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월아산 장군대봉과 국사봉 잇고 제자리로
* 날 짜: 2011년 1월 16일(일요일)
* 날 씨: 맑음
* 산 행 지: 동산 삼거리 - 장군대봉 - 국사봉 - 420m봉 - 동산 삼거리
* 산행거리: 약 9km
* 산행시간: 2시간 56분(운행시간 2시간 34분 + 휴식시간 22분)
* 산행속도: 약간 빠른 걸음
* 산행인원: 1명(나 홀로)
퇴직한 선배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여 점심을 해결하고선, 자투리 시간이 아까워 가까운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안 그래도 짧은 한겨울 낮인데 그것마저 반 토막이 났으니, 지리산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아
진주 월아산을 골라잡습니다.
청곡사 주차장에서 장군대봉과 월봉을 잇고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게 가장 일반적인 산행이긴
하나, 거리도 짧은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서 애써 외면합니다.
대신 진성면 동산 삼거리에서 장군대봉과 월봉을 들르고, 질매재와 국사봉을 거쳐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산행을 선택합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코스로 산행을 한 적이 있지만, 좀 오래 됐기에 복습차원에서 다시 한 번
발자국을 남기기로 합니다.
남해고속도로(고속국도 제10호선) 진성 나들목 부근의 동산 삼거리가 오늘 산행의 기준입니다.
동산 삼거리와 맞닿은 동산교를 건너 100m쯤 가면 문산 8km·창원 64km란 표지판이 나오고,
바로 뒤 대밭으로 이어지는 배수로와 같이 난 길을 따라 산자락으로 올라붙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가는 셈입니다.
비스듬한 오름길을 10분 남짓 부지런히 걸으니, 주능선으로 올라서며 갈림길이 나오는데 주의가
필요한 곳입니다.
봉우리 같지도 않고 별 특징도 없는데, 크지 않은 노간주나무(노송나무) 하나가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무심코 가다 보면 바로 가는 능선을 따르기 쉬우나, 그 길은 조금 뒤 곤두박질치며 용고미저수지
쪽으로 떨어집니다.
저수지를 지나 천룡사 부근에서 다시 오르면 되지만, 그건 아니니 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능선을 쭉 따르는 정상적인 길은 고속도로 쪽으로 크게 꺾어야 하며, 들머리는 희미하나 차츰차츰
나아지며 솔가리가 밟히기 시작합니다.
그러고 보니 소나무가 빼곡하여 어두침침한데, 요즘은 어딜 가도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삼거리에서 7분쯤 갔을까, 손질이 잘 된 무덤이 있는 안부에서 잠깐 조망이 열립니다.
진성농공단지가 바로 아래 들어오고, 남해고속도로와 국도 3호선을 오가는 차량들이 바쁩니다.
안부에선 농공단지 부근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으며, 능선을 타고 조금 더 가자 갈수록 길은
희미해집니다.
도회지 부근의 산길이라곤 믿기 어려운 희미한 길이, 끊어질 듯 위태롭게 이어집니다.
사람 냄새라곤 코를 후벼도 나질 않고, 여기저기 짐승들이 나부댄 흔적이 있을 뿐입니다.
이다지도 찾는 이가 없었단 말인가?
고즈넉한 길을 나 홀로 가는데, 어느 순간 큰 짐승 두 마리가 튀어나와 깜짝 놀랍니다.
멧돼지인가 싶어 움츠리며 보니 개란 놈으로, 날뛰는 모습이 꼴불견이요 글자 그대로 개지랄입니다.
주인이 고함을 질러 말리지만, 개귀에 경 읽기(犬耳讀經, 견이독경)일 뿐 소용이 없습니다.
내게도 몇 번이나 달려들며 애를 먹이지만, 마침 지팡이 삼아 몽둥이를 들고 있어 쫓아내며
위기를 넘깁니다.
한참을 뒤따라오며 귀찮게 하다 제풀에 지쳐 되돌아가니, 속은 후련하지만 또 다시 적막강산입니다.
심심하던 차에 망두석(望頭石)과 상석(床石)까지 갖춘 묵은 무덤이 있어, 눈길을 끌더니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보아하니 행세깨나 했던 집안의 무덤 같은데, 낫질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잡목만 우거졌습니다.
부귀영화(富貴榮華)는 간 곳 없고 이발마저 못하고 누웠으니, 인생무상(人生無常)이요 세월무상
(歲月無常)이란 생각입니다.
솔가리와 가랑잎이 밟히는 호젓한 길이 이어지다, 삼거리 갈림길이 있는 밋밋한 봉우리에
다다릅니다.
지나온 길이 가장 희미한 편이며, 오른쪽 내리막은 천룡사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공군교육사령부 부사관 후보생들의 훈련코스인지, 군데군데 표지기가 더러 달려 있습니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반질반질한 길을 타고 좀 더 가, 제법 널따란 바위가 깔린 467m봉으로
올라섭니다.
월아산 정상보다 불과 16m 남짓 낮을 뿐이지만, 조망이 시원찮아 아쉬운 마음입니다.
여기저기 돌을 쌓은 흔적이 있는데, 뭐 하던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질매재와 정상으로 이어지는 포장임도를 만나자, 그걸 타고 정상으로 오릅니다.
방송 통신탑이 정상부를 차지한 월아산(483.2m)!
진주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니지만, 진주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진주를 대표하는 행복한 산입니다.
질매재(247m)를 사이에 두고 국사봉(469m)과 장군대봉(483.2m)이 마주보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월아산이라 하면 장군대봉을 말하며 국사봉은 월아산의
부속봉으로 그냥 국사봉이라 부릅니다.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는 국사봉과 장군대봉을 별개의 산으로 나누고,
국사봉을 월아산이라 하고 장군대봉을 장군대산이라 하고 있는데,
진주 사람들은 두 봉을 하나로 묶어 그냥 월아산이라 합니다.
국사봉은 국사봉이나 월아산 국사봉으로, 장군대봉은 월아산 또는 월아산
장군대봉으로 쭉 그렇게 불러 왔으니까요.
정상에서의 조망은 아주 좋은 편입니다.
국사봉 등 북쪽은 숲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자굴산(897.1m), 방어산(530.4m),
여항산(770m), 와룡산(801.4m), 금오산(875m) 등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 빠짐없이 들어오며, 진주 시내는 구석구석까지 속살을 드러냅니다.
아쉽게도 지리산 쪽은 구름이 막아 보이질 않습니다.
몇 십 년 만의 추위 때문인지 산행객은 나 밖에 없으며, 산악자전거회원
몇몇이 바람을 피해 간식을 먹는 모습이 보일 뿐입니다.
관리가 잘 된 헬기장(관리번호39-118-10)을 지나자마자, 곧이어 중간등산로 갈림길이
나옵니다.
청곡사로 이어지는 길인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길입니다.
오늘 갈 곳은 아니기에 그냥 지나칩니다.
이따금씩 마주 오는 산행객들을 만납니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능선 길을 5분 남짓 가니 성은암 갈림길이 나오고,
조금 더 가 돌탑지대를 지나자마자 월봉(460m)에 다다릅니다.
큰 돌탑이 하나 있으며, 청곡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열립니다.
이 길 또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길입니다.
가야 할 국사봉이 바로 앞에 있으나, 나무가 가려 조망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기울기가 꽤 있는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서니, 열 개도 넘는 돌탑이
자리 잡은 너덜지대가 나옵니다.
건너편의 국사봉이 막힘없이 들어옵니다.
잠깐 포장임도를 따르며 질매재(247m, 달음산고개)에 닿습니다.
질매재는 금산면과 진성면을 가르고 국사봉과 장군대봉을 잇는 고개로,
그 모습이 질매를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질매는 예전 짐을 싣거나 수레를 끌기 위하여, 소나 말의 등에 얹는 안장을 일컫는
길마의 경상도 표준말입니다.
계단을 따라 질매재를 뒤로 합니다.
월봉에서 내려온 만큼 다시 올라야 하니, 국사봉까지는 상당한 가풀막이
이어집니다.
거의 코가 땅에 닿을 정도지만, 그렇게 힘든 줄 모르고 국사봉(469m)으로
올라섭니다.
점심으로 먹은 갈비탕 덕인가 봅니다.
국사봉(469m)은 재상봉 또는 정승봉이라고도 하며, 커다란 돌탑과 산불감시초소
또 월아산 국사봉 무지개터라고 새긴 정상석이 있습니다.
조망도 거칠 것이 없어 쭉 돌아보면 월아산, 여항산, 방어산, 자굴산,
황매산(1113m), 집현산(577m), 웅석봉(1099.3m), 금오산, 와룡산 등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이 남김없이 들어옵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남강의 아름다운 풍광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좀 멀긴 해도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도 보이는 곳이나, 구름이 가린 천왕봉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갈 길이 바쁜데다 매서운 바람으로 오래 머물진 못하고, 진성 동산리 쪽의
능선을 타고 국사봉을 떠납니다.
예전엔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희미했는데, 뚜렷한 길이 이어져 갸우뚱해
보지만 곧 해답을 찾아냅니다.
몇 년 전부터 산악자전거 코스로 개발된 곳이니까요.
조망이 쭉 열리는 능선을 타며 펑퍼짐한 435m봉을 지나고, 정상 부근에
돌탑이 몇 개 있는 420m봉으로 올라섭니다.
잡목이 우거진 봉우리지만, 미완성인 커다란 돌탑 위에 서니 조망이 활짝 열립니다.
가야 할 능선과 마을이 들어오고, 방어산과 괘방산(457.0m)을 잇는 산줄기가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내 살던 고향 땅 함안 여항산도 아는 체 손짓을 합니다.
지난 1월 2일 신년 첫 산행을 한 곳입니다.
꽤 비탈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복구가 덜 된 몰골의 산불 흔적이 남아 있어
가슴이 아립니다.
산불이 난 때가 언제인데, 아직도 저 모양인지?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지만, 되살리는 건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너도나도 산불조심, 내고나면 후회한다!
산악자전거 코스는 3km란 표지판이 있는 데서 월정저수지로 빠지지만,
원점회귀를 위해선 바로 가는 능선을 그대로 쭉 따릅니다.
다시 호젓한 길로 바뀌며 215m봉을 지나고, 손질이 잘 된 무덤이 있는
곳에선 임도를 타고 내려섭니다.
동네와 붙은 곳에 있는 큰 무덤을 지나니, 진성교회 앞 황동마을 표지석이 날 반깁니다.
곧이어 대곡면과 진성면을 잇는 지방도로에 들어서고, 400m 남짓 더 가
동산 삼거리에서 발걸음을 멈춥니다.
장군대봉과 국사봉을 잇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월아산 원점회귀산행이
완성된 것입니다.
추운 날씨 속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길지 않은 산행이었지만,
올 들어 두 번째 산행으로 머리에 담으면서 차에 오릅니다.
그리곤 떠납니다.
진주에서 내 사는 또 다른 진주로!
* 산행일정
14:30 동산 삼거리(동산교)
14:42 주능선 합류(용고미저수지 갈림길)
14:49 안부 전망대
15:11 천룡사 갈림길
15:24 467m봉
15:30 - 15:38 월아산(장군대봉)
15:40 중간등산로(청곡사) 갈림길
15:45 성은암 갈림길
15:49 월봉
15:55 너덜지대 돌탑군
16:00 - 16:03 질매재
16:19 - 16:25 국사봉
16:35 435m봉
16:41 - 16:46 420m봉
16:58 월정저수지 갈림길
17:20 황동마을(진성교회)
17:26 동산 삼거리(동산교)
동산 삼거리
동산 삼거리 부근(1)
동산 삼거리 부근(2)
동산 삼거리 부근(3)
들머리(1)
들머리(2)
들머리(3)
들머리(4)
진성농공단지
467m봉(1)
467m봉(2)
월아산(1)
월아산(2)
월아산(3)
월아산(4)
월아산(5)
월아산(6)
월아산(7)
월아산(8)
월아산(9)
월아산(10)
월아산(11)
월아산에서 사천 와룡산
월아산에서 하동 금오산
진주 시내
월아산에서 국사봉
월아산 헬기장
성은암 갈림길
월봉(1)
월봉(2)
월봉에서 국사봉
돌탑지대에서 국사봉
돌탑지대(1)
돌탑지대(2)
월아산 임도
질매재(1)
질매재(2)
질매재(3)
질매재(4)
질매재(5)
국사봉(1)
국사봉(2)
국사봉(3)
국사봉(4)
국사봉(5)
국사봉(6)
나
국사봉에서 멀리 지리산 천왕봉
국사봉에서 자굴산
국사봉에서 방어산
국사봉에서 여항산
435m봉에서 방어산
420m봉(1)
420m봉(2)
420m봉(3)
420m봉에서 여항산(1)
420m봉에서 여항산(2)
아물지 않은 상처의 흔적(1)
아물지 않은 상처의 흔적(2)
월정저수지와 월아산
월정저수지
방어산과 괘방산
여항산
황동마을(1)
황동마을(2)
황동마을(3)
동산 삼거리 부근에서 월아산과 국사봉
동산 삼거리 부근에서 여항산
동산 삼거리 부근에서 지나온 능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