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덕산 지리태극(4, 성삼재에서 구인월마을회관까지 23.0km)
* 날 짜 : 2016년 4월 30일(토) - 5월 1일(일)
* 날 씨 : 대체로 맑음
* 산 행 지 : 덕산교 - 웅석봉 - 밤머리재 - 천왕봉 - 성삼재 - 만복대 - 구인월마을회관
* 산행거리 : 90.5km
* 산행시간 : 42시간 10분(운행시간 38시간 08분 + 휴식시간 4시간 02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성삼재,
아직은 그다지 힘들단 느낌은 없는 가운데 성삼재로 내려서는데,
67.5km(75%)를 왔으니 이제 서북능선 23.0km(25%)만 남은 셈인가?
지리산 기를 받은 쌍방울이 힘을 쓰는지 샅이 쓸려 따갑고,
양쪽 발바닥에 불이 나는 듯 화끈거리기도 하지만,
화장실에서 땀에 찌든 손과 얼굴을 씻고선 성삼재휴게소로,
비빔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뚝딱 비우는데,
술술 밥이 잘도 넘어가는 걸 보면,
어쩌면 서북능선도 그다지 문제가 되진 않을 듯,
먹은 것 만큼 간다고 하지 않던가?(12:20 - 12:49)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성삼재도로를 따라 걷다,
큰일을 앞두고 음식을 비장하고 내려오는 거달사팀과 함께,
산꾼은 언제 어디서든 산에서 만난다고 하던가?
지방도 861호선 성삼재도로에서 벗어나 서북능선으로,
이제 덕산 지리태극의 마지막 구간이 시작되는 셈인가?
만복대 5.3km · 당동마을 3.0km · 상위마을 6.1km를 가리키고(12:52)
당동고개,
당동마을 2.5km · 성삼재 0.5km · 상위마을 5.6km · 만복대 4.8km를 가리키고(12:59)
작은고리봉,
무더운 날씨로 땀깨나 쏟으며 올라서자,
지리산 고리봉이란 정상석이 홀로 간 날 반기는데,
고리봉이라 쓰고 작은고리봉이라 읽는다던가?
정령치 위에 자리 잡은 큰고리봉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고리봉이지만,
산꾼들은 높은 고리봉을 큰고리봉(1304.8m)이라 하고,
낮은 고리봉은 작은고리봉(1248m)으로 구분하여 부르는 걸(13:31)
작은고리봉에서 돌아본 성삼재,
그 뒤엔 노고단과 종석대가 버티고
반야봉과도 다시 한 번 눈을 맞추고
만복대가 어서 오란 손짓이고
헬기장에서 돌아본 작은고리봉(13:38)
묘봉치,
지남 23 - 06지점(1089m)이자 상위마을 갈림길로,
330m나 되는 고도차를 극복해야 하는 기나긴 만복대 오르막이 이어지는데,
상위마을 3.0km · 성삼재 3.1km · 만복대 2.2km를 가리키고(14:13)
가도가도 끝이 없는 만복대 오름길,
김밥을 먹고 있는 젊은 부부에게 인사를 건네자,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가는 중늙은이가 측은해보였던지,
보드카 한잔 하고 가라며 선심을 쓰기에,
굳이 마다할 것도 없어 고맙다면서 한잔 들이키자,
짜릿한 느낌과 함께 금세 갈증이 해소되는 게 아닌가?
역시 술이란 좋은 것이여!
만복대,
서북능선에선 가장 높고 조망도 좋아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데,
여태까지 잠자던 바람도 만복대에선 솔솔 불어대는 걸,
정령치 2.0km · 성삼재 5.3km를 가리키고(15:19 - 15:23)
지나온 산줄기가 펼쳐지고
반야봉과 노고단이 한눈에 쏙
어둠 속에 지난 천왕봉과 중봉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가야 할 서북능선
정령치,
정령치휴게소에서 콜라 2통을 사 빵과 함께 1통만 비우고,
1통은 배낭 속에 넣어 고리봉으로 올라가는데,
목마를 때마다 또 힘이 떨어질 때 요긴하게 쓰이더란,
콜라야 말로 일종의 피로회복제가 아닐까?(16:15 - 16:35)
정령치엔 백두대간 생태교 설치작업이 한창이고
큰고리봉,
여태까지 함께하던 백두대간과 헤어지게 되는데,
큰고리봉에서 만난 산꾼 하나가 고기리로 내려가느냐기에,
바래봉을 지나 남원 인월로 내려갈 거라고 하자,
아직도 갈 길이 엄청 멀어 야간산행을 해야 될 거라기에,
어젯밤에도 야간산행을 했으니 걱정일랑 뚝,
명색이 태극종주란 걸 하면서 밤이 무서워서야?
고개 숙인 남자도 아닌데,
바래봉 8.6km · 정령치 0.8km · 고기삼거리 3.2km를 가리키고(17:02)
큰고리봉 삼각점(운봉 25)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가야 할 산줄기,
어둠 속에서나 바래봉을 만나겠지?
다시금 그 모습을 드러내는 천왕봉과 중봉,
어제처럼 어둠 속이 아닌 밝을 때 오라나?
두루뭉술한 반야봉,
엉덩이 두 짝은 어디로 갔지?
정령치와 만복대로 이어지는 지나온 산줄기
지리 19 - 04지점 이정표,
바래봉 7.4km·정령치 2.0km를 가리키고(17:30)
또 다른 이정표,
바래봉 6.6km·정령치 2.8km를 가리키는데,
30분 동안 겨우 0.8km를 왔단 말인가?(18:01)
세걸산,
때론 바위지대에 매달린 밧줄을 타기도 하고,
수십 차례나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골탕을 먹고서야 어렵사리 올라서는데,
서북능선에선 고리봉과 세걸산 사이가 가장 힘든 구간이 아닐까?
오죽하면 서북능선의 공룡능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이정표상으론 3.0km라는데,
자그마치 1시간 44분이나 걸린 셈인가?
정령치 3.8km · 바래봉 5.6km를 가리키고(18:46)
마지막으로 천왕봉과 중봉을 눈에다 담고선 세동치로 내려가고
세동치 헬기장,
세걸산 쪽으로 70m - 80m쯤이 세동치샘 갈림길이요,
거기서 1분 남짓이면 물맛 좋은 세동치샘에 이를 수 있지만,
바래봉샘까진 물이 모자랄 것 같지 않기에 지나치고(18:56)
세동치,
전북학생교육원 갈림길이요,
지북 19 - 09지점(1108m)이기도 한데,
전북학생교육원 1.8km · 정령치 4.3km · 바래봉 5.1km를 가리키고(18:57)
지북 19 - 10지점,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19:40)
지북 19 - 11지점인 부운치,
부운마을 갈림길이요,
지북 19 - 11지점이기도 한데,
부운마을 3.0km · 정령치 6.4km · 세걸산 2.6km · 바래봉 3.0km를 가리키고(19:52)
1122.8m봉,
부운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듯,
헬기장과 삼각점(운봉 307)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서부턴 바래봉이 쭉 들어오기도 하지만,
캄캄한 밤이라 겨우 그 짐작만 할 뿐이고(20:00)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철쭉
팔랑치,
철쭉 군락지 속에 자리 잡은 팔랑마을 갈림길이며,
팔랑마을 2.0km · 정령치 7.9km · 바래봉 1.5km를 가리키고(20:30)
바래봉 삼거리,
지북 19 - 18지점(1079m)이기도 한데,
이제 바래봉과 덕두봉만 넘으면 되는가?
바래봉 0.6km · 정령치 8.8km · 용산주차장 4.2km를 가리키고(20:58)
바래봉샘,
칼칼해진 목을 축이고 마나님에게 보고를 하는데,
어제 새벽녘에 집을 나오고선 처음으로 거는 전화,
끝났냐고 묻기에 나도 모르게 그렇다는 대답을 하지만,
진짜배기로 끝났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아직도 가고 있다면 걱정이라도 할까 봐,
살다 보면 때론 거짓말도 필요하지 않을까?(21:03 - 21:06)
바래봉,
그다지 차갑진 않지만 밤바람이 휘몰아치는데,
또 새로운 하루를 맞기 전에 끝낼 수 있으려나?
오른쪽 발바닥에 기어이 물집이 잡혔을까,
걸을 때마다 어찌나 아픈지,
걸음을 떼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본디는 스님들의 밥그릇인 발우(鉢盂, 발우대, 발다라, 바리때, 바리)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 하여 바리봉이라 불렀다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차차 음이 변하면서 바래봉으로 바뀌었다고 하며,
운봉 사람들은 삿갓처럼 보인다 하여 삿갓봉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걸,
정령치 9.4km · 용산주차장 4.8km · 월평마을 5.0km를 가리키고(21:19)
덕두봉,
남원시 운봉읍과 인월면에 걸쳐 있으며,
드디어 지리태극의 마지막 봉우리에 다다른 것이요,
이제 구인월마을로 내려가는 것만 남은 셈인가?
그 또한 결코 만만찮은 산줄기라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내려가야 끝이 날 수밖에 없는 게 아닌가?
바래봉 1.4km · 월평마을 2.4km · 구인월 2.4km를 가리키는데,
월평마을과 구인월이 2.4km라면 얼마나 좋으랴마는,
이거야 말로 어림도 없는 엉터리가 아니던가?(21:59)
덕두봉 삼각점(운봉 22)
옥계능선 갈림길,
옥계저수지와 흥부골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 곳으로,
3.4km를 가리키는 구인월마을 산줄기로 내려서야 하는데,
꽤 까다롭고 지루한 길이지만 가야만 하는 걸 어쩌랴?(22:08)
덕두산 1.7km·구인월마을 1.7km를 가리키는데,
이정표상으론 딱 중간인 셈인가?(22:53)
고무재,
발바닥에 잡힌 물집 때문에 힘들고 더디게 내려설 수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산줄기를 따라 좀 더 가다 KBS인월TV방송중계소에서 내려서기도 하더라만,
혹시나 엉뚱한 데로 빠질까 봐 그전과 같이 고무재에서 구인월마을로 내려가고(23:11)
쓸모없는 나무를 베어 내고 그 자리에다 작은 나무를 심는 바람에,
길이 많이 바뀌고 또 희미한 곳도 많아서 헷갈리기 딱 좋더란
흥부골자연휴양림과 구인월마을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로 내려서자,
덕두산 3.2km·구인월마을 0.5km를 가리키는데,
그렇다면 90km를 온 셈인가?(23:37)
구인월마을회관,
개지랄을 하듯 울부짖는 온갖 동네 개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마침내 구인월마을회관에 다다르면서 걸음을 멈추는데,
마중나온 사람은 커녕 불마저 꺼져 있어 씁쓸하기 이를 데 없고,
마지막 인증샷조차 남기질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 좋아서 선택한 길이 아니었던가?
이걸로 대신하면 되지,
더 이상 뭘 더 바라겠는가?
8개의 별만으로도 얼마든지 밝고,
성공은 도전하는 사람만의 몫이라던가?(23:45)
고난의 흔적일까?
아니면 영광의 상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