기
망등 오름길에서 지난 산줄기
망등 오름길에서 명사
망등 전망대
망등 전망대에서 지난 산줄기
수정봉
노자산 쪽 산줄기
진마이재
뫼바위 오름길에서 가라산
뫼바위 오름길에서 뫼바위
뫼바위에서 학동마을
뫼바위 난간과 마늘바위
뫼바위에서 마늘바위
돌아본 뫼바위
돌아본 뫼바위와 가라산
댕근바위
댕근바위에서 마늘바위와 노자산 전망대
댕근바위에서 뫼바위와 가라산
댕근바위에서 454m봉
써미트, 선함
노자산 전망대에서 마늘바위
노자산 전망대에서 노자산
노자산 전망대에서 가라산
그물기고개
민트, 산미녀
민트
표고버섯
복수초
얼레지
454m봉에서 가라산과 뫼바위
454m봉에서 마늘바위와 노자산
454m봉 통신탑
454m봉 전망대에서 나아갈 산줄기와 옥녀봉(오른쪽)
454m봉 전망대에서 마늘바위와 노자산
돌아본 454m봉과 가라산
망치고개
망치고개
망치고개
망치고개
망치고개
북병산 오름길
구조라
산미녀
들꽃한송이
바람2
구조라
북병산에서 지난 산줄기
북병산 삼각점
소동고개(반송치)
소동고개(반송치)
동고동락 평생동지
옥녀봉 갈림길 쉼터
대우조선해양
명재쉼터
국사봉 갈림길
국사봉에서 옥녀봉
국사봉에서 대우조선해양
선함, 강동섭
국사봉 전망대
국사봉 전망대에서
국사봉 전망대에서
봉송마을
대금산 산불감시초소
율천고개
율천산 삼각점(거제 413)
152.4m봉 삼각점(마산 443)
대봉산 통신탑
대봉산 통신탑
사불이에서
사불이에서
사불이에서
사불이에서
사불이에서
사불이
사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