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골로 오른 천왕봉
* 날 짜 : 2017년 9월 16일(토요일)
* 날 씨 : 흐림
* 산행시간 : 8시간 30분(운행시간 5시간 57분 + 휴식시간 2시간 33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7명(앵경, 쓰리고, 바람소리, 신난다, 유비, 세걸, 선함)
* 산행일정
08:02 중산리탐방안내소(법계교 0.2km·법계사 3.4km·천왕봉 5.4km·장터목대피소 5.3km)
08:06 법계교(637m, 법계사 3.2km·천왕봉 5.2km·장터목대피소 5.1km·순두류 3.0km)
08:17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중산리 0.7km·장터목대피소 4.6km·법계사 2.7km)
08:29 칼바위(830m)
08:32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중산리 1.3km·장터목 4.0km·천왕봉 4.1km·법계사 2.1km)
08:52 - 09:09 법천폭포
09:13 숨은골 출렁다리
10:02 - 10:35 휴식
11:38 - 12:54 기도터(비박터)
14:04 - 14:08 선바위(천왕봉 0.6km·법계사 1.4km·중산리 4.8km)
14:17 천왕샘고개
14:19 - 14:23 천왕샘(천왕봉 0.3km·법계사 1.7km·중산리 5.1km)
14:34 - 14:49 지리산 천왕봉(1915.4m, 대원사 11.7km·법계사 2.0km·중산리 5.4km·장터목 1.7km)
14:56 천왕샘(천왕봉 0.3km·법계사 1.7km·중산리 5.1km)
14:58 천왕샘고개
15:06 선바위(천왕봉 0.6km·법계사 1.4km·중산리 4.8km)
15:11 개선문(천왕봉 0.8km·법계사 1.2km·중산리 4.6km)
15:21 사자바위(지리 05 - 08지점, 1531m)
15:31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15:37 법계사(천왕봉 2.0km·중산리 3.4km)
15:39 - 15:43 로타리대피소(1335m, 천왕봉 2.1km·중산리 3.3km·칼바위 2.0km·순두류 2.7km)
15:56 광덕사교(법계사 0.7km·순두류 2.1km)
16:32 순두류 삼거리(법계사 2.8km·중산리 3.2km·환경교육원 0.3km)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소형주차장에 자리 잡은 지리산국립공원 표지석,
새겨진 남명 조식 선생의 시를 옮겨 보면,
頭流山(두류산) 兩端水(양단수)를 예듣고 이제보니,
桃花(도화) 뜬 맑은 물에 山影(산영)조차 잠겼어라.
아희야 武陵(무릉)이 어디뇨 나는 옌가 하노라.
2017년 9월 16일,
무박 2일에 걸친 태극을닮은사람들 여달사 지부산행이 있는 날,
그걸 알면서 지리산을 찾는다는 게 도리가 아니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가지 못하는 분들도 없지 않기에,
번개산행이라도 살짝 다녀와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는,
깊은골이라고도 부르는 숨은골로 숨어들어 천왕봉으로,
아직은 산꾼들의 때가 덜 묻은 숨은골,
어떤 모습으로 우릴 맞을는지?(08:02)
법계교(중산리야영장),
언제라도 그러하듯이 우천 허만수 선생께 입산신고를 하는데,
1916년 진주에서 태어나 30세 초반부터 세석고원에서 움막을 짓고 은거하며,
30여 년 동안 지리산과 산객들의 벗이 되어 살다 환갑이던 1976년 6월 어느 날,
진주에서 가까이 지내던 산악인들에게 '이제 지리산으로 영원히 들어간다.
한 달 내 오지 않으면 내 배낭 속의 소지품들을 모두 불살라 달라.'는 말을 남기고,
바람따라 표연히 지리산으로 떠나간 뒤 종적을 감췄다는데,
잘 모르긴 해도 지리산 산신령이 되지 않았을까?(08:06)
세존봉능선 갈림길 이정표,
세존봉과 문창대를 거쳐 로타리대피소 헬기장에서 정규 등산로와 합류하며,
어쩌면 이따가 천왕봉에서 내려갈 때 이리로 빠져나올지도,
하산은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으니까 장담은 못하지만(08:17)
칼바위는 홈바위와 얽힌 전설이 있는 곳이기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고 난 뒤,
지리산에 자기의 목숨을 노리는 놈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부하 장수에게 칼을 주면서 그놈의 목을 베어 오란 명령을 내렸는데,
그 장수가 그놈을 찾아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다가,
소나무 아래 큰 바위에서 글을 읽고 있는 선비에게 다가가 칼로 내려치자,
큰 바위는 갈라져 홈바위가 되고 부러진 칼날이 3km를 날아가 칼바위가 되어,
크고 작은 두 개의 바위가 하늘을 찌를 듯한 형상을 하고 있으니,
칼바위는 중산리 일대에선 꽤 유명한 명물이 아닐는지?(08:29)
칼바위 위 출렁다리 삼거리,
망바위와 로타리대피소가 아닌 홈바위와 장터목대피소로,
법천폭포를 거쳐 숨은골로 파고들기로 하지 않았던가?
이 또한 이따가 다시 만날지도 알 수 없는데,
어디로 해서 내려갈지는 산행대장의 권한 밖이라고나 할까,
이러려고 느지막이 어울리지도 않는 감투를 둘러쓴 건 아니건만(08:32)
칼바위골과 만나자마자 계곡치기로,
숨은골 출렁다리에서 내려서서 법천폭포로 가도 되지만(08:36)
앞장서는 앵경,
나를 따르라!
계곡이란 이렇게 건너는 거야.
물소리와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사뿐하게,
그나저나 뒤에 남은 저 부부는 우얄꼬?
부창부수(夫唱婦隨)면 어떻고,
부창부수(婦唱夫隨)면 또 어떠리,
앞서거니 뒤서거니 건너면 되지!
칼바위골과 숨은골이 만나는 합수지점을 지나자마자 그 모습을 드러내는 법천폭포,
요즘 들어 비가 좀 왔는지 지난주 금요일(9.8)보단 물이 꽤 많이 불은 듯,
법천폭포야말로 칼바위골에선 제일가는 볼거리가 아니던가?
바람소리표 부침개를 안주로 경로우대 차원에서 명석 막걸리를 싹 다 비우고 가기로,
배낭 안엔 든든한 참이슬 1통(640ml)이 들었는데 무슨 걱정,
지난밤 아니 무박 2일에 걸쳐 퍼마시고 나섰으니,
나로선 해장술이 되는 셈인가?(08:52 - 09:09)
9월 8일엔 이랬는데
눈구녕은 크게,
입은 다물고 아닌 알아서
앞장서는 1인자,
뭐하고 있어,
안 갈겨?
법천폭포에서 되돌아나와 깊은골이라고도 부르는 숨은골로,
천왕샘과 개선문 사이에 우뚝 솟은 선바위로 빠져나가면 되는데,
오차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
숨은골 출렁다리,
장터목대피소와 칼바위로 이어지는 정규 등산로가 지나지만,
길이 아닌 계곡치기를 하기에 못 본 척하고 지나갈 수밖에는(09:13)
누군가가 움막이나 비박터로 사용했던 듯
자그마한 돌로 바위틈을 촘촘히 메운 걸로 봐선
산행대장 모시고(?) 다니는 재미로(?) 산다는 앵경,
말할 것도 없이 믿거나 말거나 착각은 자유라지만,
곱디고운 그 마음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란
펄펄 나는 아니 펄쩍 뛰는 바람소리,
세걸이 깜짝 놀란 듯?
요즘 들어 진주 통영다찌집에서 쏘맥깨나 마신다더니,
아니나다를까 도대체 저 배가 뭐람?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퇴근하자마자 술은 입에도 대지 않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온다나?
끊으라는 담배는 여전하지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단 고민 아닌 고민,
본래대로 돌아가도 말리진 않겠다는데?
숨은골,
화려하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매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직은 그다지 때묻지 않은 수수한 계곡이라고나 할까?
뭘 들이키실까?
좀 주지도 않으면서
기어이 배낭 밖으로 불려나온 참이슬,
지사모 공식주 노릇을 하는 쏘맥을 위해서라지만,
설마하니 바닥을 드러내진 않겠지?
아직 점심도 안 먹었는데(10:02 - 10:35)
한여름이었으면 더욱 좋으련만
만나면 알콩달콩 아닌 티격태격하면서도 절대 싸우는 건 아니라는,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또 헤헤 하하 호호
행복을 찾아서 집밖으로 나왔다는데,
행복이 별건가요?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우리도 찾았다,
숨은골에서 숨은 행복을
돌아보기도 하면서
그전엔 기도터였던 곳으로 보이는 비박터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제법 널찍한 공터라 여럿이 앉아도 모자람이라곤 없는데다,
이미 때도 되었거니와 먹지 않고선 갈 수도 없기에,
먹은 것만큼 간다는데,
신난다표 장어에다 앵경표 무늬오징어,
살아선 꿈도 꾸지 못하는 지리산하고도 숨은골에서,
죽어서나마 본의 아니게 사랑을 받을 줄이야?(11:38 - 12:54)
슬슬 떠나볼까?
자나깨나 서방님 걱정,
잘 올라와야 할 텐데?
쓰리고,
걱정 마셔,
잘 올라가고 있응께!
어디쯤 오시나?
하나밖에(?) 없는 우리 서방님
서서히 물줄기는 사라지고
희미한 길 흔적을 따라 올라선 선바위,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그전부터 난 선바위라 부르는데,
천왕샘으로 이어지는 옛길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이제 천왕봉은 0.6km를 가리키고(14:04 - 14:08)
천왕샘고개,
심장안전쉼터가 마련되어 있으니 쉬었다 가라지만,
조금만 더 가 천왕샘에서 목을 축이면서 숨을 고르기로,
지난주에 보니 졸졸 물이 나왔는데(14:17)
남강으로 흘러드는 덕천강의 발원지라는 천왕샘,
남명 조식 선생의 13대손이자 덕산두류산악회 창립 부회장인 조재영(曺在永) 씨가,
물이 고일 수 있도록 석공을 동원하여 사흘 동안 작업한 끝에 1977년 8월 2일 탄생한 천왕샘,
겨울철에는 얼어붙고 또 가뭄이 심할 때는 물이 나오지 않는 게 흠이지만,
천왕봉을 오르내리는 산꾼들에겐 생명수와도 같은 존재가 아닐는지?
이제 천왕봉은 0.3km를 가리키고(14:19 - 14:23)
1인자의 위엄,
풍채로 봐선 지리산 산신령이 거의 다된 듯,
숨은골에 울려퍼진 우렁찬 노랫가락의 주인공이기도,
비탐지역에서 그래도 되는 건지?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깔딱고개를 오르기에 앞서,
고지가 바로 저긴데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난 9월 8일에 이어 여드레 만이요,
올해 들어선 나완 열한 번째 만남인 셈인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자욱한 안개로 보이는 것도 없어 아쉽지만,
그 어딘들 이미 수십 아니 수백 번이나 눈을 맞추던 곳이 아니던가?(14:34 - 14:49)
난 누구 여긴 어디?
1인자 천왕봉 등정 완료!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지리산의 종주능선에서는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장하다,
유비·쓰리고 부부,
이 순간을 그 얼마나 기다렸던가?
천왕봉 한두 번 온 것도 아니건만,
오늘따라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으랴?
언제까지나 그러고 있을 수야?
이제 그만 방 빼시고,
1인자 납시는데
1인자의 여유,
천왕봉을 그대 품안에
기세등등한 세 여인네,
이 맛에 천왕봉으로 온다니까!!!
일곱 일행이 나란히,
좀 더 많을 순 없는 걸까?
이보다 훨씬 많은 적도 없지 않았는데
日月臺(일월대),
일출과 일몰 및 월출과 월몰을 한곳에서 볼 수 있다던가?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
천왕봉 삼각점
천왕봉을 뒤로하고 로타리대피소와 순두류로 내려가기로,
중산리로 내려가는 하산코스야 많고 많지만
그냥 갈 수 없잖아,
다시 한 번 천왕샘에서 목을 축이고(14:56)
천왕샘고개(14:57)
선바위(15:06)
개선문(凱旋門),
천왕봉에서 0.8km를 내려왔고(15:11)
비스듬한 바위지대 전망대,
문창대가 잘도 보이는 곳이고(15:31)
법계사,
천왕봉 2.0km · 중산리 3.4km를 가리키고(15:37)
로타리대피소샘,
이건 뭐 나오는 것도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로타리대피소,
망바위와 칼바위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가지 않고,
좀은 수월하고 가까운 순두류로 내려가 버스를 타고 중산리로 가기로,
대중이 그러자는데 따를 수밖에는,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순두류 2.7km를 가리키고(15:39 - 15:43)
광덕사골과 천왕샘골 갈림길인 광덕사교,
이제 순두류는 2.1km를 가리키고(15:56)
고갯마루 쉼터 이정표,
이제 순두류는 1.7km를 가리키고(16:03)
천왕 동릉 갈림길 부근 이정표,
30m쯤 위쪽에 새로이 천왕 동릉 갈림길이 생겼으니,
이는 감시용 카메라(CCTV)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닐까?(16:15)
생태탐방로 공터,
지리산신제단과 느진목재 갈림길이기도 하며,
이제 순두류는 0.4km가 남았을 뿐이고(16:27)
경상남도 환경교육원 입구인 순두류 삼거리로 내려가자,
마침맞게도 법계사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평일 아닌 토요일 오후인지라 운행 횟수를 늘린 듯,
버스에 오른다.
그리곤 떠난다.
우리네 차가 있는 중산리 소형주차장으로,
뒤풀이가 있을 금화원펜션으로 마음 먼저 보내고(1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