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가는 덕산 지리태극(2, 밤머리재에서 천왕봉까지 20.2km)
* 날 짜 : 2016년 4월 30일(토) - 5월 1일(일)
* 날 씨 : 대체로 맑음
* 산 행 지 : 덕산교 - 웅석봉 - 밤머리재 - 천왕봉 - 성삼재 - 만복대 - 구인월마을회관
* 산행거리 : 90.5km
* 산행시간 : 42시간 10분(운행시간 38시간 08분 + 휴식시간 4시간 02분)
* 산행속도 : 보통 걸음
* 산행인원 : 1명(나 홀로)
밤머리재,
산청군 삼장면과 금서면을 잇는 국도 59호선이 지나며,
청이당과 함께 태극산꾼들에겐 오아시스 노릇을 하는 곳으로,
밤머리재의 터줏대감 권사장은 양봉일을 하느라 잠깐 자리를 비우고,
그 대신 마나님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날 맞는데,
어제 주문한 삼계탕을 다시 따뜻하게 데우는 동안,
밤머리재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서 눈요기를 하기도,
지리 주릉의 각 대피소도 운영시간에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에,
어찌하던 밤머리재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수밖에는,
'먹은 만큼 간다'는 말이 그냥 생기진 않았을 테고,
또 그동안의 경험으로 봐서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12:03 - 12:56)
아직은 따뜻한 국물이 나오지 않은 권사장표 삼계탕,
비록 산삼은 아니지만 더덕 등 온갖 약재를 넣어 삶았다는데,
그래서인지 토실토실하고 쫀득쫀득하여 맛있게 먹었다는,
게다가 지리산 생막걸리를 반주로 곁들이니,
세상에 무엇 하나 부러울 게 있으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인증샷을 남기고선 동부능선으로,
진짜배기 지리태극은 이제부터가 아닐는지?
가지 말라지만 가야만 하는 걸,
탐방로가 아니라지만 반질반질한 걸?
도토리봉,
실컷 먹고 마시면서 너무 많이 배를 채워서 일까,
아직은 소화가 되지 않아 힘을 쓰지 못하는 걸까,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를 새삼스레 느끼면서 꽤나 어렵사리 올라서는데,
밤머리재에서 작은 물통 둘을 다시 채웠을 뿐이거늘,
왜 이렇게 힘들단 느낌이 드는 걸까?(13:33 - 13:36)
천왕봉과 중봉으로 굽이치는 동부능선 산줄기,
바로 앞에선 동왕등재가 오서 오라며 안달이고
왕등재와 새봉으로 이어지는 동부능선
치밭목능선 뒤엔 황금능선의 구곡산이 우뚝하고
가랑잎이 수북한 길이 나오기도 하고
서서히 몸이 풀려가는 느낌이 드는 가운데 올라선 전망대,
천왕봉과 중봉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가 들어오지 않을 뿐,
바로 위 동왕등재보다도 지나온 산줄기가 더 잘 보이는 곳이기에,
배낭을 벗어두고 이곳저곳 돌아가면서 눈요기를 하고(14:53 - 14:56)
가야 할 동부능선 산줄기가 펼쳐지고
왕산과 필봉산이 알은체하고
도토리봉이 잘 가란 손짓이고
웅석봉을 품은 달뜨기능선이 길게 펼쳐지고
이제 동왕등재로
깨진 삼각점(산청 311)이 자리 잡은 동왕등재,
오랫동안 깃발이 꽂혀 있어 깃대봉이라고도 했다는데,
새봉과 더불어 동부능선을 대표하는 봉우리가 아닐는지?(14:59 - 15:03)
저 멀리서 손짓하는 천왕봉과 중봉,
아무래도 한밤중에나 만날 듯
새봉과 서왕등재로 산줄기가 굽이치고
눈 아랜 대원사가 들어오고
이제 동왕등재에서 서왕등재로
903m봉을 왼쪽으로 살짝 돌고(15:16)
절골 삼거리(15:21)
왕등재 사거리에 앞서 동부능선의 산죽이 첫선을 보이고
왕디재라고도 부르는 왕등재 사거리,
삼장면 유평리 유평마을과 금서면 지막리 지막마을을 오가던 고개로,
지막마을로는 뚜렷하지만 유평마을 쪽으론 꽤 묵은 편이고(15:39)
동왕등재와 서왕등재 사이에선 가장 높은 994m봉,
이따 갈 984m봉과 더불어 고스락을 지나가는 봉우리로,
가야 할 동부능선이 한눈에 쏙 들어오고(15:55)
달뜨기능선을 비롯한 지나온 산줄기
서왕등재가 코앞으로 다가서고
낮이고 별스레 바쁠 것도 없어 일부러 오른 서왕등재,
등산로에서 30m쯤 비켜나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우며,
볼거리나 보이는 것도 없는 그렇고 그런 봉우리일 뿐이고(16:36)
해발 973m에 자리 잡은 왕등재습지,
이 또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밤머리재에서 오면서 비운 물통을 다시 채워서,
청이당까지 가면서 마실 물이 모자라지 않도록 하는데,
요즘 들어 비가 자주 와서 습지의 물도 좋기만 하고(16:44 - 16:52)
요건 또 뭐지?
봄에 그랬는 걸 보면 나무가 추워서는 아닐 테고,
무슨 연구를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닐는지?
외고개로 내려서기에 앞서 돌아본 동부능선
세월이 무엇인지,
제법 뚜렷하던 글씨마저 저 모양이니,
눈을 크게 뜨고 봐도 외고개란 글자를 알아보기 어려운데,
세월 앞에 장사 없단 말이 결코 빈말은 아닐 듯,
금서면 방곡리 오봉마을과 삼장면 유평리 외곡마을 갈림길이고(17:13)
날로 번창하는 외고개의 마스코트 돌배나무,
저러다간 얼마 안 가 하늘이라도 찌를 듯?
삼각점(산청 438)이 자리 잡은 957.1m봉,
한동안 우거진 미역줄나무 덩굴 속에 꼭꼭 숨어 있던 걸,
2015년 4월 11일 동부능선 답사산행을 하면서 세상 밖으로,
동부능선에선 동왕등재와 957.1m봉에 삼각점이 있는 셈인가?(17:40)
오봉마을과 새재마을 갈림길인 새재 사거리,
외고개에 돌배나무가 있다면 새재엔 보리수나무가 있지만,
어쩌다 큰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볼품없는 모습이라 안타깝고(17:44)
새재의 마스코트 노릇을 하는 보리수나무
묵은 헬기장(18:13)
큼지막한 바위 봉우리인 1250m봉은 돌아갈 수밖에는(18:26)
얼레지
새봉 너럭바위 맞은편 전망대,
지나온 산줄기 한눈에 보이는 듯하고(18:49 - 18:52)
동부능선과 달뜨기능선을 잇는 장쾌한 산줄기
장당골 뒤로 펼쳐지는 치밭목능선과 달뜨기능선
새봉 너럭바위,
뉘엿뉘엿 해는 넘어가고 갈 길은 멀고도 멀지만,
지리태극이란 게 어디 서둔다고 될 일인가?
더군다나 누가 재촉하는 이도 없으니,
나 홀로 느긋하게 눈요기나 하고 가기로,
이제 가면 또 언제 오나 싶어서(18:55 - 19:00)
왕산과 필봉산 뒤엔 황매산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나무에 가린 웅석봉과 달뜨기능선이 보이는 둥 마는 둥이고
달뜨기능선이 그런대로 들어오자 웅석봉은 자취를 감춘 듯하고
중봉에 가린 천왕봉은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새봉 너럭바위에서 새봉으로
너럭바위와는 달리 그냥 지나치기 일쑤인 새봉,
곧 넘어갈 해가 마지막 발악을 하는지 강렬한 빛줄기를 내뿜지만,
저 해가 한 번 더 지고도 어둠 속을 또 걸어야만 하나?(19:02)
산죽은 꽃을 피우면 죽는다더니?
지형도상 쑥밭재,
양쪽으로 골짝이 있는 잘록이가 맞긴 하지만,
사람은커녕 짐승도 다닌 흔적이 없어 보이는 걸?(19:15)
돌아본 새봉과 너럭바위
오르내리기가 꽤나 까다로운 곳이지만,
누군가가 매달은 밧줄 덕분에 쉽게 올라왔다는,
그러고 보니 동부능선의 위험구간마다 같은 형태의 밧줄이,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단 인사를 해도 될는지요?
형제바위라 부르기도 하는 부부바위,
두 개의 큼지막한 바위가 아주 가까이서 마주보고 있으며,
이미 해가 떨어지긴 했어도 아직은 어두워지진 않았기에,
잠깐이나마 동부능선에서의 마지막 눈요기를 하고(19:24)
금대산 뒤로 보이는 바래봉과 덕두봉,
저길 지나가야 끝이 나는데
가야 할 산줄기를 눈에다 담고
부부바위와 이웃사촌인 산청 독바위와는 눈만 맞추고
산청 독바위 바로 아래,
바위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은 바위가 눈길을 끌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산죽지대가 이어지고
위쑥밭재라 부르기도 하는 허공달골 갈림길,
그전엔 허공달골과 광점동으로 빠지는 이들도 더러 있었지만,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인지 별로 그렇진 않은 듯,
서서히 어둑어둑해지기에 헤드랜턴을 켜고 야간산행 모드로 들어가고(19:34)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쑥밭재(청이당고개), 예전엔 주변에 약쑥이 많아 애전령(艾田嶺)이라 불렀다는데, 애전령(艾田嶺)을 우리말로 표기하면 쑥밭재가 되므로, 쑥밭재가 <하룻밤을 쉬어가는 숙박(宿泊)재>에서 비롯된 유래는 아니라나? 1276.2m봉 아래 허공달골 갈림길을 위쑥밭재, 여긴 아래쑥밭재 또는 옛쑥밭재라 부르기도 하지만, 쑥밭재나 청이당고개라 하는 게 맞다고 하는 이들이 많은 듯, 청이당은 동부능선을 오가거나 지리태극 종주를 하는 산꾼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젖줄이요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라고나?
청이당계곡의 맑디맑은 물로 컬컬한 목을 축이고,
라면과 떡국떡이라고도 부르는 떡국점을 함께 넣어 끓여,
좀은 출출해진 속을 다시 채우면서 민생고를 해결하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라지만 이 무슨 청승인지?(19:55 - 20:48)
쓰레기가 가득 담긴 마대자루가 나뒹구는 청이당,
어떻게 보면 필요하고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좀 태우든지 치웠으면 하는
청이당을 뒤로하고 국골 사거리로
야광 표지기의 안내를 받으며 올라선 국골 사거리,
바위마저 커다란 나무에 기대 앉아 졸고 있는 듯한데,
이 한밤중에 나 홀로 이 짓(?)을 왜 하는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21:29)
얼레지도 졸고 있는 듯
그전엔 이런 것도 있었건만
두류봉 수문장 노릇을 하는 뱀대가리바위(?),
어쩌면 조금은 비스무리하기도 또 아닌 것도 같은데,
그전엔 두류봉에 함양군에서 세운 정상석이 있었지만,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일부 산꾼들과 마찰을 빚다 없애버렸는 걸.(21:48)
두류봉
칠선계곡과 국골을 가르는 초암능선 정상인 영랑대,
더러는 하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봐선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으로,
멋진 조망을 자랑하는 곳인데,
보이는 거라곤 어둠 그리고 별과 나(22:11)
오르내리기가 꽤나 고약한 영랑대 아래 바위지대,
그나마 밧줄이 달려 있어 좀은 수월하더란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하봉,
예전엔 소년대라 했다던가?(22:24)
조개골과 치밭목대피소 갈림길인 하봉 헬기장,
이제 꽤 길고 긴 중봉 오름길이 도사리고 있는 걸?(22:39)
하봉 헬기장 부근의 모자바위,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과 비스무리하다나?
금줄을 넘어 중봉과 대원사를 잇는 정규 탐방로로 빠져나가는데,
그전엔 지리 07 - 20지점이란 팻말이 있었던 곳이지만,
중봉과 중봉샘 갈림길 사이로 이사를 갔고(23:09)
지리산의 제2인자 중봉,
오로지 높이로만 그렇다는 거지,
그에 걸맞은 대접이라곤 받지 못하는 아니 받을 수가 없는,
천왕봉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서글픈 신세라고나?(23:11)
이사간 지리 07 - 20지점,
높이는 중봉보다도 높은 1879m라는데?(23:17)
이윽고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천왕봉으로 올라서고
지리산 천왕봉,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정상석만이 날 맞는데,
정녕 이게 낮에 봤던 그 천왕봉이란 말인가?
어찌나 바람이 드센지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어,
서둘러 흔적만 남기고선 장터목으로 내려갈 수밖에는,
꼭두새벽부터 참 많이도 걸었단 생각이지만,
그래 봤자 38.2km를 왔을 뿐이요,
이제 겨우 42% 정도 진행한 셈인가?
천왕일출(天王日出)은 지리산 10경(景) 중 제1경으로,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다던가?(23:45)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역사의 현장에서!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동서로 길게 펼쳐져 있는 종주능선(25.5km)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삼대 주봉을 연결하는 지리산의 대표적인 탐방로입니다.
지리산의 종주능선에서는 천왕일출, 반야낙조, 노고운해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비롯해
반달가슴곰 등 희귀 야생 동·식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다양한 야생동물과 수려한 자연경관, 유구한 문화유적 등을
온전히 보전함으로써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탐방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天柱(천주),
하늘을 괴고 있다는 상상의 기둥이라던가?